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식량 구걸하는 북한당국

사진은 지난 3월 28일 영국의회 초청으로 영국을 방문한 최태복(맨 왼쪽)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모습.
사진은 지난 3월 28일 영국의회 초청으로 영국을 방문한 최태복(맨 왼쪽)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0:00 / 0:0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순서입니다. 북한이 최근 들어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해 세계 여러 나라에 식량을 지원해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북한 주민들이 식량이 없어 아사 지경에 이르렀다고 밝히면서 다른 나라에 식량을 구걸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북한의 구걸 외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시간 대담에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북한이 요즘 들어 부쩍 식량이 절대 부족하다면서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지요? 북한이 이처럼 나라의 자존심마저 버린 채 식량을 구걸하고 나오는 배경은 무얼까요?

김현아: 북한이 최근에 여러 나라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요. 최태복 비서가 영국에 식량지원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또 독일에도 식량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여태까지는 자존심 때문에 유럽 나라에 공개적으로 식량을 달라고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식량을 노골적으로 달라고 하고 있어요. 워낙 자기들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않으니 왜 그런지 추측해볼 수 밖에 없는데요. 하나는 식량 사정이 아주 절박하다라는 표시입니다. 왜냐하면 내년 2012년까지 강성대국 건설을 해야합니다. 주민들에게 뭔가 와 닿는게 있어야 하는데 주민들의 첫째 희망이 먹는 문제 해결입니다. 이 초보적인 문제가 해결이 안 되고 있어요. 또 평양의 10만 세대 살림집 건설도 있고, 발전소도 세워야 해서 외화가 많이 부족합니다. 사실 북한이 있는 돈 탈탈 털어 쌀만 사온다면 이렇게 구걸을 안해도 되지만 결국 외화가 긴박한거죠. 아파트 세운다고 돈 달라고 할 수는 없으니 국제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도주의를 내세워 지원을 받을수 있는 식량을 요청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제 개인적 생각으로는 외화를 확보하기 위한 식량지원 요청이 아닐까 추론합니다. 어쨌든 북한이 써야 할 외화 중에서 식량에 들어가는 부분이 상당하고 국제적으로 곡물 값이 뛰고 있으니 이렇게 국제사회에 구걸외교로 알려질 정도로 식량지원을 요청하는 것 같습니다.

오중석: 그런데 북한의 식량사정에 관한 최근의 언론보도와 여러가지 정황을 분석해 보면 북한의 식량상황은 예년에 비해 많이 나아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양식이 없어 굶주리는 주민이 적지 않은 실정이지만 과거에 비해 절량 세대도 줄었고 장마당에서의 식량가격이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런데 유독 북한 당국이 식량부족사태를 과장하면서 까지 외국으로부터의 식량 원조를 간청하고 있습니다. 북한당국으로써는 매우 이례적인 태도라고 생각되는데요.

김현아: 아까 말씀했지만 북한의 외화사정과 많이 관련이 있는 것 같고요. 식량값은 일시적으로 조금씩 오르내리기는 하지만 결국은 올라갑니다. 작년도 말 식량 가격이 평균 1,500~1,600원이었는데, 금년 1월 중순에 3천 원까지 가격이 폭등했다가 2,000원 선에서 고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요즘 1,500원, 1,600원으로 다시 내려갔다고 합니다. 어쨌든 식량사정이 어려운 건 사실이죠. 왜냐하면 배급받는 세대가 별로 많지 않고 또 이전보다 배급을 못준다고 알고 있어요. 사람들로서는 피부로 절감하는 식량 값이 높을 수밖에 없고요. 식량값이 순간은 내려가지만 또 결국 올라가는 것이 필연적이니까요.

오중석: 지난 3월 28일 영국의회 초청으로 영국을 방문한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한에서 지난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 20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말한 것으로 외국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북한 고위 당국자가 고난의 행군시기 대량 아사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 셈인데요. 이건 정말 놀랄만한 북한의 태도변화입니다. 북한지도부가 좀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로 보아도 될까요?

김현아: 저는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실 고난의 행군시기에 몇명이 굶어 죽었나 외부세계와 학계의 큰 관심거리여서 많이 숫자를 추론했습니다. 원래 남한에서는 황장엽 선생 증언에 따라서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했습니다. 실제 많은 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한 30만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처음으로 작년인가 재작년에 유엔에서 하는 인구통계를 했는데요. 북한이 많이 속였지만 이걸 과학적으로 추론해보면 한 30만 명 정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200만 명이 사망했다라는 것은 북한에서도 많이 과장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고난의 행군시기에 남한에서 쌀을 가져갔을때 농업성 관리들이 한 28만~29만 명이라고 사망했다고 했고, 미국도 그렇게 추정했습니다. 그렇지만 30만 명도 사실 끔찍한 숫자입니다. 평화시기에 30만 명이 굶어 죽었다라는 것은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200만 명이라고 공식적으로 말하면서까지 식량을 구걸했다라는 것은 사실 태도변화나 솔직성을 떠나서 지원압박에 대한 책임이 높은 게 아닌가 싶고요. 아니면 우연히 이런 말을 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오중석: 그렇지만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면 남한으로 치면 국회의장 아닙니까? 그런 사람이 나와서 그렇게 말을 한 것이 놀랄 만한 사실인데 자기 자의적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요? 이런 식량구걸 외교, 저자세 외교가 어디 있습니까?

