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분단 60여년 동안 남과 북의 달라진 세태를 비교-분석함으로써 북한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알아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오늘도 대담을 위해 김현아 선생이 나오셨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김현아: 네, 안녕하셨어요?
오중석: 네, 북한지역에도 큰비가 내려 많은 집들과 전답이 침수되고 인명피해도 적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아무쪼록 이 방송 들으시는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별 피해 없이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김 선생님 오는 일요일, 그러니까 8월 15일은 한반도가 일제에서 해방된 지 65주년이 되는 광복기념일 인데요. 북한에서도 광복절은 의미 깊은 날로 기념하고 있지요?
김현아: 네 그렇습니다. 광복절의 북한에서도 기념하고 있는데요. 다른 명절에 비해서는 크게 쇠는 축은 아니죠. 잘 아시겠지만 북한에서 가장 큰 명절은 김일성, 김정일 탄생일이구요. 그 다음에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창건일, 당창건 기념일, 그 다음에 광복절 이렇게 되는 것 같은데 처음 해방이 됐을 때, 전쟁 직후 까지는 8월 15일을 굉장히 크게 쇠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근데 우리 때부터는 광복절이 그저 하루 쉬는 걸로 지내고 그날 북한이 크게 행사를 한다면 강연회도 하고 체육경기도 해야 하는데 그냥 조용히 쉬구요. 그리고 학교에서는 광복절에 대해서 김일성이 조국을 광복한 뜻 깊은 날이라고 하지만 그렇게 크게 쇠진 않고, 이전에는 그냥 8. 15라고 했어요. 광복절이라고 한건 얼마 안 되는 것 같아요.
오중석: 남한에서는 광복절은 ‘3대 기념일’ 로 해서 아주 중요시하게 잘 보내고 있죠. 지난 8월 10일은 일제가 한반도를 강제로 병합한지 100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간 나오토 일본총리는 10일 일제식민통치를 사과하는 성명을 내고 36년간에 걸친 한반도 강압통치를 통렬하게 반성하며 한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일성의 항일 투쟁에 의해 일본이 못 이겨서 광복이 이뤄졌다고 가르친다면 일본의 패망을 불러온 미국의 승리에 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얘긴가요? 불과 몇 십 년 지난 현대사를 그런 식으로 왜곡하는데도 북한사람들은 그 말을 믿습니까?
김현아: 네 북한에서는요 광복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이전에 해방이 갓 된 다음에도 주로 미국을 강조한 게 아니라 소련을 많이 강조했어요. 실제 북쪽으로 진군해 나온 게 소련이 대일선전포고를 하고 나오기 시작했잖아요. 그러니까 소련하고 북한 항일 빨치산이 같이 진입해서 일제 백만 관동군을 무너뜨리고 조국을 광복했다 이런 식으로 강조하니까 미국에 대해서는 오히려 나쁘게 말하는데요. 왜냐하면 8.15가 된 다음에 남쪽으로 미국이 진주하는 바람에 북과 남이 둘로 갈라졌다고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래서 결국은 미국이 일제를 항복시켰으면 시켰지 이 한반도 땅에 올라올 이유가 뭐가 있나 그래서 우리나라를 절반으로 갈라놓은 주요한 범인으로 미국을 꼽는 것이니까요. 미국에 대해 나쁘게 평가하고 2차 대전에서 미국의 역할이 별로 크지 않았다 그리고 대일전쟁에 대해서는 대체로 생략하는 편이구요. 북한사람들이 잘 모르니까 그걸 다 그대로 믿죠.
오중석: 사실 2차 대전, 태평양전쟁에서 미국이 일본과 싸우면서 치룬 대가가 어마어마하지 않습니까? 수많은 군인들이 인명피해를 봤고 전쟁비용도 엄청 쓰면서 희생을 했는데 그 결과 일본에 승전을 해서 우리가 해방을 맞게 되는 건데 그런 역사적인 사실을 전부 왜곡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시군요.
