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한민족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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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여러분을 찾아뵙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입니다. 오는 10월 3일은 우리 한민족 최초의 나라가 개국한 날인 개천절입니다. 남한에서는 해마다 이날을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5천여년 전에 단군왕검이 나라를 세운 날을 ‘하늘이 열린 날’이란 의미로 개천절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개천절을 앞두고 우리민족의 국가적 기원에 대해 남과 북에서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시겠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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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3일 서울 사직단 내 단군성전에서 사단법인 현정회 주관으로 열린`개천절 대제전-홍익인간'.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오는 10월 3일은 개천절이지요. 단군왕검이 우리민족 최초의 나라를 개국한 날 인데요. 북한에서도 개천절을 국경일로 정하고 기념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북한에서 개천절이 국경일은 아닙니다. 북한에서의 국경일은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창건했다고 하는 9.9절이거든요. 근데 개천절 행사는 해마다 진행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커다란 단군릉 앞에 상차림을 해놓고 제사를 하는데, 남한에 있다가 미국을 통해 북한으로 간 최덕신의 부인인 유미영이 지금 북한에서 천도교 천무단 중앙위원회 위원장 직함을 가지고 있는데, 그분의 주관하에 제사를 합니다. 또 최근에는 남북교류가 안되지만 그전에는 남한에서 와서 같이 하는 것을 제가 여러 번 본 것 같습니다.

오중석: 사실 우리민족 역사에서 단국왕검과 최초의 나라 고조선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미진한 부분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역사의 상고사 부분에 해당하는 이 시대 역사는 문헌자료도 적고 이른바 실증사학이라 불리는 고고학적 발굴 자료도 거의 없어 증명하기가 쉽지 않은데요. 역사학계에서는 이것이 일제 식민통치의 후유증이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일제가 우리 상고사 부분을 철저하게 왜곡하거나 파괴했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북한에서의 우리 상고사 연구는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습니까.

김현아: 그런 부분은 역시 북한도 남한하고 입장이 같아요. 그래서 일제가 우리나라 역사를 파괴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자료를 다 없앴다라고 말하고요. 그 다음에 북한에서는 그와 관련된 걸로 우리 조선의 기원에 대해 ‘기자묘’에 대해 많이 말합니다. ‘기자묘’라는 건 중국에서 기자라는 사람이 와서 우리나라를 만들었고 그 사람이 우리 조상이라고 선전을 했다나봐요.

오중석: 고조선 이전에 기자조선을 창건한 사람 이야기죠.

김현아: 북한은 기자조선에 대해서 거부적이거든요. 그래서 김일성의 말에 의하면 기자묘가 원래 평양 어디에 있었는데 파보니까 아무것도 없었고 이게 다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하기 위한 책동이라고 비판하면서 북한에서 단군릉을 발굴하면서 우리나라의 시조는 단군이라고 만들었죠.

오중석: 단군왕검의 능 자리를 찾아 발굴해서 단군의 유골을 발견했다고 해서 깜짝 놀란 적이 있었는데, 그게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는 다음 문제구요. 사실 오래 전에 보도를 통해 알았지만 북한의 사학자와 고고학자들이 단군왕검의 묘지(능)를 찾아내 발굴해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 발굴결과를 근거로 단군릉을 복원했다는 소식도 있었는데 남한의 학자들과 다른 나라 학자들은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현아: 북한에서 단군릉 발굴을 대대적으로 진행했고 복원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못 가봤지만 텔레비전에서 보니 남자주인공과 여자 주인공 유골도 발견했다고 하는데 말하자면 단군과 부인이겠죠. 그래서 연대도 탄소측정법으로 하니까 5천 11년전 인가라고 하고요. 그때 단군묘만 찾아낸 게 아니라 그 대동강 상류 지역에서 많은 무덤을 발굴했다는 역사학계의 보고가 있었어요. 신빙성에 대해서는 우리도 잘 믿지 않죠. 그래서 역사학계에서 종사하던 분의 말에 의하면 완전히 날조라고 하더라고요. 단군릉 발굴 할 때 종합대학 역사학과에서 책임지고 했는데 그 곳 유명한 역사학자가 이건 아니라고 평가를 내렸대요. 그래서 책벌까지 받고 몰려서 상당히 고생을 했다고 합니다. 대신 다른 분이 발굴 사업을 책임졌는데 그분은 높은 평가를 받고 훈장을 받았지만 그게 사실일 가능성이 적다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오중석: 네 사실 5천여년 전의 인골을 신분까지 확인해서 발굴했다면 세계 고고학계에서도 놀랄 사건인데요. 역사 왜곡이나 모든 사실의 왜곡을 밥 먹듯이 하는 북한이니 더더욱 믿지 않는 것 같습니다. 관련해서 일본은 물론 중국 등 우리 한반도 주변국들은 단군왕검을 중심으로 한 우리의 상고사 부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동북공정’이라 해서 우리 상고사를 위시해서 발해와 고구려 역사를 자기들의 고대사로 편입해서 말살하려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남쪽에서 듣기로는 북한의 김씨 왕조는 자기들의 왕조적 정체성을 높이기 위해 고구려 역사를 몹시 중시하고 앞세운다는 얘기를 들었는데요. 실정은 어떻습니까.

