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의 달라진 생활 문화를 점검해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입니다. 지난 11일 일본 동북해안지역에 강력한 지진과 거대한 지진 해일이 몰아쳐 지금 일본열도가 큰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은 일본지진 피해를 계기로 재난 방지대책과 이재민 구호대책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지난 11일 일본의 동북부 해안도시에 지진과 대규모 쓰나미, 그러니까 지진해일이 덮쳐 상상을 뛰어넘는 큰 피해가 났죠.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일본 동북지방을 강타한 이번 지진 재해에 대해 좀 설명해주시겠습니까?
김현아: 네. 조선 중앙테레비에서도 하루가 지나서지만 일본지진에 대해 이례적으로 방송했다고 합니다. 우리는 며칠 동안 일본 지진피해에 대해 방송하고 있습니다. 영화 '해운대'에서 보면 산더미처럼 높은 새까만 파도가 막 밀려오는데 현실이 똑같아서 진짜 무섭더라고요. 10미터나 되는 파도가 무려 3.2km에 걸쳐 물이 들어와서 모든 집이 떠내려가고 판자만 남았어요. 또 사람이 너무 많이 상했습니다. 숱한 사람들이 실종되었고 사망자까지 합쳐서 2만여 명이라고 하는데 더 늘어날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리고 너무 피해를 입다 보니 재산 피해를 집계하는 것이 정확하진 않겠지만 약 1800억 달러, 일본 국민소득의 3%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3%라고 하면 작은 것 같지만 일본은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입니다.
오중석: 일본이 40년 동안은 2위였는데, 2010년 중국에 밀려서 3위가 되었죠.
김현아: 네 3%라고 하면 상당한 겁니다. 또 원자로 폭발까지 겹쳐서 일본 사람들은 그야말로 공포 속에 살고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지금도 여진이 계속된다고 합니다.
오중석: 여진이 280회 이상 일어났고 진도 6.0, 7.0도 있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 같으면 큰 난리가 났을 텐데 일본은 거뜬히 견디고 있어요
김현아: 우리 같으면 큰 소동이 났겠죠.
오중석: 이번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로 인한 사망, 실종자가 2만 명이 넘는다고 하고 한마디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엄청난 재산피해가 발생했는데요. 그런데도 일본 국민들은 놀라울 정도로 차분하고 질서정연하게 구호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언론이 일본사람들의 이런 침착성과 인내심에 찬사를 보내고 있는데요. 김 선생님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김현아: 참 저도 놀랐습니다. 원래 일본 사람들이 남한테 피해를 안 주기로 유명하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은 전철에서는 핸드폰 전화도 잘 안 한다고 합니다. 티비에서 방영하는 것을 보면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도 까마득하게 긴 줄을 차례대로 차분히 기다립니다. 음식이 동이 나서 딱 하나씩만 배급 주는데도 불구하고 불평 한마디 없이 받아가고요.
오중석: 테레비에도 나왔지만 8, 9시간씩 줄 서서 기다려 컵라면 몇 개, 물 몇 병, 빵 몇 개 이렇게 사가지고 가더라고요.
김현아: 다른 곳에서 지진이나 해일이 일어났을 때는 약탈이 있다는 보도가 항상 있지 않았어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한 건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도시에 종이 하나 버리는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자본주의는 참 혼잡하고 자기밖에 모른다고 선전했어요. 그런데 자본주의도 발전된 민주사회의 시민의식은 우리가 상상 못했던 만큼 높고 고상하구나 새삼스럽게 감동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놀라고 있습니다.
오중석: 네 자본주의, 공산주의, 사회주의 차이를 떠나서 하나의 국민의식 아니겠습니까?
김현아: 네 정말 본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이웃국가들은 막대한 피해를 당한 일본에 즉각 구조대와 구조물품을 보내는 등 발 빠르게 일본 지원에 나섰습니다. 심지어 영토분쟁 등으로 관계가 껄끄러웠던 중국과 러시아도 대규모 구조대를 급파하고 구조물품을 지원하고 있는데요. 국제사회가 이처럼 팔을 걷어 부치고 일본의 재난구호에 앞장서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김현아: 사실 아시아 나라들이 유럽처럼 별로 서로 친하지 않잖아요. 그렇지만 아시아 나라들의 세계시민으로서의 의식도 이제 상당히 높아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세계가 변화하면서 비록 분쟁도 있고 다툼도 있지만 서로 돕고 이끄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또 한나라의 피해가 다른 나라에 복이 되는 게 아니라 같이 화근이 되잖아요. 예를 들어 일본에 원자폭탄이 폭발하면 방사능이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에 올 수도 있고요. 또 일본경제가 주저앉으면 단시일 내에 어떤 분야는 순간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겠지만, 전망적으로 볼 때는 세계경제가 다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 영향을 주게 됩니다. 일본이 대재앙을 당해 전 세계의 증시가 하락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지구는 하나의 마을이라는 지구촌 의식이 확대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오중석: 한국에 오신 후에 한국에서도 크고 작은 자연재해가 여러 차례 발생했지요? 그때마다 한국정부와 국민들의 재난대비 구호활동은 어떠했다고 생각 하시는지요? 북한의 재난대비책과 비교해서 설명해주시겠어요?
