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여러분을 찾아가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오늘도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과 함께 남과 북의 서로 다른 현실에 대해 대담을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늘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방문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하는데요.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김위원장이 전격적으로 중국방문을 마치고 돌아왔지요. 이달 상순으로 예정된 노동당 대표자회를 며칠 앞두고 단행된 김위원장의 중국방문을 두고 한국 언론을 비롯해 세계 언론들이 비상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습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이 후계자로 지목되고 있는 김정은으로의 권력세습을 중국지도부에 보고하고 인정을 받기 위한 것 이라는 보도가 있는가하면 심각한 경제난과 식량난 타개를 위해 원조를 간청하기 위해 갔다 온 것 이란 해석도 있습니다. 기회만 있으면 ‘우리 식대로’를 외치며 주체사상을 강조해온 북한이 봉건왕조에서나 볼 수 있던 후계체제를 인정받기 위해 중국지도부를 찾아갔다는 사실이 모순되지 않나요? 북한주민들은 이런 행태를 사대사상으로 여기지 않을까요?
김현아 : 네 그렇죠. 지금 외부에서는 김정은을 후계자로 인정받기 위해 갔다고 많이 말하는데 탈북자들은 그것보다는 경제적 지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어요. 그런데 북한 주민들한테 말할 때는 그렇게 말 안하는거죠. 중조친선을 강화하기 위해 갔다고 하고, 공공의 적, 말하자면 미국을 반대하는 투쟁에서 중국과 조선의 긴밀한 협조관계 때문에 갔다고 강연회를 하거나 보도를 하거든요. 실제 무슨 자기들이 후계자를 중국에 승인을 받는다 라는 것은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예요. 그러니까 사실 그런 것 하고 싶지 않은데 경제적 사정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북한 사정이 긴박하고 어려워졌거든요. 당장 경제적 지원을 받아오지 않으면 주민들한테 특히 군대에 줄 쌀도 없는게 북한 실정이예요. 수해까지 입었지 당대표자 회의도 열리니 다급한 상황이니까요. 정치적으로는 내키지 않지만 경제적 원조를 위해서 갔고 또 중국이 북한의 세습에 대해 노골적으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런 걸 외부로 다 표현했거든요. 저번에 김정일 위원장이 갔다 온 다음에도 중국의 ‘환구시보’에 얼핏 그 문구가 나타났다가 너무들 퍼 나르니까 금방 지워버리긴 했지만, ‘섭정왕’ 이런 말도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중국 자체가 참 부정적이고 이번에 경제 원조를 받으면서 또 중국에서는 전략적 소통을 강조하지 않나요. 전략적 소통이라는 건 결국 어떤 국제적 문제를 처리하는 일에서 서로 공조하자는 것도 있겠지만, 어떤 일에 대해서 서로서로 알려주자라는 걸 강조하니까요. 이번에 가서는 우리가 후계자를 당대표자 회의 때 어떻게 하려고 한다 이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을까 탈북자들은 생각하고 있어요. 기본은 경제적인 문제로 갔다 왔고 동시에 정치적인 것도 곁들이지 않았을까 이렇게 보고 있어요. 주민들은 거기에 대해 전혀 알 수도 없구요. 관심도 별로 없고 상상도 못하죠.
오중석: 북한당국이 지금까지 주장해 온 주체사상이란 뭘 의미하는지 그리고 북한주민들은 이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김현아: 이 주체사상은 진짜 북한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외우는 신념 사상이거든요. 남한에서도 주체사상에 대해서 해설한 책이 너무나 많아요. 오히려 북한보다 많거든요. 남한처럼 심각하게 해설하는 것보다 북한 사람들이 단순하게 생각하는 주체사상이란 하나는 외부에, 큰 나라에 굴복하지 않는 것입니다. 미국에 굴복하지 않는 건 두말할 것 없고 중국이나 소련에도 굴하지 않는 것이죠. 그 나라들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자기 힘으로 사는 거죠. 근데 최근에는 아이러니 하게도 사람들이 주체사상이란 내 힘, 내 개인의 힘을 믿는다. 자기 힘이라는 건 원래 국가를 단위로 한 자기 힘이거든요. 그래서 주체사상이란 옳지 않냐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고 했는데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굶어죽으면 누가 봐주는 사람이 있냐 나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라고 왜곡된 이해를 하고 있어요.
오중석: 주체사상을 그렇게 강조해놓고 이제 와서 개인의 주체를 강조한다는 말씀인데 그렇게 대상을 바꿔도 되는 건가요?
