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새해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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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신묘년 새해가 시작되었는데요. 새해를 맞아 청취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운이 가득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참으로 말썽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0년을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이 했습니다. 지난 해에는 북한의 무모한 도발로 인해 남북관계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악화되었고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을 몇 차례 겪기도 했는데요. 올해에는 북한 지도부가 위험하고 민족 파멸적인 전쟁놀음을 지양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 시대를 여는데 동참해주기를 기원해 봅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청취자 여러분 새해 축하합니다.

오중석: 네 한국에서는 새해가 되면 일가친척이나 직장동료 등 주위사람들에게 신년인사 하느라 바쁘죠? 서로 인사를 하고 나서 상대방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라고 덕담을 주고 받는데요. 북한에서도 새해소망이나, 덕담 주고 받는 풍습이 있겠죠?

김현아: 네 북한에서는 덕담이라는 말은 쓰지 않고 새해인사를 한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일상적으로 '새해를 축하합니다' 이렇게 말합니다. 얼마전에 제가 다른 사람한테 새해를 축하합니다 라고 했더니 남한은 이렇게 말 안하다고 하더라고요. 한해가 지나 나이 한살 더 먹는데 그게 무슨 축하할 일이냐는 겁니다. 그럼 어떻게 인사하느냐고 물어보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건강하세요' 이렇게 말해야 한다고 하네요.

오중석: 네 새해에 좋은 일이 많아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무조건 '새해를 축하합니다' 라고 합니까?

김현아: 다른 말도 하긴 하지만 제일 많이 쓰는 인사가 '새해를 축하합니다' 입니다. 또 북한에서 특이한 건 무조건 엽서 표지에 '친애하는 김정일 지도자 동지 만수무강을 기원합니다' 그렇게 맨 먼저 있고, 그 다음에 '새해를 축하합니다' 이런 글이 있죠.

오중석: 우리 민족은 전통적으로 새해 벽두에는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 새해인사와 덕담을 건네는 풍습을 지켜왔습니다. 북한에서는 새해인사를 "새해를 축하합니다" 라고 한다는데 왜 좀 더 구체적으로 개인의 행복을 비는 인사가 아니고 그런 식으로 두루뭉실하게 하는 건가요? 남한에서는 공무원이나 회사 다니는 사람에게는 승진을 축원하는 인사를 하기도 하고 장사하는 사람에게는 돈 많이 버시라는 덕담도 합니다. 노인에게는 건강하시라는 덕담을 주로 하게 되죠.

김현아: 최근 북한도 시장에서는 금년에 돈 많이 벌라는 말을 합니다.

오중석: 직업의 다양성이 있는 사회에서는 그런 인사가 필요하죠.

김현아: 그리고 생각해보세요. 직장 나가서 다 국가일 하는데 이번에 더 많은 성과를 거두기를 바란다고 인사하면 얼마나 어색하겠어요. 그러니까 주로 새해를 축하한다거나 건강하라고 말하죠.

오중석: 나이가 좀 찬 처녀, 총각한테는 금년에는 결혼해야지 라는 인사도 많이 합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로운 1년을 맞는 사람들은 누구나 지난해에 못다한 일에 대한 아쉬움과 새해에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기 마련일텐데요. 모든 사람이 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 형편에 따라 소망의 내용도 각양각색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김선생님 개인적으로 올해 가장 소망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김현아: 저는 개인적으로 엄마니까 우리 애들이 금년에 대학을 졸업하니 건강하고 공부를 잘 했으면 좋겠고요. 장가 갈 수 있게 이쁜 아가씨를 데려와서 좀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저는 금년에도 아프지 않고 무사히 맡은 일 잘하고 돈 많이 벌면 좋겠죠.

오중석: 지금 하시는 일이 많으니까 건강하시고 활발하게 일하시길 빕니다.

김현아: 오선생은 올해 무엇이 소망입니까?

