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민족 고유의 전통과 정신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북한 생활 문화의 실상을 짚어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고 있는 오중석입니다. 오늘도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과 함께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김선생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김현아: 네,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오중석: 네, 오늘은 겨울철 우리민족의 놀이문화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남쪽에서는 본격적으로 날이 추워지고 눈이 오면 아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죠? 바로 겨울스포츠, 그러니까 겨울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들인데요. 김 선생님, 북한에서 즐기는 겨울 스포츠는 뭐가 있습니까?
김현아: 참 말하기가 그래요. 왜냐하면 남한은 이런 놀이 문화가 일상화 되어 있지 않아요. 그런데 놀이 문화라는건 국민소득이 3천, 5천 달러가 넘어야 여가문화가 생긴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사람들이 전문적인 놀이 문화라고 말할 것이 없고요. 일반적인 어른들은 따로 스포츠라는걸 하지 않아요. 스포츠는 학생들이나 전문 체육인들이나 하는 걸로 생각합니다. 그저 명절, 일요일에 시간 있을때 집에서 놀음 노는게 전부이고요. 애들은 그래도 밖에 나가서 뛰어 놀지만 기껏해야 썰매타기, 제기차기, 팽이 돌리기, 연 띄우기 이런 놀이들을 합니다. 이전에는 스케이트도 많이 탔는데요. 요즘은 스케이트 자체를 구하기 힘들어서 많이 못 타는것 같아요. 북한은 양강도 지역에서는 애들이 스키를 좀 타는데 그것도 스키장비가 남한에서 보자면 원시적이라고 해야죠. 그러니까 겨울 스포츠라 말하긴 그렇고 겨우 놀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오중석: 어린 애들이나 젊은이들에겐 스포츠 겸 놀이죠. 그런데 여건이 허락이 안되는군요. 남한에서는 세계인이 즐기는 거의 모든 종류의 겨울스포츠를 즐기고 있지 않습니까? 스키, 스노보드, 스케이팅, 아이스 하키 등 눈이나 어름 위에서 하는 스포츠도 있고요. 배구, 농구, 탁구, 핸드볼 같은 실내체육관에서 할 수 있는 구기 운동도 있지 않습니까? 북한에서도 이런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겠죠?
김현아: 아니죠. 저는 남한에 처음 왔을때 운동하는걸 보고 이해가 안됐어요. 저희 집 맞은편에 전문 헬스클럽이 있어요. 밤에 빤히 마주보여서 저게 뭐냐고 물어보니 헬스클럽이라고 해요. 살찌지 말라고 운동하는건데 그게 이해가 잘 안됐어요. 그 다음에 지하철에서 보면 다 등산 가잖아요. 그것도 스포츠라고 할 수 있어요. 처음 그걸 보고는 참 다들 밥먹고 할 일이 없구나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북한에서는 스포츠 자체가 특별히 일상화가 안되어 있고 선수들이나 하는 걸로 생각합니다.
오중석: 추운 겨울철에 이런 스포츠로 몸과 마음을 단련하는 사람도 있지만 남한에는 운동 종목보다는 따뜻한 실내에서 할 수 있는 각종 놀이 문화도 발달해 있는데요. 김 선생님 이 남한에서는 정말 많은 종류의 놀이가 있지 않습니까? 그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놀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김현아: 컴퓨터게임 아닐까요? 게임장에 특히 애들이 정신없이 가고요. 또 제 주변에 어른들도 사행성 게임에 중독되어 게임장에 열심히 다녀 부인들이 막 야단하는걸 많이 봤거든요. 그게 아마 으뜸일것 같고요. 그 외에는 전 특별히 잘 모르겠어요. 거의 다 나가서 많이 놀더라고요.
오중석: 아까 말씀하셨듯이 등산 가는 사람이 참 많고요. 그 다음에 제일 유행하는 것이 컴퓨터 게임입니다. 어린 아이들은 거의 90% 한다고 봐야하고 어른들도 많이 합니다. 사행성 게임이라는 것은 게임으로 도박을 하는건데 규제를 심하게 해서 그다지 많지 않다고 합니다.
김현아: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집에 앉아서 하는 놀이보다는 건강에 관심이 많다보니 나가서 하는 운동을 더 좋아하는것 같아요. 특히 탈북자들도 여기와서 스키나 스노보드에 푹 빠져서 정신들이 없다니까요. 아예 스키장회원권을 끊어서 일요일마다 꼬박꼬박 스키장에 갑니다. 애들도 다른데는 잘 안가도 스키랑 스노보드 탄다고 하면 만사를 제껴두고 갑니다. 남한사람들은 외부에서 하는 운동을 더 좋아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중석: 아까 말씀하신대로 남한이 먹고 살기 편해지고 경제가 발전하다보니까 스키나 스노보드를 누구나 탈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장비나 탈때 입는 옷이 상당히 비싸지 않습니까? 그런데 요즘은 그걸 다 빌려준단 말이예요.
김현아: 근데 젊은 사람들은 그걸 다 사더라고요.
오중석: 네 사기도 하고 빌려도 주니까 왠만한 사람은 다 할수가 있어요. 스키나 스노보드에 한번 빠지게 되면 겨울에 눈이 안오면 짜증을 내기도 하죠. 사실 우리민족 전통의 겨울놀이는 제기차기, 팽이치기, 윷놀이, 널뛰기 등이 가장 보편적인 놀이였죠. 그런데 사회가 산업화되고 경제가 발전하다 보니 그런 전통적인 놀이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대신 언제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새로운 형태의 놀이들이 우리 생활을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전문가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사람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놀이는 컴퓨터 게임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컴퓨터 게임은 컴퓨터 앞에 앉아서 하는 게임인데다 한번 게임에 빠지면 잠자는 것,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고 합니다. 김 선생님도 한국의 컴퓨터 게임이 지나치게 널리 퍼져있다고 생각하시죠?
