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남북의 통일추진 방식

2008년 8월 5일 울산국학시민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제5회 바른 역사 정립과 평화와 통일 기원 전국 달리기' 울산대회에서 달리기를 마치고 달동문화공원에 모인 참가자들이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문구를 적고 있다.
2008년 8월 5일 울산국학시민운동연합 주최로 열린 '제5회 바른 역사 정립과 평화와 통일 기원 전국 달리기' 울산대회에서 달리기를 마치고 달동문화공원에 모인 참가자들이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문구를 적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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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랜 분단으로 인한 남과 북의 차이점을 미리 점검해봄으로써 미래의 통일시대를 준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8·15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통일시대에 대비한 통일세의 신설을 제안했습니다. 앞으로 남한에서는 통일세 신설을 두고 활발한 통일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오늘은 남과 북의 서로 다른 통일추진 방식과 통일의 의미에 대해 얘기해보려 합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시겠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김현아: 네 안녕하셨어요?

오중석: 남과 북이 갈라선지 61년이 넘었는데요. 이 지구상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는 우리의 한반도는 여전히 통일의 길은 멀어 보이고 남북이 첨예한 대치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요즘 남한의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통일에 대한 관심조차 희박해지고 있어 우려스러운 현실입니다. 북한의 주민들은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무슨 생각을 갖고 있으며 어떤 교육을 받고 있는지요.

김현아: 북한에서는 통일에 대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고 있거든요. 왜 통일을 해야 되냐 물어보면 우리는 단일민족이고, 원래 한 나라였기 때문에 둘로 갈라져 있는 게 비정상적 이라는 거죠. 그리고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서 의심조차 하지 않는 것은 북한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 가치관이 집단주의적 관념이 우세하거든요. 나 개인보다 조국과 민족이 더 중요하죠. 그러니 우리 조국과 민족이 반 토막이 났고, 허리가 끊어졌으니 정상적으로 하나로 이어야죠. 분열은 우리 모두에게 진짜 가슴 아픈 상처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중석: 네 전해진 바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통일하면 어디까지나 적화통일, 북한식 표현대로 하자면 조국통일을 강조한다고 하는데요. 통일을 위해서는 무력사용도 불가피하다고 선전한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통일은 반드시 북한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고 또 그렇게 될 것 이라고 주민들에게 선전한다는데 사실이 그렇습니까?

김현아: 북한에서는 눈뜨면 말하는 구호가 있는데요. 이전에 김일성 생존시에는 '통일된 강산에 통일된 조국에 수령님을 높이 모시자' 그리고 지금은 바뀌어서 '통일된 강산에 통일된 조국에 김정일 장군님을 높이 모시자' 이건 북한군의 기본 구호구요. 통일에 대한 방법을 외견상 말할 때는 평화통일에 대해서 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군대나 전쟁을 통한 통일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거든요. 전쟁도 필요하고 남북연방제를 통한 평화통일도 필요하고 북한 주민들은 그 두 가지를 다 접하는 거예요. 그러나 속으로는 서로 다른 상황에서 통일이 되려면 무력에 의한 통일 밖에는 불가능 하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여기는 일반적으로 전쟁 자체를 죄악이라고 생각하지만 북한의 공산주의자들은 전쟁은 '정의의 전쟁'도 있고 '부정의의 전쟁'도 있다라고 가르칩니다. 정의의 전쟁은 나쁜 전쟁이 아니예요. 만약 조국을 통일하기 위해 북한이 전쟁을 일으킨다면 그건 정의의 전쟁이고 거기에는 누구나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무력에 의한 통일을 배재하고 있지 않고, 특히 군인들 같은 경우에는 '내가 군복무 하는 기간에 조국을 통일한다' 라고 결심을 합니다.

