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최근 조선중앙 텔레비전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세계 각국 국민들의 행복지수라는 걸 발표했는데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국민은 중국사람들이고 두 번째로 행복한 국민이 북한 주민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지금 행복하십니까?
오늘은 한 나라의 국민이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조건들이 갖춰져야 하는지 행복의 조건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얼마 전에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자체적으로 조사한 세계각국의 행복지수를 발표했다고 중국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도했는데요. 이 조사에 따르면 중국이 100점 만점으로 국민이 느끼는 행복도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98점을 얻은 북한이라고 합니다. 한국은 18점을 얻어 152위였고, 미국은 203위로 꼴찌였습니다. 이 소식을 접한 중국인들은 북한이 1위 자리는 중국에 희사하고 2위를 차지한 걸 보니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면 이 같은 보도에 대한 남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요. 많은 사람들이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한 토막의 희극을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었는데요. 김 선생님, 북한 주민들이 과연 세계에서 두 번째로 행복한 국민일까요?
김현아: 저도 그 보도를 보는 순간 기가 막혀서 눈을 의심했고요. 너무 믿어지지 않아서 중국 사이트까지 찾아가서 봤어요. 정말 북한이 이런 방송을 했을지 저는 아직도 의문입니다. 북한의 행복도가 마지막이면 몰라도 세계에서 2위라는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앙천대소할 일입니다. 오히려 북한에 대해서 더욱 반감, 비난을 불러 일으킬 겁니다. 왜냐하면 북한 주민들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세상이 너무나 잘 알고 있잖아요. 물론 북한에서는 항상 주민들이 세상에 부러움 없이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고 말끝마다 붙이곤 합니다. 예를 들어 3월 8일에는 '세상에 가장 행복한 북한 여성들' 이런 식으로 제목을 소개하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조사를 했다고 하니까, 행복도를 조사했다는 건데 이게 의문스러워요. 북한은 사회 조사라는 개념이 없어요. 조사를 하자고 하면 어떤 측정지표가 있어야 하는데요. 다른 나라에서는 조사를 할 때 우리가 어떤 지표를 기준으로 몇 명을 조사했는데 몇 점이 나왔다는 숫자가 딱 나오니 신빙성이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발표한 자료는 조사지표는 하나도 없다고 하니 참 믿음이 안 가죠. 또 그런 걸 발표했다는 것 자체가 남한말로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고 할 정도입니다. 북한 주민들은 세상에서 제일 어렵게 살잖아요. 최근에 먹을 것도 못 먹는 나라는 아프리카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는 별로 없거든요. 하지만 북한 주민들은 잘 먹자는 것도 아니고 생존을 위한 최소의 칼로리를 섭취하지 못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행복도를 논의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되죠.
오중석: 선진경제국가들의 모임인 OECD, 그러니까 경제협력개발기구가 최근 34개 회원국 국민들의 삶의 질을 측정한 행복지수를 내놓았지요. 아마도 북한이 이를 보고 부랴부랴 억지 발표를 한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요. OECD의 조사대상에는 중국이나 북한 같은 회원국이 아닌 나라들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즉 OECD는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들, 예를 들면 소득과 일자리, 삶의 만족도, 안전 등 11개 항목을 평가해 국민행복지수를 내놓았습니다. 김 선생님은 국민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중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김현아: 저도 OECD 발표를 보았는데요. 여기서 선정한 조사지표가 과연 북한 같은 나라에도 맞을까 생각해봤어요. 왜냐하면 소득, 일자리, 삶의 만족도, 안전 이런 걸 지표로 삼았는데 과연 북한 사람들이 삶의 만족도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요. 소득, 일자리도 마찬가지고요. 이런 조사는 발전한 나라를 대상으로 하니까 만약 북한 사람들에게 삶의 만족도를 조사한다고 하면 이 지표를 일정하게 변형시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먼저 삶의 만족도를 위해서는 우선 배가 불러야 하고 또 두 번째는 정치적인 자유입니다. 남한에 온 탈북자들 대상으로 북한에서 뭐부터 제일 먼저 해결되었으면 좋겠냐고 물어보면 마음대로 말하고, 남의 나라 세상소식을 들을 수 있는 자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일 먼저 꼽거든요. 이런 걸 봐서는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행복하다고 생각합니까' 이런 질문도 들어가야 할 것 같고요. 저는 북한에서 삶의 만족도, 행복지수를 조사하자면 세계인권선언에 밝혀진 대로 정치적 자유, 생존권을 기초로 지수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북한 주민들이 행복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우선 먹는 것과 정치적 자유입니다.
