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남쪽에서는 요즘 김장이야기가 화제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남한보다 계절이 빠른 북한에서도 김장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오늘은 우리민족 최대의 겨우살이 준비 행사인 김장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이 시간 대담에는 탈북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날씨가 많이 쌀쌀해졌습니다.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갑자기 날씨가 차가와지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안녕하셨어요?
오중석: 오늘은 김장에 관해 말씀을 나눌까 합니다. 김 선생님 김장 아직 안하셨어요?
김현아: 네 아직 못했고요. 저는 별로 김장할 생각도 안하고 있어요.
오중석: 그런데 북한에서는 김장이 일 년 살림살이 중 가장 큰 일의 하나이고 시기도 남쪽보다 좀 빠르다고 하던데요?
김현아: 네 전 여기 와서 김장도 안 담그고 살지만 북쪽에서는 김장이 살림에서 매우 중요하거든요. 여기 남한에는 김치 말고도 먹을 것이 많지만 북한은 부식물이 없어요. 특히 북쪽 지방은 더 겨울이 길잖아요. 김치가 ‘반년 농량’ 먹는 양식이라는 말이 있어요. 아무래도 추우니까 김장을 남쪽보다 빨리하는데 특히 북한에서 가장 추운 양강도 지역이 가장 김장을 빨리합니다. 양강도는 10월초면 김장이 다 끝납니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김장이 다 끝났겠죠. 그리고 나머지 지역들은 남쪽하고 유사하지만 조금 빨라요. 11초부터 11월 보름까지, 좀 늦으면 11월 20일까지 김장이 끝납니다.
오중석: 사실 우리민족은 길고 혹독한 겨울을 견디기 위해 오래전부터 김장이라는 훌륭한 살림의 지혜를 고안해내지 않았습니까? 우리가 김장을 담그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 정확한 유래는 분명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미 삼국시대부터 남새를 소금에 절여 보관하는 방법을 일반가정에서 시행했다는 증언이 있습니다. 그만큼 김장의 역사가 오래되었다는 얘긴데요. 북쪽에서는 김장김치 담그는 방법이 남쪽과 좀 다른 면이 있다면서요?
김현아: 북한의 김장하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아요. 그런데 여기는 김장을 너무 조금하더라고요. 김장을 10포기, 20포기 이런 말을 하니까요. 북한에서 보기엔 너무 작아요. 저는 김장을 포기 수로 하는걸 처음 봤어요. 북한에서는 포기 수를 안 따지고 다 킬로로 떠서 팔거든요. 지금은 살림이 넉넉하지 못하니까 많이 못하지만 옛날에 식구 많은 집은 한톤 넘게 담갔어요. 물론 다듬으면서 많이 나가긴 하지만요. 보통 500킬로 정도 담가서 겨울엔 김치만 먹는다니까요. 그러다보니 김치 하는 방법도 지역에 따라 여러 가지입니다. 대체로 앞쪽지역 하고 함경도 지역으로 갈라져요. 앞쪽지역은 주로 서해안을 끼고 있으니까 지역특성에 맞게 젓갈을 이용해서 많이 담그고요. 동해안 지역은 예전부터 물고기가 많이 잡히니까 주로 명태를 많이 넣고 김치를 담갔어요. 제가 둘 다 먹어봤는데 명태를 넣은 김치가 제일 맛있어요. 그게 발전해서 평양지역까지도 명태를 주로 많이 넣는데 80년대 들어와서 온난화가 되면서 명태가 많이 없어졌어요. 그 다음에 다른 점은 서해안 지역에서는 남한처럼 김치사이에 무를 썰어서 속을 넣고, 동해안지역은 고춧가루만 섞어서 양념이랑 명태를 넣고 무채를 전혀 안 넣어요. 왜냐하면 함경도는 김장을 먹는 기간이 더 오래인데 무를 넣으면 김치기 빨리 시어진데요. 그리고 북쪽사람들이 깔끔한 걸 좋아해요. 다른 걸 섞게 되면 좀 텁텁해지니까 잘 안 넣더라고요. 김치 종류중에 서해안은 평안도 동치미라는 게 있어요. 순 무로 무김치를 담그는데 국물이 시원합니다. 북쪽은 갓김치가 특수합니다. 양강도 지역은 배추가 귀하다보니까 밭에다 주로 갓을 심어 놓고 갓김치를 담가요. 양강도 지역은 집집마다 움같은 지하실이 있어서 6월달에도 갓김치가 꽤 먹을 만 하더라고요. 그리고 70-80년대 들어와서는 양강도 지역은 양배추 김치를 많이 먹어요. 배추는 잘 안되지만 양배추는 아주 유명해요. 양배추 하나가 이만한 소뚜껑만큼 크고 그 맛이 아주 독특하고 맛있어요. 남쪽 서울김치는 평안도랑 비슷하지만 고춧가루가 풍부하니까 좀 더 많이 넣고 갖가지 들어가는 양념이 많더라고요.
