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놀이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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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남쪽은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 엊그제 서울에는 올해 첫 눈발이 날리기도 했습니다. 북녘동포 여러분 닥쳐온 겨울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탈북 여성 지식인 김현아선생과 함께 대담으로 전해 드리겠습니다. 김선생님 날씨가 많이 추운데요 안녕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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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계명대 성서캠퍼스 한학촌에서 열린 널뛰기 체험 행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갑자기 추워졌어요.

오중석: 오늘은 어린이들의 놀이문화에 대해 얘기해볼까 하는데요.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오래 전부터 여럿이 함께 놀던 놀이의 형태가 몇 가지 생각납니다. 주로 여자아이들이 놀던 ‘고무줄 넘기’ 라던지 제기차기, 딱지치기, 자치기, 사방치기 등이 기억나는데요.

김현아: 사방치기는 뭔가요?

오중석: 땅에다 하얗게 금을 긋고 돌을 던지고 한쪽 발로 펄쩍펄쩍 뛰면서 하는 놀이입니다.

김현아: 아 우리는 그냥 돌차기, 망차기라고해요.

오중석: 여기서는 사방치기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지난 시절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이런 놀이들이 있었는지요.

김현아: 부르는 제목들이 저희가 놀던거랑 똑같네요. 남북이 갈라져있었는데 어떻게 이런건 신통히 같죠?

오중석: 사실 지금 나온 어린이들의 놀이형태에 대해서 요즘 어린이들은 잘 모를 겁니다. 과거 우리민족의 생활형편이 풍족하지 못하고 마땅한 놀이거리가 없던 시절, 여러 친구들이 모여 특별한 도구나 준비물 없이 놀 수 있는 놀이가 이런 놀이들이었지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놀이문화가 사라진 것에 대해서 일종의 아쉬움이랄까 향수 같은 걸 갖고 있는데요. 북한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요. 북한에서도 옛날의 이런 놀이들은 다 사라진 건가요?

김현아: 아직도 북한에서는 남한보다 이런 놀이가 많이 남아 있어요. 저는 여기서 애들이 노는 걸 유심히 보곤 하는데요. 물론 마을에서 노는 아이가 많지는 않지만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런 놀이를 하는걸 한번도 못봤어요. 하지만 북한에서는 이런 놀이 하는걸 많이 봤어요. 그래도 저희가 놀때보다는 많이 줄었어요. 저희는 정신없이 놀았거든요.

오중석: 전보다는 줄었지만 북한은 아직도 그런 놀이를 많이 하는군요.

김현아: 제가 자랄때 여자들은 고무줄 놀이를 많이 했어요. 근데 지금은 그때보다 고무줄이 더 귀해서 애들이 많이 못 가지고 놀아요. 제가 어릴때도 고무줄이 귀했는데 어느날 어머니가 놀라고 고무줄을 15미터 정도를 사다주셔서 어찌나 기쁘던지요. 그 다음에 고무줄놀이, 아까 말씀하신 사방치기를 망차기라고 해요. 또 공기놀이를 많이 했고요. 우리 아이들 자랄때보니까 남자애들은 딱지치기를 제일 많이 해요. 그런데 북한에서 남의 것을 빼앗는 안좋은 놀이라고 학교에서 딱지치기를 하지말라 통제를 했어요. 그래도 아이들이 이 놀이를 많이 하죠.또 못치기를 많이 해요. 북한에서 못이 귀할때인데 필요해서 못을 좀 구해다 놨는데 어느날 찾아보니까 한 개도 없어요. 아이들이 다 못치기해서 떼었다고 하더라고요.

