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의 사람 사는 모습을 함께 살펴봄으로써 통일시대를 대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순서입니다. 이 시간에는 가을철 독서의 계절을 맞아 독서, 책 읽는 문화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오늘도 탈북여성 지식인 김현아 선생과 함께 말씀 나눠보려 합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이제 계절이 바뀌어 본격적인 가을로 접어들었는데요. 맑고 청명한 날씨의 가을을 남쪽에서는 독서의 계절이라고 합니다. 국민들에게 책읽기를 권장하는 각종 행사도 열리고 실제로 많은 종류의 책들이 가을을 맞아 출간되기도 합니다. 인간의 심성을 살찌우게 하는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라고도 합니다. 북한에서도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북한에서는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는 말은 따로 없어요. 물론 북한에서도 ‘책을 많이 읽어야한다’, ‘책은 말없는 스승이다’ 이런 말은 많이 하지만 가을에 독서한다는 말은 남쪽에 와서 처음 들어봤습니다.
오중석: 선진국을 보면 예외 없이 국민들의 독서열이 높고 또 많은 종류의 서적들이 출간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나라가 부강해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얘기죠. 그런데 북한은 독서를 하고 싶어도 김일성일가를 찬양하는 선전용 책자 말고 별다른 책이 없다는 말도 있던데요.
김현아: 북한은 책이 다 김일성이나 김정일의 사상, 업적 이런 걸 보여주는 것이지 남한처럼 다종다양한 책들이 많이 없거든요. 그리고 최근에는 종이가 너무 없어서 선전용 책자조차도 많이 찍지 못하는 것이 북한의 실상입니다. 그러니까 다른 책은 생각 못하는 거죠. 중국 쪽에 나가면 북한에서 나온 책이 많이 팔리거든요. 그런데 종이 같은 것을 보면 북한의 실상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어요. 엊그제도 누가 중국에 갔다 오다가 북한향수가 떠올라 북한소설책을 사가지고 왔더라고요. 물론 김정일의 위대성을 책 요소요소에 담고 있긴 하지만 가져온 책을 보니 아 우리가 옛날에 이런 책을 봤나 막 눈이 감기더라고요. 그런데 그런 책도 북한에서는 참 귀한 것이거든요. 재미있는 소설책 한권을 얻어 본다는 게 힘이 들어요. 그래서 책이 있으면 그야말로 돈을 내고 봐야 되거든요. 물론 북한에서도 도서관에서 책을 내놓지만 사람들이 많이 찾는 책은 진짜 부수가 얼마 안돼요. 그러니까 빽이 있고 세력이 있고 돈이 있어야 좋은 책도 보지 그냥 여기처럼 광범위하게 볼 수는 없어요.
오중석: 우리 남쪽하고는 상황이 참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김 선생님도 남한에 오신 후 확인하셨겠지만 한국에서는 해마다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분야별 도서만해도 경제관련 서적부터 과학기술, 어린이, 문학, 인문학, 사회과학, 역사, 요리, 여행, 취미생활, 여성, 가정 등 30여 분야가 넘어 일일이 언급하기도 힘들 만큼 많습니다. 김 선생님 보시기에 남한의 독서문화와 출판 현실은 어떻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김현아: 저는 원래 개인적으로 책을 참 좋아했어요. 어릴 적엔 도서관 사서가 되는 것이 꿈이었어요. 도서관에 가서 좋은 책 실컷 읽었으면 좋겠다 이게 제 꿈이었는데 남한에 오니까 입이 다물어지지 않더라고요. 남한에 와서 어떤 사람은 참 차가 많다 하는데 저는 제일 감동된 게 책이 참 많다는 것이었어요. 처음에 오니까 아파트 앞에 책을 다 가져다 버리더라고요. 근데 하나하나 뒤져보면 다 읽을 만한 책이었어요. 도서관에 가도 너무 책이 많고요. 교보문고나 영풍문고 들어가면 눈이 끝까지 안보이잖아요. 우선 한국에는 출판사가 얼마나 많아요. 책을 그닥 힘들게 찍지도 않더라고요. 출판사가 지금 거의 1천여개가 된다고 하는데요. 그 출판사도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하도 책을 많이 찍다보니 다 팔지 못한다고 합니다. 지금 꾸준히 책을 내는 활발한 출판사만 백 군데가 정도고 출간되는 책은 한해에 천만권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책이 얼마나 많은지.. 저는 그중에도 아동책이 제일 부러워요. 어린이용 책이 시리즈로 묶어서 나오잖아요. 애들이 조그만 할 때부터 아이들 특성에 맞게 알록달록하게 알기 쉽게 되어있어 너무나도 아이들이 책을 많이 보는 거예요. 저는 우리 애들 자랄 때 책을 많이 못 사줬거든요. 그래도 저는 나이가 좀 있으니까 이전에는 책이 좀 있었어요. 저는 어릴 때 책을 많이 보고 자랐는데 우리 애들은 제가 어릴 때 본 책의 십분의 일이나 봤을까요? 지금은 더하죠. 어린아이들이 볼 책이 전혀 없어서, 우리 조카애도 책이 너무 없어서 책 하나를 그야말로 판이 나도록 보고 또 봤대요. 그러니 마지막에는 그림이 안 보이는 거예요. 그런데 하나 사주고 싶어서 시장에 가서 아무리 뒤져봐도 애들 책은 지방에는 잘나오지 않고 평양에서도 찾기가 힘들어요.
