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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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원희의 여성시대입니다.

김장철이 이미 시작되었죠. 한국에는 배추 농사가 잘 돼 배춧 값을 비롯해 무와 마늘, 고추 등도 값이 내려 김장비용이 지난해보다 30%가량 싸졌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김장을 안 하던 주부들이 올해는 10명중 8명은 김장을 할 것 이라는 설문 조사를 한국의 언론이 보도 했습니다. 북한도 충분한 비료를 사용하지 못했지만 날씨가 워낙 좋았기 때문에 배추 작황이 괜찮을 것으로 본다는 한국의 농촌경제 연구원 북한 농업 전문가 권태진 박사가 전했습니다. 남북한 주민들 올해는 좀 넉넉한 김장을 할 것 같은데요, 남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세계에 흩어져 사는 한인들도 대부분 김장을 합니다.

김: 새우젓갈에다 명태를 넣는 것이 북한식입니다. 이것이 숙성되어 익으면 대단히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나요. 저희가 아는 영국 분들 중에서는 김치를 너무 맛있다고 잘 드세요.

영국에 정착한 탈북 여성 가명, 김유정 주부의 말이었는데요, 영국에 사는 대부분의 탈북 가정에서는 이렇게 북한식으로 김장을 하고 있다는 군요. 북한의 인권이나 탈북자 관련 단체 그 단체에서 일하는 손님들이 가끔 방문하는데 그 손님들을 위해서도 김치는 꼭 담는다고 말 합니다. 여성시대 오늘 이 시간에는 영국에 사는 탈북자 주부의 김장 얘기 들어봅니다.

김유정 씨는 올해 김장을 벌써 마쳤다고 하는데요, 영국 시장에서도 사계절 내내 배추를 비롯해 김치에 들어가는 모든 야채가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처럼 그렇게 많이 담지는 않는다고 하는 군요.

김: 많이는 안하지만 그래도 평소 보다는 많이 하는 편이죠. 평소에 한 박스 배추 한 장자 담근다면 두 박스나 세 박스씩 담죠.

보통 한 상자에 배추 포기가 중간치면 15 포기 정도가 들어있습니다. 그러니까 30포기-40여 포기를 담는 셈입니다.

영국에서도 텃밭에 각종 채소를 심어 먹기도 하는데 올해 김장은 텃밭에서 나오는 배추로는 부족해서 시장에서 구입 했다네요.

김: 밭이 있는 사람들이 텃밭에 배추를 길러서 하는데 밭이 없는 사람들은 대체로 마트, 큰 시장에서 사다가 하거든요 저희는 텃밭이 있어 여기에 조금 심은 것과 모자라는 분량은 마트에서 사서 합니다.

고향의 음식은 한국인들에게는 바로 고향이자 그 맛을 떨쳐 버릴 수 없기에 미국에 사는 한인들도 김장을 하는 집이 많습니다. 물론 모두가 자기네 고향 식을 따르게 되죠. 한국의 김치 맛이 각 고장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 때문인데요,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거의 북한식으로 김장을 한다고 김 씨는 전합니다.

김: 저는 남한 식으로 안 담그고 북한식으로 합니다. 그런데 남한 식으로는 김치에다 찹쌀풀이나 밀가루 풀을 쑤어 넣는다고 하는데, 저는 처음 알았어요. 북한에서는 전혀 풀은 안 쑤어 넣거든요. 그런데 제가 한번은 풀을 쑤어 넣어보았어요. 오래 담가 놓고 먹기에는 그것이 좀 빨리 시더라고요 그리고 북한 맛도 나지 않아 계속 북한식으로 김치를 담가요.

한국식은 보통 찹쌀로 풀을 쑤어 배, 사과 등 과일도 갈아 넣고 젓갈도 멸치, 까나리, 새우젓 등 가족의 입맛에 맞게 여러 종류를 넣기도 합니다. 그래서 북한식 김치가 남한의 김치보다 담백하고 시원하다는 군요. 이런 맛을 내는 데는 김장에는 넣는 젓갈 중 새우젓이 최고라고 김유정 씨는 자신있게 전합니다.

김: 저는 북한식 김치 양념은 부모님이 하시는 것을 눈요기로 보았고 직접해보지는 못하다가 이곳에 와서 양념을 할 때 많이 쓰는 게 새우젓갈입니다. 새우젓갈에다 명태를 더러는 토막을 내서 갓 이랑 무를 섞어서 고춧가루로 버무려 배추 속에 넣는데요, 이것이 숙성되어 익으면 대단히 구수하고 깊은 맛이 나요 명태를 넣었기 때문에, 그 안의 든 명태도 식혜처럼 먹을 수 있고요. 김치 자체도 깊은 맛이 나 저도 여름이나 겨울이나 항상 명태 아니면 굴을 넣거든요. 그렇게 해먹는데 주변에서도 너무 맛있다고 해요.

한국에서도 서울과 중부 지방에서는 대부분 새우젓을 썼지만 지금은 각종 젓갈이 나오기 때문에 가족들의 입맛에 따라 멸치젓 까나리 젓 등을 쓰고 있는데요, 김유정 씨는 북한에 있을 때 멸치젓갈은 보지 못했다고 하는군요.

