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남북한의 대중교통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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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오늘도 지난주에 이어 남북한의 대중교통 체계에 대해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오늘도 대담을 위해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 나와 계십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지난주에는 고속버스와 기차에 대해서 얘기를 하셨는데요. 남한의 철도 시스템에 대해 계속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현아: 남한은 기차가 왜 이리 빨리 가나 봤더니 우선 철로가 두 줄로 되어 있어요. 북한은 왕복철로가 아니라 단선입니다. 그러니까 열차 조정실에서 잘 편성을 해야 하는데 조정을 잘못하면 힘들어요. 남한에 무수하게 기차가 다닐 수 있는건 기차가 많기 때문이고 또 철로 상태도 좋고요. 북한에 기차가 잘 못 다니는 이유 중의 하나는 노반 상태가 안 좋아서입니다. 지금 북한은 남한과 러시아를 잇는 철로를 만들어서 기차를 통과만 시키고 돈을 벌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데요. 러시아에서 기술자들이 와서 조사했는데 철로를 전부 다시 깔아야 한다고 했어요. 너무나 시간이 걸리고 또 다 경제력이 뒷받침되어야 하잖아요. 원래 북한에서 수송을 위해 서쪽에 있는 평양과 동쪽을 잇는 시도를 많이 했어요. 동서를 잇는 철도가 하나밖에 없거든요. 하지만 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서 몇번 시도하다가 말았죠. 철로를 놓자면 시멘트나 철 같은 게 많이 들어가고 또 굴도 뚫어야 하고요. 그런데 참 남한은 굴도 잘 뚫더라고요.

오중석: 그런데 저희들은 북한이 터널을 뚫는 기술은 앞서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김현아: 물론 북한의 다른 기술에 비하면 터널 뚫는 기술이 좀 발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한과는 비교도 안 되죠. 남한은 일반 고속도로가 너무 많은데 북한은 고속도로가 기본 두세 개 밖에 없어요. 평양-원산, 평양-개성 또 고난의 시기에 평양-남포 고속도로 포장했고요. 김일성 별장있는 향산에 평양을 잇는 고속도로를 놓은 정도입니다. 그리고 아직 동해안을 잇는 고속도로도 못 만들었어요. 이번에 고원-함흥 사이를 공사했다고 하는데 길이가 그다지 길지 않아요. 동서를 잇는 것이 힘든 이유가 중간에 마천령 산맥처럼 산이 많기 때문입니다. 전 남한은 산이 없는 줄 알았는데 어마어마하게 산이 많아요. 또 남한이 터널 뚫는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느냐면 전철이 한강 밑으로 통과하잖아요.

오중석: 초창기 전철은 밑으로 파내려가 위를 덮었지만 요즘은 터널로 뚫습니다. 그러니 한국의 터널 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 알 수 있죠.

김현아: 북한은 지반이 더 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서울 한강은 하류에 위치하고 있어 바닥이 충적토라 지반이 약할겁니다. 하지만 대동강은 중류에 위치하고 있어 바닥이 바위일텐데도 거길 뚫다뚫다 사람도 많이 죽고 결국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오중석: 평양에서도 대동강 밑으로 터널을 뚫을 시도를 했었군요.

김현아: 전쟁준비 때문에 얼마나 많이 했다고요. 군대가 들어가서 총력을 다했는데 한번은 뚫던 도중에 터졌어요. 물이 들어오니까 사람들이 있는채로 막아버렸죠. 그래서 숱한 사람들이 죽었죠.

오중석: 남한에는 지하철 2개 노선이 한강 밑으로 뚫려 있습니다. 그때 기술이 축적이 되어서 지금은 바다 밑에 터널을 뚫었는데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개발한 공법이라고 합니다. 남한의 굴착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입니다.

김현아: 남한은 또 도로가 좋잖아요. 북한도 평양도로는 참 잘 닦았는데 그게 전반이 아니라 몇 곳 뿐입니다. 남한은 서울 뿐 아니라 시골도 도로를 얼마나 잘 닦아놨는지 몰라요. 그러니까 남한에서는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재미가 있을거 같아요. 제가 이렇게 말씀 드려도 남한 분들이 잘 믿지 못하실 것 같은데요. 청진에서 평양까지 들어오는 철길이 제일 길고 거기가 다 주요 공업지대를 통과하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노선이예요. 그런데 거기 다니는 일반 주민들을 위한 여객열차가 평양-청진 급행, 무산-평양 급행, 최근에 하나 더 늘어서 두만강-평양 이렇게 하루에 3대인데 하루에 다 못가고 거의 이틀 걸려요.