남한은 물론 과학기술서적도 책도 많지만 인문사회계통의 책이 너무나도 다종다양하게 많아요. 북한은 책이라고 하면 그야말로 딱 판박이 책이죠. 수령의 위대성을 선전하는 글, 북한의 사상과 어긋나는 글은 하나도 없는 거예요. 근데 남한에 오게 되면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지어는 북한 책까지도 출판한 그대로 작가들 생각이 그대로 다 있어요. 원본도 있고 번역본도 있고 하여간 남한은 책동산이라고 할 만큼 책이 많아서 너무 부러워요. 북한사람들이 반의 반 아니 100분의 1이라도 봤으면 좋겠어요. 저는 북한에 지원하는 것 중에 쌀도 중요하지만 책을 좀 지원했으면 좋겠는데 물론 북한이 받지 않겠죠.
오중석: 선진국 중에서도 국민들이 책을 많이 읽기로 소문난 일본에서는 요즘에도 하루에만 100종에 가까운 도서가 출판된다고 합니다. 권수로는 천문학적 숫자의 책들이 출간된다고 하지요. 이처럼 뛰어난 출판문화와 독서열이 오늘날 일본을 세계의 부국으로 만든 밑거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다른 선진국 국민들도 마찬가지인데요. 그런데 북한도 세계문학이라든지 과학기술관련 서적 출판이 한 때 활발했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만.
김현아: 북한도 한때 ‘세계문학선집’이나 ‘조선문학선집’ 시리즈 같은 건 남한보다 훨씬 먼저 다 만들었어요. 그래서 60년대 초에 세계문학선집이 시리즈로 나왔구요. 옛날 시, 소설 등 다 발굴해서 ‘조선문학선집’, 또 ‘현대문학선집’ 이라고 해서 일제시기에 다 발굴해서 60년대 초반에 다 만들었거든요. 그래서 우리는 자라면서 그런 책을 회수하기 전까지 봤어요. 그리고 과학기술 관련서적은 따로 많이는 출판 못했는데 김일성이 과학기술서적을 많이 찍으라고 교시를 했다고 해요. 특히 북한은 외국어가 약하잖아요. 그러니까 모든 외국어를 알고 있는 과학자들이 과학기술서적을 한해에 한권씩 번역하는 대중적인 운동을 해야 되겠다. 그래서 그런 과학기술관련 책을 찍긴 했는데 그게 북한에서의 부흥이지 이 남한하고는 객관적으로 대상이 안 되죠. 아무리 많이 찍는다고 해도 안돼요.
오중석: 오래전 일이고 김일성 집권 초기 얘기겠지만 그런 적이 있긴 있었군요.
김현아: 북한에서도 책을 다양성이 없어진 것이 제 생각에는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세우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그 이전에는 ‘세계문학선집’ 등 다양다종하게 들어왔어요. 그러니까 제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보면서 가슴 졸이던 생각도 나고요. 그리고 60년대 전까지는 소련책이 북한에 거의 절대다수였던 것 같아요.
오중석: 네 저도 러시아문학은 아주 활발하게 출판이 되고 또 읽혔다고 들었습니다.
