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여러분과 함께하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순서입니다. 흔히 교육은 한 국가와 민족의 명운을 결정하는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말합니다. 오늘은 남과 북의 교원들이 어떻게 양성되며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도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과 함께합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일선 교육현장인 학교에서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은 바로 교사입니다. 국가 교육의 성패여부는 교사들의 능력에 달려 있다고 말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텐데요. 북한에서는 교사를 교원이라고 부른다죠?
김현아: 네
오중석: 북한의 교원은 어떤 과정을 거쳐 양성되고 있습니까?
김현아: 북한의 교원양성제도는 남한하고 비슷하죠. 남한도 대학교 안에 교원대학, 사범대학이 있더라고요. 북한에서는 도별로 교원을 양성하고 있습니다. 교원대학은 3년제, 유치원 교원양성대학은 2년입니다. 사범대학은 4년제로 여러개 과가 있는 것은 남북한이 비슷한데요. 남한은 과가 좀 더 많고 세분화 되어 있더라고요. 북한은 수학, 과학 등 과목 위주로 과가 편성되어 있고 남한은 거기에다 교육심리, 교육행정 등 다른 것도 많이 강조하고요. 또 다른 점이 북한은 졸업만 하면 교사자격증이 나오는데, 남한은 대학을 졸업해도 다시 교사임명 국가시험을 응시해야 합니다. 그 다음에는 거의 다 유사합니다.
오중석: 북한 역시 남한과 비슷한 교원양성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원 그리고 대학 교수는 그 자격요건과 임명과정이 좀 다르겠지요?
김현아: 네. 교원대학 졸업하면 초등학교 교원, 사범대학 졸업하면 중학교 교원이 되죠. 하지만 임명하는 방법은 좀 다르죠. 남한에서는 임용고시에 합격하면 교육청에서 정교사로 발령받잖아요.
오중석: 바로 임용되는 경우도 있고, 교사 자리가 나지 않으면 몇 달 혹은 일 년씩 기다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김현아: 또 남한은 사립학교도 있는데 사립학교는 학교 이사회에서 교사를 임명한다고 합니다.
오중석: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이사회에서 채용합니다.
김현아: 사립학교에서 채용공고를 내면 사람들이 원서를 내고 시험을 봐서 교사로 채용이 되는 거죠. 북한은 사립대학을 졸업하면 졸업문건이 해당 시,군당에 보내져서 해당 학교에 임명합니다. 또 대학교수는 임명하는게 달라요. 여기는 대학교수가 되려면 무조건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교수가 되기 참 힘듭니다. 물론 뛰어난 성적을 가지고 있으면 교수로 특별채용되지만 보통 겸임교수, 부교수 이런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오중석: 과거에는 시간강사라고 했는데요. 남한에서 대학교수 되기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김현아: 북한은 사범대학 졸업생들도 가끔 수학, 물리, 영어 등 기초 과목 교수로 가기도 합니다. 또 기술대학이 있는데 그곳을 졸업하면 성적이 우수한 사람들을 뽑아서 교수로 국가에서 배치하죠. 또 최근에는 석박사를 양성하는 과정이 있어요. 역시 배치를 받지만 여기처럼 영광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중석: 남한에서는 대학교수는 말할 것도 없고요. 초중등학교 교원이라면 아주 인기가 많은 직업이지요. 특히 여성교원은 남성들이 배우자감으로써 최고로 꼽을 만큼 인기직업 아닙니까? 남북한에서 교원들이 누리는 대우나 지위가 다르다고 생각이 되시는지요.
김현아: 저는 남한에 와서 교사가 신붓감 1위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여기서 살다 보니 그럴만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중석: 남자 교사도 신랑감으로 인기가 있습니다.
김현아: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이전에 이렇게 경제 상황이 나쁘지 않을때는 여성이 교사라는 걸 괜찮게 생각했어요. 왜냐면 부유하게 잘살진 못해도 안정적이고 직업이 아주 단정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절 있고 지식 정도도 높고 존경받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죠. 교사 노임 2, 3천원은 겨우 쌀 한 킬로 값이니까 교사 직업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것이 북한 실정입니다. 또 남한에서는 대학교수가 전문가 직업순위에서 의사, 변호사, 다음에 교수 이 정도 되지 않을까요.
오중석: 어떤 조사는 대학교수가 1위를 할때도 있습니다.
김현아: 그런데 북한은 대학교수를 별로 안 좋아합니다. 물론 지방에 있다가 평양에 배치받기 위해서 대학교수가 되면 괜찮게 생각합니다. 평양 같은 곳에서 배치 받는 건 괜찮지만, 지방에 특히 남자들이 대학교수 되는 건 별로라고 생각해요. 당 간부나 보위부 간부가 되는 게 첫째죠. 어쨌든 북한은 권력사회이기 때문에 지식인이 되기보다는 권력을 가져야 합니다.
오중석: 사실 고난의 행군 때나 과거 소련 말기에도 그렇고 대학교수나 지식인들이 굶주렸잖습니까?
김현아: 중국도 제일 먼저 탈락됐던 게 교사인데요. 한 10년 지나고 요즘은 다시 교사들의 지위가 향상되고 있습니다.
오중석: 그럼요. 중국은 완전히 개혁개방을 했기 때문에 지금 중국의 대학교수나 교사는 상당히 인기있는 직업입니다.
