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봄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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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산과 들에는 봄꽃이 만발하고 따뜻한 바람이 정겨운 봄이 왔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이 아름다운 계절에 무엇을 생각하고 계신지요. 아마도 농촌에서는 올 한해 식량을 장만하기 위한 농사준비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남쪽에서도 농민들은 한해 농사준비에 정말 바쁘게 지냅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겨우내 움츠렸던 기분을 훌훌 털고 봄꽃 구경에 나서는 소풍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남한에서 일반화 되어있는 봄나들이 문화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오늘도 도움 말씀에는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혹독했던 겨울이 물러가고 그 자리를 아름다운 계절, 봄이 차지했습니다. 남쪽에서는 봄맞이 행락객들이 벌써부터 유명관광지에 만원을 이루고 있지요? 김선생님도 봄나들이 계획 있으신지요. 김 선생님 보시기에 한국사람들의 봄맞이 풍경은 어떻습니까?

김현아: 봄맞이라는 건 제가 남한에 와서 처음 알았습니다. 북한에는 이런 봄나들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한가하게 봄에 어디 다닐 곳도 없고요. 별로 그런 걸 모르고 살았는데 남한에 오니 참 봄이 좋아요. 제가 구경다니는걸 좋아하지 않는 성미임에도 한국의 봄은 꽃이 진짜 많고 볼 것이 많습니다. 화초원이나 먼 곳에 가지 않아도 우리가 평범하게 사는 주변에도 꽃이 많아요. 저희 동네에도 목련이 제일 먼저 피고, 그 다음에 북한에서 사쿠라꽃이라고 하는 벚꽃이 피기 시작했어요. 그 후에 복숭아 나무, 살구나무, 배나무 등 꽃망울을 터뜨리면 너무 아름다워요. 그리고 저는 철쭉꽃이 그렇게 이쁠 수가 없어요. 봄이 되면 꽃놀이 가느라 전국이 인산인해입니다. 남쪽 진해 벚꽃축제는 이미 끝이 났고, 산수유 축제, 또 지금 서울은 벚꽃이 한창입니다. 남쪽은 매화꽃 축제가 유명한데 전 구경 못 가봤어요.

오중석: 생업에 바쁜 청취자 분들 중에서는 '먹고 살기 바쁜데 무슨 한가한 소리인가'라고 하실 분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봄철에 꽃구경이나 나들이 한두 번은 반드시 해야 되는 걸로 인식하고 있지요?

김현아: 네. 선생님도 좋아하시잖아요.

오중석: 네 저도 두 번 정도 꼭 갑니다.

김현아: 저는 이번에 바빠서 멀리 꽃구경을 못갈 거 같은데요. 가까운 여의도에 벚꽃구경을 갈 예정입니다. 저희 동네 아파트 단지 산책길에도 꽃이 많아서 굳이 멀리 가지 않아도 꽃구경을 꼭 합니다. 오늘 인터넷에서 봤는데 공원에 튤립을 조성해둔 곳이 있더라고요. 일상적으로는 보기 어려운 꽃이니까 한번 가서 보고 싶더라고요.

오중석: 한국의 봄맞이 관광이나 나들이는 주로 가족단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각급학교에서 봄 소풍을 가기도 하고 직장단위 별로 단체 나들이를 가기도 합니다. 요즘에는 봄 소풍이라 하지 않고 현장학습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도 학교나 직장단위로 봄나들이를 가고 있지요?

김현아: 북한 학교에서는 소풍이라고 안하고 원족이라고 하는데 주로 봄에 학교에서 조직합니다. 90년대 말, 2000년대부터는 가족끼리 놀러가는 풍습이 조금씩 생겼는데 특히 4월 15일, 태양절에 이틀 쉬니까 가족끼리 먹을 거 싸가지고 가까운데 가곤합니다. 평양 사람들은 주로 대성산이나 모란봉에 많이 갑니다. 봄에 모란봉 경치가 참 좋아요. 또 만경대도 많이 갑니다. 그때는 집체적으로 만경대 생가에 가서 견학을 가라고 하니까요. 사실 따로 놀러 못가는 북한의 실상에 겸사겸사 가는거죠. 여기처럼 노는 문화가 일상화 되어 있진 않죠.

오중석: 만경대는 혁명 유적지입니까?

김현아: 만경대는 사적지입니다. 북한에서는 유적지라 하지 않고 사적지라고 해요. 아마 평양에서 가장 경치가 좋게 꾸며놓은 곳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평양시민들은 가족단위로 갈 곳이 있긴 있군요.

