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매주 한 차례 여러분을 찾아뵙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오늘은 농사일이 바쁜 남쪽과 북쪽의 농번기에 대해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오늘도 대담을 위해 탈북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나오셨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네 오늘은 지난 수천 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우리의 농사짓는 일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남한은 현재와 같은 첨단산업화 시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농사를 중요시하고 식량의 자급자족을 위해 신기술 농법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남쪽에서는 요즘 모내기가 한창입니다. 북에서도 파종기를 맞아 농민들의 일손이 바쁠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요즘 북한농민들도 많이 바쁘겠지요?
김현아: 물론이죠. 북한도 모내기를 시작했습니다. 북한은 모내기보다 남쪽에서는 옥수수라고 하는 강냉이 파종이 먼저 시작됩니다. 강냉이를 직파하기도 하지만 주체농법이라고 해서 하나하나 영양단지라는 단지에 넣어서 심어요. 북한은 추우니까 생육주기를 늘리자고 먼저 모판에 따로 비닐하우스처럼 씌우고요. 그리고 모내기는 이미 시작했다고 방송을 했고 모내기를 잘하자고 요즘 선전을 하고 있어요. 북한 농촌은 남한처럼 기계화가 잘 안 되어 있어서 다 인력으로 해야 하니까 너무 바쁘죠.
오중석: 모내기도 옛날 우리 남한에서 하던 식으로 일일이 손으로 하는군요.
김현아: 모내기 기계도 적지 않게 만들었는데요. 그 기계가 많이 낡은데다가 또 기름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일부 기계로 하고 대부분은 다 손으로 하고 있죠. 게다가 강냉이 파종은 너무 인력이 많이 들어요.
오중석: 기계가 있어도 돌리자면 기름이 있어야 하는데 결국 사람이 다 할수밖에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김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남한의 모내기는 정말 놀랄 만큼 빨리 끝납니다. 모를 키우는 모판에서부터 모를 심는 과정까지 완전히 자동화되어서 수천 평의 논에 모내기를 하는데 사람 두 명이 서너 시간이면 모내기를 끝낼 수 있습니다. 남한의 기계농법에 대해 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현아: 저는 비록 북한에서 공부만 하다가 왔지만 북한은 농사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모든 국민이 다 나가서 농사를 지어봤으니까요. 남한은 농사를 모르는 사람이 상당수 일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남한에 와서 유심히 본 것 중에 제일 신기한건 모내기철인데 논뻘이 너무 조용한 거예요. 북한은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무슨 큰일을 치르는 것처럼 굉장하거든요. 모내기철이 되면 온 나라가 농촌에 다녀야 하니까 도시에도 작업복 입고 삽 같은거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고요. 농촌 동원에 기차타고 가니 역에도 사람이 많고요. 여기는 농사철인데도 농사를 짓는건지 마는건지 너무 조용한거예요. 농사를 짓는건가 하다가도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다보면 어느새 논뻘이 파랗게 되어있어요. 또 여기는 농사철이 따로 있는 것 같지 않아요. 왜냐하면 사철 나오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아요. 지금도 딸기, 수박, 오이, 사과 뭐 강냉이도 아무때나 팔잖아요. 도대체 지금이 씨를 뿌리는 때인지 나오는 때인지 알 수가 없어요. 물론 현지에 계신 분들은 수고하시겠지만 농사가 너무 기계화 되다보니까 우리가 겉으로 보기에는 품 안들이고 농사 짓는것 같아요.
오중석: 지금 말씀하신대로 비닐하우스 농법이 워낙 발달했고 사과, 배 같은 과일은 냉장 시설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사시사철 먹을수 있어요. 그래도 옛날에 제때 먹던 곡식이나 과일보다는 맛이 좀 덜하지 않습니까?
김현아: 그건 그래요. 예를 들어 강냉이, 옥수수는 딱 따서 그 자리에서 삶아서 먹어야 제맛이 나요. 근데 여기는 삶아서 냉동보관을 하는지 북한에서 먹던 달콤하고 구수한 옥수수 맛은 안나요.
오중석: 하지만 아쉬운 것도 있습니다. 옛날에 모내기나 추수철 시골에 가면 논바닥이 왁자지껄하게 농요도 나오고 우르르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면서 대화도 하고요. 또 제일 아쉬운게 모내기하다가 먹는 새참이 참 꿀맛인데 요즘엔 그런 풍경이 거의 없습니다. 뭐 다 기계가 하고 사람이 있어야죠.
김현아: 경운기, 이앙기 돌아가면서 전부 하니까 한적하고 적적합니다. 그것도 다 편하고 배부른 소리죠. 실제 나가서 고생해보세요. 얼마나 힘들고 부럽겠어요.
오중석: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해결하자면 낙후된 농업기술의 개발이나 영농기계화 작업이 우선 되어야 하겠지만 그보다도 협동농장 폐지와 같은 과감한 토지개혁과 농업정책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많은데 왜 북한은 토지개혁과 같은 과감한 조치들을 내놓지 못하는 걸까요.
