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고 있는 오중석입니다. 오늘은 남쪽과 북쪽의 언론의 자유에 대해 얘기해볼까 하는데요, 대담에는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오늘도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김 선생님 지난 한주 안녕하셨어요?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오늘은 북한의 언론에 대해 말씀을 나눠보고자 하는데요, 북한에도 과연 언론자유, 언론의 사회적 역할 이런 말들이 있습니까?
김현아: 있죠. 북한은 사상 교양을 많이 강조하는 나라가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언론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항상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죠. 여기서 언론이라는 것은 북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언론과 다릅니다. 남한에 와서 보니까 언론이라고 규정한 것은 '매체를 통해 사실을 알리거나 여론을 형성하는 활동이다.' 또 '넓은 의미에서는 인간이 언어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는 것이다.'로 규정합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당의 사상과 노선을 인민 대중에게 알려주는 것. 이것이 바로 언론입니다.
오중석: 우리민족은 오래전 왕조시대에도 언관제도를 시행해서 지배계급과 백성들의 말의 통로, 즉 언로(言路)를 터주었음을 역사적 사실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전제군주조차도 백성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그렇지 못할 경우, 실패한 군주로 몰려 결국 쫓겨나기도 했죠. 그런데 21세기를 맞이한 지금도 북한의 언론 상황은 아주 열악하다고 하던데요.
김현아: 그렇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언론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실제 언론의 자유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릅니다. 여기 와서 보니까 매해 국제기구, 프리덤 하우스에서 언론 자유 지수를 발표하고 있는데요, 북한이 7년 동안 세계 나라 가운데 맨 마지막 자리를 계속 차지하고 있는 이유가 북한 실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언론의 자유가 없는 것이 쿠바, 미얀마, 벨라루시... 이런 나라들도 최악이라고 하는데 그 나라 사람들에게 만났을 때 우정 가서 물어봤어요. 진짜 그 나라에서는 언론의 자유가 어떻게 보장되고 있는가? 들어보니까 북한에 비하면 꽃이더라고요. 인터넷을 다 한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 하고요. 북한과는 대비도 되지 않습니다.
오중석: 대부분의 독재정권이 언론을 탄압하고 언론자유를 억압하는 것은 공통적이지만 일찍이 북한처럼 철저히 언론을 통제하고 이를 단순한 선전선동의 수단으로 전락시킨 예는 세계적으로 드물다고 합니다. 북한에서의 언론은 한마디로 뭐라 표현할 수 있을까요.
김현아: 원래 김정일 위원장이 선동선전부 출신 아닙니까? 그래서 언론에 대해 당에서 규정한 것이 많은데요, 그런 것은 당의 생각이고 제가 문뜩 지금 떠오르는 것은 '나팔수'입니다. 북한에서 방송국에 계셨다가 나오신 분이 하시는 말씀이 전에는 집회에서 구호를 외칠 때 "당의 진격 나팔수가 되자" 하면 "진격 나팔수! 진격 나팔수!" 했데요. 역설적이게도 북한 언론의 실태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에서는 특히 자본주의 국가의 방송에 대해서 어용 나팔수라고 하는데요, 북한 사람들은 속으로 '우리 언론이 어용 나팔수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나팔수라는 말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중석: 말씀 듣고 보니까 적절한 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도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당의 나팔수다'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묵인하는 건가요?
김현아 : 그렇죠. 거기서 사명감과 자부심을 찾으라는 것인데요. 물론, '어용' 나팔수 자신들이 그렇게 말하지 않지만 진격 나팔수, 무슨 나팔수 해서 나팔수라는 말을 붙인다고 해요.
오중석 : 잘 아시다시피 언론의 자유는 출판 집회 및 결사의 자유와 함께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기본권 중의 기본 권리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민주국가의 대부분이 이 같은 자유를 국민 기본권으로 헌법에 명시해서 보장하고 있지요. 북한헌법에도 이런 규정이 있나요?
