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여러분을 찾아 뵙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입니다. 남쪽은 이제 완연한 가을하늘 아래 가을걷이가 한창인데요. 북녘 땅에서는 김정은 세습후계 체제를 굳히기 위한 당국의 왜곡선전 선동이 한창이라고 들었습니다. 오늘은 21세기에 중세 때나 볼 수 있던 왕조국가를 흉내 내고 있는 북한의 모순된 실상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오늘도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과 함께 대담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김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지난 10일 북한은 노동당 창건 65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군대 열병식을 통해 최신무기를 공개하고 김정은이 주석단에서 군대를 사열하는 모습을 테레비젼을 통해 공개했지요.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화한 후 연일 김정은 띄우기에 골몰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9월28일 노동당대표자대회 이후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을 갑자기 서두르고 있는데요. 과연 북한 주민들이 이런 김정은을 차기 지도자로 믿고 따를 수 있을까요?
김현아: 네 말씀 하신것처럼 이번 당대표자회에서 이미 작년부터 김정은을 후계자로 추대한다는 소문이 많았는데 정식으로 사람들 앞에 후계자로 공개한 것 아니예요. 사실 이런 소문이 많이 돌았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아무려면 3대 세습을 하겠나 라는 이런 생각이 있었어요. 이번 당창건 65돌이나 당대표자회가 결국 김정은 추대행사로 되고 말았는데요. 북한 주민들이 이런 김정은을 차기 지도자로 믿고 따를까 하는 것은 제 생각에는 북한은 믿고 따르는 것이 없어요. 의무적으로 복종하는 거죠. 북한에 '사람이 일하나? 직위가 일하지' 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어요. 뭐 북한은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뿐만 아니라 도당책임비서든, 초급당비서든 지어는 작업반장이든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선거로 뽑는 게 아니예요. 그저 위에서 임명해서 그 사람이 직무를 차지하게 되면 사람들이 사업상 그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이고 따라서 일이 진행되는 거죠. 그러니까 김정은을 바라보면서도 북한에서는 우리의 지도자고 위대하다 말하지만 지도자가 정식임명이 되었으니까 이제는 김정은한테 복종하지 않을까 저는 생각해요. 북한에서는 정치가를 주민들이 스스로 선출하고 따르고, 싫으면 돌아서는 이런 과정이 없고 의무적으로 따르는 것만 있기 때문에 그런 직위에 그런 사람이 등장하면 자연히 그에 복종하는 것이고 그래서 정치가 굴러가는 것이죠.
오중석: 그러니까 의무적으로 단순히 복종하는 것이군요. 제가 궁금한 것은 김정은을 지도자로 어느 정도 믿고 신용하고 따르는 느낌이 조금이나마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북한 사람들이 실제 김정은을 하나도 모르잖아요. 김정은이랑 같이 공부를 해본 사람도 없고, 그 전에 알려진 자료도 없고 사진도 없다가 사람들에게 처음 얼굴을 보여줬거든요. 그러니 북한 사람들이나 남한 사람들이나 다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지도자라고 내세웠으니까 북한 사람들은 복종의 의무가 있는 것이고 신뢰가 어느 정도일까는 사실 별로 큰 의미가 없지만 북한사람들이 신뢰할까요? 저는 신뢰는 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잘 모르니까 또 김정은이 했다고 하는 것이 없으니까요. 무얼 가지고 신뢰를 하겠어요.
