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남한에 정착한 북한 이탈주민의 직업문제를 살펴보는 행복의 일터입니다.
남한에 입국하는 탈북자수가 2만3천명을 넘어선 가운데 부모를 따라 들어온 청소년들의 수도 계속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남한에 입국하기 전 중국과 같은 제3국을 거쳐 들어오기 때문에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한 경우가 드뭅니다.
일단 남한에 입국하면 탈북자 학생들에 대한 남한정부의 여러 가지 지원으로 학교에 입학은 하지만 많은 학생들이 졸업하지 못하고 도중하차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남한에서 학교를 마치지 못한 학생이나 처음부터 취업의 길을 걷는 탈북청소년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 행복의 일터에서 이 문제를 살펴봅니다.
남한에 입국한 탈북 청소년들 중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청소년들의 수는 약 1800여 명입니다.
남한정부는 탈북청소년들의 빠른 적응을 위해 탈북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를 만들고 있지만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는 전체 탈북자 학생들의 10%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탈북자 학생들은 다른 남한 친구들과 함께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이라는 얘기인데요.
이들 학생들은 다른 남한 학생들과 비교해 학업에서 뒤떨어져 있고 또 문화적 격차도 커서 학교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탈북학생들 중, 학교를 마치지 못하고 중도 탈락하는 학생의 비율은 7%나 되는 것을 알려졌습니다. 이것은 일반 남한 학생들의 탈락률 보다 일곱 배나 더 많은 수입니다.
대학에 들어가면 탈북학생들의 탈락률은 더 커집니다.
일단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에 진학하는 탈북학생들의 수는 10명중 8명꼴입니다.
이것은 남한 학생들의 대학진학률과 같은 수준인데요. 그렇지만 대학 졸업률은 남한학생들에 비해 크게 떨어집니다.
탈북청소년들의 교육기관인 셋넷학교의 박상영 교장은 탈북학생들의 도중탈락이 남한 학생들 보다 두드러진 근본적인 이유는 기초학력 부족이라고 말합니다.
<일단은 준비가 되지 않았다. 탈북청소년들이 남한사회에서 살아 남기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보니 대부분 남한 청소년들은 대학에 간다. 10명중 7.8명이라는 통계가 나오듯이.
그러니까 우리도 대학을 가야겠구나 하는데 실제로 이 아이들이 북한에서 공부를 초등과정정도 밖에 못했거나 했더라 하더라도 우리와 교육체계와 내용이 틀리기 때문에 남한에 와서 대학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합당한 준비와 역량을 갖추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불과 2-3년 내에 검정고시와 같은 짧은 수학기간을 통해서 대학을 무시험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 약 70%이상은 탈락하고 만다>
일부 탈북학생들은 남한에 입국하기 전부터 학업에 마음을 두고 남한에서 대학진학을 계획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탈북학생들은 무조건 대학에 가야 한다는 남한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려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라고 박상영 교장은 말합니다.
<내가 만난 학생들의 대부분은 남한에 와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남한을 가겠느냐 미국에 가겠느냐고 선택을 물을 때도 남한이 어디냐고 묻는 학생들이 많다. 대학을 못가기 때문에 탈북 한다기 보다는 경제적 문제라든지 또는 가족이 이미 와해 된 상태에서 엄마를 찾기 위해 중국에 간다던지 하는 상황에서 탈북해서 남한에 와 보니 그 부모나 당사자들이 여기서는 대학에 가야만 사람대접을 받는다는 생각에 대학진학을 결정한다.>
대학에 진학한다 하더라도 탈북학생들이 선택하는 진로는 아주 편중되어 있습니다. 탈북자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전공은 중국어나 사회복지 등 일부에 편중 되어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탈북자 학생들이나 부모들이 남한에 직업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탈북자 학생들의 진로를 지도하는 선생님들과 상담사들이 가능한 빨리 이들을 남한 사회에 적응시키기 위해 그들의 장점을 살린 전공분야를 권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본인이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만 탈북 청소년들의 진로와 정착을 돕는 사람들이 이 아이들과 상담하고 지도하면서 중국어를 선택하게 한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중국에서 5년 내외 체류하는 학생들이 많아 중국어를 잘한다. 상대적으로 이 학생들이 영어가 약하니까 중국어로 할 수 있는 학과를 선택해서 앞으로 중국이 커가니까 그쪽에서 역할을 찾아보라는 권유다.>
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한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도 결국은 기초교육 부족과 적성에 맞지 않아 대학을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이 아니라 처음부터 학업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의 진로입니다. 박상영 교장의 말입니다.
