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다음 주 월요일, 그러니까 오는 8월 15일은 예순여섯 번째 맞는 광복절입니다. 1945년 광복의 기쁨을 실감할 겨를도 없이 조국은 남북으로 분단되어 어언 66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분단 66년이 가져다 준 남과 북의 엄청난 격차는 장차 통일한국의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간에는 분단이 가져온 남과 북의 차이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김현아: 네 안녕하셨어요?
오중석: 김 선생님, 다음주 월요일 오는 8월15일은 조국이 일제에서 해방된 지 66주년이 되는 광복기념일인데요. 광복절은 우리 민족에게 의미 깊은 날이기도 하지만 한편 생각하면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는 시발점이 된 날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김현아: 네. 저희는 북한에서 8월 15일 나라가 광복되자마자 9월 초순에 미군이 남조선에 진주했고, 결국 남북이 갈라졌다고 배웠어요. 8월 15일하고 9월 초면 며칠 차이 안나니까 결국 우리나라는 광복과 동시에 분단이 시작됐다고 말해도 하나도 틀리지 않다고 생각해요.
오중석: 네, 그런데 남한에서 저희들이 배우기는 일제 식민지 시기에 미국이 일본하고 전쟁해서 승전국이 되지 않았습니까? 미군이 일제 식민지에서 조국을 해방시켜 준 은인이라 미국 주둔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 같은데요. 그러면 해방 후에 소련군은 북한에 오지 않았습니까?
김현아: 북한은 또 설명을 다르게 하고 있어요. 해방을 시킨 게 소련군이라고 했거든요. 일본이 북한, 특히 동북지방을 강점하고 있었잖아요. 소련의 상대가 관동군이었고, 백만 관동군을 소련이 물리쳤고, 그래서 소련이 북한으로 진주한 것은 당연한거고 소련을 해방의 은인이라고 했거든요. 그런데 그 내용도 다시 수정했어요. 지금은 김일성을 선두로 한 항일 빨치산에 의해 조국이 광복됐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오중석: 한반도 분단의 책임이 미국의 남한 주둔에 있고, 소련군이 북한에 온 것은 문제가 안 되고, 결국은 해방도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 운동이 이루었다고 이렇게 설명한다는 말씀이시죠. 그런데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습니까? 아니면 중간에 바뀌었습니까?
김현아: 처음 45년부터 60년대 초반까지도 조국해방에서 소련군의 역할에 대해 상당히 강조했어요. 그런데 60년대 말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세우면서 그걸 완전히 역사에서 삭제되어버렸어요. 그리고 최근에는 나라가 분단된 책임은 미국에만 있는 게 아니라 소련에도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오중석: 소련도 미국도 다 틀렸다는 거네요.
김현아: 네 그런거죠.
오중석: 미국은 일본하고 전쟁하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희생됐는데요. 남한에 진주해서도 남한에 독립적인 민간 정권을 세우고 바로 물러났습니다.
김현아: 49년에 남한에서 미국군대가 다 철수하지 않았어요. 그건 북한의 조선 현대사에서는 아예 취급 안 하는 거죠.
오중석: 남북분단은 남북 모두에게 민족적 이질감을 심어 주었는데요.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한국전쟁으로 인해 한반도는 사실 세계역사에 보기 드문 민족상잔의 전쟁참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김현아: 남북분단은 물론 남북 양쪽에 서로 다른 군대가 주둔하면서 발생한 일이지만 우리 남북만큼 심한 이질감은 세계 어느 분단국가에 가도 찾을 수 없다고 말해요. 독일도 그렇고 이전에 여러가지 이유로 갈라졌던 적지 않은 나라들이 있었는데요. 세상에 남과 북처럼 이런 원수 사이가 어디에 있습니까?
오중석: 이질감 뿐만 아니라 적대감, 반목, 투쟁의 대상이 되고 있으니까요. 참 한심한 얘기죠.
김현아: 그 근본원인이 전쟁 때문이죠. 북한에서는 6.25를 조국해방 전쟁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사실 전쟁시기에 피해를 입지 않은 가정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전선에서 전사했던가 폭격에 잘못 됐던가, 아니면 폭격에 집이 하늘로 날라갔던가 이렇게 전쟁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이 없어요. 누구는 죽고, 누구는 북한에 끌려가고 이렇게 가슴에 상처가 도무지 아물지 않아 남북이 그야말로 원수처럼 앙앙불락하고 있는거죠. 아마 전쟁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같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그런데 그 전쟁을 누가 시작했습니까?
