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여러분과 함께하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30년 독재로 에짚트를 통치해오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결국 국민들의 저항에 못 이겨 권좌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번 에짚트 사태는 국민을 탄압하고 무시하는 독재정치는 오래가지 못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세계사람들에게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른바 사회주의 국가에서 가장 자랑스럽게 선전하는 분배의 정의, 그러니까 국가에 의한 배급제도의 허실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담에는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북한을 비롯한 과거 사회주의 나라들은 공동생산과 공동소비를 통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지 않았습니까? 소위 국가에 의한 배급제도의 허상을 남한과 비교해서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김현아: 네 이전의 북한에서는 사회제도의 우월성을 많이 강조했습니다. 사회주의제도의 우월성은 모든 생산수단은 다 국가가 공동으로 가지고 있고, 또 국가 소유라는건 전체 인민이 함께 가지고 있고 거기에서 생산되는 생산품을 국가가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분배해준다는 것입니다. 무상치료제, 무료교육제 등 무수하게 예를 들면서 거저나 다름없는 값의 식량공급을 주로 예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90년대 이전 사회주의 할때는 북한에서 모든 사람들한테 쌀을 매달 배급을 줬거든요. 근데 배급가격이 진짜 싸긴 했어요. 그때 쌀 1킬로 가격이 8전, 잡곡 1킬로 가격이 4전 정도하다 보니까 한달 배급을 다 타도 식구 5, 6명의 쌀값이 2원 50전 정도였습니다. 그때 노임 평균이 70, 80원 정도였으니까 전체 노임에서 먹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좀 작았죠. 그렇지만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때도 북한 사람들이 마음놓고 배불리 먹지는 못했어요. 배급을 줄때 규정이 있거든요.
공장 다니는 직장인은 몇 그램, 가정주부는 300그램, 학생은 학년에 따라서 차이가 조금씩 차이가 있고요. 그런데 그거 다 가져다 밥을 해도 항상 배가 고팠어요. 왜냐하면 북한은 먹는 것이 넉넉하지 않으니 오직 배급 쌀에만 매달리는 상황이니까요. 부식물도 적고 간식도 없고 순 쌀로만 칼로리를 보충해야 합니다. 물론 적은 값으로 주니까 굶어 죽는 사람은 없죠. 그렇지만 그게 풍요한 상태에서의 배급이 아니라 결국 부족한 조건에서 굶어 죽지 않게 골고루 준다는 의미가 더 크지 않았나 싶어요. 부족한 것이기 때문에 배급제를 실시하는 것이지 사실 많으면 자기 수요에 맞게, 사먹게 하는게 가장 풍족한 것이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그걸 사회주의의 우월성이라고 많이 선전했거든요.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까 배급제가 필요없더라고요.
여긴 너무 넘처나서 걱정인데 가서 사 먹으면 되잖아요. 북한에서 68년도에 이종옥 씨가 총리를 했을 때 사람들에게 배급을 주지 말고 소련처럼 사서 먹게 하자고 제의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말을 듣고 김일성이 반박했다고 합니다. 사서 먹게 하면 결국 식구가 많은 집은 힘들다고 여러 가지 증명을 하고 납득을 시켰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에서는 주민들에게 주는 임금이 아주 적거든요. 여기 남한은 몽땅 본인에게 주고 처리하게 하지만 사회주의는 절대다수는 다 국가가 가지고 주민들에게는 거의 용돈 정도만 주는 거죠. 그러니까 안 되는 거죠.
그런데 남한에 와서 보니까 북한하고 대비해보면 노임 수준이 상당히 높아요. 예를 들어 지금 북한에서 노동자들의 평균 노임이 2천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남한에서는 가장 힘든 3D업종 임금이 최저 백만 원 정도로 보고, 평균 월급은 280만원 정도로 봅니다. 280만원이라면 2천5백에서 6백 딸러 정도인데, 북한에서는 상상을 못할 금액이죠. 북한 암시장 거래로 보면 2천원이 한 딸라도 안되거든요.
그나마 북한에서 배급제를 그냥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나머지는 국가가 다 가져다가 부담했으니까요. 저는 배급제가 평등하게 나눠주는 것 자체는 좋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주의 경제가 모든게 부족한 조건에서 주민들의 소비를 최대한 억제하고 나머지는 몽땅 모아서 국방에 투자하자는 것이지 결코 사람들을 잘살게 하는 정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중석: 한마디로 별수 없이 하는 제도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나마 사회주의는 이미 소련과 중국에서 실패한 이상주의로 판가름났습니다. 최근 북한은 노동당 규약을 개정하면서 북한식 사회주의와 노동당을 김일성 당으로 규정하는 등 북한을 완전히 김일성 왕조가 통치하는 봉건국가로 만들었습니다. 북한이 이른바 유럽식 사회주의 노선을 포기한 것인가요?
김현아: 이번에 당 규약 개정하면서 조선 노동당은 김일성 동지당이라고 규정하니까 한국에서는 많은 전문가들이 무슨 당을 바꾸는 건가 생각하고 있는데요. 정식으로 당 규약에 인용하지 않았을 뿐이지 조선노동당은 김일성 동지당이라는게 북한에서는 이미 80년대부터 하던 말입니다. 외부에서 봤을 때는 참 놀랍지만 북한 사람들은 아주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그런데 남한 사람들 생각에는 참 이상하거든요.
김현아: 그럼요. 우리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다가 여기에 와서 다시 재조명해보니까 저건 참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어요. 북한은 결국 지금은 사회주의가 아니죠. 사회주의라고 하면 그래도 민주주의 선거제도 같은 걸 표방하는데, 그것이 형식화된 것은 이미 이전일이고요. 북한 사람들도 이제는 북한은 사회주의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북한 당국이 사회주의를 지킨다고 말은 많이 하지만 실제 본질에 있어서는 모든 백성들이 골고루 잘사는 사회주의를 지키자는 것보다도 현 정권을 지키자는 것이죠.
