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북한의 문화유산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고있는 오중석입니다. 이번 순서는 남북의 문화재에 대해서 말씀 드릴 차례인데요, 오늘도 대담에 탈북여성 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시겠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네, 오늘은 북한의 문화유산에 대해 얘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조상이 남겨주신 소중한 문화유산은 한 민족의 전통과 문화적 우월성을 증명해주는 중요한 역사자료로 손꼽힙니다. 우리 한반도에는 찬란한 5천년 역사를 뒷받침하는 많은 문화유산이 남겨져 있는데요, 남쪽에서는 이들 문화재 중에서 운반하거나 움직일 수 없는 문화재와 운반이 가능한 동산 문화재로 구분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밖에 전통춤이나 민속놀이 같은 형체가 없는 문화재는 무형문화재로 지정해서 보존-발전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문화유산을 어떤 식으로 구분하고 호칭하고 있는지요.

김현아: 북한에서도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자는 얘기는 적지 않게 들었습니다. 그러나 남한에 와서 새롭게 들은 말은 '무형 문화재'입니다. 북한에서는 문화유산이라는 것은 물질 문화재를 기본으로 합니다. 이것을 국보, 보물, 가적, 명승, 천연 기념물로 구분하는데 무형 문화재는 여기 와서 처음 들어봤습니다. 남한에서 무형 문화재라고 불리는 것은 북한의 봉산 탈춤 같은 것인데요, 북한에도 이런 무형 문화재가 있지만 이것을 문화 전통, 민속 춤 정도로 생각하지 무형 문화재로 고착시키고 보존하고 후대에 물려 줘야 한다는 것은 생각은 없기 때문에 그런 것을 국가적으로 보존하는 체계가 없습니다.

오중석: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조상이 남겨준 소중한 문화유산을 잘 가꾸어 후손에게 계승하는 것 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사적 책무가 되고 있습니다. 선진국들이 자국의 문화재관리에 예산과 정성을 쏟아 붓는 것 도 결국은 민족의 문화적 자긍심을 뒷받침 해주는 증표가 그 나라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죠. 북한에는 어떤 중요한 문화유산들이 남아있는지요. 그리고 북한당국도 문화재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네, 북한도 문화재가 소중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들한테 일반적으로 얘기하고 있고요. 그러나 문화재가 관리된 상황을 보면 이렇게 말하는 것과 많이 다르죠. 북한도 해방된 다음부터 문화재에 관심을 돌렸고 문화재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어요. 특히, 북한의 역사적 시기마다 문화재를 다루는 태도가 달라졌는데요, 56년 주체를 세우면서는 민족문화 유산을 계승할 데 대해서 말하면서 문화유산에 관심을 더 돌린 것 같고요, 80년대 말부터 남북 교류를 하면서 서로 남과 북이 문화 유물도 경쟁이잖아요? 그래서 문화유산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을 했습니다. 북한일상 속에서는 (이런 문화재를) 수령의 위대성과 결부시켜서 선전하죠. 특히, 동명왕릉과 단군릉을 많이 소개합니다. 그러나 남한에 와서 보니까 단군릉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더라고요.
그러나 북한은 문화유산을 실지 많이 파괴했습니다. 제일 많이 파괴한 때가 66년-68년 당 유일사상 체계를 세운다고 할 때, 주된 투쟁 대상 중의 하나가 봉건유교 사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봉건 유교 사상의 본원지라고 하면서 마을마다 있는 보존하고 있던 향교들을 파괴했습니다. 이것도 한참 파괴하다가 중지하라고 해서 중지됐습니다. 비록, 불교를 믿지 않고 봉건적인 사상 잔재지만 우리 문화유산이니 놔둬라, 그래서 파괴하던 것을 중지하기는 했는데 다시 복원하지는 못했고요. 지금도 지방에 가면 파괴하다가 말고 복원하지 않은 상태도 그대로 놔두고 있는 것이 많습니다. ( 오중석: 파괴 상태로 그대로 놓아둔 것이군요? ) 네, 가다가 둘러보면 많이 파괴된 상태로 남아 있더라고요. ( 중국 공산당이 극성을 부릴 때도 절이나 유교 사원은 그대로 뒀는데요? ) 북한은 많이 파괴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을 방문했던 남한 학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많은 문화재들이 훼손되거나 멸실되었고 남아있는 문화유적도 보존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고 얘기합니다. 먹고사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북한의 현실에서 문화재 관리까지 신경 쓰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으리라 예상은 됩니다만 북한의 문화재관리 실태나 일반인민들의 문화재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입니까?

