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분단 60년이 가져다 준 남과 북의 달라진 모습을 비교해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입니다. 북아프리카의 뜌니지(튀니지)에서 시작된 반독재 투쟁의 불길이 애급(이집트)을 비롯한 인근국가에 거세게 불어 닥치고 있습니다. 이들 나라들은 한결같이 부정부패와 통치자의 일인독재가 30년 이상 계속되고 있고 자식에게 권력을 물려주려는 세습정치를 시도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데요. 오늘은 뜌니지와 애급에서 불고 있는 반독재, 반 세습 투쟁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김선생님도 뜌니지에서 시작되어 애급으로 번진 반독재 투쟁을 관심을 갖고 보셨을 텐데요. 먼저 청취자 여러분에게 소위 자스민혁명으로 불리는 이번 반독재 투쟁의 과정을 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현아: 북한에서는 사람들이 아프리카 하면 아직은 깨지 못했고 또 많이 뒤떨어진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사실 제가 나와서 보니까 뒤떨어져 있다는 건 우리의 환상이고요. 북한에 비하면 훨씬 발전한 나라이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혁명을 보면 시민의식도 북한에 비할 바 없이 높다는걸 이번에 느꼈습니다. 북한도 상황이 비슷하니까 제가 유심히 봤는데요. 맨 먼저 일어난 곳이 뜌니지입니다. 이 혁명은 한 청년 노점상이 분신해서 촉발되었습니다. 보면 북한이랑 똑같아요. 청과물 노점상을 하던 '모하메드 부아지지' 라는 청년이 경찰의 단속에 적발되어서 작년 12월 17일에 청과물을 모두 빼앗겼습니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업을 얻지 못해서 청과물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청년인데 단속으로 그걸 다 빼앗기고, 다시 돌려달라고 시청에 찾아가 이의를 제기를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자 도로에서 휘발유를 온몸에 붓고 불을 붙여 분신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오중석: 폭압정치에 대한 항의 표시로 그렇게 한거죠.
김현아: 벤 알리 대통령의 장기 집권 속에서 만성적인 실업, 고물가에 시달려왔던 뜌니지 주민들은 이 소식을 듣고 한꺼번에 폭발했고, 부아지지가 병원에서 끝내 사망하자 전국으로 시위가 확산되었습니다. 또 정부는 무장경찰을 동원해서 주민시위를 강제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수십명의 사망자가 속출했고 결국은 모하메드 간누치 총리에게 권한을 이양한 후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한 것으로 끝났습니다.
오중석: 망명이 아니라 도망간거죠. 그런데 도망가면서까지 수십억달러의 현금과 금괴를 가지고 갔다죠.
김현아: 네. 그런데 뜌니지에서 일어난 혁명이 여기서 그치는게 아니라 이집트, 요르단 등 아프리카 전역을 휩쓸고 있어서 성난 아프리카의 전망에 전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오중석: 네. 뜌니지에서 혁명이 시작해서 대통령이 망명을 했는데, 애급 등 옆의 아랍국가들로 번져나갔습니다. 최근에 애급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큰 소요사태가 일어났습니다. 백만명의 군중이 모여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민중들이 이겨서 무바라크 대통령이 차기 대통령 선거에 나오지 않겠다, 그리고 헌법도 고치고 개혁개방을 즉시 시행하겠다, 또 세습정치를 하려고 했던 자기 아들 가말의 대통령 후보 자격을 박탈하겠다 등 여러가지 정치개혁 약속을 해서 조금씩 국민들도 어느 정도 납득하고 질서를 회복해 가는 중입니다. 이번 뜌니지와 애급의 반독재 투쟁이 인근 국가에 불길처럼 번지는 상황을 보면서 북한 최고지도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김현아: 아무리 뜌니지나 애급이 주민들을 억압하고 만성적인 경제난과 끝없이 치솟는 물가 때문에 고생한다고 해도 북한과 비교하면 한마디로 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보다 훨씬 약한 이런 애급이나 뜌니지에서 혁명이 일어나는걸 보면 북한지도부가 불안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특히 2000년대 후반기, 고난의 행군 때부터 주민들의 폭동이 일어날까봐 정부가 항상 신경을 도사렸거든요. 