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여가문화

지난 4일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는 반짝 피서객들이 몰려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지난 4일 장마가 소강상태를 보이자 충남 보령시 대천해수욕장에는 반짝 피서객들이 몰려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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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분단 60여년의 세월이 가져다 준 남과 북의 달라진 생활문화를 점검해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이제 한반도 남쪽은 본격적인 여름철에 접어들어 덥고 습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는데요, 오늘은 남한에서 이맘때면 모든 사람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는 여름휴가에 대해 얘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탈북여성 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함께 합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늘도 날씨가 많이 덥죠?

오중석: 네, 이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김 선생님은 올여름 피서계획을 세우셨어요?

김현아: 직장에서 한주일 동안 휴가를 줘서 직원들이 날짜를 조정하고 있는데요, 저는 잘 놀 줄 몰라요. 어디 특별하게 놀러 다니지 않는데요, 옆에서 하도 가자고 해서 토요일, 일요일 놀러가고 나머지 날들은 집에서 요즘말로 '방콕' 하면서 책을 좀 볼까합니다. 그 동안 너무 바빠서 책을 못 봤거든요.

오중석: 시원한 에어콘, 선풍기 틀어놓고 '방에서 콕 밝혀서' 이런 말이죠? 방콕하면서 책 보는 것도 좋은 피서죠... 요즘 이 남쪽에서는 사람들이 모이기만 하면 휴가 이야기로 꽃을 피웁니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물론이구요 개인 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어떻게 하면 적은 비용으로 보람 있는 휴가를 보낼까 궁리하느라 바쁘죠. 비단 한국 사회만이 아니라 해마다 휴가철이 되면 웬만한 나라 국민들은 제각기 산과 바다를 찾아 휴가여행을 떠나느라 북새통을 이루지 않습니까? 그런데 북한의 휴가 문화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김현아: 저도 남한에 와서 휴가 문화가 떨떨했고요... 저는 사회주의 나라들에서만 휴가를 주는가 했는데 와보니 자본주의에도 휴가가 있고 더 잘 놀아요. 물론 북한도 휴가가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의무적으로 모든 사람이 직장에 다니지 않아요?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누구나 일 년에 2주의 휴가를 놀 수 있어요. 그리고 힘든 일을 하는 곳은 3주를 논다는데, 그런 곳은 극히 적은 것 같아요.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 휴가는 본인이 맘대로 놀 수 있고요. 남한처럼 즐기면서 노는 휴가는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예전에 사회주의가 그래도 제대로 굴러갈 때는 국가가 운영하는 휴양소가 있었는데 휴양소에는 아무나 가는 것이 아니고 일을 잘 하는 사람들을 추천해서 보내서 휴가를 보내게 합니다. 근데 추천해 가게 되면 남한보다 좋은 점은 비용을 자기가 안 내는 것이에요. 국가가 다 대주거든요... 결함은 많은 사람들에게 차려지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모범생에게만 차려진다는 얘기인데, 그 비율을 따져보면 10%나 될까요?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못 가다 보니 국가가 비용을 대서 가긴 가지만 가서 노는 데는 여기처럼 자유가 없어요. 자기가 계획을 세우고 자기가 가고 싶은데 가고, 이런 것이 없죠. 그리고 휴가 기간은 절대 다수 사람들에게 사적으로 밀렸던 일을 하는 시간이에요.

오중석 : 남쪽으로 말하자면 포상휴가 같은 건데요, 근데 그것을 가족끼리 보내지 않고 직장 동료만 보낸다는 겁니까?

김현아 : 가족 휴가가 있긴한데, 진짜 드물어요. 그것은 주로 고위급 그리고 군대들? 군대들이 휴가가 많고 군대 휴양소도 많습니다. 그것도 여기로 말하면 고급 군관 정도 돼야 가족 휴가가 차려지고 거의 다 본인 휴가죠. 그러니까 가족이 같이 즐긴다? 이런 것은 별로 없습니다.

