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남과 북의 정치 사회 문화등 사회전반에 걸쳐 차이점과 동질성을 점검해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순서입니다. 오늘은 국가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오늘도 대담에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시겠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김현아: 네 안녕하셨어요?
오중석: 오늘날 지구상에서 민주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나라들의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나라와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면서 개인생활에서도 모범적이고 근검절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직접선거에서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로부터 금방 외면당하거나 비난의 화살을 맞게 되어 있지요. 다음 선거에서 낙선하는 것 은 물론이구요. 민주선거에 의해 선출된 남한의 대통령이나 고위공직자들도 예외가 아니어서 높은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지 못하는 고위 공직자는 여론의 표적이 되어 비난받고 심지어는 처벌 받기도 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북한 지도층의 도덕적 해이는 극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북한의 지도층은 인민의 눈과 귀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건가요?
김현아: 제가 남한에 와서 참 놀랐어요. 북한에서 생각하기를 이 자본주의 사회에 오면 통치계급이라는 사람들은 해이돼서 부정부패하고 타락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선진국으로 인정받는 국가의 지도자는 진짜 개인 생활이 깨끗하지 않으면 애초에 정치에 나설 생각을 하지 말아야하겠더라고요. 공직자 재산 공개는 의무여서 돈 출처가 어딘지 하나하나 다 캐고요, 세금을 얼마나 냈는가 하는 것도 계산을 해야죠? 개인 사생활에서, 남쪽에서는 스캔들, 북한에서 부화사건이라고 하는 것이 하나만 발견돼도 선거는 접어야하고요. 생각해보니까요, 북한과는 너무 대조적이에요. 북한은 이런 것이 없습니다. 선거할 때 그 사람의 사생활이 깨끗했나, 깨끗하지 않았나 하는 것을 심판하는 그 자체가 없어요. 다만 검열이라는 것이 가끔 있고 너무 주민들로부터 여론화되게 되면 검열이 붙어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지만요, 북한은 공개된 사회가 아니어서 크게 별로 문제되지 않습니다.
(오중석 : 검열이라는 것도 김정일이나 핵심 측근들, 친척들에게는 해당이 안 되는 것이겠죠? )
그럼요, 김정일을 누가 검열하겠어요?
오중석: 사실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가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는 민주적이고 열린사회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계층 간의 마찰을 최소화하고 국민을 통합해서 국가의 역량을 극대화 하기위해서는 지도층의 솔선수범이 필요한 것이죠. 어떻게 보면 지금의 북한사회야말로 총체적인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라도 지도층이 모범을 보여야 할 텐데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김현아: 지금 북한이 얼마나 힘든 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래서 솔선수범이 필요한 데 오히려 반대죠. 저는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모든 것이 모자라지만,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쌀알 하나도 같이 나눠 먹으면 고난의 행군도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리석은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고난의 행군 시기에 주민들은 더 어렵게 살았지만 오히려 지도층은 더 잘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북한 사람들은 집단주의 사상이 강하기 때문에 다 같이 못 살면 괜찮죠. 그런데 나라가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상층부는 아주 잘 살고 밑에 사람들은 아주 못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인민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것은 일부 간부들은 부화방탕하지만, 최고위층은 아주 검박하게 산다 하는 것입니다. 사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그렇게 선전을 하기 때문이죠. 대표적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에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일 장군님은 제일 어렵게 살았다고 선전했어요. 그래, 노동 신문에 혁명 일화라고 실리기도 했고요. 쪽잠과 줴기밥, 그러니까 장군님께서는 쪽잠을 자고 줴기밥을 먹으면서 혁명과 건설을 영도하셨다는 거죠... 그런데 어리석게 인민들이 이것을 믿었습니다.
오중석 : 사실 외부 세계에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인민은 굶어 죽어 가는데, 핵심 측근들은 온갖 사치품을 다 수입해 가면서 아주 잘 살았다는 것이 알려졌거든요?
김현아: 예, 북한에서는 전혀 모릅니다. 저도 여기 와서 놀랐어요. 물론, 뭐 (김정일과 측근들이) 잘 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북한 사람들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면이 있고요. 그런데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수치를 훨씬 올라섰기 때문에 놀란 것이죠. 제가 여기 와서 제일 충격적으로 읽은 책은 후지모토 겐지가 쓴 '김정일의 요리사'입니다. 외국 사람이 김정일의 개인 요리사로 있었다는 그 사실도 저는 놀랐고요, 거기다가 내용이 또 너무 어마어마한 것이라서 더 놀랐어요.
