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일터] 탈북 1.5 세대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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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일이 즐겁다면 인생은 천국이다. 하지만 일이 의무가 되면 인생은 지옥이 된다." 이 말은 러시아의 작가 막심 고리키가 한 얘기입니다. 자신이 좋아하고 즐기는 직업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가를 말해주는 명언인데요. 그렇지만 요즘 젊은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면 비웃을 것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는 것조차 힘 든 상황에 자기 입맛에 맞는 직장을 구하는 것은 그야 말고 부자가 천국에 가는 것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죠. 그런데 남한에 정착한 젊은 탈북자들에게 있어 직장을 구하는 것은 남한 젊은이들 보다 곱절이나 더 힘들 것입니다.

오늘부터 매주 (화)요일 방송되는 '행복의 일터'는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서 정착하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에 하나인 직장과 직업에 대해 얘기해 보고 치열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경쟁을 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입니다. 저는 '행복의 일터'를 진행하게 될 이규상입니다.

'행복의 일터' 오늘은 첫 순서로 탈북 1.5세대의 걱정을 들어봅니다. 탈북 1.5세대. 이것은 부모를 따라서 남한에 입국한 젊은 탈북자들을 말하는데요. 이들 젊은 탈북자들은 부모 세대들과는 달리 남한 정착과 적응 속도가 빠르다고 합니다. 입국한지 1-2년만 되면 이들의 말투나 옷 모양은 남한에서 태어난 젊은이들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고 또 새로운 문화에 대한 적응도 부모들보다 빠르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직업이나 진로 문제에 있어서 이들 젊은이들은 부모 세대와 같은 고민을 한다고 합니다. 남한에 정착해 지금 대학을 다니고 있는 탈북자 출신 학생의 얘기를 들어봤는데요.

<저는 동국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최정은 이라고 합니다.>

지금 들으신 데로 대학교 2학년생입니다. 예전 같았으면 대학 2학년이면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며 대학생활을 즐길 때 이지만, 최정은 씨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다고 합니다. 바로 대학 이후에 닥쳐올 취업문제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걱정은 많이 하고 있다. 아직까지 준비한 부분은 없지만 걱정은 많이하고 있다.>

최정은 씨는 졸업한 뒤 공무원이 되길 희망 한다고 합니다. 남한에서 공무원이란 직업은 분야도 다양하고 급수도 다양하지만 전반적으로 인기가 많은 직업입니다. 민간 기업보다 보수는 적은 편이지만 안정적이고 오랫동안 직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정년퇴직을 하면 퇴직금과 연금이 보장되어 있어 많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직업 중에 하나가 공무원입니다. 그렇지만 인기가 높은 만큼 공무원 이란 직업을 갖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많이 어렵다. 특히 영어 같은 부분에서 토익점수도 한국학생들보다 미달 되니까. 취업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최정은 씨가 얘기하는 '토익'이라는 것은 영어능력 평가시험인데요. 요즘 취직하는데 '토익'시험은 필수라고 합니다. 세계화 시대에 맞춰 많은 한국기업들이 세계로 진출하면서 영어는 필수가 되었기 때문에 영어능력은 직장을 구하는데 있어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어 버렸습니다. 남한에서 태어난 젊은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교에 영어를 배우고 또 사교육을 통해 영어를 배우고 그것도 모자라 외국으로 어학연수 까지 다녀와 영어실력을 쌓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밟지 못한 탈북 1.5세대들에게 영어는 커다란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주 가끔은 탈북자 학생들에게도 어학연수나 유학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는데요.

<많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고. 많이 노력해야 교회 같은 곳에서 보내준다고 하는데. 그것은 드문 경우라서 탈북자 학생들이 유학을 간다 던가 어학연수를 가는 것은 어렵다고 보면 된다.>

최정은 씨도 다른 남한 학생들처럼 어학연수를 떠나 영어능력을 키우고는 싶지만 지금 현재로서는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말합니다.

<학점 관리를 잘 하고 있고 영어공부도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고, 앞으로 기회가 되면 외국도 나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탈북자 출신 대학생 최정은 씨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영어능력 하나 뿐만은 아닙니다. 최정은 씨의 부모 세대, 그러니까 탈북 1세대들이 남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는 가장 큰 문제이기도 한데요. 남한 사람들의 탈북자들에 대한 편견입니다. 탈북 1세대들은 아주 힘들게 직장을 잡는다 하더라도 그 직장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한의 직장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또 일부 남한 사람들의 편견 때문에 이렇게 직장을 쉽게 그만 둔다고 하는데요.

이 때문에 남한의 고용주들은 탈북자들은 일을 잘 하지 못한다는 편견을 갖게 되고 탈북자들은 탈북자들을 차별한다는 편견을 가지게 돼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문제는 이런 악순환이 탈북 1.5세대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최정은 씨만 보더라도 말투나 외모에서 보면 탈북자인지 아니면 남한에서 태어난 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막상 취직을 하려고 하면 북한 출신이라는 것이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아빠, 엄마 보다는 조금 괜찮지만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다. 특히 면접을 볼 때도 이력서를 보면 북한에서 학교를 다닌 것으로 나오니까. 면접 볼 때부터 북한에서 왔다는 것이 마이너스가 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노력을 하지만 최정은 씨 앞에 놓여진 이런 걸림돌들은 마치 자신의 장래를 가로막고 있는 태산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최정은 씨가 고민하고 있는 이런 문제들은 최정은 씨 한사람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대학을 무사히 졸업한 최정은 씨의 탈북자 선배들 중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드물다고 합니다.

<아주 가끔은 있기는 한데 아주 극소수라서 잘 모르겠다. 저희 과 선배들 중에서도...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탈북자 출신 대학생들의 취업 고민에 대해 들으셨지만 사실 취업문제는 탈북자들만의 고민이 아닙니다.

<직장구하는 것 진짜 힘들죠. 직장을 못 구하니까 다들 외국으로 나가려하고 대학원으로 가서 더 공부하려고 하고, 아니면 대학에서 졸업을 유예하려고 한다. 학생신분을 유지하기 위해서...>

영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 온 남한 학생의 얘기인데요. 남한 대학생들이 대학 생활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있다고 하는데요. 기말 고사도 아니고 학점을 박하게 주는 교수님도 그리고 성격이 깐깐한 조교도 아닙니다. 바로 '졸업'이라고 합니다.

이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집니다.

'행복의 일터' 오늘은 첫 순서로 탈북 1.5세대의 고민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