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여러분을 찾아 뵙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오는 3월 8일은 '부녀절'이죠. 남한에서는 '세계 여성의 날' 이라고 부르는데요. 전세계 여성들의 권리와 존엄성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여성을 위한 기념일입니다. 남한과 북한이 다같이 이 여성의 날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여성의 인권이나 존엄성을 보장해주고 존중하는 측면에서 보면 남북한 사이에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남한과 북한의 여성인권 현주소에 대해서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오늘도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시겠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는 3월 8일은 여성의 날이죠?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세계각국에서 이 날을 여성의 날로 정하고 각종 행사를 개최하고 있는데요. 한국은 이미 지난 1985년부터 이날을 여성의 날로 정하고 기념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이 날을 기념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여성의 날에 대해서 좀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김현아: 네 북한에서는 '3.8 국제부녀절'이라고 합니다. '3.8 국제부녀절'은 서방나라보다 사회주의권에서 더 기념하는 날로 알고 있어요. 북한도 부녀절을 쇠지만 특히 중국은 아주 요란하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도 여성의 권위가 신장되다 보니까 3.8부녀절에 남편들이 부인들에게 잘못하면 이혼을 각오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북한에서 이 3.8 국제부녀절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국 자본의 압제로부터 여성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운동과정에서 생겨난 명절이라고 들었습니다. 1917년 러시아 2월 혁명을 계기로 스탈린이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수령이다 이렇게 내세우고 여성운동이 많이 신장되면서 3월 8일을 세계 여성의 날로 지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3.8절이 사회주의 나라들이 독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주의 나라들도 1960년대부터 여권신장과 함께 여성운동이 급격히 성장했습니다. 남한에서도 1985년부터 3월 8일을 여성의 날로 기념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에서는 사회주의에서 여성은 남성과 똑같이 대접 받아야 한다면서 여성도 군대에 보내고 각종 노력동원이나 어려운 작업에 투입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사실만으로 남녀평등이 실현된 사회라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을까요?
김현아: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북한이 사회주의니까 남한보다 경제는 발전 못해도 남녀평등은 꽤 보장하지 않나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사회주의는 남녀평등을 자본주의에 비할 바 없이 보장한다고 설명했기 때문입니다. 북한에서는 여성들도 남자들과 똑같이 혁명의 한쪽 수레바퀴를 밀어야 하고 여성들도 남자와 똑같이 몫을 맡아야 한다고 합니다. 여성 모두 직장에 나가고 남자와 같이 일을 하는 것을 장려합니다. 북한에서는 여성의 적극적인 직장생활을 남자와 똑같은 것으로 보고 있는 거죠. 그런데 여기 와서 북한 여성운동에 대해서 연구해 놓은 자료들을 보면 노동력을 보충하기 위한 동원노력으로 여자를 이용했다고 좋지 않게 평가하고 있더라고요. 그리고 남한은 생산현장에 여성이 별로 없더라고요. 특히 북한의 농촌에 가보면 거의 여성들이 일하고 있는데, 남한은 나이 드신 분들이 주로 일하시고 아가씨들이 일하는 건 제가 한번도 못 봤어요. 또 군대의 경우 북한은 사병을 하전사라고 하는데 여성은 하전사 생활을 합니다. 그런데 남한은 여성들이 군에 북한 말로 하면 장교, 초기복무 사관으로 근무하지 이렇게 사병으로 복무하는 것이 없더라고요.
오중석: 네, 여성의 의무복무는 없습니다.
김현아: 북한도 여성은 의무복무는 아니예요. 그렇지만 군에 가면 사병생활을 하더라고요. 여기는 그렇지 않잖아요. 북한에서 생각하는 여성평등과는 다르고 그것만 가지고 결코 평등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느꼈습니다. 북한에선 여자들이 어려운 일은 하지만 상대적으로 전문직, 고위직엔 여성이 없어요. 물론 남한도 아직 정치계는 여성이 별로 없지만 법조계, 의학계, 대학 등 얼마나 여성들이 많이 진출하고 있어요. 그래서 북한여성의 지위는 남한여성에 비할 바 없이 낮구나 생각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을 탈출해 나오신 탈북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북한여성은 집안일을 책임져야 하고 군대는 물론 소위 돌격대나 총화 모임 등에 남성과 똑같이 참여해야 한다고 합니다. 남자들보다 훨씬 더 심한 정신적 육체적 노동에 시달린다고 하던데요. 여성으로서 김 선생님이 겪은 북한생활은 어떠했습니까?
김현아: 저는 공부를 하다 보니 그렇게 힘든 육체노동은 안 했는데요. 실제 대학생이라고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농민들과 함께 일을 해야 한다고 해서 농촌에 가봤습니다. 그때 가슴 아팠던 것은 농촌에 나가보니까 그 넓은 들판에 모를 심고 김을 메고 벼가을을 해야 하는데 남자는 한 명도 없고 전부 여자들 뿐이더라고요. 너무 한심해서 다 모이라고 하고 남편들은 어디 갔냐고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남자들은 작업반장, 뜨락또르 운전 등 한가지씩 다 맡고 있고 하다못해 소라도 몬대요. 여자들만 힘든 육체 노동을 하는 거예요. 진짜 농촌에서 여성노동자를 빼면 일할 사람이 없겠구나 생각했어요. 가정일의 부담이 여성들에게 있어요. 아직은 북한이 여성을 가정일의 무거운 부담에서 해방시켜준다고는 하지만 북한 여성들은 모든 가정 일을 다 손으로 해요. 근데 남한에 와서 보니 모든 가정일이 다 자동화 되어 있어 북한처럼 일이 많지 않아요. 그래서 남한에서는 남자 혼자 얼마든지 살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불가능하거든요. 결국 여성들이 가정일에 힘써야지, 애를 낳아 키워야지 여성이 사회에 진출해서 남성과 똑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북한실정상 아직은 불가능한 일이죠. 그러다 보니 여성들이 제일 뒤떨어진 일을 맡게 되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노임도 작고요. 물론 최근에는 더 힘들고요.