김현아: 한국정부와 국민들의 재난대비나 구호활동은 제가 북한에서 상상하던 것과는 비교할 수 없게 높았어요. 제가 여기 와서 제일 기억에 남는 일은 서해안 태안반도의 원유 유출 사건 때인데요. 보기만 해도 어마어마하게 기름이 쫙 깔렸어요. 그런데 북한처럼 정부가 사람을 동원을 한 것도 아닌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서 참여했습니다. 북한사람들은 삽질 잘하지만 남한 사람들 원래 그런 일 잘 안 하는데도 그 어마어마한 양의 기름을 사람들이 다 손으로 제거했습니다. 지금 일본도 국가적인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성금을 내서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본에서 '욘사마'로 이름 높은 배용준 씨는 무려 10억 원을 지원했다고 합니다. 축구선수 박지성도 성금을 냈다고 하고요. 그 외에 돈이 많지 않은 시민들이나 다른 나라들도 성금을 내서 도와주고 있고요. 참 남한주민들의 시민의식은 너무 높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그렇게 못했어요.
오중석: 북한에서도 자연재해는 많이 일어난다고 알고 있는데, 당국 말고 자원해서 도와주는 경우는 없습니까?
김현아: 네 왜냐하면 재난이 발생하면 피해규모나 정보를 주민들에게 알려주지 않아요. 대신 인민반이나 직장에서 사람들에게 뭘 좀 내라고 개별적으로 말하기는 하는데 워낙 사람들이 살기 어려우니까 그런 구호 물자를 낼 수가 없죠. 하지만 따뜻한 마음은 있어요. 예를 들어 어떤 집에 화재가 나면 십시일반으로 주위 사람들이 없는 사람에게 조금씩 모아서 도와주죠. 하지만 전국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사건을 도와주긴 힘들죠. 쌀독에서 인심 난다고 어느 정도 재정적 여유가 있어야지 도와주죠. 북한은 그런 시스템도 잘 안되어 있고, 당국도 잘 안 알려주지 않는 상황입니다.
오중석: 북한 사람들도 같은 민족인데 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없겠어요. 저는 국가적인 차원의 재난 대책은 어떤가 궁금합니다. 김현아: 국가도 전쟁 물자는 좀 준비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재난대책이 별로 없죠. 옛날에 남한에도 널리 알려진 용천폭발 사고 때도 국제사회의 지원이 대부분 이었구요. 그 국제사회의 지원마저도 용천으로 보낸 게 아니라 더러는 다른 곳으로 돌렸다는 말이 돌았거든요.
오중석: 지난번 구제역 파동 때는 국가 대책을 보고 어떻게 느꼈습니까?
김현아: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온 국가가 나서서 가축 360만 마리를 폐사시켰습니다. 구제역 걸린 소나 돼지도 잘 끊이면 괜찮다고 해서 저거 다 북한에 보내면 좋겠다는 말을 하기도 했어요.
오중석: 그럴 수는 없죠. 아무튼 북한에도 구제역이 있었다고 하는데 잘 대처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일본의 자연재난으로 인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도 크지만 더 큰 문제는 동경을 비롯한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가 파괴되어 방사능 누출이 시작되었다는 문제입니다. 인접 국가인 한국의 국민들도 방사능 유출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까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데요. 최근 보도에 의하면 북한의 핵시설(원자로)도 워낙 낙후되어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시는지요?
김현아: 이번에 지진 강도가 9.0으로 나타났는데 내진 설계를 철저히 해서 원자력발전소가 터지지 않고 견뎠다는 것에 저는 더 놀랐습니다. 그런데도 40년이나 되었는데 폐기하지 않았고, 주민들에게 제때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고 일본 여론이 좋지 않아요. 사실 북한의 핵 시설은 참 허술하기 짝이 없습니다. 제가 가서 본 것은 아니지만 거기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방사선 피해를 상당히 받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원자력 시설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을 잘 봐주라는 지시가 위에서 내려왔어요. 이건 그 사람들이 방사능에 많이 노출됐다라는 의미거든요. 국가적으로 원자시설 복구해서 빨리 핵폭탄을 만들어야 하지만 방사능 방지에 숱한 돈을 들여야 하니 인명피해를 별로 생각 안하고 강행한 측면이 있거든요. 북한은 지금 핵무기를 개발하고 또 필요하다면 핵무기를 불사하겠다고 하니까요. 별로 인명을 귀중하게 생각하지 않죠.
오중석: 한국을 비롯한 일본이나 서방 나라는 원자력을 개발할 때 그곳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안전을 위해 엄청난 시간과 예산을 들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과연 그런 예산을 들여서 종사자들을 보호하고 있는지 의심이 되는군요. 네, 오늘은 지진피해로 고통 받고 있는 일본의 현실에 비추어 남북한의 재난 구호대책을 알아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역사상 유례없는 재앙을 맞아 피해구조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일본 국민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드립니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지난 역사의 상처로 인해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재앙을 맞은 일본을 향해 우리가 먼저 따뜻한 우정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셨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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