김현아: 네 역사라는 것은 말 그대로 정치에 종사하는 거죠. 객관적인 진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사실을 늘리고 줄이고 해석하기 나름이니까요. 자유세계에서는 못하지만 북한은 철저히 국가가 통제하는 나라니까 얼마든지 가능하구요. 그걸 반복해서 말하면 사람들이 그걸 믿게 되는 것 같아요.
오중석: 네 그런데 문제는 말도 안 되는 역사 왜곡이 바로 현대사란 말입니다. 그걸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서 왜곡을 했기 때문에 북한 인민들이 믿는 것 아니겠어요. 언제까지 과연 그렇게 인민들을 속이고 언제까지 갈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김현아: 네 그렇죠. 사람들이 일단 북한에서 나오고 또 북한에서도 다른 나라의 책을 보면 의심을 하게 되죠. 단적인 예로 광복하고는 관계가 없지만 김정일이 원래 소련 하바로프스크가 고향인데 북한에서는 백두밀령에 고향집을 크게 만들어 놓고 거기서 태어났다고 말하니까.. 상당수 사람들이 하바로프스크가 고향이라는거 알고 있거든요. 근데 생각 외로 모르는 사람도 많더라구요. 그리고 그런 발언을 공공연히 하다가 붙들려간 사람도 있구요. 그리고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공적에 대해서 북한에서는 아주 크게 선전하거든요. 근데 여기 광복에서 보여주는 박물관과 달리 북한에서는 광복에 대해서 집합한 박물관이 만수대에 있는 ‘김일성 조선혁명박물관’이거든요. 근데 거기서 항일투쟁뿐만 아니라 전 과정에 대해 다 보여주고 있지만 그 내용이 거의 과장된 거죠. 근데 사람들이 세계의 각종 자료를 다 보게 되면요 그게 과장됐다는 걸 얼fms 알 수 있죠. 저도 여기 남한에 와서 ‘와다 하루키’ 선생이 쓴 ‘만주항일혁명전쟁’을 보니까 진짜 객관적으로 공정하게 기술해 놨구요. 또 중국에서 항일무장투쟁사에 대해 쓴 게 많아요. 그걸 읽어보면 만주에서 우리 항일 유격대가 어느 정도 활동했다는 걸 알 수 있거든요. 근데 북한사람들이 전혀 접하지 못하다보니까 북한의 선전을 그대로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오중석: 북한도 처음에는 광복의 일등공신으로 소련을 꼽았다는데 요즘엔 그런 소련마저 제외시키면서 모든 역사적 진실을 감추고 오로지 김일성의 항일투쟁 공적만 치켜세운다면서요? 김일성의 항일투쟁이란 것도 과장과 의혹투성이 아닙니까? 북한주민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요.
김현아: 배운 사람들은 좀 알구요. 특히 공부를 못한 사람들은 오히려 더 잘 모르고 선전하는 것을 그대로 믿을 수밖에 없구요. 최근에 나날이 가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아는 거 같아요. 또 한편으론 더 모르는 경우도 있어요. 왜냐하면 예전에는 김일성 혁명역사를 반복해서 열심히 공부했거든요. 그런데 최근에는 학습기풍이 많이 사그러 들었어요. 역시 극과 극이라고 할 수 있겠죠. 북한에서 꽤 떠드는 ‘보천보 전투’가 언제 있었는지 무슨 전투인지 모르는 사람이 다 있어서 깜짝 놀랐구요. 언제 나라가 독립됐는지 해방됐는지도 모르는 애들이 있더라구요. 왜 이렇게 하나도 모르냐고 하니까 자기네들은 너무 어려울 때 고난의 행군시기라 전혀 학교에 안다녔대요. 아는 사람들은 외부소식도 듣고 좀 더 자세히 알고 있고, 모르는 사람은 북한 선전 자체도 모르는 이런 상황이라고 하겠죠.
오중석: 일제가 패망하고 조국광복이 있기까지 미국 등 열강에 힘입은 바도 컸지만 우리나라 독립투사들의 희생과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중국과 만주일대를 무대로 활동했던 그 많은 독립운동의 선구자들을 모두 제치고 김일성 혼자서 독립을 쟁취했다고 주장한다는 얘긴데요. 참으로 황당하고 선조들께 부끄러운 얘기입니다.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독립유공자들을 한분도 빠짐없이 국가유공자에 올려놓고 본인을 물론 아들, 손자에 이르기까지 그 후손들에게도 많은 혜택을 주지 않습니까? 북에도 이런 제도가 있습니까?
