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의 동질성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다가오는 통일시대에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순서입니다. 작년부터 불거진 김정일의 건강이상설과 함께 북한은 금년 들어 후계 작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는데요. 오늘은 세계인이 주목하고 있는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해서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을 위해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나오셨습니다. 김 선생님 지난 한주 안녕하셨습니까?

김현아: 네, 잘 지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도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네, 중국 정부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 인터넷판이 최근 북한에 관한 기사를 다루면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을 ‘김씨왕조’라고 표현해 화제가 되었는데요. 3대에 걸친 북한의 권력세습을 빗대어 김씨왕조 라고 표현한 것은 전통적으로 북한과의 우의를 강조하면서 북한정권을 감싸온 중국으로써는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습니다. 북한의 권력세습에 대한 중국정부의 비판적인 입장을 처음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국내외 언론의 보도가 이어지자 환구시보는 인터넷에서 이 기사를 슬그머니 삭제했는데요. 그러나 이미 중국의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 기사를 퍼뜨려서 중국과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이 기사를 확인했습니다. 김 선생님 북한에서는 과거 김일성-김정일 부자간의 권력세습이후 이에 대해 무어라 설명하고 있습니까?
김현아: 네 북한에서는요. 권력세습이라는 말을 쓰지 않거든요. 그러니까 권력을 아버지가 자식에게 물려준 세습이지만 그런 말을 일절 쓰지 않는 건 주민들에게 봉건시기를 연상시킬까봐 그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아주 멋있게 표현하거든요. 아버지가 아들에게 비록 권력을 넘겨줬지만 ‘수령의 혁명위업을 대를 이어 계승 완성해 나간다’ 그리고 그 필요성을 아주 강조하고 있는데요. 그 혁명을 대를 이어 끝까지 완성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계자 문제를 바로 세우는 건데, 후계자의 첫 번째 덕목은 수령에 대한 끝없는 충성심을 가장 최상의 수준에서 지니고 있는 사람이 수령의 후계자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누가 제일 수령에게 충실하겠어요. 아무래도 아들이 인간적으로 충성하는 게 아니겠어요. 거기다가 높은 사상적 자질, 영도적 자질, 고매한 풍모를 지닌 그러한 분이 수령의 혁명의협을 대를 이어 끝까지 계승 완성하는데 바로 우리 지도자 동지가 그런 분이시다. 그러니까 우리 혁명의 대가 꿋꿋하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예도 들었어요. 후루시초프 같은 사람이 스탈린 혁명위업을 잘못 이었기 때문에 망쳤고, 중국에서도 사인방의 무리가 나타나서 혼쌀(혼쭐)났고.
그런데 우리나라는 꿋꿋하다는 식으로 선전이 진행되고 있지 이것이 세습이라는 나쁜 이미지의 말은 전혀 안 쓰거든요.
오중석: 사실 여러 가지 이유를 대서 합리화 시키려고 하겠죠. 그러나 북한 지도부가 어떤 말로 권력세습을 합리화 하려 한다해도 21세기 첨단과학의 시대에 들어선 지금, 이를 쉽게 납득할 사람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혹독한 독재정치로 악명 높은 북한 정권이 3대에 걸쳐 통치권을 세습하려는 작금의 행태는 국제사회의 조롱거리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일찍이 과거 봉건왕조에서도 볼 수 없었던 폭압정치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주민이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째 권력세습을 과연 앞으로도 용인할 수 있을까요?
김현아: 참 어떻다고 꼭 짚어 말하기 힘든 상황이거든요. 왜냐하면 북한에서 수령의 후계문제에 대해 발언한다는 건 가장 정치적인 발언이고, 자칫 잘못하다간 생명이 위험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이에 대해서는 다 침묵을 지켜요.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온 경험을 비추어 볼 때 외부에서 보는 시각과는 달리 북한에서는 용인할거라는 것이 지배적인 생각입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지금 북한 주민들의 생각은 배고프고 먹고 살기 고달픈데 3대 권력세습을 누가 하던 상관없다고 상당수 사람들이 관심 없는 게 실정이구요. 북한에서도 지식인들이나 외국에 많이 드나드는 사람들은 참 우리나라가 한심하다 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런 사람은 극소수고, 그런 의견을 외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게 북한의 실상이예요. 그러니 외부 사람들처럼 북한 사람들 정말 멍청하다 어떻게 3대가 세습을 하는 걸 눈뜨고 보고 있나 참 기막히다 라고 말하는데 북한 사람들에게는 그게 기막힌 일이 아니예요.
오중석: 먹고 사는 게 급하니 관심이 없다는 거군요. 근데 현실적으로 북한이 3대에 걸쳐 권력을 세습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는 몰라도 중국의 승인내지는 묵인이 필수적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중국의 도움 없이는 북한의 경제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고 경제가 무너지면 북한체제도 붕괴될 것 이라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이처럼 북한권력승계 과정에 중국의 승인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 할 것으로 보이는데 중국정부나 당을 대변하는 언론매체인 환구시보의 ‘김씨왕조’ 운운하는 표현은 북한당국으로써는 충격적이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중국이 과연 북한의 권력세습을 승인내지는 묵인하게 될지 관심사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김 선생님의 의견은 어떤지요.