<현재는 안타깝지만 방황하거나 어찌할지 모르는 아이들에 대해서는 사실상 남한에서 제대로 된 지원체계가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미미한 정도다. 대부분 학생들은 알바를 하거나 비정규적인 일을 통해 자본주의 하부구조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셋넷학교는 탈북학생들의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진로지도를 위해 새로운 방식의 진로 설계에 나섰습니다. 서울에 학교를 둔 셋넷학교는 지난 4월 남한의 지방도시인 원주에 추가로 학교를 설립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과는 다른 진로 교육을 탈북학생들에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기를 원하는 학생들에게는 대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대한 기초학력을 키워주지만 학생들이 꼭 대학에 진학하지 않더라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입니다.
<셋넷학교가 탈북학생들과 약 10년 넘게 만나다 보니까 초반 5년 동안은 학생들이 대학을 가고 싶어 해서 대학을 갈수 있는 지원을 해주었다. 그런데 능력이 안 되고 준비가 안 되서 중도 탈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들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수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4, 5년 전부터 고민을 했다. 이 아이들에게는 남한 아이들처럼 똑같이 대학을 가서 경쟁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아이들이 자기 적성과 진로에 맞는 직업과 자격증을 취득하게 해서 서울처럼 거대도시가 아닌 30만 정도의 자족적인 소도시에서 정착할 수 있게 돕는다면 이 아이들이 더 행복해 지지 않을까...>
셋넷학교가 실시하고 있는 탈북학생들에 대한 진로교육은 이제 시험단계에 있습니다.
도시에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학생들보다 지방도시에서 미래를 설계하는 학생들이 더 행복해 질 수 있는 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하지만 벌써부터 그 가능성이 보여지고 있다고 박 교장은 말합니다.
<서울지역에 있는 탈북청소년들과 지역에 있는 탈북청소년을 비교할 단계는 아니다. 그 이유는 대다수 탈북자들이 서울과 수도권지역에 있어야지만 자신이 성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에 많은 친구들이 아직도 지역중심의 삶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박상영 교장은 남한정부가 탈북자 학생들에 대해 적극적인 지원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환영을 하는 입장이지만 학생들 개개인의 역량에 맞는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정부에서는 나름대로 정치적인 배려를 한 것이다. 남과 북이 통일되는 시점을 15년 전후를 보는 학자들이 많은데. 그 시대에는 통합을 이끌어갈 수 있는 남과 북의 젊은 리더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탈북청소년들 중에서도 무엇인가 꿈을 가지고 열심히 하는 학생들에게 대학 교육을 시킨다는 정책적인 배려 같다. 그 방향은 맞다고 본다. 다만 그 정책은 좀 더 수준별로 가려서 능력 있는 친구들은 중점적으로 리더십 교육을 시키고 그 이외에 역량이 안 되거나 다른 적성과 소질을 가진 청소년들을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직업훈련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개발해서 지원해 주는 체재가 갖춰져야 한다고 본다.>
지금 셋넷학교 원주 캠퍼스에는 약 9명의 학생들이 중장비 기술과 요리 기술 등을 배워 자격증 취득을 하고 있습니다. 이들 학생들이 지역 사회로 배출돼 얼마나 성공적으로 적응하느냐에 따라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떠도는 다른 탈북청소년들의 진로 결정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박상영 교장은 기대합니다.
행복의 일터 이번 주 순서를 마칩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