김현아: 네 물론이죠. 그런데 남한만이 아니라 북한도 같아요. 북한은 컴퓨터 게임이 대중화되지는 않았지만 애들이 조금씩 하거든요. 남한처럼 스타크래프트 같은 멋있는 것이 아니고 아주 단순한 유치한 게임이죠. 그렇지만 거기 애들이 빠지게 되면 벗어나오지를 못해요. 돈을 내고 하니까 사실 북한 사람들 입장에선 비싼건데 애들이 아무리 가지 말라고 해도 어떻게든 어머니돈을 훔쳐서라도 게임장에 가니 어머니들도, 학교에서도 속타고요. 컴퓨터게임이라는건 누구에게나 중독성이 있는것 같아요.
오중석: 중독성이 아주 강합니다. 북한에도 사설 오락장이 있군요.
김현아: 공식적으로는 사설이 아니라 어느 기업소에서 운영하는거죠. 대체로 협동단체에서 운영하는데요. 통제를 아무리해도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잘 알겠습니다. 한국사람들이 가장 즐겨 하는 놀이 중 두 번째는 역시 고스톱이라 불리는 화투놀이였습니다. 화투는 일제 때 들어와 한국에서는 거의 국민놀이라고 할 정도로 널리 행해지고 있는데 북한에도 화투놀이가 있습니까?
김현아: 북한은 화투, 주패 일체 못하게 했어요. 그러다가 80년대부터인가 주패는 허용 했어요. 처음 주패를 허용했을때 사람들이 정신나가게 밤새워가며 했는데요. 주패는 허용했지만 화투는 지금도 공식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있어요.
오중석: 화투가 옛날에도 있었나요?
김현아: 옛날에는 있었던것 같아요. 어린 시절 시골에서 손으로 그린 화투를 본 기억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도박으로 보고 국가에서 통제를 했어요. 그러다가 주패는 허용했지만 화투는 공식적으로 허용 안 했어요. 90년대부터는 남한제 화투가 북한에 퍼져있습니다. 여기와서 보니까 제가 북한에서 본 화투가 남한 것과 비슷하더라고요. 중국은 마작을 하지 화투를 안하니까요. 대체로 일반 사람들보다는 간부나 잘 사는 외화벌이 하는 사람들이 주로 화투를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아직 허용은 안된 상황이죠.
오중석: 네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런데 사실 고스톱이라는 것은 국민놀이라고 아까 말씀드렸잖습니까? 저희 집안도 명절이나 가족이 모이면 반드시 하는데요. 재밌고 시간 가는줄 모르고, 그걸 안하는 한국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김현아: 그런데 북한에서는 그걸 왜 그렇게 통제 하는지 몰라요.
오중석: 남한에서 열심히 하니까 통제 하는거겠죠. 아까 말씀하신대로 북한에는 주패 놀이가 가장 인기 있는 놀이라던데 그게 어떤 놀이인가요?
김현아: 서양카드놀이를 북한에서는 주패놀이라고 합니다.
오중석: 근데 왜 화투는 못하게 하면서 서양에서 넘어온 도박성 게임을 허용할까요?
김현아: 글쎄요. 저희가 위에서 한다면 하는거고, 못한다면 못하는거니까요. 왜 주체가 섯다고 하면서 서양화투는 허용하고 화투는 허용 안하는지 모를 일이네요.
오중석: 물론 게임방식은 여러가지가 있겠죠. 한국에서도 아마 고스톱 다음으로 카드게임을 많이 할겁니다. 한국에서는 이른바 사행산업이라고 하는 도박이 또 성행하고 있지요. 카지노라고 하는 합법적인 도박장이 있어 외국에서 온 관광객은 물론이고 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카지노에서 하는 도박은 결코 놀이라고 할 수 없죠. 이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전재산을 날리고 자살하는 사람도 생겨나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지요. 북한에서야 이런 도박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김현아: 북한은 그런 도박장이 물론 없구요. 나진 선봉, 나선시에 중국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도박장이 생겼는데 중국에서 하도 항의를 해서 철폐했다가 최근에 다시 열었다고 하더라고요. 거기는 일반 사람들은 못 들어가는 곳이고 북한 사람들은 도박장을 접할래야 접할 수가 없어요.
오중석: 불법적이지만 암암리에 하는 사설 도박장도 없나요?
김현아: 북한에서 도박이라고 통제하는 것은 기껏해야 카드놀이 할때 너무 많은 돈을 대는 거 정도죠. 근데 거기서 대 봤자 얼마나 하겠어요. 오히려 이번에 '김정은은 누구인가'에 김정일이 도박을 한다고 나왔더라고요.
오중석: 북한의 최고지도부 김정일 일가야 뭐 못할 짓이 있겠습니까? 저는 혹시 일부 특수층이라도 도박을 하지 않나 궁금합니다.
김현아: 도박을 할 수 있는 장소와 시설이 없어요. 아무튼 추운 겨울에 우리 전통놀이, 가족이 모여서 하던 놀이를 다시 찾아 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오중석: 오늘은 우리민족이 겨울철이면 가족, 친지들이 모여 함께 즐겼던 겨울철 놀이문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를 열심히 짓고 추운 겨울철에는 오손도손 모여 다양한 놀이를 즐겼던 것이 우리의 전통입니다. 남과 북으로 갈라선 이후 올바른 놀이문화를 갖지 못하고 추운 날씨에 생존을 위해 투쟁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의 처지가 딱하기만 합니다. 유난히 추운 올겨울 이 방송 들으시는 청취자 분들께서 따뜻하고 건강한 겨울나기가 되시기를 기원하면서 오늘 순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오중석: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주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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