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매주 이 시간 북한체제에서 우리민족의 미풍양속과 소중한 가치들이 어떻게 훼손되고 파괴되었는지 대담을 통해 알아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이번 순서는 뇌물로 얼룩진 북한사회의 실상에 대해 애기해봅니다. 오늘도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과 함께 이야기 시작합니다.
오중석: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북한에 관한 각종 보도나 탈북하신 분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북한은 뇌물만 바치면 무슨 일이든 가능한 사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분들이 탈북과정에서 뇌물로 모든 문제를 해결했다고 증언하기도 합니다. 북한은 가히 뇌물공화국이라는 말도 있는데요. 김 선생님도 이런 말들에 공감 하시는지요.
김현아: 공감하죠. 저는 북한에서 살면서 뇌물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자본주의 사회에 그런 것들이 더 성행할 것이라고 착각했었죠. 실제 나와 보니까 오히려 사회주의권 국가들보다 자본주의 국가들이 더 깨끗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사회주의권 나라들, 북한뿐 아니라 중국, 옛 소련 등의 부패 정도가 더 심하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세계적으로 각 국가의 부패지수를 발표하잖아요, 거기서 남한은 제가 보기엔 아주 깨끗해 보이는데 42위라고 하고요, 북유럽 나라들이 1-2위하고요. 그리고 북한은 아마 들어가서 조사를 직접 할 수 없으니 순위를 매기지 못했지 맨 하위권에 들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중석: 북한 지배층들은 지금도 북한이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뇌물과 부패로 기둥부터 썩어가는 북한체제를 두고 과연 강성대국 운운할 수 있을까요?
김현아: 사실 힘듭니다. 정상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해서는 나라가 청렴하고 깨끗해야 합니다. 부패, 이 자체가 사회와 국가를 좀먹는 위험한 요소이고 또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오는 심각한 요인으로 보고 있는데, 부패를 그대로 두고 강성대국을 건설한다는 것은 사실 언어도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에서 대체로 언제부터 뇌물 주고받기가 성행하기 시작했다고 보십니까. 꽤 오래전부터 북한사회 전체에 부정부패가 만연하기 시작한 걸로 아는데 김 선생님도 북한에서 뇌물을 바치고 곤란한 지경에서 벗어난 경험이 있으신가요?
김현아: 그럼요 저도 있죠. 예전에는 저도 아주 규율을 잘 지켰고요, 북한이 어려워진 다음부터는 그랬습니다. 어디를 좀 가려면 통행증이 있어야 하는데 출장 이외에 어디를 갈 때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북한 사회에서는 뇌물을 안 주고 통행증을 받으려고 하는 사람이 잘 못 된 것이니 너나 나나 뇌물 안 바쳐본 사람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북한이 이런 뇌물을 주고받는 역사가 꽤 오래됐어요. 원래 사회주의 체제 자체가 뭐든지 부족하고 국가 권력을 가지게 되면 같은 돈을 가지고도 물건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특권이 됩니다. 그러니까 안면이나 뇌물 통하지 않고서는 가질 수 있는 권리를 갖지 못하는 겁니다. 저는 북한에서 뇌물 역사가 시작된 것은 70년대, 노골화된 것은 80년대, 90년부터는 그야말로 급속도로 공공연하게 이런 뇌물이 확산됐다고 봐야죠.
오중석: 중국과 북한의 접경지역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국경경비대나 군인들에 뇌물을 주고 밀수를 하는 현장이 외부세계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된 적 이 있습니다. 너무도 공공연하게 밀수를 하는 걸로 보아 상당히 고위층까지 뇌물 고리가 연결되었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는데요.