김현아: 앞서서도 말했지만, 문화재에 대해 주민들이 신경 쓰지 못해요. 다 먹고 살기 어려우니까 먹는데 신경을 쓰지 이런 것에 신경 쓰지 못해요. 개별적으로 역사학자나 문화재 관리하는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일반 사람들은 남한 사람들처럼 문화재에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대한 문제는 문화재를 살기 위한 밑천으로 생각해서 도굴, 밀수하는 현상이 많은 것이죠.
북한에서 문화재가 제일 많은 곳이 개성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고난의 행군이 한창 시작될 때는 도굴꾼들이 개성에 있는 무덤들을 거의 다 파헤쳤다고 해요. 그래서 무덤에서 유물이 나오면 그것을 중국에 팔아넘기고요, 지어는 절에 있는 보물까지 훔쳐서 팔아서 그것이 국가적인 사건화 돼서 소문이 굉장히 났던 적이 있어요. 칠보산에 금불상이 있었는데, 그것을 훔쳐 파는 바람에 훔친 사람을 잡으랴 국가적인 수사를 했던 것도 있고요. 그것은 국보거든요. 이렇게 되니 사람들이 문화 유물에 대한 인식은 나라의 소중한 보물이니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팔면 돈이 되는 재물로 되어있고요, 북한에서는 이것을 막기 위해서 재일 교포들 가운데 문화재를 비싼 값으로 사서 돌려주는 것도 있다고 선전했지만, 이런 (도굴을) 막지는 못했습니다.

오중석: 남한에서도 어려울 때, 수많은 문화재가 훼손되고 멸실되었습니다. 과거 조선왕조 말기 혼란기와 36년에 걸친 일제 식민통치 시절, 그리고 한국전쟁 때 수많은 문화재가 파괴되거나 훼손되었다고 합니다. 다행히 70년대 후반부터는 한국에서도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아주 높아졌습니다. 형체조차 알아보기 어려웠던 많은 문화재들이 원래 모습 그대로 복원되었고 크게 손상되었던 조선왕조의 5대궁전이 대대적으로 복원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등은 옛날 왕조시대의 당당한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이밖에 광화문을 비롯한 많은 건축물들이 현재도 복원공사가 진행 되고 있죠. 김 선생께서 남한에 오셔서 보고 느낀 문화재 관리 상황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김현아: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남한에서 이렇게 문화재 관리에 국가적인 관심을 돌리고 특히, 주민들의 관심이 이렇게 높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제가 와서 많이 못 봤지만 와서 보고 깜짝 놀란 것이 작년에 숭례문이 불타지 않았어요? 시민들이 관심이 굉장하더라고요. 텔레비전에서 거의 한 달 동안 떠들고요. 복원하는 데 대해서도 전 국민이 관심이 있더라고요... 어떻게 복원하는 것이 좋은가? 돈은 어떻게 조달한 것인가? 이런 복원 사업에 대해 관심이 많으니까 복원 전 과정에 대해서 언론들이 다 세세하게 보도하고요. 그리고 문화재청에 항의전화가 들어가서 왜 관리를 그렇게 똘똘이 못했느냐? 복원을 그렇게 급하게 하면 되느냐? 천천히 해야 한다... 뭐 이런 국민적인 관심이 뜨거웠어요. 문화재 관리 상황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은 데 대해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문화재 복원은 국가적으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런 문화재 복원 사업에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남한의 경제가 발전해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요, 이번에 숭례문 복구하는 것도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제대로 더 크게 복원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이전에 복원 못했던 것까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만들겠다는 얘긴데요, 거기에도 2백 50억원, 달러로 2,500만 달러 정도가 들어간다고 하고요. 큰돈이죠.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벌어들이는 돈의 3분의 1? 이 정도가 들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지금 광화문 복원을 하고 있는데요, 거기에도 언제가 자료를 찾아보니 지금까지 1천789억 원, 이 정도가 들어갔다고 하니까 너무나도 많이 들어간 것이죠. 또 이렇게 큰 것만 복원하는가 했더니, 작은 것도 복원합니다. 제가 얼마 전에 북한에서도 잘 알고 계시는 신사임당의 시집이 있던 마을을 갔었습니다. 신사임당은 자기 본래 집은 유명하지만 시집은 그렇게 유명하지 않다고 하는데요, 이 시집 쪽 집을 상당히 돈을 많이 투자해서 복원해 잘 꾸려놨더라고요. 이렇게 작은 문화재에 대해서도 상당한 투자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오중석: 돈이 많아서 투자한다기 보다는 자기 문화 유산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죠. 그런데 한국에서는 요즘 문화재 복원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한국에는 오래전부터 문화재 관리를 전담하는 문화재 관리청이라는 부처가 있고 문화재관리법이 제정되어있어 임의로 문화재를 훼손하거나 함부로 다루면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어있습니다. 북한에도 이런 기관이나 법이 있나요?

