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국가대표 운동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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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유난히 무덥고 비가 많은 올 여름인데요 한반도 뿐 아니라 온 지구촌이 폭염과 물난리로 홍역을 치르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아무런 피해 없이 건강하게 여름을 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남북의 국가대표 운동선수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을 위해 탈북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나오셨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북한 축구팀이 남아공 세계 축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해서 선전했던 모습을 텔레비전을 통해 보셨을 것입니다. 북한 축구단은 세계 언론이 찬사를 보낼 만큼 강팀들을 만나서도 주눅 들지 않고 잘 싸웠는데요. 비록 패하긴 했지만 세계 축구팬들은 북한축구팀에 대해 아주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해진 바에 따르면 이처럼 최선을 다한 북한축구팀이 귀국 후 공개비판에 회부되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김정훈 축구감독은 성적부진의 책임을 지고 처벌받았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는데요. 이 소식을 들은 남한사람들은 북한당국의 처사에 어이없다는 반응입니다. 김 선생님은 이런 일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세계가 인정하는 실력을 가진 자국 운동선수를 단순히 이기지 못했다고 처벌하는 북한당국, 대체 무슨 이유에서 그러는 걸까요.

김현아: 글쎄요. 참 외부에서 보면 이해가 안 되는 일이지만 당연히 그럴 수 있어요. 이번에 월드컵에 북한선수들이 참가하는 순간부터 화제가 되었는데요. 68년 영국에서 있었던 세계축구 선수권대회 즉 월드컵에서 북한선수들이 선전했던 성과에 대해서 누구나 다 기억하고 있거든요. 근데 그들이 북한에서 처벌 받아 광산이나 농촌으로 좌천돼서 고생했다는 것이 이제 세상에 다 알려져 축구선수권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언론의 관심사였는데요. 기자회견에서 김정훈 감독이 이번엔 그러지 않을거라고 대답했는데, 최근 영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훈 감독이 지금 처벌을 받고 어디서 혁명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 질문하시니까 저도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한쪽으로 보면 '사상제일론'을 주장하기 때문에 '사상만 강력하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축구경기에서 진 것이 능력이 부족하고 아직은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 아니라 세상에 못할 일이 없고 결심만 확고하면 끝까지 해서 이겨야 하는데 '선수들이 당의 사상으로 철저히 무장하지 못했고, 장군님에 대한 충성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라고 평가하는 것입니다. 심한 말이지만 좀 무지하다고 할까요.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겠죠.

오중석: 네 지금 말씀하시대로 남한 사람들은 무지한 소행이라고 보고 있는데요. 참 이해가 안되죠. 들리는 얘기로는 북한축구팀이 패함으로써 김정일과 김정은 청년대장의 믿음을 저버렸다는 식으로 비판한다는데요. 세계 최강의 축구팀을 만나서 그 정도면 아주 잘했다는 것이 세계축구계의 평가인데 무슨 믿음을 저버렸다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잘되면 김정일이나 김정은의 지도력 때문이고 못되면 선수들 탓이란 말인가요?

김현아: 네 이런 말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거든요. 특히 북한이 이번 월드컵에 정치적인 기대가 상당히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김정은이 체육을 좋아하는 걸로 소문이 났어요. 원래는 축구보다는 농구를 좋아한다고 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북한 팀이 선전해서 아시아 3개국 일본, 남한, 그리고 북한이 올라갔어요. 경제력과 축구 실력이 비례한다고 보는데 북한이 경제력이 비해 세상을 놀라게 한 선전이었거든요. 그러니까 북한도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었고 만약 그들이 이겨서 8강이나 4강쯤 올라갔다면 다름 아닌 김정은 청년대장의 현명한 영도의 결과로 크게 선전했겠죠. 그게 잘 안됐으니까 정치적으로도 비판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개인 우상화나 체제선전을 목적으로 운동을 이용하는군요.

김현아: 네 북한은 정치와 무관한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요.

오중석: 네 잘 알겠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 참가한 한국축구대표 팀은 16강 진입에는 성공했지만 8강전에서 아쉽게 패하고 귀국했습니다. 김 선생님도 보셨겠지만 한국축구팀을 열광적으로 환영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습니까. 모든 국민이 진심으로 선수들을 환영하고 고마워하는 모습이야말로 최선을 다한 선수들에 대한 당연한 대접이라고 생각됩니다. 김 선생님이 한국서 보고 느낀 운동선수에 대한 대접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현아: 남한에서 보니까 운동선수가 말 그대로 '스타' 이지 않아요? 북한 사람들은 스타라는 말은 잘 몰라요. 말하자면 유명인이죠.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요.

오중석: 북한식으로 표현하자면 '인민영웅' 아닌가요?

김현아: 영웅이랑 스타는 개념이 좀 달라요. 스타라는건 많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는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이죠. 한국에 와서 보니까 축구선수나 여러 운동선수들이 그야말로 스타급 대접을 받아요. 특히 진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참 와 닿았어요. 우리는 졌다하면 비판하고 모든 매를 맞는데, 여기 남한 분들은 진 선수들에게 '잘했다', '다음에 용기를 내라', '고생했다'라고 평가해서 깜짝 놀랐어요. 또 언론들이 잘한 선수에게만 초점을 맞추니까 2등, 3등한 선수들에게도 '관심을 갖자'라는 게 전 너무나 가슴에 와 닿았구요. 또 이긴 선수들에 대한 축하와 진심이 시민들이 자발적인 것이 맘에 들었어요. 북한에서도 이름 떨치고 돌아온 선수들을 환영해주는데 예를 들어 마라톤에서 1등한 정성옥 선수는 온 나라가 김대중 대통령 갔을 때처럼 길에 나와 환영을 해줬어요. 북한에서는 다 조직적으로 하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시민들이 스스로 달려 나가서 환영하는 것이 맘에 들었어요. 그리고 선수들이 갔다 왔을 때 시청광장에서 KBS 환영음악회를 열었는데 국가가 조직한 게 아니예요. KBS도 국영 방송이니 어느 정도 관영의 성격을 띤다고 하지만 어느 정도 자발적이지 않아요.

