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시대] 아직도 못다 한 이야기-정경화 씨⑤ 한국행 준비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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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원희의 여성시대입니다. 여성 시대에서는 격주로 탈북자들이 전하는 그동안 하지 못한 얘기를 듣는 시간입니다.

북한에서의 생활, 탈출, 중국에서의 숨 가쁜 얘기들 그리고 제 3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가기까지 많은 사연을 눈물과 한숨, 그리고 웃음으로 풀어놓습니다.

지난해 남한으로 입국한 정경화 씨의 사연 연속으로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정경화 씨는 북송돼 노동 교화소에서 나와 중개인을 따라 다시 중국으로 탈출합니다. 인신매매도 당하고 여러 가지 힘든 고비를 넘기며 다행히 중국인 남편의 도움으로 음식점을 운영하다 한국으로 탈출하기 위해 조선족들이 많은 곳으로 가서 일하게 됩니다. 오늘은 그곳에서 단골손님인 한국 사람이 브로커, 중개인을 소개해 주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다는 내용입니다.

문:

안녕하세요? 정경화 씨 중국과 한국에 배를 타고 오가는 한국 사람에게 브로커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한 내용 까지 들었는데요, 오늘 계속해서 브로커를 만나는지 계속해 주세요.

정경화:

네, 그 한국분이 북한에서 힘들어서 여기까지 나왔는데 이렇게 고생한다며 ‘빨리 한국으로 가야지,’그러면서 ‘자기 어느 정도 준비 됐나’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아직 준비가 안됐지만 먼저 시작만 해 주시면 하는 만큼 하겠다고 하니까 먼저 한국 돈 150만 원 넣고 미화로 1,300달러 정도 브로커, 중개인과 계약해 놓고 그 나머지 돈은 한국 나가서 준다고 얘기를 했어요.

문:

그 중개인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정경화:

북한여자인데 소개하는 한국인과 같이 중국과 한국을 오가는 사람입니다. 같이 배를 타는 인원이 약 500명 정도로 그 속에 북한 여자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사람이 브로커라는 사실은 몰랐죠. 그래 소문으로 들어 배 타는 사람 중에 누가 브로커라며 탈북자들을 안내할 수 있다고 알려주어서 저하고 만나게 해주었어요.

문:

그 북한 여성은 믿을 만 했나요?

정경화:

그 여성이 언니뻘 돼요. 그는 저에게 ‘정경화라고 했지’ 하면서 ‘경화 너도 빨리 한국에 가서 마음 편하게 살아야지. 속 타니까 얼굴이 새까매지고 빨리 가서 마음 편하게 살자‘면서 말 한마디 한마디를 제 입장에서 해주는데 막 눈물이 났어요.

문:

그 얘기 들으니까 떠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겠어요.

정경화:

나는 그 언니에게 안겨서 막 울었어요. ‘진짜 나를 도와주세요, 하루하루 정말 무서워요. 갈 수 있도록 해주세요’ 나도 네 마음 잘 아니까 빨리하자면서 중국을 빠져 갈 때까지 제발 주의하라는 거죠 그동안 말조심하고 그날은 그 정도 얘기하고 돈 때문에 걱정하니까 한국에서 중국으로 오가며 장사하시던 그분, 브로커를 소개해주신 그 사장님이 돈을 먼저 대주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일은 시작됐어요.

문:

그러면 그 북한출신의 여성 브로커와 함께 출발할 수 있었나요?

정경화:

그 언니가 나를 인도 할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하는 거죠. 그런데 우리 북한 여자 탈북자 한명 더 데리고 가자고 해서 기다리는 기간이 거의 한 달 걸렸거든요. 그러면서 나는 일은 못하고...

문:

그렇죠, 한 명을 더 구하려면 언제 갈지 모르니까요.

정경화:

그래서 나는 일단 이곳에서 피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달 만인 11월 초에 떠났어요.

문:

그럼 한 명 더 같이 가기로 한 사람은 찾았나요?