김현아: 경제가 발전하고 잘 살게 되면 그때부터 교사가 인정받지 않나 생각됩니다.
오중석: 한국뿐 아니라 미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은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의 교육정책이나 교원에 대한 지원책에는 무엇이 있는지요?
김현아: 북한도 교원들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고 자질향상 시험과 급수시험을 치고 있어요. 그래서 2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시험을 봐야 합니다. 그리고 매해 공부는 얼마나 했고, 교편물을 몇권이나 만들었나 보고 급수나 노임에 반영하게 합니다. 그리고 교원들도 재교육을 받게 합니다.
오중석: 교사를 위한 재교육 제도가 있군요.
김현아: 네. 남한에 와서 특별하다고 생각한 것이 대학교수들은 안식년이라는 것이 있어요. 일 년 동안 아무것도 안해도 월급은 다주고, 자체적으로 공부하게 하는데 대부분 다른 나라에 가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런 제도는 북한에 없습니다. 그리고 초중고등학교 일반 교사들을 위한 재교육제도 프로그램이 많고 교사들도 거의 다 대학원에 다닙니다. 또 교사가 석박사 공부하는 경우가 제일 많은 것 같습니다.
오중석: 그렇습니다. 교사들이 시간 여유가 있고 공부하는 분위기니까요. 한국의 교원들은 교육현장에서 교사의 자율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과서에 쓰인 대로만 교육하기보다는 교사의 가치관과 판단에 따라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어 한다는 얘기인데요. 실제로 지난 10여 년 동안 한국의 교사들은 많은 자율권을 얻어 나름대로 개성 있는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 선생님은 교사의 자율에 의한 수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북한에서도 교원의 수업 자율권을 인정하는 제도가 있나요?
김현아: 북한은 거의 자율권이 없죠. 제가 남한에 와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이 바로 교사의 자율권입니다. 대학교수의 자율권은 두말 할것도 없고요. 자기가 배워주고픈 강의를 개설하고, 강의 내용도 본인이 다 만들고 그야말로 자기 연구성과를 가르쳐야 하잖아요.
오중석: 대신 대학교수는 강의내용에 대해 엄정한 책임을 져야 하죠.
김현아: 참 저는 자율권을 부러워했는데 남한에 와서보니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한 학기 강의 내용을 다 만든다면 어느 정도 실력이 있어야 하잖아요.
오중석: 또 학생들이 평가를 하지 않습니까.
김현아: 초중고등학교 교사도 기본 수업내용 체계만 국가에서 지정해주고 나머지는 다 자기가 자율적으로 수업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자율권이 참 좋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사상교육 같은 사회과 교육은 그게 싫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그런건 사회가 다 정화 시킨다고 생각합니다. 일정한 곳으로 치우치게 되면 사회적 압력이 들어가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다시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요. 그러고보면 남한의 자율권이 참 좋다고 생각하는데 북한에서는 전혀 그러지 못했어요. 위에서 지정해 준 강의 내용에서 하나도 덜거나 더하면 안 되고 다만 그 내용을 좀 더 풍부하게 설명할 수 있는 자율권만 있습니다. 특히 당과 국가의 사상에 어긋나는 말은 한마디도 해서는 안 되고요. 대신 수령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말은 많이 찾아서 하라고 하죠.
오중석: 한국의 교사들의 자율권은 좀 다릅니다. 어떤 교사는 수업 중에 현 정부나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합니다. 그런 일이 가끔 말썽이 되기도 하지만 그 교사가 벌을 받거나 책임을 지는 일은 없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 학교에서는 요즘 교사의 체벌 문제를 두고 논쟁이 한창입니다. 교사가 교육적 차원에서 학생들에게 매를 드는 것을 말하는데요. 최근 한국 교육 당국이 일체의 체벌을 금지하면서 상당수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의 교원들도 학생을 교육하기 위해 체벌을 가하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물론 때리기도 하죠. 북한은 원래 인권을 높이 보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교사들이 학생 때리는 것쯤은 당연하게 생각해요. 그렇지만 너무 과하게 때리면 안 되죠. 부모들도 자식들 잘 때리거든요. 그러니까 학부모들이 학교에 가서도 애들이 말 안 들으면 때려서라도 사람을 만들어 달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에 체벌을 금한다는 소리를 듣고 저래서 선생님 낯이 서겠느냐 싶었어요. 특히 남자애들 말 안듣잖아요. 그런데 어느 책에 보니 애들을 때리면서 키우게 되면 그 매 맞은 아이들이 나중에 매를 든다고 합니다. 또 매의 강도가 잘못을 고치는데 주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연구자료가 있어요. 이런 걸 보면 체벌을 금하는 것이 필요하겠구나 싶어요. 또 학교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이 다 체벌을 금하는 분위기로 가야 더 효력을 내지 않을까 생각해요.
오중석: 네 그렇습니다. 학교, 군대, 가정 모두 다 그래야겠죠. 오늘은 한 나라의 장래를 책임질 청소년의 교육을 일선에서 책임지는 학교 교원에 대해서 얘기해 보았습니다.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청소년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원에 대한 처우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교원은 열악한 교육환경과 형편없는 처우로 인해 제대로 된 교육을 펼쳐 보이기 어려울 것 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셨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 주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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