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장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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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오늘은 북한의 장마당과 남한의 유통시장을 대비해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을 위해 탈북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나오셨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네 오늘은 북한의 장마당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합니다. 장마당은 북한 주민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만큼 중요한 생활의 터전입니다. 요즘에는 없는게 없을 정도로 많이 활성화되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데요. 한국의 크고 화려한 유통업체, 시장들과 비교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북한 장마당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김현아: 저는 남한에는 장마당, 그러니까 시장이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저희 동네 아파트 단지에 매주 두번씩 이동 시장이 열립니다. 또 저는 경동시장에 많이 가봤는데 여기 남한도 북한 같은 시장이 있다는 것을 보고 놀랐어요. 남한에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이 너무 많은데 거기도 물건이 많아서 사람들이 다 못사겠는데 사람들이 왜 시장을 갈까 생각했는데요. 북한도 국영상점이 이제는 다 없어졌지만 외화 상점들이 있어요. 여기로 보면 크지는 않지만 백화점 수준이죠. 그렇지만 거기는 비싸니까 사람들이 시장에 가서 삽니다. 북한도 큰 시장과 작은 시장이 있어요. 남한에도 많이 알려진 평성시장, 수남시장, 신의주의 채하시장, 평양 통일거리 시장, 라선시장 등 큰 시장들이 있고요. 또 군마다 작은 시장이 있어요.

오중석: 지역마다 웬만한 규모의 시장이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김현아: 네 다 있어요. 또 남한처럼 길에서 파는 노점상이 많고요. 물론 규모는 남한과 상대는 안 되죠. 아무래도 남한은 경제력이 크고 구매력도 크니까요. 그래도 북한의 시장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에서 볼 때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크다고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먹고 입고 쓰고 사는 모든 것이 적어야 80%, 거의 90% 이상 시장에서 해결합니다. 별로 크지 않은 시장이지만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서는 그야말로 없어서는 안되는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사회주의는 배급제도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국가인 북한에서 언제부터 장마당이 시작된겁니까?

김현아: 원래 북한에서 농민시장이라는건 사회주의 시기에도 있었어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시장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정도로 규모가 작았어요. 북한에서는 사회주의 국가경제에서 다 해결해주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을 보충해주는 수단으로 시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90년대 후반기라고 하지만 실제 북한에서 80년대 말부터 시장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때 벌써 국영상점에 물건이 없어지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돈이 부족하니까 시장에 나가서 상업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려는 사람들도 생기고요. 그런데 90년대 후반기, 95년 이후 고난의 행군을 시작하면서 시장이 아주 급속도로 확산되었습니다. 국영상점은 점점 축소되어서 지금은 옛날 같은 국영상점은 한개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지금은 북한의 상업을 거의 시장이 장악하고 있다고 봐야죠.

오중석: 최근 들어서 북한의 장마당이 더욱 활성화되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김현아: 두말할 것도 없이 국가경제 파산 때문이죠. 주민들에게 필요한 먹는 것, 쓰는 것이 국가의 공업품으로 해결이 안되고 다 시장을 통해서만 살 수 있는거예요. 또 너무 시장이 강화 되다 보니 지어는 국가에서 생산된 공산품마저도 시장을 통해 매매되는 상황입니다. 결국 사회주의 경제 체제가 무너지면서 시장이 생긴 거고 그 근본원인은 국가경제의 파산이죠.

오중석: 국가 경제가 뒷걸음질치면서 오히려 장마당은 더 활성화 되었다는 말씀이시군요. 대형마트나 백화점은 우선 제외 하고 한국의 시장은 아시는 대로 규모가 크고 대단히 활성화 되어 있습니다. 물론 경제 체제가 다르긴 하지만 남과 북의 시장 모습을 비교해 주시죠.

김현아: 그 형태는 유사한데 남한은 우선 규모가 커요. 우리 동네 토요일, 수요일 장이 열리는데 자동차에다 자기 상품을 싣고 다니고, 와서는 이동식 천막을 치는데 그것도 규모가 상당히 커요. 파는 물건은 유사한데요. 여기는 전자제품 같은 건 시장에서 잘 안 팔고 음식, 농산물 위주로 팝니다. 북한의 시장에서는 전자제품, 공산품, 지어는 원단도 유통됩니다. 여기에 비슷한 평화 시장이라고 있는데 가보면 시장이라기보다 거의 마트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중석: 시장이라기보다 대형 백화점이 여러개 모여있는 셈이죠.