김현아: 북한이 단군 왕릉을 거의 위조한 것이나 다름없죠. 그러면서도 우리 역사를 남한에서도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단군왕에 대해서는 옛날부터 설화로 내려와서 많은 사람들이 믿는 경향이 강한데요. 역사적 사실을 위조해서 그렇지 북한에서도 단군역사를 많이 믿고 있는 건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남한에서도 고조선, 단군왕검의 역사를 사실로 믿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다만 그것이 현대사나 중세사처럼 확실하게 문헌자료로 증명이 안됐을 뿐이지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걸 왕릉을 복원했다 유골을 찾았다는 둥 억지로 가져다 붙이니 문제죠. 남한에서 단군왕검을 왜 안 믿겠습니까.

김현아: 북한에서 단군왕릉을 발굴한 건 물론 역사를 내세우자라는 것도 있지만, 김씨 왕조의 역사가 유구하다 라는 걸 강조하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북한에서는 역사적 사실이 정치적으로 되면서 발해사, 고구려역사를 아주 중요시 합니다. 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남한과 북한의 차이가 심하지 않았어요. 다같이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 남한과 그대로 똑같았는데 60년대 후반에 주체를 세우면서 역사 해설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고구려 역사가 중요시 되었지만 언제부터 달라졌는가 하면 남북대립이 심화되면서 남한은 신라 쪽, 북한은 고구려 쪽이 되었으니까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이 자꾸 부각되게 되면 결국 남한에 의한 북한통일 이런 식으로 북한 당국에서 해석이 되게 된 것이죠. 북한에서 듣기로는 남한도 신라의 역사를 많이 인위적으로 내세웠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북한에서는 그에 대한 반발로 고구려 역사를 지키기 위해서 신라에 의한 삼국통일설을 부인했죠. 그러니까 신라가 물론 고구려까지 멸망시켰지만 대동강 이남까지만 가졌대요. 그래서 삼국통일이 안되고 고구려가 멸망한 다음에 고구려의 뒤를 이은 발해국이 있었다. 중국 동북지역에서 항상 논쟁거리가 되는 발해사에 대한 역사를 연구했고요. 발해사에 대한 역사를 조선역사에 포함시킨거죠. 저는 그것이 나름대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해도 발해사는 우리 역사학계에서 많이 연구가 안 되었잖아요. 비록 북한이 정치적 목적으로 하기는 했지만 그걸 통해서 우리나라 역사를 더 풍부하게 하고 찾아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저도 북한에 있을 때 신라의 김유신 장군에 대해서 아주 유명한 장군이라고 들었다가 또 조금 지나니까 김유신 장군은 나쁜 사람이다 왜냐하면 당나라를 끌어들여 우리나라를 파괴했다라고 하니 저도 혼동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해서 지금 북한에서 자라나는 사람들은 김유신이라고 하면 잘 몰라요.

오중석: 남한의 역사학계에서도 물론 북한이 김씨 왕조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해서 한 것이지만 발해사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라는 점에서는 인정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한 것하고 연구결과를 가지고 이상하게 날조하고 왜곡해서 결론을 마치 김일성 일가가 수천년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죠.

지난 9월28일 열린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되고 인민군 대장으로 호칭하고 하는 것은 모두 김정일을 후계자로 공식화하기 위한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왕조국가로써 3대째 세습을 노골화 하는 것인데요. 왕조국가의 세습을 그대로 흉내 내면서 고구려를 제외한 신라와 백제 그리고 고려와 조선의 역사를 폄하한다고 하던데요. 모순되는 일 아닌가요?

