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매주 이 시간 남과 북이 함께 지켜 온 우리민족 고유의 생활문화를 생각해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늘은 우리 민족이 발전시켜온 한의학에 대해 얘기 나눠볼까 하는데요. 오늘도 대담에는 탈북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셨어요?
오중석: 날씨가 추워져 이젠 겨울로 접어들었는데요. 요즘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해져 주변에 감기환자가 많이 보이죠?
김현아: 네 요즘에 감기예방주사를 맞으라고 선전을 하더라고요. 전 감기예방주사라는 말을 처음 들어봤습니다. 북한에는 없거든요.
오중석: 저도 감기에 걸렸는데요. 남쪽에서는 감기가 유행할 때 보면 일반 병원에도 환자가 넘치지만 한의원에도 환자가 많다고 그래요. 사람들이 요즘 들어서 우리의 전통의학, 그러니까 한의학에 대한 신뢰가 높아지고 실제로 한의학적 치료로 효험을 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도 한의학이 꽤 발달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실제 그렇습니까?
김현아: 네 북한에서는 전통의학을 한의학이라고 하지 않고 동의학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동의학과 신의학을 서로 배합해서 발전시키는 것이 국가적인 방침이었습니다. 또 김일성의 부모였던 김형직이 원래 정식학교를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의원을 차려놓았다고 해요. 물론 신빙성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요. 그래서 그런지 이전부터 한의학에 대해서 많이 강조했어요. 남한보다는 북한이 좀 더 한의학을 말하고 있는데 왜냐하면 북한에는 약, 주사기 이런 것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도 뜸, 침은 재료가 별로 요구 안 되니까요. 한약재 자체가 산과 들에서 나는 풀 아니예요. 얼마든지 북한 자체 내에서 해결이 되니 한의학을 적극 장려하고 있고요. 여기는 동의학과 한의학 병원이 갈라져 있는데 북한은 동약, 신약이 병원 내에 다 합쳐져 있어요. 물론 북한의사들도 양의학하는 사람들은 동의학을 신뢰 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의무적으로 동의학치료와 양약치료를 함께 하게 되어 있어요. 이전에는 60년대 김봉한이 경락계통 봉한소체라는 것을 발견해서 의학연구소에서 연구도 많이 하고 나름대로 북한에서 동의학을 발전시키려고 노력을 했어요.
오중석: 사실 한의학은 중국의 중의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우리 조상들이 이 동양의학을 잘 연구하고 발전시켜 지금은 우리의 한의학이 중의학이나 일본이 내세우는 소위 한방을 능가하고 있지 않습니까? 조선중기의 의성(의학의 성인)이라 불리는 허준 선생이 집대성한 동의보감은 서양의학계에서도 인정하는 최고의 의서중 하나이죠. 또 조선후기 헌종 때 활약한 이제마 선생이 체계를 세운 이른바 사상의학은 한국의 독보적인 의학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상의학은 똑같은 질병이나 증상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체질에 따라 그 치료법이나 처방이 각각 다르다는 내용인데요. 북한에서도 이들 훌륭한 선조들의 의학을 연구하고 있죠?
김현아: 네 북한도 물론 병원에서는 동의학과 신의학이 어울려져 한 개 과로 동의과가 있고 약도 같이 지어주고요. 그리고 신의사들도 약은 없지만 환자들은 아프고 하니까 처방은 못하고 침치료를 합니다. 고려의학만 연구를 하는 연구소가 따로 있는데 거기선 이제마 선생의 사상의학도 많이 연구하고 있고, 최근엔 컴퓨터가 도입되면서 사람의 체질을 4가지로 분류하던 것을 과학화 하기 위해서 27가지로 분류 한다던가 여러 가지 노력하는 것을 봤습니다. 북한 실상 자체가 한의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렇지만 여기 와서 보니까 북한의 한약 재료는 많이 떨어집니다. 사실 한약성분도 중국에서 나오는 것이다 보니 북한에서 나오는 재료뿐만 아니라 남방약품도 꽤 있는데 이런 걸 수입을 못하니까요. 흔하게 쓰는 약재인 ‘령사’도 거의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약재는 이것저것 빼고 두루두루 맞추다보니까 이전보다 질이 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북에서 나오셔서 여기서 한의원 하시는 분들이 몇 분 계시는데 그분들이 지은 약을 보니 아주 신통하더라고요.
오중석: 아무튼 남쪽에서도 북한의 한의학 이론 연구에 대해선 인정을 하더라고요. 다만 너무나 경제형편이 어려워 재료 구하기 어려운 점이 있겠군요. 좀 오래된 얘기입니다만 과거 북한의 한의학연구가 매우 활발해서 북한에서도 우리 한의학에 대한 우수한 논문과 이론이 많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지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의학에서 중요시 하는 인체의 경혈과 경락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경락의 존재는 다 알면서도 실제로 이를 증명해 보이지 못했었는데 북한의 한의학자가 김봉한 선생이라고 하던가요? 인체의 경락도를 증명해 보여 전체 동양의학계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런 얘기 들어보셨어요?