김현아: 있죠. 공민의 의무와 권리라는 장이 있습니다. 거기에 정확하게 '공민은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박아놓았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이렇게 헌법에 명시됐다는 것이)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왜냐면 북한 사람들은 헌법에 기초해서 내 권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한명도 없거든요. 그러니까 거기 언론의 자유라고 박아 놓았지만 거기에 대해 의문시하거나 제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중석 : 그렇다면 북한 주민들도 헌법에 그런 자유가 보장돼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김현아: 네, 그럼요. 우리는 또 헌법을 얼마나 공부했게요? 지금은 잘 안하지만 이전에는 개인들에게 헌법을 다 통달하라고 했거든요. 북한은 헌법 자체가 김일성의 교시로 돼있어요. 여기서는 이해가 안 되겠지만요, 발표될 때 김일성의 교시로 발표됐습니다.
오중석: 북한당국은 북한에도 TV방송과 신문, 통신 등 언론이 존재하고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요, 북한의 텔레비전, 라디오 방송과 신문의 실태에 대해 좀 설명해 주시지요. 또 남한에서 보고 느낀 언론의 실상은 어떻습니까.
김현아: 사실 티비 방송이나 신문, 통신. 남쪽에서 보자면 언론도 아니죠. 저 자신도 조금 부끄러웠거든요. 뭐가 부끄러웠는가? 북한에서 국내 방송만 하다가 위성 방송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남한에서 북한 텔레비전을 볼 수 있지 않습니까? 그 위성 방송을 시작했을 때 그것을 보면서 '야... 저것은 좀 내보내지 말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북한 방송은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김일성, 김정일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내용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는데, 특히 김정일 현지 지도 같은 것은 하루에 네다섯 번씩 나오거든요. 북한에서 낙후한 우리가 보더라도 이건 조금 너무하다... 세상에 나가면 웃음거리가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드는데도 북한에서는 서슴없이 그것을 위성방송으로 쏘았습니다. 북한이 한심하다는 것을 세계에 선전하는 꼴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심했었는데요, 여기 와서 남한과 비교해 보니 더 막연하죠. 여기의 신문, 방송, 통신의 자유라는 것은 북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여기는 대통령도 막 서슴없이 욕하지 않습니까? 인터넷에 자기 글을 실컷 올릴 수도 있고 자기가 생각하는 것을 얼마든지 출판해서 사람들에게 선전할 수 있고요. 그래 우리 탈북자들끼리 모여 앉으면 말하고 노래 부를 때 별별 사람이 다 있거든요. 특히, 노래 부를 때 북한 노래밖에 생각나는 것이 없으니 그 노래를 부르는데, 거기에는 100% 김정일, 김일성과 떨어진 노래가 한건도 없습니다. 가사를 고치다가 시끄러워서 아무렇게나 부르던 대로 불러요. 아마 북한 같으면 잡아갔겠죠? 그러나 아무 일 없고요. 이명박 대통령 참 못쓴다... 해도 아무 일 없고요. 여기 진짜 자유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죠. 텔레비전, 노동신문...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판에 박은 소리, 신문 방송 모두 그러니 사실 너무 재미없죠. 가끔 제기돼서 강의할 때 북한 것을 조금 보여주는 데, 처음에 탁 틀면 호기심에 보지만 5분도 못 가요. 다 재미없어서 얼굴 돌려버려서 꺼버려야 하거든요? 왜 이렇게 되는가 하면 북한에서는 검열, 통제가 너무 심하기 때문입니다. 출판 검열국이라는 것이 있어서 언론인들이 쓴 글은 세 번, 네 번의 단계를 거치면서 검열하기 때문에 다른 글을 쓸 수 없고요, 듣는 것도 자유가 없습니다. 북한 것이 재미없으니 외국 것을 보고 듣고 싶어 하는데, 이런 것을 듣다 보다가 발각되면 보위부나 보안서에 붙들려가서 곤욕을 치러야 하고요. 아...뭐 막연하죠.
오중석 : 너무나 비교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라디오, 텔레비전 채널 고정시키는 일은 아직까지 계속됩니까?
김현아 : 물론이죠. 북한에서는 반도체 라디오는 개인이 소유가 엄금되고 텔레비전도 채널 통제를 하고요. 이것을 잘 못 보다가 걸리면 혼쌀 나야죠.