김현아: 지방은 별로 놀러 갈만한 곳이 없지만 그래도 원족도 같이 가서 하루 나가서 재밌게 놀다 옵니다. 하지만 경치구경은 남한만 못하죠.

오중석: 북한에서 원족이라고 한다고 하셨는데요. 남한에서도 옛날엔 원족이라고 하다가 소풍이라고 바뀌었다가 요즘엔 현장학습이라고 하는데요. 원족, 소풍이 일제때 쓰던 말이라서 일제 잔재라고 남한에서는 요즘 쓰지 않는 말입니다. 그럼 북한에서 각급 학교에서 원족은 주로 어디로 갑니까?

김현아: 주로 가까운데 경치가 좋은 곳으로 걸어서 가죠. 여기처럼 교통이 잘 되어 있어서 웬만하면 버스를 대여해서 가는 건 안되니까요. 북한은 대체로 전적지, 사적지를 잘 꾸려놨기 때문에 그런 곳을 많이 가죠.

오중석: 남한에서 봄나들이나 봄철 야유회는 일부 계층만 누리는 사치가 아닙니다. 모든 국민이 각자의 형편에 따라 봄나들이를 즐기고 있지 않습니까? 단순히 꽃구경이나 하고 즐기는 차원을 넘어 자연과 함께 휴식을 취하며 내일에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력을 충전하는 기회로 삼고 있는데요. 김 선생님은 남쪽의 이런 여가문화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김현아: 이곳 여가 문화를 보면 너무 좋고 참 부럽죠. 우선 남쪽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놀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 있잖아요. 우선 토요일, 일요일 이틀이나 쉬니까 얼마든지 봄철에 놀러 갈 수 있죠. 그런데 북한은 일요일 하루만 쉬니까 사실 어디 놀러 가기 참 힘들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4월 15일은 이틀 쉬거든요. 그날 빼고는 따로 길게 노는 날이 없어요.

오중석: 그럼 올해 태양절은 사흘 쉬겠네요? 금요일이니까요.

김현아: 아 그래요? 아직 달력을 보지 못했는데 그럼 3일 쉬겠네요. 하지만 놀러 가자면 먹을 게 있어야 하는데 경제적으로도 부담이죠. 남한 사람들이 여유있게 노는 모습을 보면 참 부럽고 언제면 북한도 우리처럼 놀아볼까 이런 생각이 들죠. 그런데 북한에서 생각할 때는 잘 사는 사람들만 놀러다니고 평민들이 이렇게 산다고 생각 안 해요.

오중석: 남한의 경우는 부자는 고급스럽게, 돈이 좀 적은 사람도 나름대로 다 즐길 수 있게 사회적인 체제나 시설이 되어 있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보통 사람들은 어렵다는 말씀이시군요. 사실 여가를 즐기는 문화는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된 다음의 일이라고 합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소득이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여가를 즐기게 된다는 얘기죠. 1인당 연간 국민소득이 1천 달러에도 못 미치는 북한사회에서 여가를 즐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최고 지도자를 비롯한 일부 특권층은 지나치게 호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최고위층들만 따로 즐기는 여가문화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김현아: 우리야 잘 알지도 못하죠. 왜냐하면 최고위층들이 어떻게 다닌다는 건 극비에 속하는 문제 아닙니까? 최고위층들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한다는 것을 남한에 와서 많은 자료를 보고 알았습니다. 다만 북한 사람들도 알고 있는건 어쨌든 최고위층들을 위한 특각이 따로 있다는 겁니다. 거기는 그야말로 최고급으로 궁전처럼 꾸며놨죠. 아마 거기 수준은 남한 비슷하지 않을까요?

오중석: 아마 남한보다 화려할 겁니다.

김현아: 아닙니다. 거기서 보초 서다가 오신 분과 얘기한 적이 있는데 설비나 바깥 환경이 그저 남한의 관광지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물론 내부설비는 고급 호텔 정도 될 거예요.

오중석: 하긴 남한의 유적지나 유명 관광지는 60~70년 동안 쭉 가꾸어 온 것 아닙니까.

김현아: 만경대를 온 국가적 힘을 기울여 꾸려놨는데요. 여기는 어디나 만경대보다 너무 잘 꾸려놨어요.

오중석: 온갖 꽃이 만개한 이 화창한 봄날에도 많은 북한 동포들은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 소토지 경작에 여념이 없다니 안타까운 마음뿐입니다. 아무리 현실이 각박하더라도 한 번쯤 주위를 돌아보며 지천에 피어있는 야생화를 감상하는 여유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오듯, 북녘 땅에도 자유의 꽃이 활짝 피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라는 희망을 얘기하면서 오늘 순서 마치겠습니다. 이 시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