김현아 : 사실 엄밀한 의미에서 따지고 보면 왜곡하는거죠. 사람들이 한결 같이 시장에 앉아서 그렇게 말하거든요.
오중석: 김일성 학습이나 선전에 따르면 북한만이 가장 주체적이고 사대사상이 없는 국가 사회라고 강조하는데 북한정권의 탄생과정과 역사를 보면 사실 소련이나 중국 의존도가 너무 높았거든요. 모든 전쟁, 전쟁물자 심지어 군대까지 그리고 식량.. 그러고 있으면서 주체사상 운운하는 건 넌센스,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김현아 : 그렇죠. 근데 제가 가만히 북한역사를 돌이켜보면 해방이 되면서부터 전쟁 직후까지는 그야말로 북한이 사회주의 정권의 힘에 의해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북한 정부가 탄생하고 당이 탄생하고 군대가 생겨나고 전쟁 치르고 이게 다 소련과 중국의 힘에 의해서 진행한 겁니다. 근데 지금 자라나는 사람들은 그걸 잘 모르죠. 왜냐하면 그런 역사적 시기에 산 사람들이 지금 많지 않아요. 그리고 하도 당에서 김일성 장군님이 몽땅 했다고 하니까 어느 책을 봐도 다 그렇게 써있으니까요. 거짓말이라도 자꾸 반복하면 사람들이 믿는 겁니다. 말 그대로 역사가 다 위조된 겁니다. 북한에서는 김일성 선집도 다 고쳤거든요. 옛날 선집에는 스탈린 대원수 만세, 소련 만세 이런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 북한 사람들은 당에서 선전하는 대로 진짜 해방도 김일성 장군이 시켰고, 해방 후에 당도 김일성 장군이 세웠고, 전쟁도 승리로 이끌었고 또 전에는 사회주의 나라들이 많은 원조를 주었지만 ‘원조를 주었다’ 한 구절을 인용하지만 그래도 우리 인민이 의악하게 허리띠를 졸라매고 악을 타고 일어섰다 그러니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는 거죠.
오중석: 아무리 그래도 인민의 눈도 막고 귀도 막고 입도 틀어막고 김일성을 민족의 지도자로 영웅으로 묘사했다는 말씀인데요. 그게 언제까지 가겠습니까? 역사적 사실이 남아있고 그걸 반박할 수 있는 자료가 남한이나 외부세계에 많지 않습니까?
김현아: 많죠. 최근에 조금씩 들어가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상당수 사람들이 북한당국의 선전을 그대로 믿고 있어요. 왜냐하면 들어가는 정도와 북한에서 지금까지 투입한 정도가 아직 비교가 안 되거든요. 하지만 역사는 숨길 수 없고 언젠가 밝혀지겠죠.
오중석: 북한은 남한정부가 미국 사대주의에 물들어 있다고 맹비난하고 있다는데 과거 남한이 미국 등 열강의 도움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했고 이제는 어떤 분야에서는 미국과 일본을 추월하고 있는데 국제사회에서 주체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남한에 대해서 지금도 주체 의식이 없는 사대주의에 물든 사회라고 비난하고 있는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현아: 네 북한에서는 옛날에 남한엔 초가집에 거지가 많고, 거지 애들이 학교도 못가고 깡통을 차고 구두를 닦고 이런 식으로 남한을 비판했어요. 남한의 경제성장이 눈에 띄게 알려지니까 북한 당국도 이제는 그런 선전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느꼈죠. 그래서 80년대부터는 남한은 사대주의 국가다, 경제적으로 너무나 미국에 예속됐다 이런 방향으로 선전 방향을 바꿨어요. 그러니까 남한은 미국사람들이 우글우글하고 미국이 뭐라고 말하면 남한은 꼼짝 못하는 걸로 생각해요. 그런데 들어와서 미국이 남한이 강점하고 있다고 하니 미국군대가 상당히 많은 줄 알았어요. 근데 서울에 와서 돌아다니는데 미국군대를 전철 같은 곳에서 한 번도 못 봤어요. 또 미국이 하라고 하면 남한이 무조건 하는 줄 알았어요. 들어와서 보니 그렇지 않더라구요. 미국을 상대로 할 소리를 다하고 어떤 이해관계에 따라서 미국이 남한의 비위를 맞추기도 하더라구요. 아 이게 그런게 아니구나 라고 느꼈어요.