오중석: 네 저 개인적으로는 제가 노모를 모시고 있는데요. 노모께서 건강하시게 오래 사시는 게 소망입니다. 또 올해에는 북한지도부가 정말이지 핵개발이다, 성전이다 하면서 남한과 세계를 위협하는 일을 그만두고 힘들게 삶을 이어가는 북한주민을 위한 경제발전에 매진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하는 공적인 바램이 있습니다. 덧붙여서 북한주민들도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여유 있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김현아: 저보다도 더 절절하네요. 우리 탈북자들은 솔직히 개인소망보다도 그게 더 큽니다.

오중석: 그런데 북한에서는 해마다 신년공동사설이란 걸 발표하면서 1년간의 정책방향을 알리지 않습니까? 올해에는 북한 지도부가 주민생활향상을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로 제시했는데요. 그만큼 주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가 어렵다는 사실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북한이 매년 주민생활 향상을 강조하고 있는데도 주민들의 생활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현아: 항상 북한에서는 모든 걸 정치가 결정한다고 합니다. 당이 결정하고 수령이 결정한다는 것이죠. 이걸 역설적으로 해석해보면 결국 수령 탓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수령이 모든 걸 다 결정하는데 수령이 잘못해서 그렇게 되는것 아닙니까? 항상 북한에서는 그 탓을 미국의 침략책동 때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솔직히 미국이 북한이 살겠으면 살고, 말겠으면 말고 별로 관심조차 없잖아요. 그러니까 자꾸 관심을 끌려고 핵무기를 만들었다, 우라늄 농축을 했다 해서 자꾸 미국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거죠. 사실 침략 위협이 아니라 북한이 자꾸 그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겁니다. 정치는 제 나라 경제와 살림살이를 부흥시켜서 주민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데, 이렇게 남을 위협하고 관심을 끌어서 남이 주는걸로 먹고 살려고 하니 이건 주체사상과도 맞지 않는겁니다. 그러니 북한의 모든 경제가 파산 났으니 하다못해 중국처럼 개혁 개방을 해서 빨리 경제를 진전시켜야죠. 중국은 옛날에 북한보다 못 살았는데 지금은 얼마나 잘 살아요. 그래서 저는 북한이 못 사는 이유는 정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초등학교 다니는 어린 아이들도 알 수 있는 이야기를 아니라고 주장하니까 답답한거죠. 어떻게 남을 위협해서 받아 먹고 산단 말입니까? 자력으로 갱생해야죠.

김현아: 글쎄요. 북한이 내세우는 주체사상은 남의 힘을 믿지 않고 자기 힘으로 살아 간다는 사상입니다. 그런데 지금 참 이상하게 주체사상을 관철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사실 한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양력 1월1일은 단순히 새해 첫날 이상의 별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음력 정월 초하루를 민속명절인 설날로 아주 의미 깊게 보내고 있지요. 어른을 찾아 뵙고 세배도 하고 고향집 부모를 찾아 가는 날도 음력 설날이지 않습니까? 알려진 바로는 북한에서는 음력 설날은 거의 사라졌고 양력 1월 1일을 설날이라고 한다던데 남북한의 설날 풍습에 대해 비교해서 설명해주시겠어요?

김현아: 북한은 음력설과 양력설이 그냥 바뀌었어요. 옛날에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처음 해방이 되어 57년까지는 음력설을 쇠었다고 해요. 그런데 58년부터 양력설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북한에서 조선민족제일주의를 들고 나온게 80년대 말인데 그때 동유럽이 무너지면서 민족성을 주장해야겠다고 전통적인 민족명절을 강조하면서 음력설에 들어갔어요. 그러면서 음력설을 하루 쇠고 양력설은 이틀 쇠고 그러니까 양력설이었죠. 2003년부터는 남한처럼 음력설을 쇠고 있어요. 남한과 좀 다른 점은 양력설엔 거의 정치적인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동상에 꽃바구니 증정식 행사 그리고 이전에 김일성이 생존해 있을때는 다 집에서 신년사를 시청하라고 했어요. 지금은 공동사설이 나오니까 유야무야됐구요. 그 다음에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음력설 다음날에 일찍 출근해서 그날 생산 성과를 많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새해 첫날 성과를 보도해야 하니까 첫날 생산이 아주 중요하거든요. 이게 전통화 되어서 새해 첫날에는 다 일찍이 출근합니다. 이전에는 초혁명적 열성이라고 새벽 2시에 출근하기도 했다니까요. 그리고 새해 첫주에는 공동사설 관철을 위한 군중대회가 있습니다. 음력설은 가정적으로 모여서 같이 음식도 먹고,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요. 남한이랑 유사한데 여기처럼 심하지는 않습니다.

