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일터] 진로 선택

북한이탈주민 정착교육기관인 통일부 하나원은 지난해 10월 탈북 청소년의 일반학교 진학을 지원하기 위한 예비학교를 개교했다.
북한이탈주민 정착교육기관인 통일부 하나원은 지난해 10월 탈북 청소년의 일반학교 진학을 지원하기 위한 예비학교를 개교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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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행복의 일터에 이규상입니다.

'장래에 꿈이 무엇이냐?', '나중에 커서 무엇이 되고 싶으냐?' 남한의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자주 묻는 질문 중에 하납니다.

그렇지만 남한에 막 정착한 탈북자 청소년들에게는 이러한 질문이 생소하기만 하다고 합니다.

자신의 진로와 미래를 자기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사회에 살다가 자신의 미래를 자기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사회에 들어온 탈북 청소년들에게 직업과 진로는 꼭 한번 고민해야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오늘 행복의 일터에서 탈북 청소년들의 진로문제에 대해 살펴봅니다.

직업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경제적 수단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아실현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어린 나이 때부터 내가 커서 무엇이 될 것 인가, 어떤 직업을 갖게 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지만 남한에 막 정착한 탈북 청소년들을 보면 이러한 고민을 하는 친구들은 드물다고 합니다.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 학교인 자유터 학교에서 학생들의 진로문제를 상담하고 있는 김경희 간사는 탈북청소년들이 북한에 살고 있을 때 직업이나 진로문제는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직업 자체가 북한에서는 자기가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부모의 계급에 따라서 자기의 직업이 결정되고 평생 그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북한 사회 이다 보니, 직업 자체를 생각해 볼 기회는 없다.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부모들도 북한에서 자신들이 하고 싶었던 일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부모 역시도 직업에 대한 생각을 할 때 자기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정해주기를 바란다.>

탈북자 학생들은 남한에 입국해 새로운 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직업에 대한 가치관을 배우고 자기의 미래를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이러한 과정은 하루 이틀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김경희 간사는 말합니다.

<그것도 역시 쉽지 않다. '내가 무엇이 되고 싶다'라는 것을 정하기 이전에 먼저 직업에 대한 가치관 그리고 내가 이사회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종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지만 친구들이 이런 것을 깊이 생각할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TV를 보고 '아 저것이 멋있겠다. 나도 한번 해 보아야겠다' 이정도이다.>

자신의 미래나 진로를 선택하는 것은 남한에서 성장한 청소년들에게도 쉬운 과제는 아닙니다. 자신의 재주가 무엇인지. 어떤 직업이 자기 적성에 맞는지 그리고 어떠한 일이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줄 지는 자기 스스로도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남한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직업적성검사를 한 두 번 쯤 합니다.

직업적성검사는 개인이 어떤 직업에 알맞은 자질이나 능력을 지니고 있는가를 조사하는 검사로, 신체검사와 일반지능검사 그리고 성격 검사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직업적성검사가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정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람이 어떤 분야, 예를 들어 인문분야나 이공분야 또는 예술분야에 적성이 맞는다는 커다란 방향을 제시할 뿐 구체적인 직종이나 업종은 본인 스스로 결정해야 합니다.

직업적성검사는 그나마 탈북청소년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검사이지만 탈북 청소년들은 최근까지만 해도 큰 도움을 얻지 못했다고 김경희 간사는 말합니다.

<직업적성검사를 하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탈북청소년들의 수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진단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예전에 남한 학생들이 사용하던 진단지를 썼을 경우에는 진단결과가 학생 개개인과 너무 달랐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1대1로 상담을 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고맙게도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진단지가 최근에 만들어 졌다. 아직 시중에는 나오지 않고 연구원을 통해 우리학교에서만 사용하고 있는데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았다.>

남한에 입국해 중, 고등학교 과정을 거친 학생들 중에 일부는 대학진학을 선택합니다. 그런데 대학에 들어가면 전공과목을 선택해야 하는데요.

전공과목 선택은 자신이 대학을 졸업한 뒤 어떤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될지 정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탈북학생의 상당수가 중국어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탈북 하는 과정에서 중국을 거쳐 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남한 학생들보다는 중국어 실력이 더 높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김경희 간사는 탈북학생들의 이러한 선택도 직업과 진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이 친구들이 남한사회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했다고 본다. 대학에 들어가서 남한 학생들과 경쟁을 해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중국어과만 예를 들자면 남한 학생들은 듣기와 말하기가 안 된다. 그렇지만 탈북학생들은 생존 중국어를 하다보니까 말하기와 듣기를 잘한다. 그래서 학교에 입학하면 처음에는 월등하다. 그렇지만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은 남한 학생들은 말하기와 듣기가 부족하지만 대학에서 2년 3년 공부를 하다가 중국으로 교환학생으로 가게 된다. 남한 학생들이 교환 학생으로 6개월에서 1년 가 있게 되면 완전히 역전이 된다. 그리고 가장 큰 것은 중국어를 잘하는 학생들은 영어도 어느 정도 잘 한다. 그렇지만 탈북학생들은 중국어만 한다. 아직까지 남한사회는 중국어만 잘한다고 해서 취업을 하기에는 힘들다. 우리 친구들이 그 사실을 잘 모른다. 자신이 무엇을 하나 잘 한다고 해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회의 상황 등을 고려를 해야 하는데 그 고려가 부족한 것이다.>

이렇게 여러 면에서 탈북청소년들의 진로선택이나 직업선택이 남한 학생들과 비교해서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탈북 청소년들의 진로를 상담하는 김경희 간사는 탈북청소년들이 진로선택을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좋은 습관을 길러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내가 잘하고 내가 잘할 수 있고 내가 하고 싶은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을 위해서 나의 습관은 어떤지를 파악을 해야 한다. 내가 a 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 내가 어떠한 역량을 키워야 하는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성실한 모습들을 갖춰야하는지를 우리 친구들이 잘 모른다. 남한 친구들 같은 경우는 유치원부터 책상에 앞에 앉아서 공부를 하고 이러한 습관을 길러 왔는데 우리 친구들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습관이 중요한데 이런 습관부터 고치고 성실하게 노력하는 그런 모습들이 많이 필요하다.>

행복의 일터 오늘은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자유터 학교의 김경희 간사로부터 탈북청소년들의 진로 문제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이시간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