김현아: 네 지금 자라나는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나이 좀 드신 분들은 다 압니다. 그때 경락을 연구해서 실제 물질적으로 증명했다고 했어요. 북한이 이런 게 다 깨끗이 밝혀지는 것이 아니니까요. 그분이 경락을 연구한 때가 당의유일사상체계를 한참 세우던 67년도였어요. 근데 그때 당의유일사상체계를 세울 때 북한에서 처음 척살된 사람이 박금철입니다. 그 사람이 봉한 선생을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연구소 성과를 과장해서 부풀려 선전했다고 합니다. 의학자들 말을 들어보면 원래 봉한선생은 양심적이고 고지식한 사람이라고 하는데 박금철 품에 놀아나서 같이 다 청산 된거죠. 결국 봉한 선생은 자살했다고 들었습니다.
오중석: 참 비극적인 일입니다. 그런 훌륭한 동의학자를 왜 숙청을 하며 그래서 북한체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죠.
김현아: 지금 오히려 남한에서 거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학자들이 연구하는 걸 봤습니다.
오중석: 남한에서는 한의학은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고, 전문대학들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김현아: 한의학병원이 전부 따로 있더라고요.
오중석: 여기는 양방, 한방을 구분해서 하는데, 같이 하는 병원도 있습니다. 동서신의학병원이라고 경희대부속병원은 양방, 한방을 함께 하죠.
김현아: 저는 얼마 전에 보도기사를 봤는데 우리나라에서 암치료를 동의학으로 하시는 분이 있는데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다고 합니다.
오중석: 암이라는 게 아직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어렵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 한의학으로 약재를 써보니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아직 완치할 방법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관련 학자들 사이에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김현아: 그분은 진단과 치료를 동의학 방법으로 하는데 완치율이 상당히 높다고 하더라고요.
오중석: 네 많은 성과를 냈고 국제 의학계에서도 굉장히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치료법이 침과 뜸, 즉 침구 요법인데요. 한국에서는 지금 침구요법의 효능이 널리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고 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침구요법이 널리 쓰이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물론이죠. 북한에 제일 치료가 쉬운 게 침이잖아요. 여기는 침을 한번 쓰고 버리던데 북한은 침을 소독해서 써요. 제가 잘못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북한은 하도 침을 놓다보니까 오히려 침은 북한의사들이 더 잘 하는 것 같아요. 얹혔을 때나 다리가 삐었을 때 한방만 딱 맞고 효과를 많이 봤거든요. 그래서 탈북자들은 침은 북한의사가 더 낫다고 하는데 사실 그건 다 안 돌아보고 하는 말이고요. 여기는 거의 신의학 치료를 받고 보약 달여 먹을 때나 한의사를 찾아가는 편이니까요. 실컷 돌아다니다가 마지막 수단으로 찾아가는 사람도 많고요. 요즘 여기서 침구사 자격도 참 복잡하더라고요.
오중석: 한의사만 침을 놔야 하는데 침구사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침을 놓으니 좀 문제입니다.
김현아: 북한은 여기처럼 의학 자격에 대해 엄격하지가 않아요. 그야말로 오고가다가 귀동냥으로 배운 사람도 당장 앓아 죽겠는 사람은 아무나 찌르고요. 여기는 인간의 몸에 대해서 너무나 귀중히 하고 보호하잖아요. 북한은 그런 게 없기 때문에 물론 전문적으로 하면 문제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대수롭지 않게 자기 몸을 대고 치료를 잘 받습니다.
오중석: 대충 경험이나 눈대중으로 침을 놓는 다는 것은 좀 위험하죠. 한의학 얘기를 하다 보니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널리 사용해온 민간요법에 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는데요. 사실 민간요법이란 정규 의학은 아니지만 오랜 세월동안 민족의 경험과 지혜가 농축된 훌륭한 치료법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어디가 아프면 무엇을 먹고 어떻게 다스려라 하는 얘기가 민간요법의 근본인데요. 북한에서도 이런 민간요법은 널리 쓰이고 있는지요.
김현아: 물론이죠. 병원도 그렇고 약이 없으니까 막바지 수단으로 남한보다 훨씬 더 민간요법에 매달리게 되죠. 그래서 암 걸리게 되면 우엉 뿌리를 달여 먹으면 좋다고 해서 저도 많이 뜯었어요. 현미로 뭘 해먹는다는 둥 남한보다 훨씬 많이 쓸 수밖에 없어요.
오중석: 남한에서는 민간요법이라고 하면 감기나 간단히 다쳤을 때 쓰는 건데요.
김현아: 사람들이 수단이 없으니까 이거라도 붙들게 되죠. 그러니까 오히려 민간요법이 더 전해지고 발전되는 것 아닌가 생각됩니다.
오중석: 김 선생님 말씀을 정리하면 북한에서도 민족의학인 한의학과 민간요법을 중시하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연구에 참여하고 치료에도 이용하고 있다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오늘은 우리민족의 지혜와 슬기가 담긴 한의학 치료와 민간요법의 쓰임새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겨울로 접어드는 환절기에 청취자 여러분 건강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