김현아: 러시아문학은 북한이 더 번역이 잘 되었어요. 소설은 그야말로 하나의 창작인데 참 감칠맛 있게 번역을 잘했어요. 60년대 이후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세우면서 모든 책을 다 검열하고 불태워버렸어요. 항상 역사적으로 어떤 독재정권이 서면 책을 불사른다는 말이 많잖아요. 책을 불살라버리고 회수하고 그 다음부터는 정형화된 책만 나왔어요. 물론 당의 유일사상체계를 세우기 이전에도 자유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건 사회주의권 내에서의 상대적 자유지 남한과 같은 자유는 아니죠. 북한도 80년대 후반기부터는 약간 바뀌어서 이전에 금지도서였던 것도 해지하고 여러 가지 책이 나왔어요. 저는 미국 소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인상에 남아요. 그 책이 원래는 90년대 초 만해도 ‘100권 도서’라고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명작들을 작가나 전문가들을 보라고 부수를 극히 적게 출간하는 게 있어요. 그걸 빌려서 하룻밤 세고 다음날 줘야하니 그 책을 보느라 밤을 새운 적이 있는데 2000년대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출간을 했어요. 이전에는 미국 책은 절대로 안됐거든요. 그런 걸 보면 북한도 좀 의식이 튼다고 해야 하는지 조금씩 해제는 되요. 하지만 남한과는 비교는 못하죠.
오중석: 여기 오셔서 대형 서점이라고 하는 곳 들어가 보셨나요? 깜짝 놀랄 만큼 규모가 크죠.
김현아: 네 눈이 안보일 정도로 규모가 크죠. 대형서점이 좋은 게 사지 않더라도 실컷 책 볼 수 있잖아요. 그 다음에 제가 깜짝 놀란 건 자본주의는 도서관이 이렇게 발전했을 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도서관은 어디까지나 사회복지, 평등성을 나타내는 것 아니에요. 자본주의 사회는 책을 보자고 하면 다 돈 내고 사서 봐야하고 돈 없으면 책도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도서관이 얼마나 좋은지요. 우리 동네 중랑구 도서관이라고 있거든요. 말하자면 평범한 지역 시민 도서관인데 거기도 책이 많고 다 무상으로 빌려주고 합니다. 처음 와서 제가 도서관 찾아가 봤더니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보다 복지가 더 잘되어있다고 느꼈어요. 대학도서관은 더 말도 못 하구요. 너무 편리해요.
오중석: 끝으로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북한에서 공부하시거나 가르치실 때 교재는 어땠습니까. 북한에서도 전문서적이나 인문교양서적을 출판해서 관련 학자나 특정한 사람들에게는 배포하는지요. 아니면 외국서적으로 공부를 하셨나요?
김현아: 북한에 참 교재가 힘들어요. 종이가 부족해서 다 제대로 찍어주지 못해요. 주로 초등학생 교재를 우선적으로 찍어주려고 당국으로써도 노력하고요. 한때 남한에서 종이를 들여와서 애들 교재를 몇 번 찍어줬어요. 우린 그게 남한에서 온지도 몰랐죠. 그리고 대학교재도 높은 학년으로 올라 갈수록 부족해요. 한번 교재를 쓰고 본인들한테 팔아주고 나서 빌려주는 거죠. 자기 과목이 다 끝나면 다시 바쳐서 그 다음 학년이 쓰고요. 또 중학생도 교재를 쓰고 바치고 다음 학년이 쓰고 해서 한 3번 정도는 회수해서 쓰고요. 그 다음에 북한은 주체를 세우는 나라이기 때문에 여기처럼 미국 교재를 그대로 놓고 강의를 절대 못하죠. 미국 교재를 참고했다 하더라도 조선말로 바꿔서 어느 선생님이 쓴 것으로 하고 거기에 출처를 밝히지 않아요. 어느 분은 북한에서 컴퓨터를 가르쳤는데 여기 남한에 와서 교재를 보니까 자기가 쓰던 교재와 똑같더래요. 컴퓨터 같은 건 미국이 제일 발전한 나라고 책도 잘 쓰니까 남한도 북한도 미국 책으로 가르치는데 북한은 그걸 북한 걸로 다 바꿔서 사람들이 그게 미국 것인지 모르게 가르치는 거고, 남한은 공공연하게 미국교과서를 그대로 놓고 심지어 번역이 아니라 원문으로 가르칩니다. 그리고 북한에는 전문가들도 자기 분야의 세계 각지의 교재를 볼 수가 없어요. 비싸니까 못 사오는 것도 있고, 외국의 형편이 북한 사람들에게 알려 질까봐 검열하는 것도 있고, 특히 인문사회계통 외국 책은 북한에 거의 없다고 봐야죠.
오중석: 네 오늘은 독서의 계절 가을을 맞아 책 읽는 문화에 대해 얘기해보았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나라의 문화수준은 그 나라의 독서량과 정비례 해왔음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는 북한에도 출판의 자유가 보장되어 북한동포가 맘 놓고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읽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입니다. 남북의 동포가 독서를 통해 조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을 통해 김현아 선생께서 좋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 주에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