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입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남쪽에는 요 며칠 함박눈이 내리더니 상당히 추워졌습니다. 이렇게 날이 춥고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우리는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을 돌아보게 되는데요. 오늘은 한해를 마무리하는 의미에서 한국사회에 뿌리 내린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문화에 대해 이야기해보려합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탈북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오늘 많이 추우시죠?
김현아: 네 날씨가 많이 춥네요. 북녘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추운 날씨에 안녕하셨어요?
오중석: 오늘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금품을 모으는 성금 문화에 대해서 말씀을 나누고자 하는데요. 김선생님 한국에 오셔서 불우이웃돕기 모금에 혹시 참여하신적 있으십니까?
김현아: 네 저희는 매해 연말이면 동네에서 불우이웃돕기를 합니다. 동네에서 모아서 부녀회에서 성금을 하는 것 같고요. 또 가고 오면서 가끔씩 하게 됩니다.
오중석: 북한에서는 한국을 비판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난한 사람들이 먹을 것도 없고, 살 집이 없어서 거리에서 해맨다고 선전한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남한에도 가난한 사람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얼마나 될까요? 또 가난하다고 해서 정말 식사도 못하고 거처할 집도 없는 사람들을 국가와 사회에서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김현아: 저도 그게 참 궁금했어요. 저희가 어렸을때는 남한에서는 애들이 거리에 구두닦이 통을 들고 깡통을 차고 거리를 해맨다는 말을 많이 듣고, 남한에 거지가 많은데 사회주의에는 거지가 하나도 없다 이런 식의 선전을 많이 들었어요. 북한에서도 80년대 들어오면서부터 구두닦이 통을 메고 간다라는 말은 다 삭제해 버렸지만 지금도 실업자, 노숙자들이 거리를 해매고 있다는 것이 남한과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기사에 가끔 실리거든요. 근데 저는 남한에 올때 잘사는 사람들의 삶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자본주의 발전했을거고 잘 사는 사람들은 형편없이 잘 살거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하층민들의 생활이잖아요. 근데 하층민들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잘 살아서 놀랐어요. 여기보면 노숙자들을 위한 대책으로 무료공동 급식식당을 만들어 한끼씩 먹이잖아요. 뭘 먹이는지 궁금해서 제가 식당에 들어가봤더니 글쎄 이밥에 고깃국을 먹이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깜짝 놀란거 아니예요.
오중석: 북한에서 목이 메이게 부르짓는 이밥에 고깃국이군요. 남한 사람들은 고깃국 잘 안먹습니다.
김현아: 여기는 잘 사는 사람은 웰빙음식이라고 채소쪽으로 먹고 고깃국 안 먹잖아요. 오히려 못사는 사람들이 고깃국을 먹죠.
오중석: 그런데 못사는 사람들도 고기를 구워서 줘야 좋아하지 고깃국은 싫어합니다.
김현아: 우린 고기로 국을 끓여먹는데 여기오니 돼지고기국을 안먹더라고요. 저는 유럽에 유학 갔다오신 분들한테 자본주의 서방에서는 고기를 국 끓여 안먹는다고 소리를 듣고 왜 그 맛있는 국물을 버릴까하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불우이웃을 도와주는 사회주의 시스템은 국가가 할일이다 생각해 양로원이나 학원을 만들고 국가적인 시스템으로 하려고 합니다. 여기처럼 노동능력이 멀쩡한 사람들은 북한에서는 노숙자 죽어도 못하죠. 강제로 붙들어 노동현장에 투입하지 맘대로 노숙하라고 하나요.
오중석: 남한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소위 민주국가에서는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던말던 개인의 자유를 구속하는거라서 국가에서 이래라 저래라 못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노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무슨 단체도 있다니깐요.
김현아: 여기 남한도 소년소녀가장 또 나이 들어서 혼자 사시는 무의무탁, 여기서는 독거노인이라고 하죠. 의식적으로 양로원에 안가는 분들이 계시잖아요. 여기는 국가적인 시스템보다는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시민단체들이 그분들을 구제하기 위한 많은 시스템이 있어요. 참 남한 사람들이 맘이 따뜻하더라고요. 저는 자본주의는 돈밖에 모르고 남이야 죽든 말든 관계치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사회가 발전하면서 점점 이전 공동체 사회와는 다른 개인성향의 사회로 변하는게 사실이지만 제가 여기와서 살아보니까 남한 사람들 너무 마음이 따뜻해요. 왜냐하면 우리 탈북자들, 독거노인 돌봐주는 것도 그렇고 또 입양도 많이 하잖아요. 모금은 또 얼마나 많이 해요. 이번에 모금계획을 발표했는데 몇백, 몇천억을 계획했더라고요. 다 사람들이 자발적 내는 돈을 모아서 그걸 만든다는 거잖아요.
오중석: 작년 2009년에는 천억원이 목표였는데 그 목표를 넘었습니다. 누가 내라고 하는게 아니라 정말 자발적으로 내는데 또 돈 많은 사람들만 내는게 아닙니다. 어린애들, 학생들, 노인들 등 그 사람들이 부자는 아닙니다. 그들이 오천원, 만원 때로는 천원짜리가 모여서 그렇게 되는 것이죠.
김현아: 저도 그 액수가 많은것에 대해 깜짝 놀랐어요. 또 TV에서 기부를 하잖아요. 예를 들어 심장병 걸린 어린이의 수술을 해야 하면 부족한 수술비를 모으기 위해 TV 위에 띄우게 됩니다. 그럼 사람들이 기부를 시작하는데 순간에 기부금액이 쫙 올라갑니다.