김현아: 이런 말을 인정한다는 것 자체가 국제사회에서 보면 정말 수치죠. 어느 나라가 자기 나라 국민을 평화시기에 200만명을 굶어죽였다는 말을 감히 하겠어요.

오중석: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식량지원을 재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점차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정부와 국민 대다수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도발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없는 대북식량지원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분배의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는 식량지원도 안 된다는 반응이 지배적입니다. 북한당국의 주장대로 굶주리는 주민을 위해 한국도 식량지원을 재개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현아: 사실 거기서 굶고 있는 친구나 형제를 생각한다면 식량을 보내줬으면 좋겠죠. 식량을 보내지 말자고 하면 인정사정이 없는 악마 같은 사람으로 묘사되는게 국제 사회의 분위기 아닙니까? 그렇지만 그동안 남한에서 제일로 많은 식량과 비료를 보내주었습니다. 결국 북한 식량의 대부분을 남한이 부담했다는건데 그걸 북한이 은혜로 생각했다면 아마 지금도 식량지원을 반대하는 남한주민들이 거의 없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작년에 북한이 제대로 지원을 안해준다는 분풀이로 전쟁시기도 아닌데 남의 나라 땅을 포격했고 또 천안함을 폭침해서 46명의 귀중한 인명을 빼앗아 가서 남한 사람들의 분노가 커졌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도움을 받고 싶으면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라는 것이 남한 사람들의 요구입니다. 그러니까 식량을 도와주려면 북한당국의 태도 변화와 솔직한 반성과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 식량을 지원해줘도 불투명하다는 말을 듣지 않습니까? 실제로 어느 나라든 국제 지원이 들어가면 지원 상황을 공개하고 주민들에게 직접 지원을 해주는데, 북한은 항상 정부가 맘에 내키는데로 나누어주는게 일상사입니다. 그러니까 아직은 북한이 자기들 상황 공개를 비밀로 하기 때문에 그들의 생각이 하루 이틀 사이에 바뀌지는 않겠죠. 하지만 식량이 주민들에게 돌아간다라는 걸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게 실제로 보여 주는 북한당국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지원도 받을 수 있고요.

오중석: 한국 국민들이 대북 지원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국의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지난 2000년부터 남한의 제주도에서 북한에 지원한 감귤이 당초 약속대로 어린이들에게 배당되지 않고 김정일이 당과 군 간부들에 내리는 특별선물 용도로 쓰였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남한에서 지원한 식품이 대부분 북한 특권층에 돌아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어린이들의 비타민 보충을 위해 전달된 감귤을 이처럼 엉뚱한 데 사용했다는 사실에 대해 남한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왜 이런 일을 되풀이 하는 걸까요?

김현아: 북한체제 자체가 국가 하는 일에 대해 주민이 참여할 수 없게 되어 있어요. 남한에 이런 일이 있다면 폭동이 일어나서 정부가 견디지 못하겠죠. 하지만 북한은 어디서 무엇이 얼마나 들어왔는지 어떻게 배분되는지 주민들이 전혀 알수가 없어요. 남한에서 가져간 것도 거의 비밀로 하거든요. 감귤도 100% 특권층한테만 간 것이 아니라 평양시 주민들에게도 일부 나눠줬는데요. 그런데 남한 제주도 주민들이 정성을 보내왔다고 알리지 않고 국가에서 배려한 걸로 했죠. 그래도 귤이 너무 많아서 처리가 곤란했는지 지방은 아니지만 평양 일반시민들에게도 나눠 준 것도 상당한 것이죠. 사람들도 남한 주민들이 전달한 사실 다 아는데도 그걸 숨기기 위해서 박스를 다 찢어서 바라에 싣고 다니면서 나눠주다 보니 귤이 다 터지고 찌그러졌다고 합니다. 귤뿐만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 영유아 지원으로 약품, 식품 등을 많이 보내지만 개인들한테 10%도 안가거든요. 하지만 북한 당국에서 별로 자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이 국제사회의 흐름이나 인민들의 요구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네, 지금까지 북한이 국제사회에 식량지원을 구걸하다시피 요구하는 배경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인도적 차원에서 민간단체에서 지원하는 식량이 그 일부라도 북한 주민들에게 전달될 가능성은 있다고 하시니까 차라리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과 2012년의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보다 많은 식량을 비축하려는 저의가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것으로 알겠습니다. 이 시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주 또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