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북한의 사법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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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북한사회의 각 분야별 실상을 남한의 현실과 비교, 분석해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오늘은 주변국들로부터 비난받고 있는 북한의 강압적이고 비민주적인 사법제도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이 시간 대담을 위해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나오셨습니다. 김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셨어요?

오중석: 오늘의 주제는 북한의 사법제도입니다. 오늘날 민주국가를 표방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삼권분립을 헌법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입법부와 행정부, 사법부의 권한과 역할을 명확하게 분리해서 인정하고 있다는 말이죠. 이 삼권분립이 얼마나 잘 지켜지고 철저하게 각 부의 권한을 보장하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민주주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날 삼권분립이 잘 지켜지는 나라가 선진민주주의 국가로 인정을 받고 있는데요 어떻습니까. 북한에서도 삼권분립이 제도화 되어있는지요. 제도화 되어 있다면 언제부터 어떤 형식으로 규정하고 있는지요.

김현아: 북한은 삼권분립 제도가 아닙니다. 그뿐 아니라 삼권분립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북한이 자본주의 나라를 일반적으로 비난할 때 항상 말하던 것이 생각나는데요, 미국이 삼권분립의 대표적인 나라이고 사법, 행정, 입법이 분리돼 있다고 하지만 본질에 있어서는 자본가 지배 계급이 인민들에게 자본주의 체제의 반인민적인 본질을 가리기 위해 만들어낸 기만 술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비난하고 있는 북한의 체계를 보면 철저히 일원화돼 있습니다. 북한은 재판소도 내각, 최고인민회의 안에 들어가 있는 형태입니다. 국회와 행정부가 실질적으로 하나도 분리되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결국, 다 당 밑에 다 들어가 있는 것이죠... 맨 위에 당이 있고 그 아래 모든 것, 국회나 내각이나 재판 기관이나 다 소속해있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권력이 당에 집중되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 있습니다.