오중석: 남한에서도 물론 여성들이 산업현장에서 일을 하고 힘든 일도 합니다. 그런데 남자 여자를 떠나서 보수를 많이 받죠. 보수를 많이 주니까 여성들이 나서서 일을 맡아서 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런데 문제는 북한 여성들은 가사부담 다 떠맡고 남들이 하기 싫은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또 보수는 작고요. 그런 점에선 남과 북의 여성들이 큰 차이가 있다고 봐야겠군요. 요즘 보도에 따르면 북한의 군대와 직장에서 여성에 대해서 남성 상관이나 상사들의 성적 학대가 매우 심하다고 합니다. 직장 내에서, 또는 군대에서 상사가 부하 여성을 아무렇지도 않게 성적 폭행을 가하고 성의 노리개로 삼는 사건이 자주 일어나는데 처벌하는 경우는 별로 없다고 합니다. 이건 심각한 여성인권 유린 아닌가요?
김현아: 남한에 와서 보니까 여성에 대한 존중 사상이 아예 사회에 자리 잡았더라고요. 여성에 대해서 함부로 못하죠. 듣고 보면 북한에서는 아무런 것도 아닌 말인데 여기선 조금만 잘못하면 성희롱이라고 하고요.
오중석: 남한에서는 정말 말 조심해야 합니다.
김현아: 한번 여자를 껴안기만 해도 어떤 부위를 다치기만 해도 성희롱이라고 막 비판 받고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 당합니다. 북한은 그런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이전 사회주의 시기에는 정조 관념이 아주 엄격했거든요. 그때는 간부들이 자기 밑에 부하에 대해서 성적인 것을 해 일단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면 그 간부를 무조건 떨구어버렸거든요. 그런데 80년대부터 조금씩 물러지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도 다 묻어버리게 되고 90년대부터는 힘들어지다 보니 그런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북한은 성 유린을 당하면 그걸 여자의 탓으로 돌리거든요. 그러니 당하고도 여자들이 말을 못하죠.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이중 삼중으로 힘든 것이 성학대를 당해도 여자 탓을 하니까요. 자기들이 찾아야 하는 권리인 것도 사람들이 모르는 거죠.
오중석: 과거 고난의 행군 시절도 그랬고 요즘 같은 식량난의 와중에서 북한 여성들의 역할이 대단하다고 들었습니다. 극한 상황에서도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 은 여성들의 몫이라고 하던데요. 사실인가요?
김현아: 그렇죠. 북한 남자들이 나쁘다기 보다는 돈을 받든 안 받든 무조건 직장에 출근해야지 출근 안 하면 경찰서(보안서) 가야 하거든요. 할 수 없이 여성들의 어깨에 가정을 부양해야 하는 부담이 다 쌓이게 되죠. 자기 집이 못살면 남자들이나 시어머니가 우리 부인, 며느리가 제대로 장사를 할 줄 몰라서 못 산다고 합니다. 남한에서 들으면 이해가 안 되는 말이죠. 그러니까 여자들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데 돈 벌 일이 있나요. 다 힘들게 해야 합니다. 등짐으로 기차로 나르고 하루 종일 뙤악볕에서 장사를 해야 하고요. 이전에는 남편들이 가져다 주는 걸로 살림 잘하면 된다는 관념이 지배적이었다면 이제는 또 달라졌죠.
오중석: 어려울수록 여성들이 더 힘들어지는군요. 탈북자 여러분들의 증언과 북한관련 각종 보도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북한에서의 인권유린, 특히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학대가 심한 것 같습니다. 말로만 사회주의를 강조하면서 실은 봉건왕조시대의 남녀차별이 되풀이 된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현아: 북한 여자들은 세상의 여자들 중 우리 북한 여성들이 제일 불쌍하다고 말합니다. 남한도 여성차별이 심한지 궁금해 하고요. 중국은 예전부터 여자가 귀해서 존중 받고, 러시아는 유럽의 영향을 받아서 여자들이 존중 받는 게 영화에 많이 나오거든요. 그러니까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건 이 나라 우리밖에 없다고 말해요. 그런데 남한에 와보니 여기 여성들은 중국이나 러시아 여성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높은 대우를 받고 있는데도 여성단체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자꾸 투쟁합니다. 처음 북한에서 왔을 때는 저건 너무한 거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오중석: 남한에 오셔서 느낀 한국 사회의 여성인권 보장은 어느 정도라고 보시는지요. 남한의 여성들은 차별 받지 않고 자기 능력에 따라 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현아: 네 두말할 것도 없죠. 진짜 남자와 똑같이 일하잖아요. 매일 보도 나오는 것처럼 남한에서 제일 좋은 직업인 판검사, 의사 중 여성의 수가 남성의 수를 앞지르잖아요. 가정에서 남자들이 다 여자 비위를 맞춰가면서 살잖아요.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이죠.
오중석: 네 오늘은 3월 8일 세계 부녀자의 날을 앞두고 남한과 북한의 남녀평등과 여성의 인권에 대해서 얘기해 보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여성의 권리가 날로 신장되어 여성이 남성과 당당하게 경쟁하는 모범적인 남녀평등 사회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많은 북한의 여성들이 편견과 학대, 극심한 생활고로 인해 2중 3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땅의 소중한 어머니, 아내로써 북한의 여성들이 하루빨리 존엄성을 회복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면서 오늘 순서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고맙습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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