북한에서는 선군정치를 하는데 주민들이 무서우니까 결국 군사독재를 실시하는거죠. 보위부, 보안서 동원해서 주민들에 대한 감시, 통제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간신히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주민여론이 너무 안좋으니까 정부가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게 알려져 있습니다. 단적인 예로 재작년에 화폐개혁을 선포하고 한달이 지나서 화폐개혁 과정이 잘못됐다고 주민들 앞에 인민반장을 모아놓고 사죄를 했다고 합니다. 이게 주민들에게 신경을 안쓴다면 이전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이걸 보면서 북한에서 주민들의 감정 정서가 안 좋고, 이것에 대해서 정부가 잘 알고 있고 우려하고 있구나 생각됩니다. 또 북한에서 도대체 보도를 안하잖아요? 왜 안하겠어요. 여기에 대해서 주민들이 알면 안좋다는거죠. 잘못하다가는 북한도 폭발할 수 있다는 이런 우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소식을 극히 단속하고 알리지 않는거겠죠.
오중석: 지금 말씀하신대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애급 국민의 반독재 투쟁에 대해 단 한마디도 보도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 존망의 위기에 처해있는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김정일 위원장이 신년축하 인사를 보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북한당국으로써는 애급의 현재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싶은 것 아닌가요?
김현아: 그렇겠죠. 신년축하 인사를 보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요. 아마 김정일 위원장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누구도 안 보냈을거예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그런걸 김정일 위원장의 의리로서 선전하거든요. 동독과 서독이 통합할 때 호네커가 마지막에 분쟁이 붙었는데 북한에서 그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습니다. 그걸 가지고 훗날에 어려워도 친구를 배신하지 않는다고 얼마나 선전을 했는지 몰라요. 그니까 애급 무바라크하고 김정일 하고는 친구인 모양이죠.
오중석: 김정일 위원장의 입장에서 약간의 동료의식을 가지고 있겠죠.
김현아: 친구라는 그 자체도 사실 참 불명예인데 쫓겨나는 사람이 친구라는 건 좀 그렇잖아요. 그리고 참 세상을 못 읽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오중석: 애급에서 반독재 반세습 투쟁이 요원의 불길처럼 일어나게 된 데에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첨단 통신수단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민중의 시위가 크게 번지자 애급 당국은 즉각 인터넷을 완전 차단해서 이런 통신수단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는 생소한 말일지도 모르겠는데요.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대해 간단히 좀 설명해주시죠.
김현아: 설명해줘서 북한 사람들이 알겠는지 약간 의문이네요. 왜냐하면 북한은 인터넷 접속을 못하는 상황이거든요. 그러니까 인터넷에 대해서 전문가들이나 알고 있지 일반 주민들은 어떻게 인터넷에 접속하고 얼마나 많은 소식을 접할 수 있고 자기 생각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지 잘 몰라요. 사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은 인터넷이 어느 정도 발달한 후에 더 소통이 원활하고, 더 효과적인 쌍방향 대규모 통신 수단이라고 봐야합니다. 참 설명하기가 어려운데요. 트위터는 쉽게 말하면 실시간으로 본인들이 보고 느끼는 것을 간단하게 손전화기나 컴퓨터에 올리게 되면 곧 순간순간 거기에 망라된 사람들에게 소식이 전해지게 됩니다.
오중석: 글을 올리게 되면 그 순간 인터넷에 접속한 수백, 수천만 때로는 수억명이 볼수 있는거죠.