김현아: 저는 북한에서 살 때부터 북한에서 뇌물 없이 사는 사람은 한명도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뇌물이라는 것이 왜 생기느냐? 기본 수입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국가가 주민, 간부들에게 먹고 쓸 만큼 노임을 줘야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실지 지금 북한에서 주는 노임으로 누구도 먹고 살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간부들이 받는 돈이라는 것이 많이 받아야 4-5천이거든요. 따져보면 쌀 한 키로에 2천원이니 쌀 2키로밖에 안 되는 것이고 지금 새로운 화폐로 해서 쌀값이 좀 내려갔다고 하지만 최근에 5백원-8백원 그러거든요? 그래도 3키로 밖에 안 되죠. 그러나 밥만 먹을 수 있나요? 반찬도 그렇고 옷도 입어야 하고... 국가에서 주는 돈으로 불가능 합니다. 북한에선 간부들이 일반 주민들보다 잘 산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데, 그것이 뇌물 안 받고 어떻게 가능하겠어요? 도당 책임비서든 당중앙 위원회 부부장이든 다 뇌물로 산다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북한 탈출자들이 뇌물만 바치면 국경을 넘을 수 있고 중죄를 지어 교화소에 갇힌 사람도 뇌물만 주면 풀려날 수 있다고 하던데요. 한마디로 북한에서는 뇌물이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일 수도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김현아: 뇌물이 힘이 있습니다. 예전엔 경제범 정도면 액수만 맞으면 얼마든지 되고 정치범은 안 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공공연한 것은 아니지만 뇌물을 쓰게 되면 지어는 관리소- 여기서는 수용소라고 하는데, 그곳에 가게 된 사람도 살려낼 수 있다는 탈북자들의 증언들이 있더군요. 저도 처음에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에도 권력층의 부패행위를 전담해서 적발하는 기관이 따로 있습니까? 최고위층부터 뇌물을 챙기는 것 은 아닌가요? 뇌물을 받아 부자가 되어 호의호식하는 부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김현아: 와보니까 남한에는 공무원들이 부패를 차단하기 위해 국가권익위원회, 국가부패청산위원회 등 많은 기관들을 조직하더라고요. 그런데 북한에는 이런 전담 기관은 없고 일반 검찰소, 당중앙 위원회 검열 위원회나 제일 많은 형태로 동원되는 것이 비사 구루빠인데, 이것은 상설 기관이 아니라 특별 기간에 조직하는데 이것이 가장 많이 적발을 하죠. 그래도 이것도 모든 부패행위를 단속할 수는 없고요 부패 행위를 너무 많이 해서 주민 여론까지 확산됐을 때, 그런 사람들을 적발합니다. 이럴 때 애매한 사람이 체포되기도 하죠. 또 최고위층부터 뇌물을 챙기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안전원은 안전하게 당간부는 당당하게 보위원은 보이지 않게" 이런 은어가 생겨날 정도로 권력 기관에 부패가 많고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권력 기관이 잘 살기 마련이죠. 최근 북한에서 잘 사는 방법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장사를 해서 돈을 모으는 방법이 있고 하나는 권력을 쥐고 뇌물을 받아서 잘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근데 최근에 남한 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아직은 북한에서 장사보다는 권력을 쥐고 돈을 버는 것이 훨씬 쉽고, 안전하고 더 힘 있다는 평가가 났어요.
오중석: 그런데 부정부패를 감시하고 감찰하는 기관원이 더 하다 이런 얘기를 들었는데요?
김현아 : 그럼요. 많이 바치는 사람은 검열에서 빠지고 조금 받치면 검열을 받아야 하죠. 그래서 큰놈은 놓아두고 송사리 떼만 잡는다는 얘기를 합니다. 고저 힘없는 놈만 걸리는 것이죠. 근데 이 힘없는 놈이라는 것이 갖다 크게 바치지 못하는 사람을 얘기하는 것이죠.
오중석 : 그런 것을 남쪽에서는 부정부패의 악순환이라고 표현을 하는데요, 아주 심하군요. 뇌물을 받다가 발각되어 처벌 받거나 처형된 경우가 있습니까? 권력기관이나 고위층의 측근들이 뇌물을 받을 경우, 적발이나 처벌이 쉽진 않을 텐데요.