오중석: 그런 기부는 ARS라고 합니다. 전화를 걸거나 컴퓨터에 들어가서 천원이고 오백원이건 만원이고 다 기부가 됩니다. 그런 장치가 있습니다.
김현아: 사람 사는 세상은 다 같구나. 남한 사람들이 참 마음이 따뜻하구나 느낍니다. 그렇게 남한 사람들이 기부를 할수 있는 건 남한이 잘 살아서입니다. 마음도 넉넉하고 정신적으로 고상하고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크죠. 북한 사람이라고 마음이 나쁘겠어요? 북한은 자기 입에 풀칠도 못하니까 남을 위해서 기부할 상황이 못 되죠. 북한 사람들 실제 남한 노숙자보다 힘들어요.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으로 젤 힘들때 방랑하면서 죽은 아이들이 많았거든요. 그래도 꽃제비 아이들을 데려다 기른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고요. 자기들도 굶으면서 지나가는 애한테 밥 퍼주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남한만큼은 못하죠.
오중석: 조직적으로는 힘든가요?
김현아: 조직적으로 하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을 강제적으로 시키나요. 청년동맹에서도 간부들부터 그런 애들을 거둬라 당 일군이 애들이 거둬라 하지만 실제 말하면 남한에서 시민단체가 하는 것보다도 못하죠.
오중석: 사실 남한에서도 과거 70년대까지도 잘 못 살때는 남을 돕는 문화, 이런 기부문화가 활성화 되지 못했습니다. 우선 나 살기 바쁘니까요. 기부문화는 결국 서양에서 시작됐다고는 하지만 우리 고유의 정서 아닙니까? 내가 먹고 살게 되면 어려운 사람, 곤란한 사람을 돌아보는 그런 좋은 미덕을 가지고 있는 민족인데요. 이런 민족적 정서가 남한에서는 살아 났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아쉬운 것은 북한에서도 굶어 죽고 병들어 가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어요. 그런데 돕자고 하니 뭐가 있어야죠. 김선생님이 보시기에도 남한에는 기부문화가 너무 많죠?
김현아: 그리고 또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은 북한에서 증오하는 돈많은 자본가들은 기부 같은 걸 안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그분들은 기부를 큼직하게 하더라고요. 우리 탈북자들한테 기부하시는 분들도 참 크게 하세요. 이전에 북한에서 내려와서 돈을 많이 버신 실향민이 장학회를 만드셨는데요. 거의 10여년 역사가 되는데 해마다 대학생들에게 150만원 정도씩 자기 사재를 털어서 장학금을 주십니다. 그리고 기업들도 기부를 하지 않으면 기업이미지가 좋지 않습니다. 남한의 이름난 기업들은 전문적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부서를 조직해서 도와주더라고요.
오중석: 그런데 남한에 있는 세계적인 큰 기업이 하는 기부는 우리가 잘 모릅니다. 당연한 걸로 알고 사회나 언론에서 소개도 잘 안해줘요. 그래서 우리가 몰라서 지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연말에는 몇십억씩 내놓죠.
김현아: 네 참 세상은 따뜻하구나, 자본주의라고 냉혹한 세상이 결코 아니구나 생각합니다.
오중석: 기부문화가 꼭 남한에만 있는건 아닙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 같은 잘사는 나라는 기부문화가 활성화 되어있고, 또 자본주의 사회의 단점을 커버하고 있죠. 제가 안타까운 것은 이 추위에 북한에 헐벗은 동포들이 많을텐데, 북한은 자칭 사회주의 국가니까 국민들을 잘 돌봐줘야 하는데 국가에서는 내팽개쳤고, 또 다른 곳에서는 그들을 돕고자 해도 도울 방법이 없죠.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겠습니까?
김현아: 남한 사람들이 남한 사람들만 돕는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다른 나라를 돕잖아요. 최근에 제가 아는 분은 캄보디아에 가서 애들을 도와주고 있어요. 아프리카의 알지도 못하는 나라에 가서 기부를 하고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요. 사실 북한 아주 어렵거든요. 특히 제일 어려운게 때는 거예요. 어제도 탈북자들끼리 말하는데 겨울에 배고픈 것보다 추운거 참기가 더 힘들었다고해요. 요새 상황 때문에 다 끊어지고 말았지만 남한 분들이 '사랑의 연탄보내기운동' 하지 않았어요. 남한에서는 따뜻하게 계속 하자는 분들이 많은데 북한에서 차단하거나, 또 기부는 사람들이 정성이 담긴거라 공개되어야 하는데 북한에서 투명하게 안하죠. 남한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전해지는게 북한당국으로서는 싫죠. 그러다보니 요새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그러니까 저희가 북한에 몸이 좋지 않은 노인이나 아이들을 위해 일부나마 따뜻하게 보내시라고 사랑의 연탄도 보내고 했는데 북한이 그걸 막았습니다. 우리가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다른 민족도 도우면서 북한에 있는 동포들을 도울 수 없게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북한 당국은 뭡니까. 정말 저는 안타깝고 분노를 느낍니다.
김현아: 사실 탈북자들도 북한을 많이 돕고 싶은데 그렇게 못하니까요. 요즘에 탈북대학생들이 성금을 모아 남한의 불우이웃을 돕자고 합니다.
오중석: 그게 우리 민족의 저력입니다. 남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하거나 어려움을 처했을때 그냥 무심히 보아 넘기지 않는 동정심이 깊은 민족인데, 2천만명 이상의 동포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우리가 도와줄 수가 없다는 사실이 슬프고 안타깝습니다.
오늘은 연말 연시를 맞아서 기부문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성금문화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주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