[여성시대] 벨지끄의 탈북자 “북한 가족과 전화하며 생활비도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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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성시대 이원흽니다. 미국, 유럽 등 해외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생활의 터전을 잡아 이제는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경제적인 어려움과 현지 언어나 문화 적응이 쉽지 않아 힘들어하는 탈북자도 있습니다. 유럽 벨기에 북한에서는 벨지 끄라고 하죠, 벨지끄의 수도 브뤼셀에 3년째 정착한 가명의 윤정순 씨는 지금도 가끔씩 자신이 벨지끄의 수도 브뤼셀에서 산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윤: 안 믿어져요, 지금도 꿈을 꾸고 있어요. 내가 어디에 왔나 꿈을 꾸고 있어요. 그러다가 아 여기는 중국이 아니지 벨기에지 그리고는 다시 마음 놓고 자고

중국을 거쳐 유럽 벨지끄에 정착하게 된 윤정순 씨는 지금 어느 정도의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또 국가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는지 여성시대에서 알아봅니다.

지금 벨지끄에는 약 30여 명의 탈북자가 주로 세 곳 큰 도시에서 살고 있는데요, 이들은 어떻게 해서 벨지끄를 선택했는지 궁금한데요, 처음에 한두 사람이 와서 살아보니 난민이 살기에 여러 가지 정책이 아주 잘 되어 있다는 입소문을 통해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탈북자의 정착을 적극 지원하는 브뤼셀 한인교회 최용준 목사는 전합니다.

최: 어떤 탈북자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중개인을 통해 와서 보니까 너무 좋거든. 그러니까 금방 소문이 퍼져요. 이들이 얼마나 넷 워킹 , 연락망이 잘 되어 있는지...

윤정순 씨도 벨지끄가 어떤 나라인지 유럽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입소문을 듣고 왔다는군요.

윤: 제가 북한에서 학교 다닐 때도 유럽을 잘 몰랐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채 왔어요, 유럽이라는 나라의 중심에 간다니까 온 거죠

탈북자들이 벨지끄로 오면 우선 난민켐프에 들어가 난민지위를 얻어 정착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브뤼셀 한인교회 교인들과 함께 돕는 최용준 목사는 벨지끄는 탈북자들이 정착하기에는 좋은 조건이라고 말합니다.

최 목사: 유럽 국가 중에서 가장 관대한 국가죠. 정부의 난민에 대한 정책이나 인권 그리고 대우가 굉장히 좋습니다. 이 나라에 뿌리를 내리겠다고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국가에서 충분한 대우를 해 주죠.

윤정순 씨도 살아보니 벨지끄 정부의 난민들을 위한 제도가 아주 잘 되어 있다며 언어 소통만 잘되면 그런 혜택을 골고루 다 찾아서 받을 수 있다며 반깁니다.

윤: 날씨가 뜨겁지도 않고 선선한 날씨가 마음에 들고요, 말이 안 돼서 그렇지 정부에서 난민들에게 해주는 제도의 혜택은 잘되어 있어요. 그것을 골고루 다 알아서 받으려면 말을 몰라 일일이 통역이 필요해요.

이제 정착생활 3년 차인 윤정순 씨는 자녀 둘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아직 난민지위 상태에서 국가의 지원금을 받아 큰 어려움은 없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여력이 아쉬울 때가 있다고 전합니다.

윤: 난민지원은 기본적인 생활밖에 안 되죠. 그 생활비로 제가 뭐 하고 싶은 것을 해보니까 그만큼 생활비가 모자라요. 밥 먹고 전기세 내고 세금 내고 그 외는 안되더라구요. 그러니까 빨리 말 배워서 일해야죠.

벨기에에서 난민들이 받는 한 달 생활 지원금은 얼마나 되는지 최용준 목사께 알아보았습니다. 각 개인이나 가족의 형편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고 난민 수용소에서 나와 집을 구할 때 조건이나 액수도 가족상황에 따라 다르다고 설명합니다.

최 목사: 한 사람이 왔을 때 집을 구하게 되면 755유로가 나옵니다. 달러로 하면 1000달러가 넘습니다. 이 돈에서 집을 구할 때 얼마까지 구할 수 있다는 지침이 있습니다. 생활도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비싼 집을 구하려 해도 허락이 되지 않습니다. 가족일 경우 더 많은 액수가 나오지만, 아이가 둘 있으니 최소한 방은 두 개 있어야 한다는 등의 기준이 있어요. 애들이 있으면 애들 수당이 나옵니다.

755 유로는 현재 미화 환율 시세로 1,080달러가 조금 넘습니다. 생활비는 이렇게 해결되는데 제일 어려운 점은 역시 이곳도 언어 문제입니다. 벨지끄는 영어를 쓰는 국가가 아니라 남북이 서로 다른 언어권이라는 점도 정착을 어렵게 하는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다시 최 목사의 얘기 들어보죠.

최 목사: 이 나라는 북쪽은 다 더치, 즉 네덜란드 말을 쓰고 남쪽을 불어를 씁니다. 둘 중의 하나를 빨리 배워야 합니다.