오중석: 자유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모든 나라에서는 노동자들의 휴가를 법으로 정해서 보장하고 있습니다. 일 년에 유급휴가를 몇일 이상은 반드시 주어야 한다는 것 이 법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고용주는 싫건 좋건 휴가를 줘야 한다는 얘기죠. 한국에서는 보통 1년에 15일에서 많게는 21일까지 유급휴가를 줍니다. 유급휴가란 노임을 다 주면서 쉬게 한다는 말이죠. 여기에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직장이 주5일 근무제입니다. 일주일에 토, 일요일은 쉬지 않습니까? 한국에서 겪어보신 휴가제도는 어떠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현아: 저는 여기 와서 처음 느낀 것이 이렇게 놀고 언제 일하나 하는 것입니다. 그래도 경제가 발전했다는데, 우리는 일요일 날에도 많이 나갔거든요... 저렇게 놀았는데 어떻게 발전하지?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한국이 너무 노는 분위기였어요. 그리고 노는 데 얼마나 열심인지, 토요일 일요일 놀고 앞뒤로 며칠 더 끼어서 노는 명절, 여기서 말하는 황금연휴 같은 것도 참 이채로웠고요. 그리고 사람들이 새 달력을 받으면 도대체 올해는 황금연휴가 얼마나 되나, 그때는 어디로 갈까?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거든요. 저는 자본주의는 유급 휴가가 없는 줄 알았는데, 유급 휴가도 있고요. 참, 좋은 나라구나 했습니다.

오중석: 북한에서는 뭐라 선전하는지 모르겠지만 한국과 같은 자유경제 체제에서는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 노동자의 쉴 권리를 적극 보장해야 한다고 국가가 앞장서서 권장합니다. 기본적 휴일 외에도 경조휴가니 포상휴가니 해서 근로자 개인의 사정에 따라 별도의 휴가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고용주들도 생산성을 높이고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휴가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형편인데요, 김 선생님 보시기에 한국 사람들은 휴가를 어떻게 보낸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현아: 한 마디로 노는 것도 정말 열심히 놀죠. 우리 북한 사람들은 놀아보지 못해서 처음에 와서 잘 놀 줄 몰라요. 그러다가 살다 보니, 여기 사람들 노는 데 끼어 가보기도 하고 우리끼리 놀러 다니고 하면서 이제 좀 열심히 놀죠. 휴일만 되면, 휴가철만 되면 우선 길이 메잖아요? 처음에 와서는 휴가 때면 그 동안 힘들었을 텐데 집에서 뒹굴 거리면서 텔레비전이나 보고 놀지 아니 왜 저렇게 빽빽한 길을 통과하면서 차를 몰고 나가나 했습니다. 여기 사람들 특징은 놀면 일단 집에 안 있고 어딘가 가요. 우리 한국에만 가는 것이 아니라 비행기 타고 외국에 가잖아요. 처음에는 아까웠어요. 저 돈을 한국에 뿌리면 좋겠는데, 왜 외국에 뿌리나. 그런데 우리 친구도 돈 모아서 동남아 놀러 갔다 왔다고 하는데, 너무 좋다고 너도 한번 모아서 나가보라고 하더라고요. 인도네시아에 유명한 피서지 있잖아요, 발리. 이 친구가 발리에 갔는데 거기에 갔다 오라고 돈도 별로 안 먹고 좋더라 하더라고요. 그리고 나가놀면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도 있다고 했습니다.
또 두 번째는 가족 단위로 잘 놀아요. 온 가족이 같이 가고 가족에 대한 애착이 참 큽니다. 우리 북한은 놀러가도 남자들끼리 놀러가거든요 (웃음) 여자들은 같이 놀러 가면 고생만 해요. 시끄럽죠... 솔직히 말하면요. 또 우리는 기껏해야 사는 지역에서 가까운 산, 바닷가 같은 데 같은데 여기는 멀리 멀리 갑니다. 이것도 하나의 특징이 되겠네요.

