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순서입니다. 북한은 내년, 그러니까 2012년을 '강성대국의 해'라고 선포했지요. 오래전부터 북한 당국이 강력하게 선전해온 강성대국의 원년, 2012년이 이제 채 6개월도 남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에는 진정한 강성대국이란 어떤 나라인지, 강성대국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북한이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의 해라고 선포했지요. 북한당국이 말하는 강성대국은 무엇을 의미하는 건가요?
김현아: 강성대국이라는 말을 늘상 듣기는 했지만 강성대국이 무엇인지 학습하는데는 사람들이 열정을 안 내다보니 (북한)주민들이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북한의 규정에 의하면 나라의 국력이 강하고 모든 면에서 흥해서 인민대중이 세상이 부러움 없이 사는 때, 그런 시기의 나라를 강성대국이라고 한다고 말합니다.
오중석: 남쪽에서는 오래 전부터 경제적, 군사적인 면에서 강한 나라에 대해서는 강대국이란 표현을 써왔습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강대국이란 표현을 잘 쓰지 않고 선진국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북한의 강성대국, 즉 선진국 진입이 과연 가능한 얘긴가요?
김현아: 여기와서 보니까 남한이 정말 많이 발전했어요. 북한에서도 남한이 발전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이제 거의 없어요. 발전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남한에 오면 깜짝 놀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에서는 선진국, 강대국이라는 말을 잘 안 써요. 아직 선진국에 못 들어갔다고들 말합니다.
오중석: 남한에서는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 와 있다', '아직 선진국은 아니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표현하죠.
김현아: 그렇게 북한에 비해 훨씬 발전한 남한도 아직 선진국이란 표현을 쓰기 힘들어합니다. 저는 선진국의 기준이 뭔지도 참 궁금한데요. 국민소득 수준이 3만불 이상이어야 한다면 아직 남한이 안 되는 거잖아요.
오중석: 국민소득만 가지고 평가하는 건 아니지만 대개 3만불 이상이 되어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죠.
김현아: 솔직히 3만불은 꿈도 못 꾸는 수치죠. 국민소득 수준이라는 건 그 나라 평균 연봉수준이라고 하는데요. 지금 북한주민들이 받고 있는 평균 한달 노임이 2, 3천원이니까 1달러밖에 안되거든요. 북한은 국방비가 많이 들어가니까 그걸 높이 잡아도 국민소득을 대체적으로 5~6백불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천불이라고 하는데 말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베트남이 8백불이라고 하는데 가보면 북한보다 훨씬 잘 살거든요. 이런 말하기 가슴 아프지만 북한은 아마 세계적으로 가장 가난한 나라일겁니다. 그러니까 강성대국은 사실 말도 안 되는거죠.
오중석: 지금 말씀대로 선진국 기준 중에 중요한 것이 국민소득인데 북한이 5, 6백불이라면 너무 차이가 납니다. 결국 국민소득뿐만 아니라 북한이 주장하는 강성대국은 군사력을 기준으로 말하는게 아닐까요?
김현아: 북한은 강성대국의 기준을 군사대국, 정치대국, 경제대국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는데요. 북한이 군사대국과 정치대국 두 가지는 이뤘다고 말합니다. 결국 2012년 강성대국의 원년이니 이제 남은게 경제대국이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내년 4월 15일까지 경제대국 기준에 도달해야 하는데 이게 도저히 불가능한거죠.
오중석: 경제대국은 고사하고 주민들의 먹는 문제도 해결이 안되고 있는데 어떻게 2012년에 경제대국이 될 수 있을까요? 아까 말씀하신대로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데요. 어떻게 이런 무리한 주장을 할 수 있을까요?
김현아: 저는 북한 지도부도 북한이 경제대국이 될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지금 주민들이 하도 어렵게 살다보니 정부에 대한 신뢰가 나날이 떨어지고 있어요. 나라가 유지되고자 하면 주민들의 지지가 제일 중요한데요. 주민들이 국가를 점점 믿지 않고 당을 외면하게 되면 결국 체제가 흔들리게 됩니다. 더더구나 지금 북한에서 후계체제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렇게 민심이 급격히 이반하게 되면 새로운 지도체제를 세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좋든 싫든, 가능성이 있던 없던, 북한당국으로서는 강성대국 건설을 주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몰려있습니다. 그러니까 내년 2012년을 강성대국 원년이라고 하죠. 강성대국은 지금 나온 말이 아니라 고난의 행군시기, 98년부터 끊임없이 나왔지만 그때도 주민들은 사실 믿지 않았고 선전일 뿐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무리 당국이 거짓말을 한다고해도 어떻게 98년부터 강성대국을 한다고 했는데 2012년까지 가는 도중이라는건지 정말 따분한거죠. 그러니까 북한당국은 무조건 강성대국을 한다고 해야 합니다.