김현아: 그야 저희는 다 감쪽같이 모르고 살았지만 북한이 한거죠.
오중석: 아무튼 전쟁으로 인해서 남북의 이질감과 적대감이 훨씬 증폭된 것은 사실인데요. 그렇다고 해도 지금 남과 북이 갈라진지 66년 만에 이질감은 다른 민족보다 더 심화하였고 이것이 바로 현대사의 비극이라고 생각합니다.
김현아: 정말 가슴 아픈 일이죠.
오중석: 그런데 이 지구 상에 여러 분단 국가들은 통일이 되거나 다른 나라가 되거나 양단간에 결단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반도만 유일하게 지금도 남북으로 갈려 분단국가로 남아 있거든요. 남과 북이 서로 다 한 나라라고 강조를 하면서 여전히 남의 나라로 남아 있단 말입니다. 왜 우리만 서로 갈라져서 반목하고 있을까요?
김현아: 뭐 근원은 이데올로기죠. 이전 냉전시대에는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이데올로기라고 서로 굳게 믿고 있었고요. 냉전이 지나가고 세상 사람들이 그 시기를 돌아보니 이데올로기라는 건 결국 지배계급이 자기 통치권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게다가 오히려 요즘은 탈 이데올로기 시대라고 하잖아요. 다 그런 입장에 서면 지금은 통일이 되었을텐데 북한은 이데올로기적 사고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요. 게다가 남북한의 형편 차이가 하늘과 땅처럼 변했잖아요. 북한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현 북한 당국자들은 통일이 되는 날에는 결국 자기 권력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니 체제유지, 자기 권력유지라는 이런 관점 때문에 통일에 대해 달갑지 않고, 그야말로 반대세력이죠.
오중석: 완전한 분리국가로 독립하겠다는 속셈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김현아: 네.
오중석: 북한이 붙잡았던 이데올로기는 이미 망해서 소멸해 버렸잖습니까? 그런데 북한은 무슨 이유로 지금도 이데올로기를 앞에 내세워 남한에 대해 우월을 강조하고, 진실을 감추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완전한 독립국가로 떨어져 나가려고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관측도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현아: 그렇지 못하죠. 왜냐하면 북한이 지금까지 주민들에게 조국통일은 민족 최대의 과업이고 수령님 대에 반드시 통일해야 하고, 또 우리 세대에 통일해야 한다고 말해왔어요. 이렇게 통일에 대해 너무 강조했기 때문에 오히려 자기들이 지금까지 선전한 함정에 빠진 거죠. 이제 우리는 독립국가로 따로 살자고 북한 당국이 감히 말할 수 없는 거고요. 또 북한 당국도 '남한 사람들이 그냥 분열해서 살자고 하겠나?', '우리 국민전체도 분열돼서 살자고 하겠나?' 이렇게 생각하겠죠. 그러니까 감히 외부에 우리는 분열을 원한다고 절대 말하지 못하고요. 지금도 통일이 중요하고 조국을 통일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오중석: 북한식 사회주의에 의해 남한을 흡수통일 할 수 있다고 생각 한다는 건가요?
김현아: 그건 포기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겉으로는 물론 그렇게 말하죠. 북한사람들은 통일이라고 하면 남한에 의한 통일은 생각 안 한다니깐요. 당이 바라는 통일은 북한에 의한 통일이고, 남한까지도 주체사상으로 만드는 겁니다.
오중석: 북한 지도부가 아직도 그게 가능하다고 믿고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현아: 저는 겉으로는 그렇게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그러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을까요.
오중석: 저희들이 이해가 안 되는데 그럼 앞으로 어디로 가겠다는 겁니까?
김현아: 한마디로 분단을 고착하겠다는 거죠. 지금은 체제를 유지하고 분단을 고착해 어떻게 요행수로 북한이 발전하게 되면 앞으로 다시 재통일해보자 이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네요. 지금 북한 수준에서 어떻게 재통일 될만큼 힘이 생기겠어요. 통일하자면 힘이 있어야 하잖아요.
오중석: 네 오늘은 암울했던 일제 식민통치에 종지부를 찍었던 조국광복과 분단 66년에 대해서 얘기해 보았습니다. 66년의 세월이 가져다준 남과 북의 격차는 앞으로 다가올 통일시대의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금부터라도 남과 북이 협력해서 경제적 격차와 민족의 이질감 해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을 심각하게 해보면서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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