오중석: 남한에서는 그런 걸 국가나 시에서 나서서 하면 더 싫어합니다.

김현아 : 네 자발적으로 시민단체나 개인이 하는 게 맘에 들었구요. 여기는 개인적으로 예술인이나 배우, 체육인을 너무 좋아해서 그 사람을 따라 다니고 선물을 보내는 '팬'이라는 게 있지 않아요? 그래서 팬들이 모여서 클럽을 만들고 자발적으로 환영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오중석: 좀 전에도 말씀하셨지만 한국에서는 요즘 운동 하나만 특별하게 잘하면 국민의 우상이 되고 있지요. 지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한국에서는 운동선수의 수입이나 사회적 지위가 획기적으로 높아졌습니다. 북한에서는 자본주의 스포츠라고 빈정거린다고 합니다만 남한에서 국가대표급 유명한 스포츠선수는 엄청난 부자인데다 수많은 사람의 선망의 대상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의 운동선수를 생각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소위 사회주의 나라 북한에서 운동선수는 한마디로 어떤 사람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김현아: 북한에서는 운동선수도 한마디로 일반 직장인과 같죠. 특별한 체육기술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인데 북한에서도 운동선수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어요. 체육선수들이 항상 자랑하는 것은 다른 경기는 이긴다 하더라고 국기를 계양하는 경기는 없고 오직 스포츠만이 국기를 계양한다 그래서 조선이름을 온 세상에 알리는 자랑스런 사람이고 수령의 전사다 이런 식으로 생각합니다. 체육선수가 돈벌이가 된다고 누구도 생각을 안합니다. 물론 1등하면 김정일 장군님이 선물이라고 승용차도 주고 경기자체의 급에 따라 평양시내에 좋은 집을 준다는 규정을 만들었어요. 근데 그 사람들이 벌어온 돈이면 그걸 대고도 남는다라고 사람들도 말해요. 이번에도 북한에서 32강부터 해서 그때 이미 9백만 달러를 받았다고 합니다. 남한에서는 더 한단계 올라가서 천만달러를 받았는데 선수들에게 나눠 주는 거 같더라구요. 이번에 체육협회에서 남한 선수들에게 추가적으로 자금을 조성해 축구협회 이름으로 상금을 나눠줬다고 들었습니다.

오중석: 국제축구연맹에서 받은 돈은 다 분배했구요. 거기에 축구협회에서 따로 1인당 우리 돈으로 7천만원부터 1억 7천만원까지 포상금을 주었습니다.

김현아: 돈을 많이 버는 건 축구선수보다 아마 골프 선수가 아닌가 생각해요.

오중석: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은 잘 모르시는 스포츠 중 야구, 골프 이런 선수들은 유명하고 돈도 많이 법니다.

김현아: 세계적으로 젤 돈 잘 버는 '타이거 우즈'는 1년에 천만 달러를 번다고 합니다. 근데 북한에서는 이렇게 말하면 '돈을 보고 뛰는 것은 참 너절한 일'이고 '당과 수령의 은혜, 조국의 명성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충성심을 가지고 뛰어야한다' 라고 합니다.

오중석: 마지막으로 하나 더 여쭙겠습니다. 과거 북한정권이 수립된 이래 세계 스포츠 무대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낸 선수들이 상당 수 있었습니다. 한필화나 계순희 선수 등이 기억나는데요. 이들 이후에 북한은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포츠에서 세계 최고가 되려면 막대한 돈을 들여야 하고 어린 선수를 발굴해 육성해야하며 스포츠 과학, 스포츠 의학 등 관련 연구자들의 도움 등 범국가적인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북한이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을텐데 왜 선수들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일까요.

김현아: 이런 걸 북한에서도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어요. 국가적으로도 체육과학을 발전시키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워낙 북한이 경제가 어렵다보니 그렇게 할 수가 없어요. 체육을 잘 하자면 대중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최근에 스포츠는 돈이 얼마나 들어가요. 돈이 없는 나라에서 세계경기에 머리를 들이민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번 북한 축구는 솔직히 말하면 1위를 다투는 경기에 올라간 것 같은 성과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오중석: 네 남한이나 외국에서도 인정하는 거죠. 기본적으로 능력이 있는 민족인데 여건이 안돼서 성적을 못 내는거죠.

네, 오늘은 남쪽과 북쪽 운동선수들의 너무나 다른 처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흔히 체력이 바로 국력이라고 합니다. 눈부신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세계 스포츠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남한 선수들을 보며 북한 지도부가 초조한 나머지 자국의 유능한 운동선수들을 박해하는 것 은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아무쪼록 북한과 남한의 유망한 선수들이 모든 스포츠 종목에서 함께 나아가 국제무대에서 큰 성과를 올리는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 이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