정경화:

네, 그 여자는 청진에서 온 여자인데 북한 여권을 가지고 중국에 있는 친척을 방문하기 위해 중국에 나왔다가 다시 북한의 집으로 가지 않고 중국에서 조선족 남자를 만났어요. 그런데 그 남자 어머니 아버지가 모두 중국 아래쪽으로 내려와 장사하니까 만난 북한 여성을 자기 부모에게 데려온다고 해서 내가 있는 쪽으로 온 사람이에요.

문:

어떻게 찾았어요. 한국으로 탈출하려는 그 여성은요?

정경화:

한국에서 배타는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또 다른 사람으로 부터 소개받았어요. 그렇게 해서 내가 만난 브로커 언니에게 부탁했거든요. 그렇게 그 여자를 알게 되었어요.

문:

그러면 그 여성도 준비는 다 된 것인가요?

정경화:

그 여자는 조선족 남자가 있는데 누가 함부로 그 여성을 도와주겠다고 하나요? 그 조선족 남자가 한국에 보내주려고 하지만 조선족이 돈이 있나요? 돈이 안 되니까 결국 내가 준비한 150만 원 에서 절반을 꾸어 주는 것으로 해서 한 달 만에 떠나게 된 겁니다.

문:

그때가 2007년 11월이죠? 그때는 중국 공안이 탈북자를 잡는다거나 하는 위험한 상황은 아니었나요?

정경화:

우리가 있던 곳은 중국 길림성이나 흑룡강성과는 다르게 한족들이 많이 사니까 북한 사람을 잡기 위해 현상금을 내거는 등의 그런 일은 없었어요. 그런데 불안 한 것은 조선족들이 있으니까 조선족이 우리를 고해바칠 염려가 있지 중국 공안이 우리를 붙잡거나 하는 그런 염려는 없었어요.

문:

그럼 중국 공안에 조선족이 고해바치면...탈북자가 있다면

정경화:

네, 그때는 무조건 잡아가요.

문:

그러면 공안들이 탈북자를 밀고하는 그 조선족에게 대가를 지불하나요?

정경화:

내가 있던 곳은 북한과 그런 약속 같은 것이 없으니까 지구별로 길림성이나 흑룡강성 등 북쪽 지역은 북한과 체결한 것이 다른 지역보다 강했던 거죠.

문:

지역에 따라 다르군요.

정경화:

네, 특히 길림성은 북한 보위부가 직접 길림에 와서 부탁하거든요. 밤에 자지 않고 북한 사람들 잡겠다고 하는데 그곳은 북한 사람들이 넘어온 조선족들이 공안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러니까 북한과 다 합류해서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상금까지 내걸고 거기서는 상금을 주었데요, 중국 돈 500원씩 미화 70달러가 조금 넘게 주었데요, 길림성은 그랬지만 제가 있는 곳에서는 그런 일이 없었어요.

문:

그러면 왜 조선족들이 왜 북한 사람들을 공안에 고발합니까?

정경화:

조선족인 자신과 우의가 달랐을 때, 자신이 목적하는 대로 북한 사람들이 마음대로 움직여 주지 않을 때는 그에 대한 복수로 공안에 고해바치거든요. 그래서 내가 음식점에 있을 때 단골로 오던 한국 사람이 귀뜀을 해주는데, 조선족들과 절대로 우의 틀리지 않게 잘 있다 한국 가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래요? 여기도 조선족들이 심해요' 하고 물으니까 제가 있던 곳에 큰 노래방이 있어요. 그 노래방을 조선족이 운영했어요. 조선족이 운영했지만 모두 한족들이 오는 곳이라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처럼 했어요. 그런데 조선족이 탈북 여인 3명이 그 노래방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게 했는데요, 30, 35살 42살 아주머니들이 일했습니다. 북한 사람들도 할 수 없이 중국에서 노래방에 나가지 몸을 팔려고 나간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노래방에서 같이 노래하고 춤추고 술 같이 마시고 끝나야 하는데 잠까지 자자고 하니 반항을 했어요. 그러니까 조선족이 벌이가 잘 안되니까 악심품고 계속 위협을 하는 겁니다. 그러면 공안에 고해 바쳐 북한에 잡혀가게 하겠다고, 위협을 계속 주어도 아주머니들 3명이 합심해서 노골적으로 반항을 했대요. 그러니까 위협에 그치지 않고 정말로 공안에 고해 바쳤다고 합니다.