오중석: 남한의 학교는 7월 하순부터 한달반 가량의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1월 한 달은 겨울방학으로 또 쉽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휴가를 자녀들의 방학에 맞춰 가게 되죠. 아이들과 함께 휴가를 즐기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름휴가, 겨울휴가 이렇게 일 년에 두 번 휴가철이 형성되게 된 겁니다. 해마다 여름방학이 되면 전국의 산과 계곡, 바닷가 해수욕장 섬마을들이 휴가 나온 가족으로 초만원이 됩니다. 젊은이들은 배낭을 메고 적은 경비로 하는 배낭여행을 떠나기도 하는데요, 한국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여름휴가를 해외로 가는 사람이 폭증해서 매년 이때쯤이면 비행기 좌석 구하기가 정말 어렵지 않습니까?

김현아: 그렇죠. 너무 많이 가니까요. 나는 무슨 생각이 드는가하면 너무 많이 가서 재미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해마다 휴가철이면 초만원인 부산의 해운대. 아... 정말 저는 안 가봤어요, 그런데 텔레비전에 나오는 것을 보면 정말 제가 볼 때마다 하는 얘기지만 바닷물보다 사람이 더 많다! 저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북한 바다쯤 돼야지... 북한 바닷가는 정말 깨끗하고 한적하거든요. 그런데 다 철망으로 막아 놔서 나갈 수가 없어요. 그래도 여기처럼 이렇게 바닷가가 복잡하지는 않죠.
저는 또 북한에 있을 때는 남한 대학생들은 공부를 열심히 하고 북한 대학생들은 공부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왜냐면 농촌 동원 같은 동원이 너무 많거든요. 남한 대학생들은 그 기간에 공부 하니까 공부하는 날짜가 많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 무슨 방학을 석달씩 논다지 않아요! 이렇게 되니 북한하고 같은 것이죠. 그리고 또 애들이 여행을 가도 멋지게 가요. 유럽 배낭여행! 얼마나 낭만적입니까. 우리 아이도 유럽에 오토바이 여행가는 것이 소원이래요. 진짜 좋죠.

오중석 : 우리 청취자들을 위해서 배낭여행을 설명해야겠는데요, 배낭여행이란 10대,20대 젊은이들이 시간제 일을 해서 돈을 좀 모으기도 하고 부모한테 조금 받기도 해서 아주 싼 경비로 배낭을 메고 여행을 하는 것이죠. 이것은 여행 국가, 여행 과정 이런 것들을 모두 혼자 정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에게 인기도 있고 의미도 있는 여행입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전국의 명승지에 휴가객이 넘쳐나고 국제공항 출국장에는 해외휴가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는 걸 보면서 저는 이따금씩 북한 동포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사회주의 노동자들의 천국이라고 선전하고 있는 북한에서 휴가는커녕 일년 열두달 단 하루도 맘 편하게 쉴 수 없다는 대다수 북한 동포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북한 지도층은 자신들의 휴가는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챙기면서 일반 주민들의 휴식의 자유는 철저하게 무시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김현아: 우선, 북한에서는 사람들을 달달 볶는다고 하거든요. 그러니까 휴가를 즐기고 자유롭고 하면 사람들이 딴 궁리를 하는 것이죠. 사회주의는 일반적으로 규율 있는 문화가 아닙니까. 사람들이 이런 것을 지키도록 하자면 자유롭게 놀게 하면 안 되고, 또 경제적인 이유도 있죠. 사람들이 이렇게 자유롭게 놀러 다니자면 숙박시설도 있어야 하고 가고 오는 차량도 있어야 하고 모든 것이 풍족해야죠. 그런데 북한은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고 하루 기차 타고 가자고 해도 그 표 값이 만만치 않고요. 숙박 시설도 없고요... 진짜 북한 사람들은 이런 놀데 대한 요구는 없죠. 우선 끼니를 굶지 않고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소원이니까요. 어떻게 보면 이런 말 하는 것이 사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네, 오늘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한반도의 휴가문화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같은 하늘아래 아름다운 산과 바다를 품고 있는 한반도. 그 한반도의 남쪽 사람들이 여름휴가철을 맞아 생의 활력소를 찾아 산과 바다, 그리고 해외의 명승지를 향해 부지런히 떠나는 지금, 북녘의 동포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지 염려가 됩니다. 하루빨리 좋은 시절이 와서 북녘사람들도 때맞춰 달콤한 휴가여행을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도 말씀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 주 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