언어 문제는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시간이 해결해 주죠. 윤정순 씨도 현지 언어가 아주 어렵다며 이제 의사소통은 조금씩 되는데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지금도 언어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윤: 학교과정은 2년 과정이고 그 2년 안에도 일하면서 이 나라에서 생활하는데 불편하지 않게 배우는 교과서가 있어요. 그 교과서를 놓고 배우는 거에요. 지금 언어를 배워서 의사소통은 약간 되지만 쓰는 것은 잘해 점수가 높은데 말하는 것은 점수가 높지 않아요. 말을 많이 해야 하는데 지금 사는 데는 현지인이 아주 없어요. 교회에서 한국 분들과 얘기하고 그러니까 언어가 잘 늘지가 않아요. 말이 정말 어려워요.

사정이 다급한 중국에 있을 때만 해도 중국어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외우고 했지만 이제는 이런 다급함이 없다 보니 자연히 느슨해진다며 그럴 때마다 중국에서의 그 어렵던 상황을 떠올린다며 웃습니다. 그만큼 여유가 생긴 거죠.

윤: 중국에 있을 때는 중국 공안이 중국말로 이름이 뭐야 하면서 이것저것 물어보잖아요. 그래서 안 잡혀가려고 중국말을 배우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그때는 학교도 없고 누가 가르쳐 주는 사람이 없어도 말 한번 들으면 무슨 말인가 하고 종이쪽지에 베껴서 들고 다니며 말 배우려고 했는데 벨기에 여기 와서는 그런 노력이 없어진 것 같아요

윤정순 씨는 이렇게 유럽 한가운데 살고 있지만 지구촌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전화로 북한의 가족소식도 듣고 통화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고 스스로에게도 말을 한다는군요. 또 일하게 되면 북한 가족들에게 생활비도 보낼 것이라는 희망에 부풀어 있습니다.

윤: 북한 소식은 중국으로 전화해서 계속 듣고 있어요. 국경연선에서 아는 사람들 통해 북한의 가족들에게 전해 달라, 주소를 주며 이 사람 좀 데려오라고 하면 데려오죠. 북한에서는 오니까 그 사람이 오면 얼마의 돈을 주고 가족의 편지와 사진을 가지고 오라고 하면 가족의 글씨는 다 아니까 그것을 가지고 오면 수고비 얼마 준다. 그러면 돈 받았다는 편지와 함께 사진을 가지고 오라는 거죠 편지에 조선글로 내가 돈을 얼마 보낼 텐데 그 액수가 맞으면 이 편지에다 쓰라고 가족들과의 약속이 있어야 하죠. 그래 편지를 받으면 돈을 얼마 받았구나 하고 그때 수고비 주어야죠.

최용준 목사도 북한과의 전화는 물론 가족들을 위한 생활지원금을 보내는 사람들이 벨지끄 에서도 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cut: 중국국경 근접지역에 중국 핸드폰, 손 전화가 여기서 터집니다. 자기 가족들과 통화하고 그래요 여기서도 돈을 보내는 사람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들을 두고 왔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은 보내죠. 이분은 식품점을 시작했어요. 한인식품점 아시아 식품점을 열심히 하고 있고 중국으로 송금해서 거기 있는 사람을 통해서 아들에게 전달하고 수고료를 주죠.

북한에서 살았고 중국을 거쳐 유럽 벨지끄로 온 윤 씨는 처음에 중국으로 갔을 때 불안하고 쫓기는 생활이었지만 그래도 중국에서조차 자유를 맛보았다고 털어 놓습니다.

cut: 중국에서 처음에는 불안하고 구랬는데 이러다가 불안한 것은 불안한 거고 중국에는 우선 사람을 못살게 구는 것은 없잖아요 불안하고 가슴조이며 살아도 사람을 정신적으로 막 힘들게 하는 것 우리가 중국에서 생활총화 할 일이 있어요. 학습 강연회, 집중학습에 가야 할 일을 없잖아요? 그런 것 없이 먹고 사는 것은 마음대로니까 중국에서는 일단 위험하지만 못살게 구는 일이 없으니까,

그러면 북한과 벨지끄 와는 어떤 차이를 느끼느냐는 질문에 윤정숙 씨는 정색을 하고 어떻게 비교가 되느냐고 되묻습니다.

윤: 어떻게 북한과 유럽을 비교해요. 이런 비유를 해도 될지 모르겠는데 굳이 한다면 천국과 지옥과의 차인데 그것을 어떻게 비교합니까? 자유는 중국에 있을 때 다 맛보았어요, 북한에 있을 때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여기 와서 너무 편합니다. 중국에서 그것을 겪어 보았기 때문에 여기오니까 마냥 좋아요. 언어만 극복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은 나라인 것 같아요

유럽 벨지끄에 터전을 잡은 탈북자 소식 전해 드렸는데요 다음 시간에는 벨기끄에 도착부터 난민지위, 영주권, 시민권을 받는 절차와 함께 그곳 탈북자의 생활을 자세하게 알아봅니다. 여성시대 rfa 이원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