오중석: 북한은 해마다 노동신문의 신년사설을 통해 그해의 통치이념을 일체의 비판 없이 국민에게 알리고 있던데요, 민주국가에서는 정부 관보에서나 그런 식으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은 모두 다 그렇게 일방통행식 입니까?
김현아: 그렇죠. 북한 신문, 통신, 방송은 다 철저한 관보죠. 사실 여기는 관보도 그렇게 못 합니다. 여기는 KBS가 공영 방송이지만 그렇지 못하잖아요? 북한 실제법은 누구나 한결같이 10대 원칙이라고 합니다. 근데, 당의 유일사상체제 확립 10대 원칙, 7조 4항에는 출판, 통신, 방송 등을 할 때는 위대한 수령님의 교시를 정중히 인용하고 그에 기초하여 내용을 전개하며 그에 어긋나게 말하거나 글을 Tm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새해 첫날부터 하나로 다 일색화 돼야죠. 당의 목소리와 다르면 절대 안 되죠.
오중석: 남한처럼 언론자유가 보장된 나라에도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인터넷상의 루머(소문)가 제3의 언론으로 성행하고 있는데 북한처럼 폐쇄사회에서도 소문에 의한 지하언론이랄까요, 그런 소식통이 있습니까?
김현아: 있죠, 사회라는 것은 다 같으니까요. 북한은 인터넷도 국제 사회와 통하지 않는 유일한 나라고 국내에서만 통하는 인터넷이기 때문에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고요, 휴대 전화 같은 정보 통신 수단도 거의 없죠. 대신 입소문을 통해 남한보다 더 많이 유언비어가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이 유언비어를 들어보면 참 뜬금없는 소립니다. 어떤 것은 국가가 만들어 돌리지 않나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고요. 그렇지만 최근에는 국경을 통해, 또 이런 방송을 듣는 사람들을 통해서 유언비어가 해마다 더 많이 유통된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것도 많이 통제됩니다. 유언비어로 유통되는 소식 중에서도 당에 유리한 것은 괜찮지만 불리한 말을 함부로 넘기다가 걸리면 안 되기 때문에 그런 말 할 때도 참 조심스럽게 가장 믿을 만한 사람에게만 해야 하기 때문에 이것조차 통제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중석: 북한이 언제까지 인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고 언론자유를 통제하면서 폐쇄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김현아: 나날이 북한 당국도 힘들어하는 것이 알리거든요. 요즘 천안함 사건 때문에 대북 방송 재개 등에 북한이 참 신경을 많이 쓰잖아요. 또 남한에서 탈북자 단체들에서 들여보내는 삐라에 대해서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요. 그리고 이런 외부의 활동도 있지만 우선 북한 주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서 중국을 오가게 되고 중국과 접촉을 하게 되고 외부 사람들과 조금씩 접촉 하면서 외부 소식들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또 아무리 북한이 천천히 발전한다고 해도 텔레비전도 들어가지 컴퓨터도 들어가죠? 그럼 컴퓨터에 CD, USB, 외장 메모리가 들어가고 이런 것을 통해 예전보다 퍽 많은 소문이 유통되는 것이 사실이고요... 또 사람들이 자기 생활에 만족할 때는 이런 것에 관심이 없어요. 먹고 살기 힘드니까, 다른 나라는 어떻게 살지? 우리만 이렇게 사나? 뭐 이런 생각이 들어서 더 외부 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까 북한이 경제 사정이 안 좋고 통신 수단이 발달하고 하니 막는 것은 일정한 시기, 어느 정도겠지 영원히 막을 수가 없겠죠. 요즘에는 북한 당국이 이런 사정에 대해 초조해하는 것이 알립니다. 북한 당국이 그런 것을 막기 위해서 예전에 비해 몇 곱절로 통제를 한다는 것은 역으로 그만큼 막기가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또 역사적으로 봐도 폐쇄사회 역시 열리기 마련입니다.
네, 오늘은 북한의 극심한 언론통제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체제유지를 위해 인민이 입과 귀와 눈을 틀어막고 혹독한 언론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요즘 북한의 동포들은 이런저런 소식통을 통해 나라밖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합니다. 하루속히 북한에도 말길, 즉 언로가 통해서 세상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살아갈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지금까지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 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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