오중석: 믿을만한 북한소식통이 전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당과 군이 총동원되어 김정은 띄우기에 여념이 없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선전이 언제나 상식을 벗어나는 것 이긴 하지만 김정은이 4개 나라말을 유창히 한다는 둥 3살 때 한시를 줄줄 써냈다는 둥 도저히 말이 안 되는 선전을 하고 있는데요. 삼척동자가 들어도 웃을 이야기를 자랑이라고 하는 북한당국은 주민들이 이를 믿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김현아: 물론 북한 사람마다 어느 정도 받아들이냐는 서로 다르겠죠. 그렇지만 이렇게 자꾸 선전하면 효과가 있거든요. 북한에서는 김정일 시대부터 전설 같은 것도 많이 강조했고, 김정일에 대한 혁명실화라는 것도 많이 냈어요. 혁명실화라고 처음에 나온 것이 '쪽 잠에 줴기밥' 이라고 노동신문에 한면에 나왔는데 그걸 모든 단위에서 다 독보를 하고 실효투쟁 같은걸 하게 했어요. '쪽 잠에 줴기밥' 이라는 건 김정일장군께서 나라 형편이 어렵다 보니까 그걸 타개하기 위해서 현지지도를 다니는데 너무 시간이 없어서 통 잠을 자지 못하고 차 안에서 쪽 잠을 자고, 좋은 산해진미를 먹지 못하고 줴기밥(주먹밥)을 해서 먹었다는 거죠. 거기에 꽤 감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니 깐요. 근데 아는 사람들은 무슨 쪽 잠이고 줴기밥이야? 그 줴기밥은 백 달러짜리냐 라는 말도 했다고 합니다. 상당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믿고 물론 전부는 다 안 믿겠죠. 아무려면 무슨 천재라고 3살 때 한시를 줄줄 짓겠어요. 그렇지만 사람들이 그래도 멍청이는 아니고 똑똑하겠지, 외국에 유학했다니까 외국어도 잘하겠지 이런 식으로 수정을 해서 생각을 하는 거죠. 하지만 선전 안 하는 것보다는 낫죠. 김정은을 전혀 모르는데 자꾸 선전을 해야지 알게 되고 똑똑하다고 생각할 테니깐요.
오중석: 좀 과장됐지만 어느 정도 근거는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다는 말씀인데,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데요. 북한은 말끝마다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라고 주장합니다. 북한이 강조하는 사회주의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사회주의 국가와는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사회주의와 진정한 의미의 사회주의는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비교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현아: 사회주의라는 건 원래 말 자체가 나쁜 개념은 아니잖아요. 모든 사람들이 다 평등하게 살고 착취와 압박이 없고 이것이 사회주의의 중요한 우월성으로 많이 강조해 왔거든요. 그런데 사회주의라고 하면 정치적 측면에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평등 이예요. 정치적으로도 다 평등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모든 사회주의는 민주주의 공화국이라는 것을 강조해왔어요. 특히 북한은 이름 자체도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이라고 붙이지 않았어요.
오중석: '공화'와 '민주' 다 들어가 있죠.
김현아: 네 원래 '민주'만 붙여도 '공화'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또 강조해서 '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이렇게 붙였거든요. 그걸 또 북한에서는 우리나라는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다 라고 선전을 해요. 대표적인 예가 뭐냐 하면 누구나 선거에 참가한다, 누구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될 수 있고 노동자, 농민도 될 수 있다라고 하지만 하나의 정치행사가 되고 말았죠. 사실 북한에서 국회 선거 하는 것도 위에서 사람을 딱딱 찍어서 인민들은 가서 넣는 시늉만 할 뿐이거든요.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은 하도 오래 동안 그게 습관이 되어 당연한 걸로 받아들이고 바로 이것이 인민의 민주주의라는 표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남한처럼 직접 선거를 해본 사람들과는 다르죠. 저는 사실 처음에는 남한에서 3대 세습에 이렇게 부정적인 것에 솔직히 놀랐어요. 세상 사람들은 3대 세습이 요즘에 어디 있냐, 중국도 북한의 3대 세습은 공개적으로는 지지 못하지 않았어요. 이번에 축전단 보낸 것도 3대 세습을 지지한 것이 아니라 김정일이 총 비서로 다시 추대된 것에 대해서죠. 중국도 공공연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사회주의 나라도 세습은 안 하죠.
오중석: 더군다나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나라일수록 세습은 꿈에도 생각하면 안되죠.
김현아: 네 북한은 하도 선전을 이상하게 해서 이 사회주의라는걸 수령제 사회로 묘하게 연결해서 설명해놨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수령을 받드는 것이 사회주의라는 식으로 생각을 바꾸어놨어요.
오중석: 본래의 사회주의와 북한이 말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는 어떻게 다른가요.
김현아: 말하자면 북한은 독특한 사회주의라고 하거든요. 독특한 사회는 인민대중중심의 사회주의인데 또 인민대중을 영도하는 것은 수령이고 북한 사회주의의 가장 큰 우월성을 위대한 수령은 연계하게 되면 위대한 부모의 손에서 위대한 수령이 나오는 거예요. 김일성의 아버지, 어머니인 김형직, 강반석이 아주 위대한 혁명가였고 또 김일성, 김정숙이 아주 위대하다 보니까 거기서 김정일 태어났고, 김정일이 위대하니까 김정일의 아들이 위대하다라고 하도 선전을 해놔 가지고 사람들이 당연한 걸로 받아들입니다. 오히려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아들이 아니라 다른 새로운 지도자가 나타나면 그걸 설명해줘야 할 판이거든요. 왜 수령의 아들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지도자가 됐는가 이런걸 설명해줘야 북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어요. 북한의 이데올로기, 허위의식이라는 것은 가져다 붙이면 말이 된다니까요.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해서 말하면 사람들이 믿게 되요. 그게 사회주의다라고 하면 그렇다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요즘에 북한 사람들의 생각이 갈린다고 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반감을 가지고 오히려 나이든 사람들은 따르는 추세라고 하네요.