오중석: 한국에서 주장하는 통일방식에 대해 얘기 들어보신 적 있으신지요. 한국에서는 다양한 집단과 사람들이 통일방식을 두고 갖가지 의견과 주장을 내놓고 있지요. 어떤 사람은 남한이 중심이 되는 흡수통일이 가장 현실적인 통일방식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경제-문화를 중심으로 교류의 폭을 확대해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통일론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통일에 앞선 정치적 형태로 남북연방제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오래전부터 나와 있지 않습니까? 이처럼 한국사회의 다양한 통일논의에 대해 김 선생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현아: 처음에는 솔직히 말해서 깜짝 놀라고 분개까지 했습니다. 왜냐하면 통일을 하지 말자는 사람들도 상당수 있잖아요. 통일을 해서 이로울 게 뭐 있냐 지금처럼 이대로 살자라고. 그 말을 들으니 저 사람들이 정신이 제대로인가 의문이 생기더라구요. 그러다가 점차 시간이 지나니 우리가 북한에서 하던 통일 논의가 참 너무나 단순하고 일방적이었다는 것에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저는 북한에 있을 때 통일 논의에 대해 별로 의심을 못해봤거든요. 다만 평화통일이 될까? 체제가 다르니 한쪽 일방에 의한 무력통일 이외에는 불가능할거다 정도까지만 생각했죠. 말하자면 주민을 중심으로 한 통일 논의가 아니라 체제 중심적인 통일 논의라는 것 밖에는 다른 통일방안에 대해 꿈에도 생각을 못해봤어요. 그래서 북한에서 한 통일 논의는 전체 한반도에 있는 한민족 7천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집권자들을 위한 논의였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느꼈어요.

오중석: 한국인들이 북한정권을 혐오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평화체제를 부정하고 인명을 경시하는 태도 때문이라고 봅니다. 때를 가리지 않고 무력도발을 감행해 인명을 살상하는 북한정권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 대다수 한국인들의 생각입니다. 일부 한국의 전문가들은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의 특권층은 현재의 분단 상태가 지속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야만 자신들의 특권을 지속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죠. 김 선생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시는지요.

김현아: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특권층은 북한 주도의 통일이 불가능하다라는 것을 다 알고 있어요.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북한 상황이 남한보다 한참 어려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북한 체제상 시스템의 특성을 믿고 북한 주도의 통일을 할 생각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러나 동유럽 사회주의 나라들의 체제전환이 일어난 다음에 북한 생각이 확 달라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UN 남북동시가입 하지 않았어요? 북한이 먼저 가입을 했거든요. 그 이전의 북한의 논리는 UN동시가입을 하게 되면 통일의 장애가 된다. 그래서 UN에서 남과 북이 각각 다른 나라도 인정받게 되면 통일을 못한다는 것이 북한의 논리였어요. 그런데 그 전에는 UN동시가입이 반통일적인 행위라고 비판하던 북한이 남한에 알리지도 않고 먼저 가입원서를 냈습니다. 그래서 남한도 같은 해 UN동시가입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때 북한 당국이 가입한 이유는 국제 사회에서 한 개의 국가로 인정받음으로써 앞으로 남한에 의해 흡수통일 당할 경우 국제무대에 침략으로 항소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자는 겁니다. 결국은 남북분단 상황을 고착시키고 체제를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는 확고한 근거입니다. 그리고 여기 와서 일화를 보니 '남북불가침선언' 채택할 때 여태까지 회담 중에서 북한 당국이 가장 많이 양보한 회담이라고 들었어요. 그때 연형묵 총리가 그렇게 많은 양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돌아가서 그야말로 최대의 칭찬을 받았다고 하잖아요. 남북합의서의 내용을 보자면 서로 침범 안 하겠다는 약속이 가장 핵심이거든요. 그걸 봐서는 북한 당국도 그때부터는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 가능성이 크다고 가닥을 잡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 지금도 북한은 주민들에게 통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북한의 속셈은 완전히 다른 것이죠.