김: 북한에 있을 때 새우젓 외에 다른 젓갈을 보지 못했어요. 멸치도 북한에서는 귀한지 없는지 저는 멸치를 보지 못 했어요 그런데 이웃에 있는 북한 사람들은 까나리 액젓은 쓴다고 해요. 북한에서는 까나리가 좀 나거든요, 황해도나 강원도 쪽에서는 우리는 새우젓만 썼어요. 라진 선봉 의 새우가 그렇게 맛있거든요 그냥 먹어도 밥반찬이 될 정도로 맛있어요. 새우젓 자체가 먹기에 구수하면서도 좀 비릿하고 깊은 맛이 나요. 그냥 생것으로 마늘하고 고춧가루 넣어가지고 밥반찬으로 먹어요.

한국에서는 인천 강화도의 새우젓이 유명합니다. 다른 새우젓 보다 덜 짜고 우리 몸에 좋은 유산균이 풍부해서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김장철 이면 많은 주부들이 강화에서 직접 새우젓도 사고 관광도 할 겸 친구들 끼리 이웃들이 함께 갑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런 새우젓들이 외국으로 나오기 까지는 시간도 걸려 짠맛도 더하고 신선하지 못해 한국에서 먹던 그런 맛은 아니라고 하는데요, 영국도 마찬가지인가 봐요.

김: 그런데 여기 영국에서 그런 새우젓 맛 찾으려니까 그런 것이 없어요. 그런 맛이 안 나요. 한국에서 오는 식품이거든요 새우젓이 나는 새우젓 찾으려고 많이 신경 쓰는데 안 되더라고요 그런 맛이 진짜 안 나더라고요.

한국의 김장문화는 독특해요. 김장하는 날을 잡아 이웃끼리 서로 품앗이 하면서 김장 속과 배추를 서로 나누어 먹기도 하죠. 같은 양념을 써도 집집마다 맛이 또 다르기 때문인데요, 이것이 바로 손 맛인것 같아요. 김유정 씨는 북한에서 김장은 바로 전투에 비유한다며 양도 어마어마하게 많은데다 담는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김: 북한에서는 배추 한 톤 씩 또는 한톤 250씩 하고 그랬거든요, 한톤 200이면 천키로 천 200키로 그렇게 하거든요. 배추가 포기가 큰 가 작은가에 따라서 좀 달라요 큰 포기로 하면 한 400-500포기 되지 않을까 싶어요. 많이 담가요 엄청, 그래서 한 며칠씩 두고 담아요. 한 2-3일씩 하루 동안 다 절이고 다음날 하루 동안 다 씻고 아침부터 저녁 까지 일 해야 되요. 북한에서 그때는 집집마다 큰 일하는 것으로 밖에서 다 씻고 그랬어요.

400-500포기씩 김장을 하면 여성들이 얼마나 힘들었느냐고 했더니 해마다 의례히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았기 때문에 또 김치가 일찍 떨어지면 식량이 떨어지는 것이기에 힘들어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거죠.

김: 저희는 식구가 많아서 해마다 그렇게 담갔어요. 그래야 4월5월까지 먹을 수 있어요. 그게 식량이죠. 양식이에요, 거의 주식 맞잡이로 김치를 먹거든요. 겨울에는 다른 반찬거리가 없으니까 그런데 여기서는 하루 반찬거리도 많고 여름채소도 겨울에 막 나오니까 김장에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겨울에 많이 담을 때는 2-3박스 담그고 보통 때는 한 박스 담으면 한 달씩 먹어요. 또 김치냉장고가 있어 아주 편리하죠.

북한에 비하면 지금 영국에서 김장 40-50포기 담그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합니다.

김: 이 정도면 눈 깜짝할 사이로 아무것도 아니예요,

이렇게 김치를 담가 놓으면 어떤 손님이 와도 걱정이 없다고 하는데요, 특히 영국 손님이 방문 할 때는 김치는 물론 북한 식 음식을 차린다는 김유정 씨,

김: 저희가 아는 영국 분들 중에서는 김치를 안 드시는 분들이 하나도 없어요. 김치나 된장찌개를 해 놓으면 너무 맛있다고 그러는 거예요. 김치 맛을 몰라 그렇지 일단 김치 맛을 알면 떼지 못해요 된장 토장국도 구수하게 하면 정말 사람들이 좋아해요.

그야말로 한국식 토종 식단인데요, 김유정 씨도 영국 분을 초대할 때도 꼭 한식으로 대접한다고 말합니다.

김: 저는 한식밖에 모르니까 영국식은 또 제가 선호하는 것은 아니니까 한식으로 해요. 북한식 순대도 하면 너무 맛있다고 다음에 오면 또 해달라고 주문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불고기 하면 사람들이 뜨거운 것도 호호 불면서 막 드시고 너무 좋아해요. 비빔밥도 이 사람들이 우리보다 더 잘 드세요 더 맛있어하고 밑바닥까지 다 드세요.

이렇게 맛있게 먹는 모습만 보아도 한식 못지않게 북한식 음식을 앞으로 영국에 꼭 알리고 싶고 북한식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생긴다며 뿌듯해 합니다.

김: 맛있게 드시는 것 보면 너무 기뻐요, 또 해드리고 싶고 외국에서 특히 영국에서도 한식을 알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저도 기쁘고요 막 자랑스러워요. 우리나라 음식을 이 나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우리 조상들이 참 지혜로우시고 이에 대한 긍지를 갖게 됩니다.

이렇게 낯선 유럽, 영국에서 고향 식 김치를 담아 온 가족이 함께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영국에 사는 모든 탈북자들도 같은 마음이라고 전합니다.

여성시대 RFA 이원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