오중석: 그동안 북한관련 보도를 분석해보면 북한에도 과연 사법부가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 많습니다. 어떤 사람이라도 범법을 저질렀을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 받을 권리가 있고 자신의 혐의에 대해 변호 받을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 이 사법제도의 요점인데요, 북한에서도 3심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지요. 3심제도란 아시다시피 어떤 범죄에 대해 판결내용에 불복할 경우, 상급심에 항소해 세 차례 재판을 받아서 형을 확정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그리고 북한에서도 재판에 앞서 변호인 선임 권리를 보장해주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북한에도 삼심제도가 있지만 거의 형식적이죠. 우선, 정치범에 한해서는 삼심제도가 되는지 마는지 형식적일 뿐이고 그래도 경제 사범에 한에서 지켜진다고 합니다. 그러나 남한처럼 그렇게 우의가 있는 것은 아니죠. 북한에 있을 때 경제범으로 재판을 받는 사람들은 다시 항소를 해서 재판받는 다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북한도 변호인 제도가 있지만 남한과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남쪽에서는 변호사가 독자적이고 철저히 자기가 맡은 피고의 권리를 옹호해 변호하지만, 북측은 변호사가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지 개인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변호의 방향은 '이 죄인이 이런 죄를 지어서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지 '이 사람에게는 죄가 없어 억울하다'는 아니라는 겁니다. ( 오중석: 이해가 잘 안 되네요, 변호인은 자기가 변호를 맡은 사람이 죄를 지었어도 피의자, 피고의 입장을 대변해서 변호를 해주는 것인데, 국가를 대변한다면 검사와 다를 게 뭐가 있습니까? ) 그러니까 같은 것이죠. 북한에는 변호사가 누군지도 몰라요. 저는 이런 경우를 당해 본적이 없어서 여기 온 탈북자들에게 변호사 신세를 져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니, 변호사가 좀 가까운 사이고 만약 변호 받는 사람이 좀 돈이 있어서 훗날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변호사가 너는 어떻게 어떻게 말해야 형을 감형 받는다고 귀띔해 주는 정도, 이 정도의 신세는 져봤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재판장에 나와서 변호사가 자기를 옹호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오중석: 요즘에도 북한소식을 접하다 보면 인민재판이니 공개처형, 즉결처분이란 단어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사법제도를 시행하는 현대국가에서 이런 단어들이 나온다는 것은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얼마 전 비밀 총살형에 처해진 것으로 보도된 전 노동당 기획재정부장 박남기에 대한 처형도 일단 사법절차를 거쳐 형이 집행되었다고 보십니까? 그리고 또 1997년 9월인가요? 고난의 행군 시절 인민이 대량 아사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처형된 서관희 당시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도 정당한 사법절차에 따라 3심의 재판을 거쳐 형 집행이 이루어진 건가요? 그때 공개처형 되었다고 하던데 반 인권적이 공개처형도 재판에서 정해지는 것 입니까? 또 그 악명 높은 정치범 수용소에 누구를 수감할 때 도 합당한 재판절차를 거치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저는 북한에 살면서 북한이 법이 없는 나라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주민들이 법을 안 지킨다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법이 없다는 것이죠. 저는 북한에서는 공개처형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다만, 공개처형 했는데 죄가 약한 것을 너무 과중하게 했다던가 하면 잘 못 됐다고 생각했지, 공개처형 그 자체가 문제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와서 들으니 사람은 죽을 때도 존엄 있을 권리가 있고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모욕적으로 죽이는 것, 그 자체가 법에 위반된다는 것이죠. 그 말을 듣고 '아! 그렇구나' 하고 충격적으로 접수했습니다. ( 오중석 : 공개처형이라는 것은 야만적인 제도라고 봅니다. ) 우리 북한 사람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죄가 엄중하지 않은데 총으로 쏴죽이기까지 하는가 하고 생각하지 처형 형식 자체가 비인도주의적이고 국제법상에 허용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다 보니 북한에는 인민재판, 공개처형, 즉결처분... 이런 것이 무수하죠. 고난의 행군 시절에는 더 말할 것도 없었고요. 공개처형이 한 개 도시에서 분기마다 한번 씩 열렸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잘 못된 사람들을 보면 큰 죄도 아니에요. 소를 잡아먹었다거나 통신줄을 끊어서 팔았다던가... 뭐 이런 것이 다 엄중한 죄로 돼서 처형을 받았고요. 그것이 다 사형이었습니다. 그러면 이것이 공정한 재판을 통해서였나? 사람들을 모아놓고 말을 하긴 하는데 변호도 없고 쭉 나와서 읽어요. 피고 누구는 어떤 어떤 죄를 지어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무슨 재판소에 의해 사형을 언도한다... 본인한테는 말도 안 시키죠, 처음에 나올 때 입을 다 막고 나오거든요. 그리고 땅땅 쏘면 끝이죠. 나오기 전에 재판을 하고 나와서 판결문을 읽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정한 재판은 누구도 생각도 안 하고요, 더더구나 조선노동당 기획재정부장이나 조선 노동당 비서쯤 되면 북한에서 가장 고위급이 아닙니까? 그런 사람들도 공개처형하는 상황이니 사법 재판 절차, 이런 것을 별로 생각도 안 합니다.
그리고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할 때는 본인은 물론 형식적인 재판을 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절대 공개는 안 하고요, 가족들을 모두 데리고 갈 때는 재판조차도 없죠. 그냥 어느 날 결론이 났는데 너네 가야한다 그러고는 그날로 와서 묶어서 데려가면 그것으로 끝이고요... 북한은 참 말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오중석: 김 선생님도 한국에 와서 보셨겠지만 남한에서는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철저하게 3심까지 보장하는 정당한 재판절차를 거쳐 처벌하고 있습니다. 또한 변호인 선임 권리도 분명하게 보장하는데요, 그거 알고 계셨어요? 피고가 변호인을 선임할 능력이 없을 땐 국가가 세금을 써가며 국선 변호인을 선임해 준다는 사실 말입니다. 때로는 한국사회에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반사회적 흉악범에게 까지 얼굴을 가려주고 변호인까지 붙여줘야 하는가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습니다. 남한의 사법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현아: 참, 북한 사람들이 여기 오면 놀라죠. 누가 보아도 엄격하게 범인인 사람도 인권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아직도 우리 탈북자들은 이것을 이해를 못하거든요. 이런 흉악범도 본인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해서 얼굴을 다 가리고 이름도 가리고... 더더군다나 부모형제들은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되고. 그래서 사람들이 항의하기도 하잖아요? 민주시민한테 권리를 더 보장하나 아니면 죄인의 권리를 더 보장하나? 이렇게 항의가 있을 정도로 범죄자까지 인권을 보장해주는 데요, 북한이야 그렇지 않죠. 사법 제도가 정확하지 못하다 보니 죄 없이 들어가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일단 힘없는 사람들은 재판에 들어가서는 다 당하는 것이죠. 또 정치범이라고 찍힌 사람도 북한 법으로 보더라도 별로 죄가 없는 사람도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북한 사회에서 정치범이라는 것은 낙인도 그만한 낙인이 없죠. 그런데 죄 같지 않은 죄 때문에 정치범으로 된 사람이 수없이 많지만 자기의 정당성을 누구에서 호소할 곳이 없고요, 사건을 위조하고 부풀려도 그냥 당하는 것이죠. 또 거의 다 고문에 의해서 죄가 구성되고요... 그렇다고 해도 그 사람을 누가 옹호해주겠어요? 가족들이 재판소에 가봤으니 자기네 부모형제가 억울하다고 말을 하겠나 아니면 재판 기록이 있으니 이건 틀렸다고 항의하겠나 말이죠.

네, 오늘은 북한의 반인권적인 사법제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민주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에는 비록 범법자라 할지라도 정당한 재판절차에 따른 판결에 의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함부로 처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재판과정도 없이 인민을 함부로 처형하고 잔인한 형벌을 가하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 북한지도층의 행태는 우리의 분노를 자아내게 합니다. 하루빨리 북한 동포들에게도 올바른 사법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도 말씀에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셨습니다. 김 선생님 고맙습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 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 또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