문:

조선족이 마음대로 이용하려고 하다 말을 안 들으니까 공안에 고발한 거네요.

정경화:

야 나는 그 소리 듣고 정말 그렇게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나도 겪었거든요.

문:

정경화 씨는 어떤 일을 겪었어요?

정경화:

나는 식당에서 일할 때 접대하는 젊은 여성이 있었는데 그 여인이 후에 조선족이 아니고 북한 여자라는 것을 알았어요. 그 사람은 북한에서 나온 지 오래돼 7살짜리 아이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10년 됐어요. 그리고 신분증까지 다 만들었어요. 그리고 오래 있다 보니 한국말을 아주 잘해서 조선족인가 했어요. 북한 말은 전혀 안 쓰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조선족으로 알았는데 그때 사장이 조선족이었는데 사장도 속았어요.

문:

모르고 정말 조선족인줄 알았군요.

정경화:

네 그런데 그 여성이 나를 깔보더구먼요, 북한에서는 예쁜 아이들이나 나이 어린 사람 보면요 간나 새끼 곱다, 새끼, 간나 새끼 이런 말 쓰는데.

문:

귀엽다고 느낄 때 쓰는 말이죠?

정경화:

그렇죠. 나는 그 여성이 예쁘고 일도 잘하고 그리고 나는 그 보다 나이가 한참 위였으니까 아 저 간나새끼, 귀엽다는 말이 얼결에 나왔죠. 그런데 식당 주인인 언니도 그 여성에게 오 간나 새끼 하고 말했을 때는 가만히 있었는데 그날 저녁에 밥 먹을 때 이러는 겁니다. ‘아줌마, 하면서 따지겠다는 투로 말도 완전히 한국말로, '아줌마 하나 좀 물어볼 것이 있거든요? 그래서 내가 ‘왜 그러느냐?’니까 왜 자기한테 간나, 간나 라는 말을 붙이느냐는 거죠. 얘가 잘못 알아서 노여웠나 보다 하는 생각에 좀 미안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설명했어요. ‘북한에서 입에 붙은 말이라 그렇게 나왔는데 나는 자기에게 욕하자고 그런 것이 아니라 일도 잘하고 예쁘게 생겨서 그랬으니 이해하라고 했어요. 그런데 이 여성이 술 한 잔 마시고 싸울 작정으로 덤비기에 안 되겠더라고요 그래서 결국은 다투었어요. 생각해 보니 차라리 잘된 것 같았어요. 싸움을 한 핑계 대고 그만 그곳에서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결국 그 식당을 나왔습니다. 그날 아침 새벽에 버스 타려고 나오는데 식당주변에도 일하는 조선족들이 있었어요. 그 사람들이 청소하면서 나를 보고 왜 어디가려고 나왔느냐 물어 내가 두루두루 이렇게 돼서 일 안 하고 나가려고 한다니까 ‘자기도 북한 사람인 주제에 나를 깔보고 그런다.’며 얘기를 하더라고요 나는 그때 까지만 해도 조선족으로 알고 공안에 고해바치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고 그 후에 그 여자가 북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계속 전화가 오는 거에요 ‘가만두지 않겠다’ 공안에 고해바친다는 뜻으로 전화를 해요, 그런 압박도 받았습니다. 무섭더라고요 그런 일을 당하니까.

문:

그렇겠네요. 그 얘기를 하시죠. 같은 북한 사람 아니냐고

정경화:

너도 북한 사람이라는 거 서로 다 아는데 왜 그렇게 그날 저녁에 술 먹고 그랬느냐고 하니까 ‘내가 특별하게 자기한테 잘해주고 했는데 그 말 밖에 할 말이 없느냐?‘ 그러더라고요.

문:

그 여성도 북한에서 쓰는 그 말을 알았을 텐데요?

정경화:

네, 그러니까 대상이 안돼요.

MC:

그런 어려운 일도 있었군요. 오늘은 여기까지 얘기 들어야겠어요. 시간이 벌써 다 됐네요. 감사합니다.

여성시대에서 보내드린 아직도 못다 한 얘기 지난해 초 한국으로 입국한 정경화 씨의 사연이었습니다. RFA 이원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