김현아: 북한은 그렇게 전문화된 큰 시장은 없고 모든 시장에 모든 상품이 골고루 있어요. 여기는 시장 건물도 크고 으리으리합니다. 물론 북한도 2000년대부터 시장을 크게 건설하기는 했지만 몇 개 시장을 제외하고는 다 열악합니다.

오중석: 방금 말씀하셨지만 서울 평화시장은 섬유제품 전문 시장인데 자본주의 선진국에서 온 사람들도 너무 큰 규모에 놀랍니다. 하루 밤에 다 돌아볼 수도 없습니다.

김현아: 경동시장도 약재시장으로 유명하고요. 또 식품과 채소 도매를 전문으로 하는 농수산시장은 차가 하루에 몇백 대씩 들어왔다 나가더라고요.

오중석: 북한 주민에게도 장마당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장소가 되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당국이 한동안 장마당을 강력히 단속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도 장마당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건 아닌가요?

김현아: 북한이 처음에는 장마당을 인정하지 않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모든 걸 장마당에서 해결함에도 불구하고 당국은 그걸 인정하지 않고 주민들을 단속했죠. 그러다가 2002년 7월 경제조치 하면서 장마당에서 공식적으로 공산품의 판매를 허용해 그때부터 통제가 해제 되었습니다. 그런데 2005년부터 장마당을 통해 너무 자본주의 요소가 많이 들어온다 의구심을 느끼고 시장에 나가 앉을 수 있는 사람을 제한했어요. 처음에는 40살 이상 가정주부들만 그 다음에는 50살 이상만 허용했습니다. 그러다가 2009년 11월 30일 화폐개혁부터는 아예 시장을 철폐하겠다고 선포했어요. 그런데 국가가 아무 것도 생산도 못하고 배급도 안주는 상황이니 사람들이 죽겠는거죠. 처음에 국가에서 시장을 없애고 다 준다고 하니까 상당수 사람들이 이제는 제대로 공급이 되는가보다 생각하고 환영을 했어요. 그런데 공급은 하나도 없이 시장만 막아놓자 하루 사이에 쌀값이 3천원을 오르내리니 결국 한 두달도 안돼서 국가가 다시 시장을 허용했어요. 요즘에는 시장에 대해서 특별한 말없이 묵인한 상태라고 보는게 맞겠죠.

오중석: 요즘에는 북한 장마당에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많이 활성화 되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주민들이 자기가 만들거나 생산을 물건을 내다 팔아서 식량과 바꾼다고 하던데요. 김선생님도 북한에 계실 때 장마당을 이용하셨습니까?

김현아: 물론이죠. 장마당에서 모든 걸 다 사서 썼어요.

오중석: 국가 배급은 없었습니까?

김현아: 네 제가 올 때는 배급 타 본지가 까마득했고요. 이전 사회주의 시기에는 참 다 부족했어요. 집안의 대사를 여기처럼 결혼식장, 장례식에서 치르는게 아니라 다 집에서 하는데요. 상점에 물건이 없으니까 한 반년 전부터 안면을 통해 부탁해서 비공식적인 통로로 물건을 사야해요. 그런데 시장이 생기니까 돈만 있으면 하루, 이틀이면 다 살수 있고 너무 편한 거예요. 장마당에는 총, 폭탄 빼고는 다있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또 사람들이 어디에서 수입을 얻겠어요. 공식 사무원이 그러니까 공무원 월급이 2, 3천원 많아야 4, 5천원 정도인데 쌀 한두 킬로 사면 끝나거든요. 수입원천이 바로 시장이예요. 시장은 그야말로 북한주민의 생활과 아주 밀접한 곳이죠.

오중석: 북한 주민들이 생존하기 위한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거군요. 북한에서 지금 활성화 되고 있는 장마당은 북한 주민들의 생존과 생활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제도라고 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아직도 시장에 대해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그저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시장을 지켜보고 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북한 당국이 장마당의 활성화를 통해서 주민생활을 좀 더 개선하는데 관심을 갖기를 바라며 오늘 순서 마칩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고맙습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저희는 다음 주 다시 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