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북한의 주거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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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이곳 남쪽은 요즘 정말 덥습니다. 무더위가 최고조에 달한데다 휴가철을 맞아 물놀이 사고와 식중독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도 여름철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한반도 남북의 주거문제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하는데요. 오늘도 대담에는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시겠습니다. 김선생님 요즘 더운 날씨에 건강하신지요?

김현아: 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안녕하셨습니까?

오중석: 네 오늘은 남과 북의 주거문제에 대해서 말씀해볼까 합니다. 주거란 인간의 의식주 중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는 중요한 문제인데요. 사람이 살아가자면 먹고 입고 그리고 살 집이 있어야 되지 않겠어요? 남한에서는 지난 수십년 동안 역대 정부가 국민주거안정을 위해 아파트 같은 주택건설 등에 국력을 집중해 왔는데요. 그 결과 한국은 주택보급률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합니다. 김선생님이 남쪽에 오셔서 겪어보신 남한의 주거환경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현아: 한마디로 너무 좋다.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요. 우선 제가 와서 느낀 건 집이 너무나 많다는 거죠. 남한에서는 주택보급률에 대한 통계가 107%라고 하는데 처음에는 제가 이해가 안됐어요. 어떻게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을까? 제가 살면서 보니까 부모와 함께 살다가 자식이 부모와 같이 살기 싫거나 다른 곳에서 일할 때 아예 집을 따로 잡아서 살잖아요. 결국은 총 세대수보다 주택수가 더 많다는 거죠. 그리고 또 집이 굉장히 크더라구요. 물론 북한하고 모양이 다르지만 집이 굉장히 크고 북한에서 상상했던 걸 초월하게 집이 너무 좋아요.

오중석: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다는 말씀이시죠. 북한이 선전하는 내용을 들어보면 '평양에 살림집 10만호 건설사업'을 비롯해 주민의 주거환경에 대해서 당국이 상당히 힘을 쏟고 있다는 인상을 갖게 됩니다. 그런데 또 다른 보도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주택사정은 말할 수 없이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주택보급률을 비롯한 주거사정은 어떠한지요.

김현아: 북한의 주택 보급률이 상당히 낮거든요. 보통 남한의 기준에서 보면 아버지, 어머니, 시집 장가 안간 자식을 합쳐서 한가구로 보잖아요. 그렇지만 북한에서는 아버지, 어머니, 시집 장가 간 자식이 같이 살아도 또 누구 다른 사람이 함께 살아야 그 집은 주택 보급률이 제대로 안됐다고 계산합니다. 아마 남한 계산법대로 한다면 북한의 주택 보급률은 한 50~60%밖에 안 된다고 봅니다. 특히 도시로 갈수록 심하죠. 제일 주택 보급률이 어려운 곳이 아마 평양이라고 생각하고 지방 도시들도 주택이 많이 부족합니다. 북한이 90년대 이후에 주택을 거의 짓지 못했고 최근에 짓는다고 하더라도 그것도 지방자체 노력으로 자력갱생해서 지으라고 합니다. 집짓자고 하면 시멘트, 철근 등이 필요한데 그런게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 주택 보급률이 상당히 부족하죠.

오중석: 사람 사는 집이라는 것이 당장 비바람만 피할 수 있다고 해서 제대로 된 주택이라고 할 수 없다고 봅니다. 겨울에는 난방이 되어야 하고 상하수도 시설과 전기설비, 주방 화장실 등이 갖춰져 거주자가 큰 불편 없이 문화생활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할 텐데요 남쪽서 듣기로는 북한의 주택상황이 매우 열악하다고 듣고 있습니다. 겨울에 난방이 안되고 극심한 식량난 때문에 아파트 안에서 닭이나 심지어는 돼지 같은 가축을 키우는 집도 있다는데 실상은 어떻습니까?

김현아: 남쪽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죠. 북한의 주택 보급률이 낮은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주택이라도 참 한심한데서 살고 있어요. 제일 어려운게 난방이예요. 북한은 60년대 아파트 자체에 석탄을 때는 아파트를 만들었어요. 70,80년대에 들어와서 평양은 남한처럼 온수난방을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물이 제대로 돌지 못하니까 관이 다 얼어 터지고 썩어서 난방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평양시민들은 냉방에서 겨울을 나는거죠. 두번째로 힘든 건 수도가 제대로 안 나오는 겁니다. 특히 고층아파트가 난감하죠. 그래도 평양은 시간물이라도 보내주고 있는데 지방도시 아파트들은 물이 안 나오거든요.

오중석: 그럼 식수는 어떻게 해결합니까?

김현아: 식수는 아래층이나 멀리서 길어 와야 합니다. 또 하수도망이 제대로 안되어 있어서 고생합니다. 그리고 짐승을 집에서 기릅니다. 평양은 베란다에서 닭 같은걸 키우고 지방은 가축을 너무 훔쳐가니까 그걸 막기 위해 좁은 방이나 부엌에서 돼지 같은 가축을 기르는 걸 저도 봤어요.

오중석: 어떻게 가축을 좁은 아파트에서 기르는지 여기서는 상상이 안 되는 얘기입니다. 그럼 한겨울에 난방이나 취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아파트에서 석탄으로 난방과 취사를 하는 바람에 아파트 안이 지저분하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김현아: 취사는 원래 석탄불 때는 집은 탄으로 하고 평양은 원래 석유곤로를 써야합니다. 평양은 아직 가스화가 안 되어있습니다. 북한에 제일 없는게 기름 즉 등유니까 작은 구공탄을 만들어 베란다에서 땝니다. 살기가 불편하니 그래서 여자들이 힘들어합니다.