오중석: 북한정권을 보면 중세기 왕조국가의 통치행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왕족과 그를 둘러싼 핵심측근 계급에 의한 독재, 그리고 민중에 대한 억압과 처형, 북한 어디를 둘러봐도 민주적인 절차나 제도는 없는데도 여전히 사회주의 천국이라고 선전합니다. 억압에 지친 북한주민들 중에는 김정은이 권력을 물려 받으면 김정일 통치시대 보다는 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막연한 기대도 있다고 합니다. 김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김현아: 아니요. 전 기대하지 않아요. 북한이 살자고 하게 되면 무조건 개혁개방을 해야 하고, 또 개혁개방을 하려면 먼저 핵무기를 철폐해야 하고요. 국제사회에서 정상국가로 인정을 받아야 정상적인 경제거래를 진행하고 따라서 북한이 살수 있는데, 어떻게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겠어요. 개혁개방을 하자면 김정일을 부인해야죠. 북한에서는 개혁개방이라는 말만해도 반동으로 찍히거든요. 그러니까 결국 그걸 부인한다는 것은 곧 김정일을 부인하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지도자가 된 것이 누구 덕인데요. 아버지 덕 아니에요. 아버지를 부인하자면 김정은이 자기 자리를 내놔야죠. 그러니까 세습자체를 부정하고 자기 직위자체를 부정해야 하기 때문에 할 수없이 그냥 김정일의 이론을 따라가기 마련이고 설사 부정했다 하더라도 내가 살겠는가가 중요하잖아요. 내가 과연 이 정권을 유지하겠는가. 북한이 남한과의 차이가 어딘데요 하늘과 땅이기 때문에 북의 지도부는 북한이 개혁개방만 되면 우리는 무조건 다 남한에 흡수통일 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어요. 밤낮 주민들에게 그렇게 선전했기 때문에 남한과 미국이 북한을 먹으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니 깐요. 근데 주민들은 기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고 해요. 특히 이번에 김정은 사진이 김일성이랑 비슷하잖아요. 많이 비슷해서 남한에서는 지어는 성형수술을 한 게 아니냐는 말이 돌았는데 그게 북한 사람들에게 의외로 먹힌다 잖아요. 특히 나이 드신 분들은 누가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위대한 지도자로 김일성, 김정일을 대신할 사람이 지금 북한 사람들 머리속에 각인된 사람도 없고 그래도 북한 사람들이 김일성은 신뢰하니 저 사람은 생김새가 김일성과 닮았으니까 김일성처럼 정치를 더 잘하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젊은 층에는 영 아니라는 기운이 높아서 3대 세습이라니 우리가 봉건국가냐 하고 있고요. 주민들이 받들어야 하는데 요즘 북한 사정이 말이 아니라고 합니다. 주민들의 사는 형편은 고난의 행군 직전까지 갔기 때문에 먹고사는 게 문제인데 김정은이 올라 앉았으니까 주민들에게 뭘 줘야할 거 아니예요. 요즘에 국경에서는 요새 옥수수 가을 수확한 것을 6달 배급으로 풀라고 했다잖아요. 이번에 당창건기념일이 김정은이 올라서는 행사니까 주민들한테 선물을 줘야할 것 아니예요. 집집마다 술도 주고 돼지고기도 주고 해서 오래간만에 명절같은 명절을 한번 쇠었다고 말합니다.
오중석: 김정은에 대해서 자기 아버지 때보다는 좀 낫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다는 말씀이시군요.
김현아: 북한 사람들은 그것밖에 기대할게 없으니 기왕 바뀔 거면 김정은이 김정일보다는 나았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죠.
오중석: 네 오늘은 봉건왕조의 통치행태를 보이면서 사회주의 기치를 내걸고 있는 북한 정권의 모순에 대해 얘기해보았습니다. 그 어느 봉건왕조 보다 더 백성들을 굶주리게 하고 우민화 하면서 사회주의 천국 운운하는 북한정권을 보는 우리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 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주에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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