김정일이 유명한 미식가라고 하잖아요? 상어 지느러미 요리를 좋아한다고 하고요... 저는 아직 못 먹어봤지만 먹어본 사람들 얘기는 별 맛 없다고 하던데요, 상어 지느러미 요리. 그리고 매일 매일 먹는 요리를 위해서 외국에 전문 요리사를 파견해서 다 배워오게 하고 재료를 외국에서 비행기로 날라다 먹는다고 하고요. 또 외국 술이 창고에 넘치고 개인 소유 차량이 300대? 500대?
김정일의 조카가 되는 이한영이 쓴 책도 충격적이에요. 김정남의 생일 파티를 위해서 해마다 백만 달러씩 소모한다는 것.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벌들도 자식 생일잔치에 이렇게 소비하지는 않는다고 하는데, 그런 돈을 쓴다는 것을 보고는 정말 놀랐고요. 그리고 김정일 비자금. 북한의 웬만한 공장은 다 김정일 소유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비자금을 스위스에다가 50억 달러씩 저장하고 있다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하는 것이죠.
오중석: 제가 10여년 전에 취재를 하다가 우연하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그의 핵심측근들이 소위 비밀파티를 하는 광경을 외국인이 찍은 사진을 본 적 이 있습니다. 당시로써는 충격적인 호화 퇴폐 분위기여서 저도 놀랐습니다. 그 후 보도를 통해서 이 '비밀 파티'의 내막이 외부세계에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또 지금까지 알려진 바 에 따르면 김정일의 여성편력은 보통사람의 상상을 초월 합니다. 마치 고대 제왕시절의 궁녀처럼 여성들을 선발해서 수발하게 하는가 하면 김 위원장의 애첩으로 알려진 여성들만도 한둘이 아닙니다. 선진적인 나라들의 지도자들은 한 결 같이 지키고 있는 도덕적 의무를 아무렇지도 않게 팽개치는 김정일은 혹시 자신을 제왕으로 여기는 것일까요?
김현아: 물론, 제왕으로 생각하겠죠. 김정일의 가정 내역에 대해서 실제 알고 있는 사람이 몇이 없어요. 그래도 한명이 아니라 둘, 셋 된다고 추측들은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 와서 실제 김정일 기쁨조에서 일했던 사람이 쓴 책이랑 보면서 그렇구나 생각했습니다. 북한에서 김정일은 제왕이니까... 요즘 드라마에도 나오지만 왕이 궁녀를 선택할 권리는 당당한 것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북한에서 그런 거죠. 김정일이 부인이 몇이 되고 자식이 복잡하고... 사실 언급하고 싶은 생각도 안 나요. (사람들이 들으면 한심한 얘기죠. 옛날 제왕 시절에 폭군들이나 하던 행태인데요?) 그래서 북한에서 그것 때문에 남쪽에서 탈북자들이 보내는 삐라에 신경을 많이 씁니다. 북한에서 나온 사람들은 거기다가 무엇을 써야 할지 너무 잘 아니까, 삐라에 김정일의 가계에 대해 써 보내거든요. 북한 사람들은 정조 관념이 남한 사람보다 더 강하기 때문에 자기의 지도자가 부인이 몇 명이라는 것 자체가 충격이 되는 것이죠.
오중석: 김 선생님 말씀으로는 북한 주민들은 지도자의 이런 호화 방탕한 생활을 모른다는 얘긴데, 김 선생님도 이런 사실을 북한에 계실 때 전혀 모르셨나요?