오중석: 김선생님도 몇번 말씀하셨지만 사실 70년대 초반까지도 남북 간에 경제적 격차는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북한이 풍부한 지하자원을 바탕으로 남한보다 나았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7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파탄으로 국가의 배급체계는 오래 전에 무너졌고 주민들이 각자 알아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되는 형편인데요. 북한당국이 그처럼 비난하던 남한 국민, 특히 서민들의 생활상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김현아: 사실 남한은 배급도 안주거든요. 다 각자 직장도 구해서 자기 살 궁리를 알아서 해야 합니다.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면 북한도 유사합니다. 국가에서 주는 걸로 사는 사람은 결국 간부들, 특히 요직 간부들뿐이고 다 자기가 알아서 살아야 합니다. 남쪽이나 북쪽이나 알아서 살아야 하는 정도를 놓고 보면 진짜 남한이 살기가 너무 좋죠. 북한 사람들도 남한이 발전했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어요. 북한 당국에서 설명할때 남한은 잘 사는 사람은 아주 잘 살지만 일반 백성들은 못산다. 즉 ‘부익부 빈익빈’이 심하다고 합니다.
북한 사람들도 남한은 잘 사는 사람만 잘살고 못사는 사람은 우리보다 조금 나을 거라고 생각하는거죠. 그래서 남한의 일반 사람들이 어떻게 사나 이게 제일 궁금합니다. 그런데 와서 보니까 북한과 남한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북한에서는 배급도 옷배급이나 일용품 배급은 생각도 못하고 사람들이 딱 쌀 배급만 생각하는 상황인데, 지금 남한에서 쌀 못 먹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북한에서는 제일 잘 사는 사람이 입쌀 먹는 사람이거든요. 지금도 이밥(쌀밥)먹으면 그만하면 풍족하지는 못해도 괜찮게 산다 라고 생각하는데, 남한에 이밥 못 먹는 사람 없잖아요. 남한은 배급을 안 줘도 너무나도 잘먹고 잘 사는데, 북한은 배급제까지 해서 만민 평등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오중석: 수많은 사람들이 병들고 굶어 죽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현실을 우리 청취자분들이 좀 아셨으면 합니다.
김현아: 잘 알죠. 북한에서는 굶어죽어도 국가가 못 봐줍니다. 굶어죽는 사람은 둘째고, 요즘에도 밤낮 보도가 되지만 국가에서 나라를 지키자고 모집해 놓은 군대들도 배급을 못줘서 그들이 영양실조 걸려 죽는 상황입니다. 하물며 늙은이, 노약자, 어린이는 생각도 못하는 것이죠.
오중석: 올겨울 혹독한 추위와 식량부족, 땔감부족으로 북한주민들의 고통이 극심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엊그제 14일에 북한의 김정철, 그러니까 김정일 위원장의 차남이자 후계자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이 대규모 수행원들과 함께 지난 14일 저녁 싱가포르에서 열린 에릭 클랩튼 록음악 공연장에 나타났죠. 백성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호화 해외여행이나 하는 왕자의 모습에 우리들은 그저 놀랄 뿐 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 김정일 위원장의 왕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려드리는 의미에서 이번 일을 좀 설명해주시죠.
김현아: 이건 설명해도 북한분들이 잘 모르실거예요. 왜냐하면 북한에서 록음악은 썩어빠진 부르주아 음악으로 금지되었습니다. 또 세상 사람들은 어느 나라에서 세계적인 배우가 공연 하면 그걸 보러 가잖아요. 그걸 북한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일입니다. 사실 남한도 음악이나 체육에 관심이 있으면 거기에 찾아가기도 하잖아요.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보러 외국에 가는 거죠. 그런데 김정철이 공연을 보러 북한에서 싱가포르까지 왔다는 것은 북한 사람들로서는 꿈도 못 꿀일이죠. 거기에 숱한 수행인원을 데리고 갔고, 거기 가서 머무르는 방이 요란하게 비쌌고, 또 김정철이 귀걸이까지 하고 요란한 차림으로 나타나서 그 장면이 남한TV에 방영이 됐습니다. 남한 사람이 그랬다면 문제가 안 되죠. 그런데 가장 가난한 나라의 왕자가 솔선해서 모범이 되어야 하는데 이렇게 사치스럽게 산다고 하니까 다시금 세계를 경악시킨 것이죠.
오중석: 김 선생님이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남한에서도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의 아들이 설령 돈이 있고 시간이 있다고 해도 그렇게 못합니다.
김현아: 그렇죠. 차라리 일반 사람이면 괜찮지만 만약 대통령 아들이 그러면 도덕적 비난을 받죠. 그 돈이 어디서 났냐, 너무 사치스럽다 등 구설수에 오르게 됩니다. 김정일이 자기뿐만 아니라 아들을 통제를 못 하는 겁니다. 북한 백성들은 그렇게 고생하는데 아들들은 세계에서 가장 사치스럽게 사니까 세상 사람들이 김정일의 도덕적인 품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중석: 오늘은 오랜 세월 북한이 자랑해온 사회주의 배급제도의 허상에 대해 얘기해 보았습니다. 국민은 굶주리는데 김정일 위원장의 아들들은 북한에서의 호화생활도 모자라 사치스런 해외여행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북한이 허울뿐인 사회주의를 포기하고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개혁개방 정책으로 돌아설 날이 언제일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하루빨리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순서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