오중석: 저희들이 보도를 통해 파악한 바로는 북한이 2012년은 강성대국의 완성의 해라고 처음에는 선전을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경제 사정이 날로 어렵고 2012년은 다가오니 작년부터는 '2012년은 강성대국의 시작의 해', '2012년은 강성대국을 향한 진입의 해' 이렇게 말바꾸기를 했습니다.
김현아: 네. 내년을 강성대국 원년이라고 하는데 당국으로서도 참 속이 상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북한에서는 내년이 특별한 해라면서요?
김현아: 내년이 북한 사회주의 시조라고 하는 김일성 탄생 100돌의 해이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출생 70돌입니다. 이런 꺾이는 해를 북한에서 중시하다 보니 이렇게 의의있는 해에 무조건 뭔가 해야 하는 상황이죠. 힘들어도 원년이고 완성이고 말을 바꿀 수 밖에 없는건데 그래도 주민들은 믿는 사람이 없거든요.
오중석: 그래도 선전기관에서는 끊임없이 강성대국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강성대국에 대한 기준이 북한에만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북한이 강성대국 운운하는 것은 너무 억지가 심한 게 아닌가 생각되는데요. 이 억지를 내년에는 어찌하려고 하는거죠?
김현아: 참 난감하죠. 사실 북한이 2012년을 바라본 것은 벌써 몇년전부터지만 2009년쯤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2009년에 북한이 간만에 백일전투도 하고 150일 전투도 하고 그러면서 경제의 주체화를 한다고 주민들을 끊임없이 고무했거든요. 그런데 이젠 (2012년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북한 주민들을 동원해도 안되는 거예요. 왜냐하면 원료가 있나 자재가 있나, 전기도 없고 모든게 걸리는 거죠. 아무리 백일 전투를 한다고 해도 나가면 일감이 없어요. 한 1년 동안 열심히 주민들을 동원시켜봤는데 이전보다 직장출근율은 높아졌겠지만 생산된 양은 크지 않다는거죠. 사실 그만한 결과물이라면 남한 같으면 몇개 직장만 돌려도 생산할 수 있는데 숱한 주민들을 동원시키고 별로 성과가 없었죠. 작년에는 전 주민 동원은 안하고 사람들 주머니를 털어야겠다고 시장을 막고 화폐개혁으로 돈을 다 끌어들였습니다. 북한 돈 뿐만 아니라 외화도 다 끌어들였는데, 그때 사람들이 암거래 시장이 아니라 국정가격으로 외화를 바꿔서 물건을 산것을 지금 엄청 후회한다고 합니다. 돈을 다 긁어들이니 그 다음에 주민들이 다 굶어죽게 되고 할수 없으니까 다시 시장을 풀고, 그야말로 좌왕우왕했습니다. 이제 북한 돈 터는 건 한계가 있고, 남한의 지원이 제일 풍족한데 남북관계가 악화되다보니 지원을 받을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작년 초부터는 외화자금 유치를 위해 투자위원회도 만들고, 중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 김정일 위원장이 아픈 몸을 이끌고 3번이나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물론 중국방문이 정치적 목적도 있겠지만 저는 경제적 목적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사람들도 중국이 그렇게 남한처럼 펑펑 퍼주겠느냐고 말합니다. 공짜로 잘 주는 건 같은 민족인 남한 밖에 없다고 하죠. 지금 황금평, 나진선봉도 과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처럼 돈이 벌어질까요? 최근에 중국에서 금강산 관광객을 모집하는데 아주 조용히 한다고 해요. 왜냐하면 금강산 관광은 남한이랑 해야 돈을 벌죠. 중국이랑 하면 중국여행사에다 돈 다 주고 나면 북한에 얼마나 떨어지겠어요. 중국사람들이 장사는 참 기막히게 잘하잖아요. 지금 북한이 제일 곤란한 건 외화부족, 돈이 아닐까 저는 생각합니다.
오중석: 강성대국의 모양을 내외에 과시하려면 외화가 있어야 하는데, 이 외화가 절대 부족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오늘은 북한이 주장하는 강성대국의 의미에 대해서 알아 보았습니다. 주민의 먹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북한 정권의 강성대국 선언, 과연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할지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아무리 외부정보가 차단된 북한사회라고는 하지만 북한주민들이 당국의 강성대국 선언을 수긍할지도 관심사입니다. 오늘 대담에는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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