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졸업과 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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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분단 66년의 세월이 가져온 남과 북의 차이점을 진단함으로써 통일한반도의 미래를 설계해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남한에서는 2월이 되면서 각급학교의 졸업식이 한창입니다. 초중고교를 시작으로 대부분의 대학들이 2월 중에 졸업식을 마치게 되는데요. 요즘 한국사회에서는 대학졸업생들의 취업문제가 최대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오늘은 남한과 북한에서 각각 졸업이 갖는 의미와 현실적 문제를 비교 검토해 볼까 합니다. 오늘도 대담에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요즘 한국에서는 졸업식이 한창이죠? 가족이나 친구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해 손에 꽃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학교 앞을 메우고 있는데요. 학업을 마치고 졸업하는 졸업생들의 마음은 남과 북이 서로 다르지 않겠지요?

김현아: 네 졸업은 다 즐겁죠. 하지만 풍경은 좀 달라요. 북한은 졸업할 때 남한처럼 가족이 꽃다발을 안겨주고, 같이 사진을 찍고 그런게 없어요. 여기 대학 졸업식처럼 학사모나 옷도 따로 없고요.

오중석: 졸업식 끝나고 가족끼리 식사하는 것도 없습니까?

김현아: 네 없습니다. 그저 북한 행사하는 것처럼 줄서서 졸업식 하는걸로 끝나요. 당국에서는 못하게 하는데 대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진 후에 나중에 졸업식 앞뒤 전후로 날을 잡아 어느 집에 모여서 학우끼리 소주나 맥주를 마십니다. 그리고 졸업 사진첩도 못 만들게 했습니다. 왜냐하면 출판통제가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사진을 출판하지 못하게 합니다. 사진이 지금은 디지털화 되어 만들기 쉽지만 이전에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수립하기 이전에 60년대까지는 일일이 찍은 걸 편집해서 앨범으로 출판을 했어요. 그런데 70년대에 엄금하게 됐죠. 이런 앨범은 단체 사진 하나쯤 만들고 각자가 대학 기간에 찍은 사진을 끼워넣을 뿐이지 이전처럼 출판한 앨범을 못 가지는 거죠.

오중석: 졸업앨범이라는건 없군요.

김현아: 네. 물론 힘있는 단위에서는 조금씩 하지만 잘못하다가는 출판법에 걸리거든요. 그렇지만 졸업해서 사회인으로 출발한다는 것은 남한이나 북한이나 같죠. 이제는 교정을 떠나서 새일터로 가서 새로운 사회적인 임무에 대한 무거운 마음, 또 그러면서도 희망이 있죠. 우리때는 그랬지만 지금 사람들도 그런지 궁금하네요.

오중석: 남한의 졸업식 풍경도 보셨죠?

김현아: 어제 북한에서 온 탈북자 친구가 대학에서 박사원을 졸업하고 박사칭호를 받아서 다녀왔습니다. 친구와 가족들이 꽃다발을 안겨주고 축하해주었죠. 그런데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해서 당장 직업이 바뀌는건 아니잖아요. 또 남한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바로 나가는 사람이 별로 없어요. 북한은 고등중학교를 졸업하면 남자들은 거의 다 상당수가 군대로 나가는데 졸업식에 군대 가는 친구들을 바래주는 것이 이채로운 풍경이죠. 또 잘되게 되면 아빠, 엄마가 있는 직장으로 보내지거나 집단배치 되잖아요. 그런데 남한은 고등학교 졸업하고 다 대학가지 바로 직장 가는걸 별로 못봤어요. 요즘에 제 주위에 고 3학생을 둔 부모들이 있는데 어떻게 좋은 대학을 보낼까 고민이더라고요. 제가 만나본 모든 사람들은 자식을 무슨 직장 보낼까에 대해선 전혀 생각이 없어요. 여기는 고등학교 졸업은 대학을 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북한은 졸업하면 대학가는 사람도 있지만 거의 직장, 기본은 군대에 갑니다.

오중석: 남한에서는 고등학교나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을 해서 자신의 생활을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큽니다. 그런데 북한은 학교를 졸업하게 되면 본인의사와 관계없이 국가에서 직장을 배정해 준다고 들었습니다.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나 적성을 감안해 직장을 선택해야 할 텐데 국가에서 배정해준다면 이런 부분들에 대한 배려가 있습니까?

김현아: 제가 남한에 와서 어느 대학에서 강연을 하는데 북한은 대학 졸업하면 국가가 다 직장을 배치해준다고 하니 학생 중에 한명이 '야 좋겠다' 그러는거예요. 북한은 대학을 졸업하면 의무적으로 국가에서 배치를 해주거든요. 어떤 연계성은 있는가하면 어쨌든 자기가 배운 부분으로 국가가 배치를 해주게 되어 있어요. 최근에 한국직업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 중에 남한사람, 북한사람의 직업과 배운 것과의 연계성을 비교해보면 북한 사람들이 훨씬 높아요. 그런데 자기가 배운 학과목하고는 유사하게 배치 되지만, 원래 학교 들어갈때부터 적성고려가 여기처럼 자율적이진 않아요. 북한은 입학할 때 물론 본인의 희망을 적어내지만 그건 참고 사항이지 전적인 고려사항은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남한보다 본인 적성을 고려하는 것이 적죠. 아까 좋겠다고 한 학생에게 제가 '그런게 아니다. 남한에는 북한처럼 한다면 실업자가 한명도 없을 것이다' 라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본인이 원하든 말든 배치되면 가야해요. 알려진대로 최근에는 직장에서 노임을 안주잖아요. 그래도 무조건 그 직장에 출근을 해야 하는거예요. 우리는 북한에 있을때 남한은 실업자가 상당히 많고 그게 남한사회의 취약점이라고 들었는데 아마 남한도 북한식으로 배치를 한다면 실업자가 단 한 사람도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남한은 돈이 작다, 일이 힘들다, 고상하지 못하다, 3D 업종이다 등 여러 이유로 직장을 선택하지 않는데 북한처럼 배치를 한다면 왜 실업자가 있겠어요.