오중석: 남쪽도 각 지방에 따라 김장하는 방법이 조금씩 차이가 납니다. 서울 경기지방은 아무래도 젓갈류나 젖국을 아예 넣지 않거나 조금만 넣는다고 합니다. 소금의 양도 적고 고춧가루도 적당히 넣어 다른 지역 김장김치보다는 싱겁고 덜 맵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충청도와 경상도 내륙지방에서는 소금양이 많고 고춧가루도 많이 들어가서 짜고 맵다는 얘기가 있어요. 반면에 바다를 끼고 있는 전라도와 경상도 해안지역에서는 각종 젓갈류가 많이 들어가 깊은 맛이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젓갈냄새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이 지역 김치는 선호도가 분명하게 갈리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렇게 지방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남쪽에서는 각 집안마다 독특한 김장 담그는 방법이 있어 김치 맛이 서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김치 맛이 따로 있어 김치 담그는 비법을 대대로 전승한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북한지역에서도 개성 보쌈김치를 비롯해 특별한 김치 맛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보쌈김치는 어떤 것입니까?
김현아: 보쌈김치는 개성지방 김치인데요. 배추의 파란 잎을 다 잘라서 펴놓고 안에 무하고 배추는 다 썰어요. 양념을 해서 거기에 넣고 다시 그걸 잎으로 싸거든요. 옛날에 저희 어머니가 개성에서 신혼살림을 하셔서 보쌈김치를 해주셨는데 할 때는 품이 좀 드는데 썰어져 있으니 꺼내먹을 때 좋아요. 북한이 어렵고 상품이 줄다보니까 그러지 못하지만 옛날에는 거기에 밤 등등 별걸 다 넣었대요.
오중석: 여기에 개성에서 내려오신 많은 분들이 그걸 살려서 많이 하시는데요. 굉장히 고급스럽고 잣, 대추 등등 들어가서 맛있더라고요.
김현아: 북한에서도 원래 옛날엔 그랬겠죠. 남한은 재료가 풍부하니까 옛날보다 넣는 것도 많고 아마 가짓수가 더 늘었을 거예요. 여기는 막김치를 많이 담그잖아요. 북한은 대체로 통김치를 담그는데 통김치는 익으려면 시간이 좀 걸려요. 집집마다 배추, 무를 썰어서 담그는 막김치가 많은데 그게 참 맛있어요. 김치는 무가 많이 들어가야 쩡하고 맛있거든요. 여기는 종가집이 있어서 대대로 자기 집 김치를 전하는데 북한은 종가집이라는 것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대대로 집에서 내려오는 김치 맛은 따로 없고요. 대신 어머니들 가운데 특히 손맛이 있는 어머니들이 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이 여자들 손에 특수한 균이 있어서 어느 손으로 담그느냐 따라 김치 맛이 다르다고 과학성이 떨어지는 말이 있어요.
오중석: 남한에도 그런 말이 있습니다. 저 집 안주인은 손에 특별한 것이 있어서 손맛이 있다고요.
김현아: 확실히 김치가 맛있는 집이 있고 맛이 없는 집이 있어요. 맛이 없는 집은 항상 맛이 없더라고요. 저희 어머니가 김치를 참 잘 담그셨는데 어머님 말씀이 김치를 잘 담그려면 첫째 간을 잘 맞춰야하고 둘째는 적당히 절구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뭘 안 넣어도 저희 어머니가 해주신 김치는 참 맛있었습니다.
오중석: 북한에서는 김장을 ‘김장전투’라고 부르면서 겨우살이 준비의 하나로 총력을 기울여 김장준비를 한다는데 배추 등 남새가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남쪽도 요즘 배추, 무 등이 흉작이라서 김장비용이 늘어난다고 하지만 북한에 비하면 형편이 좋은거죠.
김현아: 금년에 남쪽도 배추값 파동이 나지 않았어요. 하지만 여기는 뒤따라 대책도 세우고 중국에서 수입도 하고 이러지만 북한은 북한자체에서 배추농사가 망하면 끝이예요. 김장배추 심는 시기는 남한이나 북한이 똑같고 같이 수해피해를 입었어요. 금년에 배추 값이 하늘같이 뛰었다네요. 저번에 김장이 끝난 양강도에서는 배추 한킬로당 가격이 120원, 요즘 청진에서는 100원 하거든요. 그럼 이게 상당히 비싼거예요. 북한에서 결국 배추 한킬로 값이랑 감자 한킬로 값이 거의 맞먹거든요. 북한은 쌀값이 비싼 대신 채소값이 싼데 이렇게 비싸니까 올해는 김장을 하나도 못 담그고 겨울을 나는 집도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중석: 그럼 그런 집은 겨울에 뭘 먹고 사나요?
김현아: 그러니까 그때그때 나가서 시장에서 사먹다 보니 부식물 값은 더 늘고 먹는 건 더 변변치 못하게 되겠죠. 한창 고난의 행군 때는 김장을 못한 집이 많았거든요. 금년이 또 그와 같은 시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중석: 김장은 예로부터 우리민족의 지혜가 담긴 겨우살이 준비작업입니다. 특히 먹거리가 부족한 북한에서의 김장은 연중 가장 중요한 행사 중의 하나일 텐데요. 배추 무 등 재료가 부족하다는 북한에서 주민들이 어떻게 김장준비를 하고 계신지 걱정이 됩니다. 아무쪼록 김장전투에 만전을 다해서 올겨울 안전하고 따뜻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