오중석: 어떻게 보면 남한하고 똑같네요. 남한도 양력 1월 1일은 직장이나 공식적으로 보내고, 음력에는 고향을 찾아가거나 부모님, 가족, 친지들이 모이고요. 남한의 설날은 음력이죠.

김현아: 북한은 음력설로 바뀐지 7,8년 됐지만 아직 어정쩡해요. 그래도 북한은 여기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으니 가까운데 있어야 모이죠.

오중석: 설날, 구정에는 고속도로가 꽉 막혀서 난리죠.

김현아: 여기와서 보고 참 이채로운 풍경이었습니다.

오중석: 그럼 북한에서는 세배는 안합니까?

김현아: 세배도 하죠. 가족끼리 웃어른에게 세배하고요. 남한처럼 세뱃돈 주면 애들이 그거 모아 장마당에 가서 그동안 못샀던걸 사기도 하고요.

오중석: 전문가들의 진단에 의하면 북한은 올해도 핵무장을 내세우는 강성대국 주장을 되풀이 하면서 한편으로는 후계자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을 강화할 것 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말로는 주민들의 먹는 문제, 생활향상을 강조하지만 주민들의 배고픔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죠. 엊그제 우리 방송이 보도한 바 있지만 작년 한해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지원이 예년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정말이지 북한 주민들이 이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지낼지 걱정이 됩니다.

김현아: 벌써 지원이 팍 줄어든 상황에서 또 그것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하면 거의 안 들어갔다는 소리 아니예요. 그렇지 않아도 작년에는 수해 피해로 알곡생산량이 확 줄어서 12월부터 곡식값이 치솟았다고 합니다. 평양 곡식값이 가장 비싼데 킬로당 1600원, 일반지역은 킬로당 1400~1500원으로 뛰어 올랐다고 합니다. 12월 통계니까 더 올랐을 수도 있죠. 가뜩이나 어려운데 금년에 왜 이렇게 추운지요. 어르신들이 전쟁 때 이후로 이렇게 추운건 처음이라고 말씀하신답니다. 북한은 연료 사정이 참 어렵거든요. 산에 나무가 없는게 다 그것 때문입니다. 탈북자들이 배고픈 것보다 겨울에 추운게 더 참기 어려웠다고 해요. 먹을거 없지 춥지... 그리고 작년엔 가을 날씨가 좋지 않아서 김장도 못했어요. 남한은 여기저기서 수입해와서 맞췄지만 북한은 그러지 못했죠. 북한에는 오직 겨울에 반찬이 김치밖에 없는데 김치없이 겨울을 보내야 하는 집도 많아요. 참 설날을 맞았지만 주민들이 희망이 있는게 아니라 금년에는 또 어떻게 사나 고민이죠.

오중석: 한가하게 구정이다 신정이다 할 얘기가 아니라 이 혹독한 겨울을 어떻게 살아가나 생존의 문제가 걸려있는거군요.

김현아: 내부는 몰라도 국경지역 사람들이 말하는 건 시시각각 들어오는데 금년은 사람 잡아 먹는 해다 이런 말이 돌 정도로 북한 사정이 어렵습니다.

오중석: 오늘은 북한의 새해풍습에 대해 얘기 해보았습니다. 옛 속담에 겨울이 추울수록 다가올 봄이 따뜻하다고 했습니다. 또 이런 말도 있지요.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반드시 온다고요.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지금 북한 정권이 아무리 혹독하게 나와도 언젠가는 북한땅에도 반드시 봄날은 올 겁니다. 이 겨울 건강 잘 챙기시고 다가올 해빙의 계절, 봄날에 대비하시기 바랍니다. 오늘 도움 말씀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