오중석: 네 소문으로 듣던 대로군요. 전해진 바에 따르면 조국광복 후 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북한의 주택사정이 남쪽보다 좀 나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한의 역대정부는 수십년 전부터 꾸준히 주택신축 사업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고 그 결과 지금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주택보급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주택보급률만 높은 것이 아니라 주택의 수준도 높아서 한국의 아파트나 주택의 편리함은 외국에서도 알아줄 정도라고 합니다. 물론 경제성장이 뒷받침 되어야 주택문화도 발달하는 것 아니겠어요? 김선생님은 현재 아파트에 사시나요? 어떻습니까 살기는 편하세요?

김현아: 네 살기 정말 편하죠. 그래서 북한사람들이 처음에 남쪽에서 집을 받은 다음에 자기 집이 남한에서 제일 좋은 거 아닌가 생각한대요. 북한하고 비교하면 너무 좋죠. 우선 남한엔 가스, 온수난방 안 되는 집이 없자나요.

오중석: 잘 알겠습니다. 북한주민들의 주거사정이 형편없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한주민이 주거환경에 까지 신경 쓸 여지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면에 북한 특권층들의 주거생활은 호화의 극치를 달린다고 하던데요, 이 시간을 통해서 몇 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김정일의 소위 '특각'이라는 초호화주택 말고도 고위층들의 호화주택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김현아: 북한에서 사실 고위층이라고 해도 김정일 위원장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들의 집은 오히려 남한의 잘사는 사람 집만 못한 거 같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제일 좋은 집에서 사는 사람이 당중앙 비서들인데 두층을 한 개의 집으로 쓰는 겁니다. 여기처럼 웬만한 사람들은 아파트 복층을 쓰는 것 처럼요. 지방에서 장관 여기서는 도지사라고 할까 그런 사람이 집을 독채를 짓고 살지만 그 집도 남한의 웬만한 집만 못합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특권층이 뭐가 좋은가하면 그런 집을 공짜로 주고 그 운영유지비도 공짜라는 거죠.

오중석: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 더 하겠습니다. 북한은 강성대국 진입의 상징으로 평양 살림집 10만호 건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극심한 경제난으로 인해 살림집 10만호 건설은 물 건너간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북한에서 주택보급률이 가장 좋다는 평양이 상당한 주택 부족을 겪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그래서 북한에서도 집을 사고파는 거래를 한다고 하는데 사실입니까?

김현아: 네 지금 10만 세대 건설 때문이기도 하지만 북한 사람들 누구도 믿지 않구요. 왜냐면 북한이 제일 건설을 본격적으로 마지막으로 해본게 89년도 12차 세계청년학생 축전할때인데 그때는 경제가 내리막길이지만 지금보단 상상도 안 될때구요. 그때 온 나라 힘을 모아 모든 걸 털어서 겨우 5만 세대 건설이었어요. 근데 지금 북한에 아무것도 없는데 10만 세대 건설은 어렵고, 사람들 생각은 만 세대 정도 지어놓고 10만 세대다라고 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죠. 주택보급률이 어렵고 국가에서 해주는 게 하나도 없다보니 최근에는 집도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거든요. 자연히 집을 사고 팔게 되어 있구요. 모든 물가가 뛰고 있지만 가장 빨리 오르는 게 집값이라 물가가 두 배로 뛰면 집값은 5배로 뛰는거죠. 그러니까 평양이 집값이 최근에 참 비싸졌어요. 또 지방 도시들도 마찬가지구요. 집을 짓진 않고 주택수요는 끊임없이 계속되니 집값이 뛰는 수밖에 없고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은 집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오중석: 제가 이해가 안되는 것은 국가에서 무상으로 주고 운영도 해주는데 그걸 개인이 사고 팔수가 있나요?

김현아: 예를 들어 우리 집이 큰데 먹고살기 힘들다 그럴 때 그 큰집을 내놓고 작은 집으로 바꾸는거죠. 그 가운데 남는 돈이 생계비가 되는거구요. 또 부모님이 살다가 돌아가신다거나 해서 거래가 되는거죠.

오중석: 그러면 원래는 국가소유라 팔고 살수가 없는데 그걸 당국에서 눈감아 준다는 말씀이십니까?

김현아: 걸리게 되면 회수 당하게 되죠. 그렇기 때문에 주택 담당하는 관리자에게 뇌물을 줍니다.

오중석: 구소련이 해체되기 직전 말기에 그런 현상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좀 비슷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럼 과연 언제쯤이면 북한에서 집다운 주택에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날이 올까요?

김현아: 북한의 경제 상황이 해결되기 전에는 불가능하구요. 사람들은 지금 집보다는 밥먹는 문제가 더 급합니다.

오중석: 네 오늘은 북한의 주택사정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북한당국이 국민들의 주거환경에 신경 쓸 여지가 없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렇긴 해도 겨울이면 남쪽보다 훨씬 추운 북한 땅에서 난방시설도 없이 삶을 이어가야 하는 북한주민들의 주거환경은 최악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습니다. 하루 속히 북한의 개혁, 개방이 실현되어 북한 동포들도 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오늘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 수고해주셨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