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일터] 탈북학생들의 대학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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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남한에 살고 있는 탈북자들의 직업문제를 살펴보는 행복의 일터입니다.

남한에서 고등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80%가 넘습니다. 10명중 8명의 학생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대학 진학률은 미국이나 일본 또는 유럽 국가들을 뛰어넘어 전 세계 최고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남한에 정착하는 탈북청소년들의 대학 진학률도 남한 학생들 못지않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탈북학생들의 경우 대학교육을 따라가지 못해 도중하차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왜 이런 현상이 일고 있는지 오늘 행복의 일터에서 알아봅니다.

2012년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의 수는 2만3천여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부모를 따라 남한에 입국한 청소년들도 많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남한에 입국하기 전 제3국을 떠돌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 학생들이 남한에 입국하면 중고등 학교에서 뒤처진 공부를 따라잡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하지만 이들 학생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거나 고등학교 학력을 인정해 주는 검정고시를 합격하면 남한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진학의 길을 걷는 것이 보통입니다.

한 탈북자지원단체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남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탈북자 학생 중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80%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것은 남한 학생들의 대학진학률과 같은 수준입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손유미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탈북청소년들은 특별전형으로 대학을 많이 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경쟁을 뚫고 들어가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탈북청소년들에게는 이러한 배려나 기회가 주어진다. 문제는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가서 지속적으로 공부를 하지 못하고 중간에 탈락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남한에서 대학을 다니는 탈북자 학생들의 수는 약 1000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중에서 휴학이나 자퇴를 하는 탈북자 대학생들의 수가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의 이강주 연구위원은 오랜 외국생활에 따른 기초학력 부족으로 대학교육을 따라가지 못해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합니다.

<우선 대학에 들어가기 전에 한국생활을 얼마나 오래 했나가 중요하다. 초등학교부터 남한에 입국해 학교를 다니면 대학교에서 그럭저럭 잘하는데, 중고등학교에 와서 속성으로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가면 수학 능력이 떨어진다. 특히 영어가 그렇다.>

일부 전문가들은 탈북자 대학생들이 대학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로 남한 직업문화에 대한 이해 부족과 자기 자신의 적성에 대한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지만 이강주 연구위원은 탈북자 학생들의 가장 큰 걸림돌은 학업문제라고 말합니다.

<직업에 대해 충분히 모르고 자기 적성에 대해 파악할 기회가 없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직업적성에 대한 문제 보다는 기초학력 부족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졸업을 한 다음 취업을 해서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대학진학률보다 졸업율이 떨어지는 것을 보면 전반적인 학과에서 다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과의 특성 문제 보다는 전반적인 대학에서의 수학 문제로 본다.>

대부분의 탈북자 학생들은 자신들이 남한 학생들에 비해 기초교육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남한에 입국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을 성공에 척도로 삼고 있기 때문에 무조건 대학에 진학하고 보는 성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이강주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북한의 대학진학률은 상당히 낮다. 대학에 진학한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영예라고 생각한다. 또 중요한 특징은 좋은 대학을 많이 간다. 명문대학을 가고 싶어 하는 욕구가 많이 있다. 이것은 남한에 들어올 때부터 가지고 있는 생각이기도 하다. 이미 많은 정보를 알고 들어오기 때문에 이것은 남한의 학벌중시 경주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라기보다 원래부터 그런 목적을 가지고 들어왔다고 볼 수 있다.>

탈북자학생들의 대학진학에 있어 또 한 가지 문제는 전공 분야가 편중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어학과를 많이 선택한다. 중국을 들렸다 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1학년 때는 회화가 잘 되니까 잘 되지만 2, 3 학년으로 올라가면 중국어 독해라든가 교양이 많이 필요한 과목에 들어가면 따라가기가 힘들어진다.>

이강주 연구위원은 탈북자 대학생들이 이렇게 특정 분야 전공에 몰리고 있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아무래도 진로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기회가 없어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유아교육과 사회복지과로 많이 가는데 남한사회 정착과정에서 많이 접한 직업이라 그럴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회생활도 그렇고 부모로부터 진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남한 학생들 보다 적기 때문에 편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손유미 연구위원은 많은 탈북청소년들이 남한의 직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것은 물론 부모의 의지에 따라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많아 탈북학생들의 전공 선택이나 직업 선택이 다양하지 못하다고 말합니다.

<탈북청소년들의 인식 자체가 남한 사회를 잘 모르고 있기 때문에 부모들이 원하는 분야로 많이 가려고 한다...>

이강주 연구위원도 탈북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에 맞고 지속 가능한 대학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아주 이른 시점부터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고등학교 단계에서 직업에 대해 탐방하면 편협 되기 때문에 중학교 때부터 자기의 적성에 맞춰서 진로를 설계 할 수 있는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이렇게 대다수의 탈북자 학생들이 남한학생들과 마찬가지로 대학진학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은 남한의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학업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학생들은 어떤 진로의 선택이 있을까요? 이 문제는 다음 시간에 집어봅니다.

행복의 일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