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에서 한민족 고유의 정신문화가 어떻게 보존, 발전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한국에서는 해마다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기념하고 있는데요.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의 은혜를 되새겨보는 날이기도 합니다. 어버이 날에 얽힌 얘기,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과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김선생님 지난 한 주 잘 지내셨습니까?
김현아: 네,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오중석: 네, 오늘은 우리 민족의 오랜 미덕의 하나인 경로사상과 효도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남쪽에서는 오는 일요일, 그러니까 5월 8일이 어버이날이죠. 해마다 이날이면 자녀들이 부모님을 찾아뵙고 부모님 앞섶에 꽃도 달아 드리고 선물도 드리면서 부모님 은혜에 감사드리고 있는데요. 북한에도 어버이날이 있습니까?
김현아: 북한에는 어버이날이 없어요. 저는 여기와서 어버이날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남쪽엔 5월 달에 어린이 날, 어버이날처럼 민간 명절이 많아요. 북한에는 명절이 많지 않고 주로 정치적 명절이 많습니다. 오히려 수령의 날을 쇠죠.
오중석: 예부터 우리민족은 동방예의지국으로 불릴 정도로 예의 바른 민족이지 않습니까. 나이 많은 노인을 공경하는 것은 물론이고 부모의 은혜에 보답하며 효도하는 전통도 잘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요. 남한의 경로사상이나 효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김현아: 제가 여기와서 찾아보니 북한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경노사상이 더 많았어요. 북한에서는 자본주의 사회는 '썩고 병든 사회'라고 한마디로 평가하고 모든 미풍양속은 다 없어지고 오직 돈밖에 모르는 세상이라고 선전하니까요. 그런데 남한에 와서보니 북쪽보다 노인을 공경하는 사상이 더 많아요. 예를 들면 우리가 타고 다니는 전철에도 경로석이 따로 있잖아요. 또 어르신들은 65세 이상이면 차비도 무료이고요. 이렇게 국가적으로도 우대를 하고 일상생활에도 노인을 공경하는 사상이 녹아 있어요. 아파트에도 경로당이 있어서 노인들이 무료로 즐길 수 있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사회복지관에서도 노인들을 위해 음식도 대접하고 강습도 하고 놀러 다니기도 합니다. 물론 여유가 있으니까 그런 점도 있지만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노인을 존경하는 사회입니다. 결코 북한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본주의 사회가 인간관계가 마비된 사회가 아니라 오히려 조상전례의 풍속이 유지되는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말씀하신대로 남한은 우리 전통문화인 효 사상에 근간을 두고 노인을 공경하는 풍습이 잘 내려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각종 언론 보도나 북한에서 탈출한 분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어버이 수령으로 부르고 김정일을 민족지도자라고 하면서 자신을 낳아준 부모보다 우선해서 섬기도록 요구하고 있던데요. 그러면 김일성, 김정일 부자는 인륜으로 맺어진 육친의 관계는 어떻게 설명하고 있습니까?
김현아: 물론 자식들이 부모를 존경하라고 하죠. 그렇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당, 수령이라고 말합니다. 자기 부모를 물론 존경해야 하지만 부모에 대한 존경심이 국가에 대한 존경심과 다른 길이 되어서는 절대 안되고 곧 국가에 충성하는 길이 곧 부모에서 효성하는 길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부모 생일에 찾아가는 것보다 못 가더라도 당과 국가를 위해 더 훌륭한 일을 많이 하면 부모들도 그것을 더 흐뭇해한다는 논리입니다. 결국 부모보다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이 더 우선되어 한다는거죠.
오중석: 그만큼 허황된 궤변이 어디 있습니까?
김현아: 북한에서는 육체적 생명보다 사회, 정치적 생명이 더 중요하니까요. 육체적 생명은 부모가 주지만 정치적 생명은 수령이 주는 것이에요. 그런데 육체적 생명보다 사회, 정치적 생명이 귀중하니 당연히 부모보다 수령이 더 중요해 지는 것이죠.
오중석: 무슨 정치적 생명을 주었는지 의심이 드는군요. 김정일을 비롯한 북한 지도층은 지금도 북한이 주체적인 사회주의 건설에 성공했고 사회주의 강성대국이 머지않았다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과연 북한에서 사회적 약자인 의지할 데 없는 노인이나 몸이 편치않은 노인들을 위한 복지시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습니까?