김현아 : 지도자가 잘 산다... 이것은 다 알죠. 그리고 일반 백성보다는 잘 사는 것 아니겠어요? 또 자기 나라 지도자가 굶으면서 지지하게 다니는 것을 원하는 국민들은 없죠.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것 보다 참 너무 한심하다는 것이죠.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 세상에서 가장 부자인 지도자! 이러니까 우리가 충격을 받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북한엔 김정일 특각이 많거든요. '특각'이라는 것이 서른 몇 개가 된다는데, 이것이 매일 쓰는 건가요? 김정일이 그 집 가서 일 년에 이틀이나 삼일 자면 다행이거죠. 그런데 그 집을 하루도 빠짐없이 전기를 돌리거든요? 집이 잘 못 된다고요... 여기서 사용하는 것이 전기보일러인데, 여기 들어가는 전기가 상당하죠. 그런데 다 아는 것처럼 북한 주민들이 온 겨울에 전기 없이 살거든요. 언젠가 전기 전력상이 여기에 들어가는 전기를 생산 전기나 주민용 전기로 돌리면 어떻겠냐고 했다가 그 사람 당장 떨어졌다고 하잖아요? 이런 것을 실례로 들자면 너무 많아서요, 다 말하기가 힘들죠.
오중석 : 김 선생님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말 알고 계시죠? 불란서 말인데요, 우리말로 바꾸면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라고 번역할 수 있겠습니다. 이 말은 최고 지도자 뿐 아니라 고위층과 돈이 많은 부유층이 지켜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의미합니다. 특히 현대자본주의 사회에서 기득권층이 소외당하고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사회적 불문율이기도 합니다. 대기업이나 지도층들이 벌이는 각종 기부행위와 사회사업, 북한주민 돕기 사업 같은 것들이 다 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방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남한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에 대한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김현아: 참 좋은 일이죠. 모든 사람들이 평등할 수 없잖아요? 사회라는 것이 능력 있는 사람은 돈을 더 많이 벌고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는 것이 사실인데, 이런 사회적 차이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보다 그런 차이를 인정해야죠. 그런 차이가 있는 조건에서 고위층이고 돈을 많이 번 사람일수록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을 적극 도와줘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부도 하고요, 미국에 돈을 많이 번다는 워렌 버핏 같은 사람도 자신의 재산을 털어서 그것으로 재단을 만들고요. (오중석: 미국의 세계적인 갑부들, 지금 말씀하신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 이런 사람들은 그 어마어마한 재산의 반을 털어서 사회사업에 투자하지 않습니까? 그렇게까지는 아니어도 남한의 기업인이나 기득권층도 요즘에는 사회사업에 눈을 돌리고 있죠.) 그런데 북한은 그것이 원리상 안 돼요. 왜냐하면 북한은 지도자나 인민이 다 평등하다. 그래서 똑같이 먹고 똑같이 산다는 원리인데, 기득권이 돈을 더 많이 가지고 있으니 그 돈을 털어서 인민을 돕는다? 이 자체가 성립할 수가 없는 것이죠.
오중석: 북한 최고위층의 사치와 도덕적 해이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독재국가 중에서도 제일 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북한지도층이 언제까지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고 이처럼 호화사치를 일삼을 수 있다고 보십니까?
김현아: 저는요, 속이는 것은 지도층도 잘못이지만 우리들도 참 바보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듭니다. 예를 들어서, 특각을 세운다 하면 사람들이 자기가 가진 것을 다 바쳐서 세우고 그 특각을 세웠기 때문에 내가 장군님께 충성했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겁니까? ) 좋아서 하는 것보다 수령님을 우러러 모시고 장군님을 받들어 모시는 것이 최대 사명이라고 선전하니까 그것을 그대로 믿는 것이죠. 남한에서 이런 특각을 한 번 세워봐요, 주민들이 가만있겠나? 아마 미친놈이라고 할 텐데요, 북한 사람들은 이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이렇게 함으로써 당원도 되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우리가 정말 머저리 중에서 정말 머저리라고 여기 와서 그 생각 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을 속이지 못하게 하려면 북한 주민들 자체가 그것을 허용하지 말아야죠. 그리고 그러자면 이 사회가 빨리 민주화된 사회가 돼야 하고 투명화 된 사회가 돼야 하고, 국민들의 의식이 바꿔야 하고요. 이렇게 돼야 세계에 부끄러운 현상이 없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 오늘은 북한 고위층의 사치와 향락을 일삼는 도덕적 타락을 점검해 보았습니다. 굶주리는 주민은 아랑곳 하지 않고 사치와 방탕을 일삼는 북한지도부의 행태는 머지않아 반드시 심판을 받게 될 것 이라고 믿습니다. 고통 받는 백성을 외면하고 사치와 향락을 일삼는 독재자는 반드시 망한다는 것 이 인류역사가 주는 교훈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말씀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 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 다시 만날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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