김현아: 그래서 지어는 길을 가다가 트위터에 '지금 여기 길이 막힌다' 라고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거기로 안가고 다른 곳으로 돌아간다는거 아니예요. 또 페이스북은 가입한 사람들의 자기 정보를 공개하고 친구를 만들어서 서로의 정보와 글을 공유하는 겁니다. 트위터는 140자 이내의 짧은 글이 가능하고 페이스북은 1000자까지 가능하니까 많은 글을 마음대로 쓸수 있고요. 트위터는 여러 사람이 함께 실시간 통화하는 수준이고 페이스북은 그보다는 좀 더 정보공유가 강한거고요. 요즘에 정치하는 사람들,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 지어는 친구들과 사귀는 사람들이 서로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보다는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청취자 여러분은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실텐데요. 아무튼 이번에 애급에서는 언제, 어디서 반 무바라크 반독재 시위를 하자고 한 사람이 글을 쓰면 그걸 수십, 수백만명이 동시에 보고 거기에 모이는 겁니다. 아주 무서운거죠. 만약 북한사회에 이런 것이 있었다면 벌써 체제가 무너졌을겁니다. 이번 뜌니지와 애급 국민들의 반독재 민주화 투쟁은 중국언론들조차 보도를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수많은 중국인들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합니다. 중국도 개혁개방을 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공산당 일당 체제인 중국 지도부도 이번 애급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얘긴데요. 북한당국이 아무리 이번 뜌니지와 애급의 민주화 투쟁사실을 숨기려 해도 결국 주민들이 다 알게 되지 않을까요?
김현아: 네 최근에 북한 주민들이 외부소식을 적지 않게 알고 있어요. 얼마전에 누가 북한과 통화하는데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중국에서 방영을 안했다면 방송을 통해 많이 알고 있을겁니다. 중국도 두려워 하는거니까 북한은 두말할 나위 없겠고 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사실 중국은 말이 공산당 체제지 얼마나 개혁개방이 되고 자유주의 사회입니까? 특히 자본주의 못지 않은 경제력을 자랑하고 있고, 사실 정치적인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든 자유를 누리고 있는데요. 그런데도 중국지도부는 빈부격차 같은 문제 때문에 애급사태가 껄끄러운 겁니다. 그런데 만약에 북한 주민들이 이 사실을 정확하게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짐작이 됩니다. 지난 20여 년 사이에 소련의 해체를 시작으로 지구상의 독재국가는 거의 패망하거나 소멸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북한은 이제 지구상에서 가장 지탄받는 독재국가로 남게 되었는데요.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노동당 규약을 개정했는데 아예 노동당을 김일성당으로 규정하고 북한은 김일성의 나라이며 따라서 대를 이어 권력을 세습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규정했다고 합니다. 완전히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려 김일성 봉건왕조를 공식화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과연 북한정권이 현대 역사의 도도한 흐름을 거스르면서 언제까지 존립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김현아: 북한에서는 역사발전의 법칙을 거스를 수 없고, 인민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권은 반드시 망한다고 항상 늘 말했어요. 지금 북한이 겉으로는 체제가 유지 되는 것처럼 보이고 아직도 내부질서는 유지되고 있지만 서서히 좀먹고 있어요. 북한 같은 경우는 한번 위에만 변화가 일어나면 썩은 담벼락처럼 순간에 무너지는 게 대체로 이러한 나라들이 무너지는 방식이거든요. 시작점이 언제일지는 잘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십 년 내외 일거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대체적으로 사람들이 짐작하는 게 거의 맞다는 통계자료도 있어요. 그런걸 보면 얼마 못 갈 거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아직은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속으로 멍들어 있다고 보시는군요. 오늘은 뜌니지와 애급에서 불어 닥친 반독재 민주화 바람을 주제로 북한이 처한 현실에 대해 얘기해 보았습니다. 시대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면서 세계와 맞서고 있는 북한의 지도부, 과연 언제까지 버텨낼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도 김현아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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