김현아: 네, 양로원이 조금 있다고 하는데요 저는 한번도 가본 적 없고 잘 알지 못합니다. 주변에 계신 어르신분들 중에 양로원에 가셨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어요. 아마 시설이 있더라도 극히 적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시설이 있더라도 원만하게 운영이 될까요? 지금 북한에는 양로원 같은 시설은 둘째고 어린이를 위한 고아원 시설도 참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남한에서 북한 고아원을 도와주시는 분들이 계신데 다녀오신 증언을 들어보면 진짜 가슴이 아파요. 그러니 노인을 위한 시설에는 미처 북한이 눈을 돌리지 못할거라고 생각합니다. 남한도 마찬가지지만 사실 북한도 50-60년대 참 열심히 일한 분들이고 이제 나이들어서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나라가 잘 됐으면 대접을 받겠는데 나라가 어렵다보니 나이들어 이전보다 더 힘들게 사시니 가슴이 아픈 일이죠.
오중석: 다 마찬가지겠지만 북한 노인들은 더 비참한 환경에 놓여있다는 말씀이시군요. 외국인들, 특히 선진국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부러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젊은이들 사이에 아직도 부모에 대한 효심과 노인에 대한 공경심이 살아있는 점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여전히 효도가 중요시되고 노인에 대한 사회적 배려가 높은 나라로 인식되고 있는데요. 북한과 비교하면 어떤지 궁금합니다.
김현아: 참 남한은 노인들이 좋은 세상이죠. 물론 유럽이나 미국 기준은 아니고 북한 입장에서 보면 저희 탈북자들 눈에는 여기가 '노인의 천국이다' 이렇게 생각해요. 우선 오래 사시잖아요. 최근 자료에 따르면 북한보다 평균수명이 10년 이상 높습니다. 사실 힘들게 산다면 오래 살아 무슨 소용 있겠어요. 그렇지만 남한노인들은 힘들게 살아도 북한에 비하면 젊은 사람들보다 나으신겁니다. 왜냐하면 당장 먹을거 없어서 고생하지는 않잖아요. 북한의 노인들은 가장 기초적인 먹을 것이 없으니까요. 물론 북한도 노인들을 공경하는 사상은 있지만 먹고 살기 힘드니까 부모를 미처 돌보지 못하는거죠. 내리사랑이라고 자기 자식도 못 먹이고 자기도 먹을게 없는데 아무리 효심이 있다고 해도 부모는 소원해지기 마련이죠. 저는 북한 사람들이 효심이 없다고는 생각 안해요. 북한은 전적으로 자식이 부모를 책임지는 체제입니다. 잘 모시자고 해도 뭐 형편이 안 좋으니까요. 북한에서 보통 사람들이 효성하는건 부모님 생일에 상차려드리는 정도고 옷이나 한벌 마련해드리면 넉넉한 집이죠. 일상때 부모님 살림 들여다보면서 한두번이라도 쌀 보태주면 진짜 효성하는 자식입니다.
오중석: 원래 같은 민족인데 효심이 없어서 그러겠습니까? 김선생님도 한국에 정착해서 보고 느끼셨겠지만 한국사람들은 부자들이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이나 제각기 나름대로 부모를 봉양하고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같은 민족인 북한주민들도 다를 게 없다고 생각되는데요, 이것이 혹시 체제 문제로 인해 이런 미풍양속이 퇴보하는 건 아닌지요.
김현아: 저는 북한 체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에게 효성하는 것보다 당과 국가에 충성하는게 먼저라고 하니까 남한보다는 노인공경사상이 약해지는것 같아요. 왜냐하면 차를 타고 다닐때 남한은 노인이 앞에 와서 서 있으면 젊은이들이 무조건 자리를 양보하고 무거운 짐도 들어드리는게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은 먹고 살기 어려우니 심성이 메마르고 박해집니다. 다른 한편으로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이 첫째라고 하니 노인공경은 별로 중요하게 생각 안하는 부분이 있어요. 또 예를 들어서 북한에서는 남성이 어르신을 보고 '아바이' 라고 존경하는 말로 부르는데 남한은 늙은이라고 하면 싫어하고 다 어르신이라고 해야 좋아해요. 남한에서 나이드신 분들을 존경하는 의식정도가 높은거죠. 그리고 남한은 집안에 문중이 있어서 가보가 내려오고 자기 조상에 대해 알잖아요. 이건 하나의 선조에 대한 존경사상입니다. 북한은 문벌주의, 봉건유교사상이라고 해서 다 없애버렸어요. 당연히 조상에 대한 숭배가 남한보다 떨어질수 밖에 없죠.
오중석: 결국은 체제 때문에 좋은 전통이 다 사라진 것이군요. 네, 오늘은 우리민족 특유의 효도와 경로사상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아무리 북한체제가 김일성, 김정일 부자를 어버이로 섬기도록 강요해도 우리민족이 오랜 세월 소중하게 지켜온 효심과 미덕은 쉽게 파괴되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져 봅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주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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