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방송문화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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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입니다. 남쪽에서는 지난 며칠 동안 봄비가 촉촉이 내렸습니다. 이번 비는 오랜 봄 가뭄을 적시기에 좋은 반가운 비였습니다. 이 시간에는 지난주에 이어 남북의 방송문화에 대한 얘기를 계속해 보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안녕하세요?

오중석: 지난 시간에는 남한의 텔레비전 드라마나 오락 프로그램이 어떻게 중국과 아시아 각국으로 전파되었는지 알아보았는데요. 북한에서도 남한 드라마나 영화, 가요를 많이 듣고 본다는 사실이 남쪽에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요즘 들어 북한 주민들이 남한의 영화와 드라마에 심취해 있어 북한에서도 한류열풍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요?

김현아: 네 제가 올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한국 드라마가 퍼지지 않았는데요.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어서 북한도 이 정도면 한류열풍이라고 말해도 되겠다고 남한에서 말하는 겁니다. 최근 탈북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시골 같은 곳은 잘 모르지만 웬만한 도시 사람들은 남한 드라마를 한두번씩은 다 봤다고 해요. 또 지난 드라마보다 최근 드라마를 그때그때 구해서 많이 본다고 합니다. 이런 걸 보면 정말 한류열풍이구나 생각됩니다.

오중석: 한국에서 방송된 지 하루, 늦어도 2~3일이면 북한에서 가져다 본다고 합니다.

김현아: 상업적으로 유통되다 보니 그날그날 복사해서 팔아야 값이 높은 것 같아요.

오중석: 드라마를 중국에서 복사해서 가져가겠죠?

김현아: 중국에서도 하지만 북한에서 직접복사를 한다고 합니다. 남한 티비가 북한 티비보다 출력이 크다 보니까 남한 티비가 오히려 웬만한 곳에서도 잘 잡힌다고 합니다. 요즘 다들 어렵다 보니 뭐로 돈을 만들까 고민하는 때인데 최근 드라마를 복사해서 팔아도 돈이 될 것이 확실하잖아요. 그러니 상업적 방법으로 광범히 유통되는 거죠. 그들이 당과 정부를 뒤집어 엎겠다는 정치적인 목적은 없고요. 북한은 문화적으로 볼 것이 전혀 없으니까 남한 드라마가 퍼지지 않을 수 없죠. 사람이 살면서 얼마나 예술적 볼거리, 노래가 필요합니까?

오중석: 그럼요. 절대로 필요하죠. 한국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한국가요를 보거나 듣다가 단속되면 엄한 처벌을 받는다는데 어떻게 한국의 대중문화가 그렇게 많이 번져 나갈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최근에 김정은 후계체제를 세우면서 통제가 아주 심해져서 사람들 말에 의하면 몇년 전보다는 더 자유롭게 보지 못한다고 합니다. 이전에는 드라마를 보다가 걸리면 심하게 비판받거나 보안소에 잡혀가서 취조를 받고, 아주 심한 경우에는 시범으로 추방도 보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드라마를 보다가 걸리면 3년씩 감옥에 들어가고, 특수표시를 해서 절대로 감형도 안 해준다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교화소에 들어가게 되면 정치범을 제외한 일반 범죄자들은 자기 형량의 절반 정도만 살거든요.

오중석: 그렇게 엄하게 단속한다고 하다는데도 더 많이 본다고 하니 신기합니다. 그만큼 보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고 하겠죠

김현아: 나름대로 방어대책도 취하고 안 걸린다고 생각하면서 보겠죠.

오중석: 한국의 TV 드라마에 대해서는 남한에서도 비판의 소리가 있지 않습니까? 내용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드라마의 장면이나 설정이 너무 극단적이라는 비판이 많지요. 인륜에 저버리는 내용도 등장해 이른바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북한에서는 이런 내용이 비판 없이 공감을 얻고 있는 건가요?

김현아: 정부 차원에서 보면 그야말로 썩고 비판 받아야 할 문화죠. 원래 북한 드라마는 교양적 가치가 있게 만들다보니까 너무 결백하고 그야말로 표준적인 생활을 묘사해서 비현실적이고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요. 특히 북한 드라마는 삼각연애 자체를 패륜적이라고 설정할 수가 없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북한기준에서 보면) 남한 드라마는 아주 한심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공감을 얻고 있는 건 생활적이잖아요. 북한 드라마는 책대로, 아주 표준적이고 보기는 좋지만 실제와는 너무 거리가 멀죠.

오중석: 제가 북한 드라마를 몇개 찾아봤는데 극이 아니고 잘 짜여논 당의 교과서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김현아: 그런걸 보다가 남한 드라마를 보면 너무 재밌죠. 남한 드라마 작가들이 극을 아슬아슬 참 재밌게 이끌어가요. 저도 처음에 볼 때는 끊지 못할 정도로 보고 싶었어요.

