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일터] 공무원

0:00 / 0:00

안녕하십니까? 탈북자들의 직업문제를 살펴보는 행복의 일터입니다.

남한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를 합쳐 약 100만 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있습니다. 채용범위가 넓고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이유로 공무원은 남한에서 인기 있는 직업 중에 하납니다.

하지만 탈북자 사회에서 공무원이란 직업은 생소하기만 합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의 수가 2만 3천 여 명에 이르고 있지만 탈북자 출신 공무원의 수는 0.1%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지만 최근 경기도가 앞장서서 탈북자 공무원 채용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경기도는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탈북자를 공무원으로 채용한 곳이기도 한데요. 오늘 행복의 일터에서는 경기도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 탈북자로부터 남한에서의 공무원 생활은 어떤지 들어봅니다.

지금 경기도에는 약 20여명의 탈북자들이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비록 정규직 공무원이 아닌 계약직 공무원이기는 하지만 경기도는 남한 내에서 가장 많은 탈북자를 공무원으로 채용한 지방자치단체입니다.

지난 2010년 경기도 공무원으로 채용된 한미숙(가명)씨는 우연한 기회에 공무원이란 직업을 갖게 됐다고 말합니다.

<공무원이 된다고는 생각도 못했다. 일반 회사를 다니면서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정착을 잘했다고 판단을 하고 무엇인가 대한민국에 보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진 것이라고는 노동력 밖에 없어 주말에 자원봉사라도 하기로 했다. 자원봉사도 뭔가 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한 달에 한번 씩 자원봉사를 시작하면서 탈북자도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도전을 해 봤다.>

한미숙 씨를 비롯한 탈북자 출신 공무원들 중에서 아직 고급 공무원이나 핵심적인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남한에서 일반적으로 말하는 공무원직은 1급에서 9급으로 분류되는데 정부의 차관보나 경찰청장 등 고위 공무원들은 1급 공무원에 해당하고 경찰서 소속 순경이나 소방서에서 일하는 소방사 등은 9급 공무원에 속합니다.

대다수 탈북자 공무원들은 지역에 있는 다른 탈북자들의 민원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북한이탈주민의 정착을 돕는다. 저희가 북한 이탈주민이다 보니까 다른 이탈주민들에 대해 더 잘 알고 심정을 잘 이해하니까 나라에서 이탈주민 공무원을 뽑은 것 같다. 그들의 정착을 돕고 상담도 해 주고 또 그들에게 어려운 사정이 생기면 복지기관들과 연결해 주는 일을 한다.>

한미숙 씨는 공무원이 되기 이전에 사무직 직업을 가졌던 경험이 있었지만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경험부족으로 종종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합니다.

<힘든 부분이 있다. 북한과 남한의 교육차이가 있다. 남한의 공무원들은 엘리트층이다. 몇 백대 일의 경쟁을 시험을 봐서 통과한 사람들이라서 우리하고는 학벌 차이도 나고 그런 부분에서 우리가 모자란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한국의 공무원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을 탈북자 공무원들이 해 낼수 있다는 점에서 항상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미숙 씨는 말합니다.

<여기서도 북한이탈주민재단에서 전문 상담원을 보낸다. 그렇지만 그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다. 해결하지 못할 때 우리를 부른다.>

비록 같은 고향사람을 상대로 상담을 하고 민원을 해결해 주는 일이기는 하지만 항상 쉽게 일이 풀리는 것은 아니라고 한미숙 씨는 말합니다.

<같은 북한 이탈주민이라고는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북한 이탈주민들이 원래 마음을 잘 열지 않는다.>

또 한 가지 탈북자출신 공무원들의 일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이들의 직위입니다. 정식 공무원이 아닌 계약직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다른 탈북자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어떤 경우에는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한미숙 씨는 말합니다.

<저희가 계약직이라 상담을 하기 전에 계약직이라고 밝힌다. 그들은 계약직이라면 언제든 잘릴 수 있는 사람들인데 내 사정을 알아서 무엇 하냐고 말한다. 그럴 때 마다 공무원이 된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렇다고 시간제 계약직이라고 해서 보수나 혜택 면에서 탈북자들이 홀대를 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뒤 떨어지는 것은 없다. 다만 계약이 1년 단위로 5년 동안 하고 그 이상 할 수 없다. 그런데 우리 나이가 40대가 넘었기 때문에 5년 후에 이 계약직을 그만두고 나오면 받아줄 회사가 있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

탈북자 공무원들의 이러한 고민과 탈북자들의 공무원 채용을 더 확대하기위해 경기도 측은 오는 2013년까지 현재 고용된 계약직 탈북자들을 정식 공무원으로 전환하고 더 많은 탈북자들에게 기회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미숙 씨는 이러한 경기도 측의 노력이 앞으로 탈북자들의 남한 정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경기도가 그것은 잘 했다고 생각한다. 지금 탈북자들을 위한 좋은 정책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좋은 정책보다는 그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마음을 풀어주는 것이 더 급하다. 어떤 이들은 탈북자들을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들이라고도 말한다. 북한이탈주민 출신 공무원이 많아지고 북한이탈주민이 운영하는 회사들이 많아지면 이들이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 까 생각한다.>

앞으로 경기 도 뿐만 아니라 다른 지방단체에서도 탈북자들의 공무원 채용을 더 늘릴 계획이어서 탈북자 출신 공무원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숙 씨는 앞으로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다른 탈북자들은 경쟁력을 가추기 위해 지식을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탈북자를 위한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대한민국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고 준비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북한 이탈주민들의 일을 내 일처럼 처리할 수 있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현재로서는 탈북자 공무원들의 업무 분야가 다른 탈북자들의 민원을 돌봐주는 것에 제한되어 있지만 앞으로 더 많은 탈북자들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진출하게 되면 그들의 업무 분야나 전문 분야도 더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미숙 씨는 앞으로 자신이 계속해서 공무원으로 일하게 된다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문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회복지 쪽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행복의 일터 오늘은 탈북자출신 공무원으로부터 남한의 공무원직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