오중석: 네 저도 어렸을 적 자치기나 구슬치기, 딱지치기, 땅 따먹기 같은 놀이에 정신이 팔려 숙제도 안하고 식사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놀다가 어머님께 꾸중들은 적이 많습니다. 그런데 지금 돌이켜 보면 그 때의 놀이는 낭만이랄까 동무들간의 끈끈한 정 같은 것이 많았는데 요즘 남한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보면 참 답답합니다. 우선 대부분 아이들이 혼자서 하는 컴퓨터게임에 빠져 친구들과 어울려 놀 시간이 없습니다. 게다가 영어학원이다 미술학원, 음악학원, 태권도학원 등에 다니느라 도대체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놀 시간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북한아이들도 학교공부 외에 보충수업 과외나 예체능 과외 같은 것 때문에 바쁜가요?

김현아: 제가 보면 북한 아이들은 남한 아이들만큼은 바쁘지는 않아요. 북한에는 아직 학원이 없어요. 지금 막 생기기 시작했지만 국가적으로 사설 학원을 하용하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아주 풍족하고 자녀교육에 관심이 높은 일부 가정에서만 부분적으로 합니다. 일고중 즉 영재학교 다니는 애들은 공부하느라고 시간이 없지만 다른 아이들은 시간이 좀 있어요. 북한에서는 학원 다니느라 바쁘다기 보다는 행사동원, 청소동원, 농촌동원 등 학교에서 불러내서 하는 각종 동원 때문에 바쁘죠.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시간이 있지만 3학년부터는 바빠지고 4학년 정도 되면 오후에 집에서 노는 시간이 거의 없더라고요. 아이들이 한참 뛰어놀 나이니까 학교가서도, 동원가서도 모이는 시간에 마당에서 놀고 작업장에서 휴식시간에 뛰어 놀고요. 북한 아이들은 남한보다 상대적으로 뛰어 노는 시간이 많은것 같아요. 남자애들은 밤이 되도 밖에서 노느라 나가서 들어오질 않아요. 그렇지만 여기처럼 학원에 가느라 놀 시간을 찾지 못하는 것은 없죠. 그런데 북쪽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학원 다니는 애들이 부럽죠.

오중석: 그럴 수도 있겠지만 우리 남쪽은 모두가 다 그러니까 문제죠. 동원이 되어 갔더라도 친구들 하고 어울려서 노는 것 아닙니까. 근데 남쪽 애들은 혼자 놀아요. 그 시간마저도 한 두시간 밖에 안되고요. 고무줄 놀이나 사방치기 딱지치기 같은 놀이는 1980년대 후반까지도 일부 지역에는 어린이들 사이에 놀이문화로 남아 있었는데, 90년대 들면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경제성장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전통놀이가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를 대신 일본에서 개발한 각종 오락기(게임기)가 차지해 버렸는데요. 처음에는 돈 많은 사람이나 아이들을 위해 오락기를 사줄 수 있었지요. 그런데 오락기가 대중화되고 값이 싸지면서 집집마다 오락기 없는 집이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컴퓨터가 대중화 되면서 컴퓨터게임이 어린이 놀이의 주된 문화로 자리 잡은 거죠. 북한에서도 요즘엔 컴퓨터 게임이나 오락기가 꽤 많이 퍼졌다고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김현아: 네 북한도 지금 게임기가 상당히 많이 퍼졌지만 남한처럼 많지는 않죠. 게임기가 있는 집은 상대적으로 아주 잘 사는 집이죠. 그다음에 집집마다는 게임기가 없으니까 전자오락장이라고 게임기를 차려놓고 애들한테 돈 받고 게임을 하게 합니다. 개인적으로 작은 손게임기나 티비하고 연결해서 하는 게임기를 중국에서 들여와요. 애들이 게임기 때문에 얼마나 거기에 정신을 쏟는지 북에 있을때 저도 우리 애들한테 게임기를 안사줘서 얼마나 원망을 들었는지 몰라요. 어느날 게임기를 안사준다고 징징 울면서 하는 말이 이 다음에 장가가서 아이를 낳으면 제일 먼저 게임기를 사주겠다고 해서 식구들이 배를 잡고 웃었던 적이 있어요.

