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북 주민들, '석탄일'=탄 캐는 광부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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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고 있는 오중석입니다. 오늘은 종교의 자유에 대해 말씀 드릴까 하는데요, 오늘도 대담을 위해 탈북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나오셨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김 선생님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세요?

김현아: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 아닙니까? 제가 일요일에 불암산에 등산을 가는데 절에 등이 달려있거든요, 그래서 알았습니다.

오중석: 네, 그렇습니다. 오늘이 부처님 오신 날, 그러니까 불타 석가모니가 탄생한 날인데요, 남한에는 불교신자가 많아 이 날을 장엄하고 성대하게 경축하는 행사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죠. 북한에서도 석가모니가 탄생한 오늘을 경축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북한에서야 전혀 모릅니다. 이 말 들으니까 생각나는 일이 있어요. 남한에서는 석가탄신일을 줄여서 '석탄일'이라고 하잖아요, 한번은 방송에 출연했는데, '석탁일이 북한에도 있습니까?' 하고 방송 진행자가 물어보니까 탈북자가 '있습니다'하고 대답했는데, 이 사람이 말한 그 석탄일이라는 것이 뭐냐 하면 여기서 말하는 것처럼 석가모니가 탄생한 날이 아니라 북한의 석탄절. 탄을 캐는 탄광 광부들을 기념하는 날을 말한 겁니다. 사실, 북한에서는 이런 것이 없고 전혀 모릅니다. 저도 여기 와서야 알았습니다. 북한에는 이런 종교적인 명절을 모릅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같이 전 세계적으로 기념하는 날도 기념하지 않거든요. (알기는 하나요?) 대부분 알아요. 절반 정도? 그러나 크리스마스라는 것이 있다고는 알긴 해도 무슨 날인지 어떻게 기념하는지 모릅니다. 북한에서 제작하는 영화에 얼핏 나오니 이런 날이 있구나 하고 아는 것이지 어떤 날이 잘 모르지요. 근데, 여기는 굉장하잖아요. 크리스마스는 12월 초부터 온 거리가 반짝반짝 하잖아요.

오중석: 그런데 크리스마스 얘기를 하셨으니까 말인데요, 우리는 기독교라고 하는데, 이것이 북한에서 먼저 받아들여서 한반도에 퍼졌거든요? 북쪽에 기독교 문화 유적, 흔적들이 상당히 많을 텐데, 그 얘기는 못 들으셨나요?

김현아 : 북한에서는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문화유적의 견지에서는 종교에 대해 보존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와는 원수죠. 절 같은 불교 유적은 남아 있지만 기독교 유적은 남아 있는 것이 없습니다. 여기 와서 듣기는 평양이 기독교 발원지라고 하는데, 그것을 남아있거나 보존하거나 하는 것이 없습니다.

오중석: 남북간 교류가 활발했던 당시 북한의 이른바 교회 목사나 사찰의 스님들이라는 사람들이 가끔 소개되기도 했는데 도저히 어떤 종교의 성직자라고 보기 어려운 언행을 보이는데다 이상한 복장을 하고 있던데 이런 사람들의 정체는 무엇인지요.

김현아: 북한은 원래 종교를 부인하는 나라가 아니에요? 북한뿐 아니라 사회주의 이론 자체가 종교는 비과학적이고 인민대중을 사상적으로 해제시키는 아편이라는 견지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종교에 대해서 부인하거든요. 특히 종교를 북한에서는 해방된 다음에는 그대로 두었다가 전후에 종교를 본격적으로 없앴습니다. 남측 관광단이 북한을 방문해서 북측의 절이나 교회에 가지만 이것이 북한 사람들이 어떤 종교를 믿어서 차려놓은 것이 아니라 선전용이죠. 한마디로. 여기 있는 분들은 성직자가 아니라 남한의 견지에서 보면 공무원, 국가에서 파견한 관리라는 견지에서 봐야겠죠.