오중석: 사실 OECD의 조사는 경제적으로 발전된 회원국 상대입니다. 중국이나 북한은 회원국이 아니라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북한 같은 특수한 상황인 폐쇄적인 나라를 조사한다면 질문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몇몇 국제기구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은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 국가로 꼽히고 있습니다. 또 각종 경제지표를 바탕으로 국민을 굶주림에 내모는 최빈국 중의 하나로 지목하고 있는데요. 이런 형편인데도 북한주민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민이라는 얘기를 스스럼없이 하다니 정말 놀랄 뿐입니다. 북한당국이 과거부터 이런 선전을 해왔습니까?
김현아: 물론이죠. 이전에 사회주의 때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우리 조선 인민' 이런 말을 서슴없이 했고요. 특히 애들은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 이런 구호를 책표지 같은데 다 써 붙이고요. 남한에서 접하는 것처럼 행복이라는 말을 나 개인 삶과 결부해서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상투적으로 쓰는 말입니다.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행복하다는 말이 있었고 지금도 쓰고 있어요. 이번에는 조사를 했다고 하니까 이렇게 물의를 일으켰지만 지금도 신문을 보면 행복이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옵니다.
오중석: 인간의 행복이 물질적 풍요에만 달려있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생존에 필요한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기본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국민행복지수 운운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런데 북한에도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는 계층이 있다 던데요?
김현아: 물론 행복은 상대적인 개념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발표한 것은 '행복지수'지만 또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지 알아보는 '행복만족도'도 평가지표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본인들이 얼마나 자신의 삶을 행복하다고 느끼는지 주관적인 인식도 참 중요한 거죠.
오중석: 사실 행복지수 조사에서는 객관적으로 얼마나 잘 먹고 잘 사느냐 보다 본인이 얼마나 행복하다고 느끼는지가 중요합니다.
김현아: 이런 조사에서는 거의 북유럽 나라가 1위를 합니다.
오중석: 조사 기관마다 조금 다른데 이번에 OECD의 조사는 북유럽보다 호주가 1위를 했습니다.
김현아: 삶의 만족도 같은 건 상대적인 지수거든요. 그러니까 저는 북한에도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특권층 말고 있을까요?
김현아: 당연히 특권층이죠. 최근에는 북한이 시장이 도입되고 경제가 침체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상대적으로 부를 가진 사람들은 못사는 사람보다 행복하다고 느끼겠죠. 그것도 이번에 화폐개혁 하면서 시장에 돈 많은 사람들이 타격을 입어서 숫자도 많이 줄었을 겁니다. 그리고 제일 만족하게 느끼는 사람들은 북한의 특권층이고 그 숫자가 엄청 작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최고위층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김현아: 최고위층도 만족할까요? 항상 아슬아슬 줄타기하는 심정일겁니다. 이번에 중국 네티즌도 비방하고 남한 사람들도 글을 많이 올렸는데요. 이번에 측정한 행복만족도는 아마 최고위급 정상들이 느끼는 만족도라는 거죠. 북한에서 누가 진짜로 만족하게 여기는지 실제로 조사해보고 싶어요.
오중석: 이번 조사가 중국 국경지대를 배경으로 해서 밀수를 하거나 장마당에 물건을 팔아서 이익을 많이 남기는 신흥 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김현아: 솔직히 북한에서 어떻게 중국에 가서 조사하고 미국에 가서 조사를 합니까? 이건 선전하기 위해 추상적으로 만들어낸 겁니다.
오중석: 네, 오늘은 한 국가의 국민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조건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아무리 체제유지를 위한 선전이 급하다지만 해마다 많은 국민이 기아선상에서 허덕이고 기본인권마저 보장되지 않는 북한에서 국민행복지수 운운하는 것을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습니다. 오늘도 도움 말씀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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