김현아: 네 북한에서는 조선역사도 노동계급 관점에서 재해석하거든요. 그러니까 역사에 정치가 제일 많이 개입되는 것 같아요. 역사적 사실을 훗날 정권을 잡은 사람들이 자신한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북한에서는 지금까지는 인민대중의 역사였다. 한데 이때까지 부르주아 역사학자들이 역사를 분석한 것은 다 왕조사의 견지에서 역사를 해석하고 다 왕을 내세우잖아요. 여기 와서 보니 세종대왕 등 왕을 많이 존경하잖아요. 그런데 북한은 왕에 대해서는 내세우지 않으니까 왕에 대해 잘 몰라요. 그런데 요즘 북한에서 하는 행태를 보게 되면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 있었던 어느 왕조보다도 그야말로 왕조사 아닙니까.

오중석: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역대 우리나라에 역사에 있었던 나쁜 왕조보다도 극악하게 혹독하게 정치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세습 같은 측면에서는 더 심한 왕조의 정치를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왕조사를 부정한다?

김현아: 이번에 당대표자회 하기 전에 아무래도 세습을 해야 하니까 정당성에 대해 논거를 내세운걸 보니 거기서 민족성을 강조했더라고요. 우리 북한 민족은 김일성민족이고 김일성민족의 대는 아들들에 의해서 아주 빛나게 이어진다. 북한에서도 아마 글쓰는 사람들이 참 당황스러울 거예요. 그걸 어떻게 논거를 만들겠어요. 그러니까 할 수 없이 민족성을 기준으로 만드는데 정말 말도 안되죠. 김일성의 조상이 단군일 수는 없고요. 단군이 설사 김일성 조상이라고 하더라도 북한에서 원래 노동계급의 입장에서 보면 왕조사는 잘못된 것이라고 평가합니다. 그러니까 해석하는 사람들도 노동계급 입장과 현실적 입장이 맞지 않으니까 사실 말이 안 되게 전개하고 있는 거죠.

오중석: 아무리 북한 인민들이 먹고 살기 바쁘고 신경 안 쓴다 하더라도 잠깐만 앉아서 생각해보면 모순되는 이야기인데 서슴없이 한단 말입니다.

김현아: 북한 사람들도 속으로는 다 궁리들을 하고 있겠죠. 이건 아니다라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많아지지 않았을까요. 이번에 대장 칭호를 이 사람 저 사람에게 하나씩 나눠준 것만 보더라도 북한사람들도 한마디로 아연해요.

오중석: 이런 왕조 국가가 어디 있습니까. 자기는 아버지한테서 권력을 받고, 자기는 여동생도 대장시키고, 26살짜리 자기 아들도 대장시키고, 자기 측근을 막 대장, 위원장 시키는데 그런 왕조국가가 옛날에도 어디 있었습니까.

김현아: 옛날 왕조도 드라마 보면 한 계단 올릴 때에는 봉건사회의 법도가 있어서 두 단계를 뛰어넘지 못한다던가 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요즘 북한에는 그런 규칙마저 없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중석: 북한에서도 그렇게 부인하는 조선왕조도 보십시오. 세자책봉도 마음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또 왕족에게 높은 관직을 준다면 얼마나 많은 반대가 있고 왕이 눈치 보느라 잘 못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근본적으로 왕족은 높은 관직을 받을 수가 없었어요. 많은 기관과 신하들이 소위 견제장치를 만들어 가동을 시켰는데 몇몇 폭군을 제외하고요. 그런데 그 몇몇 폭군보다 더 심한 정치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개천절에는 단군왕검이 김씨 왕조의 뿌리라는 의미에서 행사를 하는 모양입니다.

김현아: 네 해마다 하고 있어요. 상을 크게 차리고 관계부분 사람들이 참가하고 뒤에 서는 사람들은 동원을 시키죠.

오중석: 단군왕검에 대해서 제사를 지내는 식이군요. 남한하고 비슷하네요. 우리는 사직단에 가서 제사를 지냅니다.

네 오늘은 개천절을 앞두고 우리민족의 뿌리에 대해 북한에서 어떤 해석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개인숭배에 눈이 먼 북한당국은 김정은으로의 3대째 세습을 앞두고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기념해야 할 개천절마저 왜곡된 역사관으로 훼손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이런 왜곡된 역사를 바로 잡고 남과 북이 한마음으로 민족의 기념일 개천절을 함께 기념할 날이 올 것을 기대하면서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