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일터] 취업에 영어는 필수

주한영국대사관(대사 마틴 유든)의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영어프로그램 출범식(English for the Future Programme)' 행사 모습.
주한영국대사관(대사 마틴 유든)의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영어프로그램 출범식(English for the Future Programme)' 행사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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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에 입국한 탈북자들에게 정착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보면 상당수가 언어 소통이라고 말합니다.

특히 남한에서는 널리 사용되고 있는 영어를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영어는 단순한 언어소통 문제 뿐만은 아닙니다.

남한에 국제화,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학생들은 물론 직장인들에게 영어는 필수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지만 영어는 탈북학생들이 넘어야 하는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행복의 일터 오늘은 탈북자들의 영어 교육에 대해 살펴봅니다.

<특히 영어부분에서 토익점수가 많이 미달되니까... 기업에서 볼 때 영어 때문에 2년 이상 유학을 갔다 왔다고 하면... 영어와 수학이 가장 어려웠고...>

탈북자 출신 학생이건 남한에서 태어난 학생이건 영어는 취업을 앞둔 사람들이 가진 공통적인 걱정입니다.

직장을 구하는데 있어 영어는 기본이 된지 오래입니다.

세계화가 확산되고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영어의 중요성이 절실해 지면서 남한에서는 영어에 대한 교육열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아마 남한사회에서 영어의 중요성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드물 것입니다.

이렇게 영어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남한 학교에서의 영어 교육도 점점 강화되고 있습니다.

80년대 남한에서는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영어교육을 실시했지만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이후 영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1997년부터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실시하게 되고 최근에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남한 학생들의 영어실력은 크게 향상되었지만 그만큼 교육열은 더 치열해 졌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만으로는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기 때문에 부모들은 학원과 같은 사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영어실력을 향상시키고 심지어는 초등학교 때부터 외국으로 조기 유학을 보내 영어를 가르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학생들의 사정은 그렇지 못합니다.

물론 최근 들어서 북한에서도 영어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고 또 영어 교육도 과거에 비해 많이 활성화 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영어가 생활화 된 남한의 학생들과는 경쟁이 안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탈북과정에서 몇 년 동안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없었던 탈북자 학생들에게는 영어가 적지 않은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부족한 영어교육을 보안하기 위해 남한당국은 한겨레학교와 같은 탈북자 대안학교에 원어민 강사를 고용해 학생들에게 높은 수준의 영어를 교육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탈북자 학생들은 말합니다.

<저희 학교도 대안 학교인데 전체적으로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는 분위기가 아니였다. 정착을 도와주는 분위기 정도 였다. 영어 수업이 있기는 있었지만 그냥 수업에 참가하는 정도였다. 몇 명 영어에 관심있는 학생들만 선생님들을 따라다니며 배우는 수준이었다.>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도 남한 학생들의 영어를 따라잡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름 영어 학원을 다니고 책을 사서 열심히 독학하지만 언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배워지는 것도 아니고 또 아주 어려서부터 영어를 배워온 남한 학생들과의 경쟁은 쉽지 않습니다. 다른 남한학생들처럼 외국으로 언어 연수를 다녀올 수도 있지만 남한 정착에도 숨 가쁜 탈북자 학생들에게는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 부터 탈북자 학생들도 외국으로 유학을 가 언어를 배우고 다른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미국에서 영어 공부를 하고 또 현지 직장에서 견습생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웨스트 프로그램'입니다.

'웨스트 프로그램'은 지난 2008년 8월 청년 취업대책의 일환으로 이명박 남한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것으로 남한의 대학생들이 1년 동안 미국 현지에서 영어를 배우고 또 취업연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부터는 10여명의 탈북자 학생들도 이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미국 내에서 어학연수와 취업연수를 받고 있는데 그 중 다섯 명이 이곳 워싱턴 인근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수업 받는 소리>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 주의 풀브라이트 칼리지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 탈북자 출신 대학생 최영미 씨는 북한에서 부터 영어를 배웠지만 미국에 직접 와서 배우는 영어는 수준이나 질 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말합니다.

<외국인들에 대한 울렁증이 없어졌다. 틀리던 맞던 그냥 말하니까.>

풀브라이트 칼리지는 외국인 학생들에게 영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로 탈북자 출신 학생들 이외에도 남한의 학생 수십 여 명이 이곳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남한 학생들의 경우 수강료를 비롯해 숙식비와 생활비 등으로 한 달에 약 2천 달러가 유학비로 지출 되지만 탈북자 학생들의 경우 학비와 생활비가 한국정부로부터 지원되고 또 숙식은 미국인 가정에서 현지인들과 함께 살고 있어 경제적인 부담은 전혀 없습니다.

탈북자 학생들을 위한 유학프로그램은 웨스트 프로그램뿐만 아닙니다.

지난 3월 주한 영국 대사관은 탈북자 학생들에 대한 영어교육과 취업연수를 지원하기 위한 장학금 제도를 만들었습니다.

이 장학금 제도는 만 18세 이상 탈북자 50명을 대상으로 영국문화원에서 1년간 무료로 영어 교육을 시키고 이중 우수한 학생을 선발해 영국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 밖에도 교회나 민간단체들이 운영하는 탈북자 학생들을 위한 유학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탈북자 유학지원 제도들은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남한에는 지금 약 800여명에 이르는 탈북자 학생들이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이들 학생들에게 골고루 유학과 언어연수의 기회가 돌아가기에는 아직도 예산과 관심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행복의 일터 다음 시간에는 미국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는 탈북자 학생들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알아봅니다.

진행에 이규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