김현아: 남한에서도 북한의 식량문제가 안 되는 게 다 농업체제 때문이라고 하는데 북한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북한과 같았던 중국도 토지소유제도, 농사경영제도를 변화시켜서 밤낮 굶다가 지금은 10억이 넘는 인구를 다 먹여살리고 있잖아요.
오중석: 인구가 13억 2천만인데 식량문제를 완전히 해결했죠.
김현아: 북한 사람들이 중국에 가면 '중국은 이밥을 버린다', '돼지가 통강냉이 삶아 먹는다' 이게 북한 사람들이 가장 충격받는 사실이예요. 중국도 이전에는 참 배고팠어요. 먹지못해 많은 사람들이 굶어 죽었고 북한에서도 가져다 먹었어요. 58년도에는 천만명이 아사했다는 말도 있었어요. 다만 외부 투자도 없이 경영방식을 바꾸는 방법으로 해결했습니다. 토지도 경작권을 나눠주고요.
오중석: 경작권을 40, 50년 어떤 것은 90년을 주니 땅을 나눠준 것은 아니지만 개인토지나 마찬가지입니다.
김현아: 처음에 땅덩어리를 나눈다면 사람들의 의견이 얼마나 많겠어요. 북한에서도 80년대 중반 일부 사람들이 우리도 중국처럼 토지를 나누어 농사를 짓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하지만 당과 국가에서 아주 부르주아적인 방식이고 농민들을 잘 살게 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반대를 했어요. 2000년대 들어와서 북한이 여러모로 중국을 따라갔는데, 최근에는 오히려 후퇴해서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그냥 고수하겠다고 합니다. 이유는 개인적으로 농사를 짓고 자기 농산물에 대한 소유권을 본인한테 주면 국가가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체제를 지키기 힘드니까요.
오중석: 그럼 체제를 지키기 위해 모든 인민들을 굶긴단 말입니까?
김현아: 정권을 쥔 사람들은 정권유지가 중요하지 백성이 사는게 기본이 아니거든요.
오중석: 북한의 농업에 관한 보도들을 종합해 보면 비료가 너무도 부족해 농업생산이 감소한다고 나와있는데요. 해마다 봄철이면 인분이나 퇴비생산에 온 나라가 들썩이던데 비료는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있습니다. 퇴비가 모자란 것도 결국은 개인 경작지를 허용하지 않기 때문인가요?
김현아: 하나는 북한이 자체 생산하던 비료 공장이 전기가 모자라 거의 멈췄기 때문이고요. 최근에 조금 가동이 된다고는 하지만 이전만큼 비료를 생산을 못하는거죠. 또 만약 각자 자기가 농사를 지으면 자기가 알곡을 팔아서 그 돈으로 중국에서라도 비료를 사면 되는데 이런 경제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겁니다. 농사지은 알곡은 국가에 다 바치고 영농자금은 없고 국가에서 주지 않으면 비료가 없죠. 비료가 없으니 도시에서 농촌을 도와줘야 한다고 인분을 바치라는 겁니다. 근데 그게 제대로 되나요.
오중석: 봄만 되면 야단이던데요.
김현아: 봄이 아니라 1월부터 인분생산을 시작하고 8월에는 풀을 베어서 풀비료를 만들라고 합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그게 되나요. 사실 인분 만들라는 것도 한심하죠. 언젠가는 남한은 축산이 발전해서 두엄이 남아 도니까 북한협동농장 현지까지 날라다 준다고 했는데 북한에서 안 받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일 비료 대기 어려운 곳이 황해도예요. 거긴 순 농업지대라서 주민도 별로 없고 도시가 멀어서 인분도 들어갈 수가 없어요.
오중석: 김 선생님이 한국에 와서 보고 느끼신 한국의 농업현실과 북한의 농업은 어떻습니까? 수치로 좀 말씀해주시죠.
김현아: 북한에서는 한국의 농업이 다 망해간다고 선전했어요. 그러나 일반 북한 사람들은 옛날부터 남쪽은 농업지대고 북한은 공업지대라고 알고 있어요. 특히 호남뻘이 하도 넓어서 거기서 농사지으면 온 나라가 3년은 먹는다고도 하고요. 확실히 남한의 토지 경지면적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그런데 북한 논과 밭의 비율이 30%, 70% 이라면 남한은 반대예요. 남쪽은 논이 60%면 밭이 40%죠. 또 똑같은 경지면적이라도 남한이 생산량이 훨씬 많아요. 남한과 북한이 경지면적은 같은데 남한에서는 6백만 톤, 7백만 톤 이상 난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한은 그것만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해오는 알곡의 양이 어마어마합니다. 또 발전된 선진 농법을 이용해 생산하고 비료도 충분히 주고요. 최근에는 농사일도 경제적 수지를 맞추기 위해 일반작물보다 농약을 쓰지 않는 특수작물을 많이 재배합니다.
오중석: 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민족은 전통적인 농경민족입니다. 봄이면 땀 흘려 농사짓고 가을에는 넉넉한 인심으로 수확물을 나누며 서로 돕고 살아왔습니다. 북한당국이 하루빨리 농업분야의 개혁만이라도 서둘러 남북이 함께 식량걱정 없이 살아갈 날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고맙습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 주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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