오중석: 보도된 내용이나 조사한 걸 보면 남한에서 크게 인기가 있었던 드라마가 북한에서도 인기가 높더라고요.

김현아: 네 남한 드라마가 좋은 게 북한 사람들의 심정하고 비슷하게 맞아요. 특히 역사물 같은 건 북한이나 남한이나 보는 시각이 유사해요. 이순신 장군에 대한 드라마를 보면서 저건 북한에 가져가도 검열없이 통과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역사물은 북한 사람들의 감정에 잘 맞아요. 최근 드라마는 재벌가의 생활을 많이 그리니까 북한 사람들은 남한부자는 다 저렇게 사는가보다 생각하겠죠.

오중석: 저도 역사 드라마를 많이 봅니다. 남한에서는 사극이라고 하는데요. 역사적 사실에 비교적 가깝게 만들려고 노력을 하고 굉장한 비용을 들여서 실감 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아무튼 한국의 방송문화는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의 인정을 받을 만큼 눈부신 발전을 이뤄냈습니다. 이제는 폐쇄된 북녘 땅에도 소위 한류문화를 전파하고 있다니 새삼 방송문화의 위력을 짐작하게 합니다. 장차 통일 되었을 때 남북 주민간의 문화적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도 북한의 한류 열기는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데요.

김현아: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최근에 북한에서 남한 드라마를 보면서 많이 흉내 낸다고 합니다. 남한 말투, 남한 옷, 남한 노래, 머리 모양 등 모든게 유행이 되니까 문화라는 매개물을 통해서 결국 남북이 사회문화 통합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라고 볼 수 있겠죠. 지어는 우리 탈북자들한테 얼마 전 드라마에서 누가 입었던 옷을 좀 보내달라는 부탁까지 한다고 해서 놀랐는데요. 그만큼 민감하게 보고 있고 아주 빨리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젊은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에 나오는 남한의 말투를 많이 쓴다고 하더라고요.

김현아: 말투도 그렇고 단어도 많이 쓰죠. 그러다 보니 드라마 보는 사람들끼리는 말 몇마디 해보면 서로 알아본다고 해요. 남한만 쓰는 독특한 단어를 쓰면 속으로 짐작하는 거죠.

오중석: 남한의 말투, 머리 모양 이런 걸 흉내내는 사람은 북한에서 잘 사는 특권층이겠죠?

김현아: 못사는 사람이야 그런거 신경쓸 새가 없죠.

오중석: 그런데 폐쇄된 북한 사회의 상류층이라도 그렇게라도 의식구조가 변하는 것이 나중에 통일시대를 대비해서는 이로운 점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죠. 저도 처음에 남한의 패션을 익히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어요. 서로 패션이 다르다면 이질감이 커요. 만약 문화를 미리 접하고 이해를 하고 있다면 서로 다가가는데 장벽이 없다는 거죠.

오중석: 이번엔 남북한의 보도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북한의 테레비전 보도를 보면 한결같이 우상화와 체제의 우월성 선전-선동으로 일관하고 있던데요. 나라 밖에서 일어나는 사건사고는 물론이고 북한 내부 소식도 거의 전달하지 않던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바깥세상이나 북한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요?

김현아: 국가에서 전해주는 건 북한의 소식 중 일부고 그나마도 다 과장된거죠. 사람들이 이제 어느 정도 과장했고, 현실은 어느 정도인지 다 알아요. 왜냐하면 자기도 방송에 나와 봤으니까요. 북한 사람들은 하도 습관이 되어서 소식이 다 안 전해지는걸 당연하게 생각해요. 예를 들어 어디서 대형 사고가 발생해도 그걸 방송에서 내보내야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요. 나쁜 소식을 내보내면 나라 망신이고 사람들한테 전해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은 뉴스나 보도를 당정책 선전 도구로 보는거지 모든 사람들이 알 권리가 있고,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이 없죠. 그러니까 사람들은 그런 소식은 으레 '카더라 통신'을 통해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오중석: 요즘에 중동에 불어닥친 민주화 운동이나 중국에서 일어난 일을 대부분 알고 있다고 합니다.

김현아: 네 빨리는 모르지만요. 이전보다 중국을 오가며 보고 듣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다보니 소식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적당히 들으며 사는 거죠.

오중석: 네 지금까지 남북의 방송문화 수용 실태에 관해 얘기해보았습니다. 문화는 물과 같아서 높은데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마련이라고 합니다. 남쪽의 수준 높은 방송문화가 답답한 폐쇄 사회에서 살아가는 북한주민들에게 하나의 활력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오늘 순서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도움 말씀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