김현아: 네, 북한은 국가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이니까요, 국가적으로는 보존 지도국이 있고 지방 마다는 관리소가 있어요. 그런데 크지 않죠. 그러니까 능력에 비해서 관리할 대상이 많다 보니 관리가 허술할 수밖에 없죠. 사실 북한에서도 문화재를 다루는 법도 만들어 놓기는 했어요. 특히 93년도에 들어와서 최고인민회의에서 문화재에 관리할 데 대해서 토론을 하고 법도 몇 개 조항으로 만들어 놨다고 하는데, 법이 문제가 아니라 실지 잘 안 되고 있죠.

오중석: 말씀을 듣다보니까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나 들이는 정성과 돈의 규모로 볼 때 남북한은 비교하기 어려울정도로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문화유산은 한번 파괴되거나 훼손되면 복구하기가 어렵고 복원한다 해도 많은 시간과 돈이 들어간다고 하는데요, 청취자 분들 중에는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한가한 소리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 북한의 문화재를 좀 더 효과적으로 보존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김현아: 저도 북한에서 문화재가 많이 유실된데 대해서 많이 안타까워했지만 그래도 돈 없으니까 할 수 없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남한에 와서 보니까 돈이 없어도 하는 방도가 있더라고요. 2007년 금강산에 신계사를 복원하는 데, 남한의 도움에 의해 복원했습니다. 남한 불교에서도 가장 큰 계파인 조계종의 도움으로 신계사를 복원했는데요, 그걸 보고 남한의 도움을 받으면 되겠다고 생각했고요... 또 국제기구, 유네스코의 도움을 받아도 될 것 같더라고요. 중국은 경제 규모도 크고 잘 나가는 국가지만, 유네스코의 도움을 받아 많은 문화재를 복구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도 이렇게 하면 많은 문화재를 복구할 것 같은데, 사실 잘 안 하죠. 그러나 그렇게 되면 북한으로써는 참 시끄러운 것이 많죠. 그런 것 시작하게 되면, 남한의 종교인들이 자신들의 종교 유물을 얼마나 사랑하나요? 예를 들어서 북쪽에 예전에 교회당 많았다잖아요? 만약에 남쪽에서 그 교회당을 다 복원하자고 나서면 북한으로써는 정말 난감한 문제죠.

오중석: 네 오늘은 우리민족의 큰 자산인 문화유산에 대해서 얘기해보았습니다. 북한당국이 말로만 강성대국 운운하면서 민족문화유산을 소홀히 다룬다면 조상들은 물론 장차 후손에게 까지 죄를 짓는 일이 되고 말 것입니다.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선조들이 남겨준 훌륭한 문화재를 잘 가꾸고 다듬어서 후손에게 물려줄 엄중한 역사적 책무를 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들은 다음 주에도 운반이 가능한 문화재, 즉 동산문화재의 관리에 대해 얘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대담말씀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여러분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