김현아: 있죠. 북한에 ‘빨치산줄기‘라는 말이 있어요. 북한은 여기처럼 독립유공자를 평가하고 대우를 해주기보다는 여기는 금전적 보상을 주더라구요. 대학 입학할 때 직장에 취직할 때 가산점을 준다던가요. 북한은 그런 건 없고 만약 자기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항일투쟁을 했으면 그 사람들은 토대가 최고가 되요. 그러니까 간부로 등용되는데 절대적인 조건인데 북한은 모든 독립유공자를 골고루 대우를 해주는 게 아니고 오직 만주에서 김일성 계열에서 싸운 독립투사들만 대우를 해주구요. 김일성과 같은 편이 아닌 공산당계열에서 싸운 사람도 배제가 되는거죠. 연안파라고 해서 중국 사람들하고 모택동과 싸운 사람들은 인정 못 받구요. 최영권계열에서 싸운 사람, 또 종파로 낙인 찍힌 사람들은 만주항일무장투쟁 같이 하던 사람보다 오히려 못합니다. 그런 정도니까 민족주의 계열에서 싸운 사람들은 인정을 못 받는거죠.
오중석 : 한마디로 김일성 신격화, 우상화를 위해서 김일성과 같이 항일 빨치산 운동을 했던 사람만 인정한다는거군요. 김 선생님도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에 가보셨어요? 남쪽에서는 조국광복에 관련된 모든 인물과 그들의 유품을 모아 기념관을 지어 일반국민들에게 공개하고 있지요. 한마디로 조국이 광복된 8월 15일은 한국의 아주 중요한 기념일이자 국경일입니다. 각급 학교 교과서에도 일제식민통치와 독립투사들의 활동을 소상히 기술하고 청소년들에게 교육하고 있지 않습니까? 남한에서 왜 이렇게 광복의 의미를 중요시하며 기념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현아: 저는 북한에 있을 때 남한은 정통성에 있어서 북한보다 훨씬 못하다고 생각했어요. 역사를 이어받고 귀중히 여기는 게 없는 걸로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하도 남한이 숭미사대주의가 심하다고 북한에서 비판해서요. 자기 것을 귀중히 여기고 지키려고 하는 게 없는 걸로 알았는데 매일 같이 사상교육하는 북한에 못지않게 높더라구요. 북한은 국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된거지만 이 남한은 백성들이 자의에 의해 형성된 거 아니예요. 결국은 애국심을 심어주고 한국 민족으로서 정체성을 심어주자라는 의미를 중시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오중석: 네 그게 다 학교 교육에서부터 시작되는 것 아니겠어요? 교육을 정확하게 역사 그대로 있는 그대로 시키면 자발적으로 국민들한테 그런 마음이 생겨나는건데, 그걸 거짓말 역사, 왜곡된 역사를 가르치니 문제죠.
김현아: 왜곡하기가 좀 힘들죠. 하지만 북한 혁명역사책에는 일본이 패망하는데 미국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는 말이 한마디도 없고 또 그런 말을 하면 안되는거죠. 그리고 나이든 세대들은 소련이 북한을 해방한 걸로 생각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실제 마을에서 일본군을 몰아낸 사람이 바로 소련군이었으니까요. 일본은 직접 우리나라에 와서 전쟁을 하지 않았잖아요. 상대적으로 먼거죠. 그러니까 소련이 우리를 해방했다라고 생각했던거죠.
오중석: 네 오늘은 암울했던 일제 식민통치에 종지부를 찍었던 조국광복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우리민족 누구나 마음속 깊이 새기고 기념해야할 광복절의 뜻마저 개인 우상화의 도구로 이용하는 북한체제의 억지주장에 할 말을 잊게 됩니다. 언젠가는 북한 동포들도 조국광복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함께 기념할 날이 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도 김현아 선생께서 대담을 통해 많은 도움 말씀을 주셨습니다. 김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오늘 순서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