오중석: 또 제가 듣기에는 졸업과 함께 국가에서 직장을 배정해주는 제도가 치열한 취업경쟁을 겪는 남한 젊은이들 입장에서 보면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능력과 실력을 갖춘 사람이 적재적소에 배치되는가 하는 문제는 또 다른 문제가 되겠죠. 한국에 와서 보고 느끼신 직업선택의 자유와 그 장점에 대해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김현아: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내가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능력만 뛰어나면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데 가서 높은 대우를 받으며 일할 수 있어요. 물론 모든 사람이 다 능력이 뛰어날 순 없으니까 인원은 한정되겠죠. 그렇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공한 사람은 그야말로 자기가 가고픈데 가는거예요. 그런데 북한은 그렇지 못해요. 남한에서는 실력으로 1등이라면 돈 한 푼 없는 사람도 하버드 대학도 가고 서울대도 갈수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북한은 성분에 걸리고 빽이 없으면 자기가 희망하는 대학에 가기 힘들어요. 물론 토대만 안걸리면 희망하는 대학에 갈 수는 있어요. 남한은 능력있는 사람들을 기업들이 뽑아 가려고 따라다니며 모시러 오잖아요. 그렇지만 북한은 대학 나온 다음에도 간부배치니까 공부가 그다지 큰 의미가 없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공부에 대한 의욕도 없고요. 대학 때 공부 잘해봤자 별로 소용없다는 인식이 아주 팽배하기 때문에 대학생들이 공부를 잘 하지 않는 거죠. 근데 남한은 그렇지 안잖아요.

오중석: 한국에서는 직업선택의 자유가 철저히 보장되고 있지만 좋은 직장, 월급을 많이 받는 직장은 정말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처럼 봉건왕조시대의 신분제 비슷한 차별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직장에서 신입 직원을 선발할 때는 일정한 기준을 정해놓고 공개적이고 공정한 심사로 선발하고 있지 않습니까? 주로 시험과 면접을 통해 이런 심사가 진행되는데요. 남한의 신입직원 선발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현아: 좋은거죠. 저는 직장 들어갈때 시험친다라는걸 여기와서 처음 들었습니다. 북한은 직장을 배치해주면 좋든 싫든 받아야 하는거예요. 남한은 능력이 있고 원하는 직장에 가고 싶으면 실력이 있으면 되는데 북한은 그게 불가능한거죠. 그러니까 남한 제도가 원래 발전하게 되어 있는거예요.

오중석: 흔히 북한을 병영국가라고 말하고 있지요. 모든 국민을 10년 이상 군복무를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 돌격대다 뭐다 해서 또다시 군대체제에 묶어둔다고 하던데요. 국가가 발전하고 경쟁하기 위해서는 인재를 키워야 하는데 대부분의 젊은 국민을 병사로 만들면 인재는 언제 양성하나요? 남한의 인재양성 제도에 관해 아시는 대로 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김현아: 우리 탈북자들이 남한에 와서 깜짝 놀라는 것이 남한사람들이 너무 공부를 많이 하는 거예요. 그 다음에 능력도 뛰어나고요. 탈북자들이 좋은 일자리 안넣어준다고 불평들을 하죠. 사실 우리가 여기와서 새롭게 배우지 않으면 북한에서 익힌 지식이나 능력 가지고 남한 사람들하고 같이 일하면 우린 그냥 밀리는거죠. 그러니까 기업의 입장에서 볼때 제대로 일하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지 잘 할줄 모르는 사람 데려다 키우긴 싫거든요. 북한에서는 교육제도에 대해서 참 자랑을 많이 해요. 일생공부시키고 일반교육과 직업교육을 결합시키고, 무료교육이고..그래서 저는 나름대로 북한의 교육제도는 괜찮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여기와서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여기는 온나라가 다 공부하잖아요. 대학 진학률이 86%라고 해서 깜작 놀랐어요. 북한은 통계도 안 내놓지만 추측해보면 15%, 많아야 30%입니다. 그리고 대학교육 뿐만 아니라 직업교육제도도 잘 되어있어요. 우리 탈북자들도 여기와서 컴퓨터 학원은 의무적으로 다니고 요리학원도 다니고요. 만약 용접공이 되자고하면 학교를 다녀야하고 자격증이 있어야 합니다. 여긴 자격증이 얼마나 많은지 이런 직업교육제도가 너무나도 발달되어 있고요. 또 평생교육제도가 발달되어 있습니다. 여기는 직업 교체주기가 매우 빠르잖아요. 자기가 해보다가 싫증나면 그만두는 거예요. 뭐 아무리 돈이 차려진다고 해도 나이 들어도 마음대로 그만두고 또 새롭게 배울 수 있는 평생교육제도가 다 되어 있습니다. 우리 탈북자 중에서도 여기와서 마흔, 쉰이 다 되어서 다시 대학원을 다닙니다. 북한에서는 이런 제도 자체가 없어요.

오중석: 물론 치열한 경쟁이 힘들긴 하지만 이런 이유로 결국 한국이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지 않았습니까? 네 오늘은 졸업시기를 맞아 졸업과 직업선택의 자유에 관해 얘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나라와 민족이 번창하기 위해서는 첨단기술 시대에 맞는 인재를 키워야 하는데 북한은 모든 국민을 신분과 성분에 따라 획일적으로 규제하고 직업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는다니 안타까운 일입니다. 오늘도 도움 말씀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