( 그런데 그 사람이 목사나 스님이라고 소개를 하던데요? )

북한사람들은 스님이라고 해도 알아 못 듣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여기는 일반적으로 '중'이라고 하면 비하 발언이라고 하는데 북한에서는 중이라고 하죠. 여기는 스님이 되면 삭발하는데 북한은 절에 가도 관리인들이 불교 전문업자라고 하지만 삭발은 하지 않고 있고, 교회에서 목사라고 하는 사람들도 실제 목사라고 하기는 그렇죠. 여기는 기독교에도 분류가 있잖아요, 북한의 목사는 이런 것이 한꺼번에 다 버무린 사람들이고 학습을 통해서 공부한 분들이고요. 어떻게 보면 종교 외교관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 것 같습니다.

오중석: 김일성-김정일 부자에 대한 개인숭배를 통치이념의 밑바탕으로 하고 있는 북한이 인민에게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기는 어려울 것 이라고 짐작 되는데요 대외적으로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김현아: 북한에는 종교자유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하도 국제사회에서 종교를 탄압한다고 말을 들으니까 그리고 북한도 사상과 종교의 자유가 있다고 헌법에 규정돼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것을 외형상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합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북한이 국제적으로 많은 지원을 받고 있는데, 거의 대다수가 종교단체를 통해 들어오고 있어요. 그러니까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종교단체를 보여줘야 하는 것이지요.

오중석: 어느 시대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종교는 백성들의 고단한 삶을 풍요롭게 살찌우는 정신적 양식으로 존재하고 번성해 왔습니다. 무신론을 신봉하는 공산국가 소련이나 중국도 종국에는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았습니까?

김현아: 네, 허용했다고 알고 있고, 그리고 김정일 위원장이 소련에 갔을 때 러시아 정교도에 방문했고, 여기 와서 알아보니 동독에서도 종교단체가 있었고 이 종교단체가 시민 단체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은 종교에 대해 서방 나라처럼 완전 허용은 아니지만 부분적 허용했다는 의미죠? 그러나 북한은 전혀 허용하지 않습니다. 바로 종교를 허용하는가, 허용하지 않는가에 따라서 사람들이 사상과 의식의 자유를 가지고 사회 제도의 변혁에 대해 꿈꾼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북한이 사회주의 나라 중에서도 제일 못 살고 처참하게 그지없는데 왜 아무런 저항도 없나? 하는 의문을 가지는데요, 저는 바로 이 종교를 없앴기 때문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한국전쟁 직후 남한에서는 상처받은 민족의 마음을 달래고 어려운 현실을 타개하는데 종교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남한의 3대종교인 불교, 천주교, 개신교 신자를 합치면 남한 전체인구에 근접할 정도로 한국인 대부분이 종교를 가졌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지금 고통 받고 있는 북한인민들에게도 종교가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김현아: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도 지금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개별적으로 종교를 믿어서가 아니고요, 지금 가장 적극적으로 북한 주민들을 돕고 있는 것이 종교 단체들이거든요. 중국만 가더라도 떠돌아다니는 탈북자들을 돌봐주는 것이 다 종교 단체고요, 또 남한에 온 탈북자들을 따뜻하게 맞아주고 돌봐주는 사람도 종교인들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종교인들이라고 하면 표리부동한 사람, 악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종교인들이 따뜻한 사람들입니다. 지금 북한에 지원을 많이 하는 것도 종교단체들이고요. 종교가 북한 주민들의 생활에 진짜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고 실제 사람들에게 정신적으로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종교를 통해서 사람이 정신상 안정을 찾는다고 할까요? 저는 종교적 내용을 완전히 공감하지는 않지만 들여다보면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안정시키고 '이웃을 사랑하라', '욕심을 가지지 말아라', '착하게 살아라' 하는데 이런 것들을 사람들이 현실에서 구현하면서 심리적인 안정도 찾고 사회를 위해 좋은 일도 많이 하는 것을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오늘은 북한의 종교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시대가 어지러울수록 종교가 번성하고 많은 자선사업들이 종교단체에 의해 이뤄지는데요 모든 종교의 근본은 이 세상의 어두운 곳, 힘없는 약자에게 빛과 희망을 전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북한의 가혹한 체제에서 고통 받는 동포들이 하루속히 종교의 희망과 자비로운 품안에서 위로 받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며 오늘 순서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셨습니다. 김 선생님 고맙습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