김현아: 오히려 노동자나 농민이 뭘 훔쳐서 처형당하는 것은 봤어요. 한참 고난의 행군 시절에 시범 케이스였는데, 간부들이 뇌물을 받아 처벌되는 것을 못 봤습니다. 간부들은 주로 출당, 해임시켜서 지방으로 추방. 이런 것으로 끝나지 정치범이 아닌 이상에야 뇌물 받아서 처벌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오중석: 최근 공개된 북한의 동영상을 보니 장마당에서 보안원이 가난한 노점상의 물건을 돈도 내지 않고 가져가는 장면이 있더군요. 말 한마디 못하고 물건을 빼앗기는 노점상의 표정이 참 안쓰러웠는데요.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합니까?
김현아: 동영상을 보면 말이 잘 안 됐으니 가져가는 것 같은데 북한이라고 해서 그냥 가져가지는 않고요, 말합니다. 말하는데 뭐라고 하느냐, 이것이 좀 필요하니 달라. 사실 이렇게 말하면 주는 사람 입장에서는 주기 싫어도 안 줄 수 없어요. 후에 어떤 피해가 올지 모르기 때문에 달라 하면 주는 것이죠. 그것도 가져가는 사람에 따라 또 다른데, 북한 사람들이 사람이 됐다하는 평가하는 건, 그래도 사정 이야기를 하고 이래이래서 요구되는데서 가져가는 사람이고 뒤로 압력가해서 가져가는 사람은 그야말로 뺏어가는 것이고요. 그러나 도적질하듯이 그냥 가져가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여튼 본인이 어쨌든 내지 않으면 안 되게 만들어서 가져가고 동영상에서 본 이런 경우는 거의 뺏어가는 것인데 국가에서 금지한 물건을 팔거나 할 때 이렇게 가져갑니다. 회수하는 것이죠.
오중석 : 먹고 살기 위해서 하는 장사. 보안원이 하는 것은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닌 것 같은데요.
김현아 : 그래도 이런 말단이 제일 미움 받습니다.
오중석: 동서양의 역사를 보면 뇌물이 성행하고 관리가 부패한 나라는 국가의 근간이 흔들려서 결국 망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북한의 뇌물 관행은 꽤 오래되고 심각한 걸로 알고 있는데 결국 극심한 부정부패가 북한체제의 와해를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현아: 그렇죠. 지금 북한 체제 단속을 잘 못하는 이유가 부패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얘기했지만 북한에서 공장을 돌려야겠는데, 한쪽에서는 그냥 훔쳐내가잖아요?그러니 공장을 못 돌리는 것이고... 북한 당국이 시장을 없애야겠다 해서 시장을 없앴는데 시장 없이 주민들이 살 수 없으니 할 수 없이 시장은 허용해야 하고... 또 그걸 뽑아서 어디다 파느냐 하면 외화벌이 기관에 많이 팔거든요. 국가 무역을 통제해야 하는데 무역은 없앨 수도 없고. (밀수도 포함이 되나요?) 네, 그렇죠. 그러니 지금 북한 당국이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북한 체제 자체가 부패를 낳는 원인이며 또 부패 자체가 북한 체제를 망하게 하는 것이죠. 한마디로 악순환입니다. 이전에 북한에서 선전하기로는 소련 간부들의 부패 때문에 소련 사회주의가 망했다고 했지만 지금 남의 염통 곪는 것은 알아도 자기 염통 곪는 것은 모른다는 격입니다. 부패가 북한체제의 와해로 이어질 것은 사실이지만 제가 보다 심각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 전환을 하지 않았습니까? 자본주의 사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려면 그야말로 청렴하고 깨끗해야 하는데, 관습화된 부패가 이 국가들의 체제전환을 순조롭게 못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부패가 북한의 사회를 변하게 하는 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고 그래서 괜찮은 면도 있습니다만 앞으로 북한 사회가 변하고 정말 발전을 해야할 때 부패가 발전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네, 오늘은 북한사회의 극심한 뇌물 주고받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가뜩이나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에게 사사건건 뇌물을 요구하는 권력층의 행태는 모든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늘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 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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