오중석: 여자아이들이 주로 하던 고무줄 넘기는 노래를 하면서 장단에 맞춰 고무줄을 넘죠. 그런데 시대에 따라서 고무줄 놀이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바뀌었던게 기억이 납니다. 제가 어렸을 적엔 그러니까 60년대 후반까지는 군가를 많이 불렀어요. 가사 내용이 살벌한 군가를 부르며 여자아이들이 팔짝팔짝 뛰면서 고무줄을 넘던 광경이 눈에 선합니다. 아무래도 6•25전쟁의 영향으로 군가가 아이들의 동요처럼 불려졌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이후 80~90년대에는 동요가 주로 불려졌어요. 북한에서는 아이들이 놀면서 어떤 노래를 주로 부릅니까?

김현아: 저희는 남쪽과는 달리 주로 어린이들 동심에 맞는 정서적인 노래를 불렀어요. 지금 그 가사를 생각해보면 ‘봄철이 돌아왔고 나물캐기 참 좋구나 점심밥을 싸가지고 너와 나 둘이 가자’ 이런 정서적인 노래였어요. 70, 80년대 들어서는 ‘혁명군아 혁명군아 너 어디에 왔니..’ 이런 약간 혁명적인 노래로 바뀌었어요. 그래도 군가까지는 안 불렀어요. 오히려 남한하고 반대네요.

오중석: 놀이문화도 시대가 바뀌면 자연히 달라지게 마련입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이 달라지는 것도 당연한 시대적 변화이겠습니다만 현대의 아이들이 지나치게 개인위주의 폐쇄적인 놀이에 집착하는 것은 아무래도 우려되는 현상입니다. 남한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우리의 전통놀이와 여럿이 함께 즐기는 놀이를 보급하기 위해 학교나 정부기관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은 크게 효과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북한 당국도 아이들의 정서와 건강을 생각하는 놀이를 보급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김현아: 아니죠. 북한은 아직 놀이까지 생각할 형편은 안돼요. 하지만 민족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겨울에 행사식이지만 연띄우는 전국적인 경연을 조직하고, 겨울엔 김일성 광장에서 애들이 팽이 치는 모습을 비춰주고 의례적으로 한두번은 하지만 국가가 애들을 어떻게 놀게 하는가는 많이 생각 못하고요. 게임은 원래 거의 허용 안한 오락장이거든요. 그건 오히려 통제 대상입니다.

오중석: 전자오락장이 불법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김현아: 물론 승인 받은 곳도 있지만 거의 불법인 곳이 많죠. 특히 편의협동조합들이 돈벌이가 잘 안되니까 불법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아직 북한 당국이 놀이까지 신경 쓸 상황이 아니죠.

오중석: 남한에서는 정부나 각종 사회단체가 지금 말씀하신 팽이, 연날리기, 투호놀이, 제기차기, 널뛰기 등 옛날 전통놀이를 보급하려고 애쓰는데 잘 안됩니다. 컴퓨터 오락이나 전자게임기를 따라갈 수 있겠습니까?

김현아: 전자 오락은 어른도 재미있어 하잖아요. ‘스타크래프트’는 우리 애들은 다 컸는데도 밤새고 해요. 또 차 운전하는 게임이 참 재밌는 모양인데 저도 한번 배워볼까 이런 생각도 들어요.

오중석: 적당히 옛날 것하고 현대 것이 섞이면 좋을텐데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는데 문제가 있죠.

오중석: 네, 오늘은 미래의 주인공인 어린이들의 놀이문화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어린 시절 누구와 어떻게 놀면서 성장했는가에 따라 한 인간의 능력과 심성이 정해진다고 합니다. 우리민족은 오랜 세월에 걸쳐 다듬어진 전통적이고 낭만적인 놀이문화를 지켜왔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현대화 되고 기계화 되면서 남한의 어린이들은 지나치게 개인적이고 폐쇄적인 게임문화에 익숙해 있고 북한의 대부분 어린이들은 체제교육과 노력동원에 숨막혀 하고 있습니다. 하루 빨리 남북의 어린이들이 함께 어울려 정감 넘치는 놀이문화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원하면서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셨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오중석: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주 다시 인사 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