오중석: 현실적으로 통일을 향한 길은 멀고도 험난해 보입니다. 남한에서는 통일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여러 분야에서 통일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만 북한쪽의 대응이나 준비가 너무 열악한 것 이 문제입니다. 통일을 얘기하자면 상호 신뢰회복이 급선무인데 북한은 남북 간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태만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에도 한국처럼 통일에 관한 논의를 이론이나 학술적 수준에서 연구하고 논의하는 사람이나 단체가 있습니까?

김현아: 없죠. 남한에는 연구, 논의의 자유가 있잖아요. 그렇지만 북한에는 이런 정책적 문제를 논의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오직 당의 노선과 정책 더 직접적으로 말하면 김일성, 김정일의 말씀이 기준이거든요. 그리고 일단 김일성, 김정일이 한번 말을 내 뱉은 이후에는 그걸 누구도 부정할 권리가 없고 그야말로 종교의 성서처럼 인용되기 때문에 광범위한 통일 논의가 이뤄질 수가 없어요. 또 거기에 따르는 통일에 대한 대비책도 없죠. 앞으로 통일 정책이 나온다면 그건 맨 최고층 고위자 김일성, 김정일을 통해서만 나오게 됩니다.

오중석: 마지막 질문입니다. 북한에서 자라고 교육받으신 다음에 한국에 오셔서 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통일에 대한 김 선생님의 생각이랄까, 전망은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현아: 네 우선 탈북자들이 여기에 오면 외면할래야 외면할 수 없는 게 통일이고 북쪽입니다. 북한에서는 참 안 좋아한다 합니다. 왜냐하면 가장 악질적으로 북한 정부를 반대해서 싸우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 잘못된 생각이구요. 통일에 대해서 누구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죠. 제가 여기 와서 많은 통일 논의들을 접하면서 흡수적 통일과 점진적 통일 두 가지 방안이 있지 않나 생각해봤어요. 물론 흡수통일에 대해서는 양쪽이 서로 싫어하는거죠. 남한이 북한에 의해 흡수통일 된다면 찬성할 사람이 누가 있겠어요. 또 북한도 지배층에서는 싫어할거예요.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점진적 통일이죠. 남한에서도 상당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구요. 점진적 통일이 남북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가장 서로 편안하게 합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동서독 통일을 통해서 점진적 통일이 좋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점진적 통일을 하자고 남한이 일반적으로 정할 수는 없는거잖아요. 그러니 북한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앞으로 점진적 통일이 될지 흡수통일이 될지 결정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강경하게 북한체제를 닫아두면 점진적 통일은 어두워지고 흡수통일의 전망만 커지는거지요. 말 그대로 흡수통일이라는 것은 힘에 의한 통일인데 한쪽의 힘이 약해지게 되면 다른 한쪽에 흡수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이치죠. 북한도 점진적 통일을 하고 싶으면 실제 내실을 다져야 합니다. 빨리 개혁 개방을 해서 경제성장을 이룩하고 국력을 다져 서로 엇비슷해지면 또 자연히 남북의 체제가 유사해지잖아요. 그러면 합치는 게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또 전 흡수통일에 대해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동서독이 통일할 때 누구도 흡수통일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렇게밖에 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니까 할 수 없이 흡수통일이 됐어요. 하지만 지금 독일통일이 잘못됐다고 누구도 말하지 않습니다. 물론 흡수통일이 남북한 사람들에게 모두에게 부담을 주겠지만, 만약 남북이 흡수통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점진적 통일을 위해 통일을 외면하는 것도 잘못이죠.

오중석: 네, 오늘은 우리민족의 숙원인 한반도 통일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 분단 60여년,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은 한반도는 한민족 뿐 아니라 세계인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통일조국은 두말 할 나위도 없이 우리민족의 숙원이자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근과 인권유린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 동포들을 위해서도 통일의 길이 활짝 열리기를 기대해봅니다.

오늘도 김현아 선생께서 대담을 통해 도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주 이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