김현아: 제 개인적 생각은 이 문제에 대해서 중국이 비록 권고는 하겠지만 북한이 완강하게 나오면 묵인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어쩔 수가 없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식량지원을 줄이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관을 잘라버리게 되면 북한에서 혼란이 가속화 되어 중국에 영향을 미칠까봐 전전긍긍 하는 겁니다. 세습을 못하게 해서 북한의 혼란을 격화시켜 북한 주민들이 중국으로 많이 와서 중국의 치안을 교란시키는 걸 누구도 바라지 않거든요. 원래 북한이 중국에 신세를 지고 살지만 자체가 중국에 크게 신세를 진다고 별로 생각도 안하고 중국이 내정간섭을 하는 걸 승인하지 않죠.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외부적으로 볼 때 모든 게 중국 것이고 중국이 없이 않된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인지가 약해요. 왜냐하면 주체가 서 있다고 했고, 또 중국도 북한을 어쩌지 못하는 게 현실이거든요.
오중석: 네 한마디로 북한의 체제붕괴를 가장 우려하는 중국 입장에서는 세습도 묵인할 것이다 라는 말씀이시군요. 북한에서 김정은에게로의 권력세습이 일단 순조롭게 이뤄진다고 해도 김정일 사후에 김정은이 과연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겠는지 회의를 갖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북한주민의 불신과 반발도 물론 상당하겠지만 최고 권력을 둘러싼 북한지도부내의 권력투쟁이 본격화 될 것 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김 선생님도 이런 전망에 동의 하시는지요.
김현아: 네 권력세습이 일단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 권력을 유지할까 모든 사람들의 의문이구요. 북한 주민들의 반발보다는 상부에서의 권력다툼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여태까지 북한주민들은 정부에 대항해서 싸워본 적이 없어요. 또 위에서 어떤 권력투쟁이 일어나고 있는지도 일반 주민들은 모르고 살고 있구요. 그러니까 권력다툼은 상부에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후계자로 지정된 김정은이 사람들을 잘 다스린다면 못 일어나겠지만 김정은이 나이도 어리고 정치경험도 전무하고 아직 어떻지 모르잖아요. 사실 권력의 욕심이란 재물에 대한 욕심보다 더 큰 거 아니예요. 권력다툼이 웬간해서는 윗선에서 마무리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신문보도에도 많이 나오지만 그동안 김정일이 군대에 힘을 많이 실어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당은 약화됐어요. 그래서 당과 군대사이의 권력다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오중석: 그런데 많은 북한 전문가들도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군대에 너무 힘이 쏠려 있기 때문에 당을 재건해야 할 것이다. 그런 과장에서 당과 군대 사이에 다툼은 있겠지만 결국은 잘 마무리해서 체제가 흔들릴 정도로 다투진 않을 것이다. 그런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김현아: 네
오중석: 마지막 질문입니다. 한국에서는 북한의 3대째 권력세습 과정에서 지도부내 권력암투가 일어나 북한체제가 한꺼번에 붕괴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할만한 사태로 여기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한국의 뜻있는 사람들은 북한체제가 일시에 무너지는 소위 ‘급변사태’를 원하지 않는다는 얘기죠. 북한에서 권력세습이 이뤄진다해도 새로운 지도체제가 점진적인 개혁, 개방을 받아들여 외부세계와 교류하고 발전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만일 북한의 새 지도부가 그런 방향으로 나간다면 하루라도 빨리 북한주민의 고통을 덜어주고 북한의 경제가 발전하도록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게 대부분 남한사람들의 생각입니다. 그렇게 되어야 자연스럽게 통일의 길도 열릴 수 있다고 봅니다. 김 선생님도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북한이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여지는 있다고 보시는지요.
김현아: 뭐 여지나마나 북한은 다른 선택이 없는거죠. 개혁개방을 해야 북한이 살 수 있는 건데요. 근데 권력다툼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에 따라서 이런 개혁개방조치가 빨리 이루어질 수도 있구요. 그렇지 않고 또 이런 과장이 장기화 된다면 북한체제가 붕괴되겠죠. 북한의 새로운 지도부가 출현한다면 바로 중국의 등소평 같은 지도자가 나타나기를 희망합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하자면 그런 지도자가 나서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가능하거든요. 북한은 항상 우려하는 것이 개혁개방을 하다가 잘못해 남한에 흡수당할까봐 두려워하고 있어요.
중국이 정치적 민주화가 안 된 상태에서도 경제발전 속도가 비상하게 높으니까 사람들이 생활수준이 높아진 것에 만족을 느끼고 정치적 저항을 별로 안하잖아요. 그러니 북한도 눈에 띄게 생활수준이 팍팍 올라가서 사람들이 정치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도록 이렇게 발전 시켜야 하는거죠. 그러니 개혁개방을 아주 능숙하게 이끌 능숙한 지도자가 출현하지 않으면 참 힘들겠죠. 처음부터 개혁개방 하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북한 지도부내부에서 상당한 기간 동안 권력투쟁이 이루어지고 그 과장에서 등소평 같은 인물이 나타날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하시는군요.
김현아 : 그런 인물이 언젠가 나타난다고 해도 시간이 걸릴거고, 만약 운이 없으면 이번에 강경한 지도자가 나타나 폐쇄정치를 하게 되면 남북한 다 혼나는거죠. 하지만 한민족이 멋있는 아니예요. 강인한 민족이니 다시 일어날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네 오늘은 북한의 3대에 이르는 권력세습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아주 오래전 역사책에서나 보던 제왕시대의 권력세습을첨단 민주화시대에 실행하려는 북한을 보는 세계의 눈은 싸늘하기만 합니다.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면서도 언제나 체제 합리화를 위한 선전에 몰두하는 북한당국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가까운 장래에 북한이 제한적이나마 외부세계에 문을 열고 민족공존 공영의 길로 나서기를 기원해봅니다. 오늘 대담에는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셨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수고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