오중석: 사실 우리가 배운 사대주의란 경제 분야 뿐 아니라 국가의 외교 안보, 국방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주변 강대국의 눈치를 보거나 강대국의 비위를 맞추는 것 아닌가요. 그렇다면 북한정권이 중국에 대해서 하고 있는 행태야 말로 사대주의의 전형이 아닌지요.
김현아: 그렇죠. 북한 사람들은 사대주의라는 그런 말은 안하지만 사람들이 하는 재밌는 말 중에 ‘우리는 주변국들의 신 식민지’ 라고 해요. 사대의 반대가 정치에서는 ‘자주’, 경제는 ‘자립’, 국방에서는 ‘자의’거든요. 근데 지금은 미국 맞서 떵떵 큰소리로 맞서고 있으니까 정치적으로는 사대주의라고 생각을 안 해요. 북한 사람들이 정치대국이고 군사대국이라고 자랑스럽게 말하거든요. 하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누구도 그렇게 말 못하죠. 주민들이 앉아서 하는 말이 우리나라는 경제적으로 신식민지다. 옛날에는 일본의 신식민지였고 지금은 중국의 신식민지다. 그러니까 신식민지라는 것은 직접 그 나라에 가서 공장을 세우고 해서 뺏어 가는 게 아니라 말하자면 교묘한 방법으로 뺏어가는 겁니다. 옛날에는 일본사람들이 송이버섯 가져오라고 하면 다 산으로 올라가고 바다에서 어떤 고기를 건져오라고 하면 100% 바다로 가서 고기를 건져 일본에 바쳤죠. 지금은 중국이 잣을 가져오라하면 산으로 가서 몽땅 잣나무를 찍어 바치고, 약초를 가져오라 하면 산에 가서 박박 긁어다 바치고 이런 게 신식민지지 별게 있냐 이렇게 말하거든요. 그러니 북한에서 주체라는 게 사실 말이 안 되죠.
오중석: 경제적인 독립 없이 사대주의를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얘기인데요. 인민이 먹고살게 없어 굶는데 어떻게 다른 나라에 의존을 안 할 수 있겠습니까?
김현아 : 북한에서도 이론적으로는 ‘경제적 자립은 정치적 독립의 물질적 기초다’,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정치적으로 독립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는 게 맞죠. 그러니까 지금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경제적으로 중국의 지원이 없이는 어떻게 안 되니까요. 저번 5월 달에 김정일 위원장이 갔을 때는 중국이 원조랑 큼직큼직하게 안줘서 밸이 난 김에 다 집어 엎고 왔다고 하지 않아요. 할 수 없이 또 찾아갔죠. 하지만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협약이 있었는지는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북한이 중국에 대해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정치적이나 군사적인 요구, 그 다음에 북한의 경제적 이권을 취소하는 것 이거 밖에 줄게 없죠. 이런 거래라는 건 1:1 물물 거래 아니예요. 경제적 예속되니까 정치적 군사적 다 예속되기 나름이죠.
오중석: 북한이 소위 6자 회담을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발표 하지 않았습니까. 아마 중국에서 정치적으로 많은 요구를 했을 것이고 그걸 양보하는 대신 후계자 문제, 식량이나 물자 원조를 약속 받았다고 보는 거죠. 아마 그게 틀린 게 아니라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질문하겠습니다. 주체적인 국가관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남한의 예에서 보듯이 경제발전이 필수적이고 그에 따른 국방력이 뒷받침해야 주체적인 국가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둔 남한은 확실한 주체성을 확립하고 사대주의 잔재를 씻어 냈다고 보시는지요.
김현아 : 나라의 국력의 밑바탕은 물질인데 돈 가진 사람한테 어쩔 수 없잖아요. 빚지게 되면 종이 되는 거예요. 근데 남한이 역동적인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에서도 남한을 따라 배워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거든요. 얼마전 오바마 대통령도 남한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잖아요. 그야말로 남한이 존재감이 있다는 거고 자기 존재감이 있다는 것이 주체성이 있다는 거죠. 그리고 남한이 자기 이익을 견지하면서 다른 나라하고 협정을 하잖아요. 그래서 미국이 하라고 무조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배 튕길 때도 있구요. 또 남한 기업들이 미국에 진출해서 미국 상품들을 다 누르고 있구요. 이런게 다 주체적인 게 아닌가. 솔직히 말해서 밤낮 주체에 대해 말을 많이 하는 북한보다 남한이 훨씬 더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나라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오중석: 네 오늘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중국 방문을 계기로 소위 북한에서 말하는 주체사상과 사대주의를 벗어나는 것에 대해서 얘기해보았습니다.
지금까지 대담에 김현아 선생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