오중석: 아니 청진-평양을 하루에 못간다는 말씀이십니까?

김현아: 남한에서는 이해가 안되겠죠. 정시로 가면 23시간 몇분이 걸리는데, 북한에서 정시로 가면 그게 비정상이죠. 반대로 북한 사람들은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걸린다는게 이해가 안 되겠죠.

오중석: 그럼 승객들은 기차에서 잡니까?

김현아: 그럼요. 그래서 침대칸을 만드는데요. 한번 열차 편성할 때 2, 3칸 정도니까 그야말로 특권계층이나 돈 많은 사람들만 탈 수 있죠. 지금은 좀 나아져서 좌석이 있긴한데, 90년대부터 2003년까지는 사람이 정신없이 올라가 콩나물 시루처럼 서서 몇시간씩 가곤했어요.

오중석: 그럼 입석으로 간다는 말씀이십니까?

김현아: 그럼요. 입석도 좀 널찍하게 서서가면 행복이죠. 사람이 오르고 오르는데 막을수가 없는거예요.

오중석: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는게 6.25전쟁때나 그랬지 이후에는 그런 광경을 본적이 없거든요.

김현아: 우리도 사회주의때는 그런거 못봤어요. 그런데 고난의 행군시기부터 기차가 딱 전쟁시기 같았어요. 지금도 주요 특수열차를 제외하고는 만원된 상태에서 가요. 북한에서 만원이라고 하면 복도까지 사람으로 꽉찬 상태입니다. 기차가 정시라는건 아예 없고 가다가 서면 언제 갈지 몰라요. 전기가 와야하고 고장나면 다 고쳐야 가는 건데 출발이 언제인지 알려주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떠날 때 한 3일분 밥을 싸가지고 가는데 밥이 여름에는 다 쉬어버리잖아요. 그래서 생쌀을 둘러매고 와서 기차가 안 갈때 내려서 밥을 해먹었어요. 언제 출발할지 말도 안해주니 기차가 떠날까봐 가슴을 조이면서 밥해먹던 기억이 납니다.

오중석: 그런걸 경험해보셨어요?

김현아: 그럼요. 북한 사람들은 다 경험해봤을 겁니다.

오중석: 상상이 안 되는 일이네요. 청진-평양은 대도시와 수도를 연결하는 기차고 작은 도시들은 어떻게 됩니까?

김현아: 많진 않지만 있어요. 그래도 기본 철도노선은 그나마 빨리 다니는 편인데 나머지는 더 느립니다. 함북도를 한 바퀴 도는 순환 기차가 있는데 원래는 12시간이면 될텐데요. 가다서고 가다서고 2, 3일 넘게 걸립니다. 그렇다고 여기처럼 버스가 있는것도 아니고요. 버스는 평양에만 다닙니다.

오중석: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시외버스는 아예 없습니까?

김현아: 없어요. 최근에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발전해서 버스가 조금씩 있어요. 돈을 많이 받지만 그래도 사람답게 갈수가 있죠. 문제는 버스를 타면 증명서 검열을 합니다. 지방에 다니는 사람 중에는 증명서 없는 사람이 꽤 있으니 할 수 없이 돈내고 서비차 타는거죠. 북한말로 짐차에 사람을 싣는걸 '바라'라고 하는데 포장 안한 상태로 물건을 싣는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사무실 이사할 때 짐을 싣고 거기 타겠다고 했더니, 그러면 법에 걸린다고 운전사분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래서 운전석 옆에 한분 타고 나머지는 버스를 타고 갔어요. 그리고 북한은 도로가 안 좋아요. 자동차를 타고 몇번 다녀봤는데 왠간한 국도는 거의 포장이 안 돼서 먼지가 엄청 나요. 앞에 차라도 있어서 뒤따라 갈라치면 정말 한심하죠. 남한 분들이 북한에서는 휴가를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시는데 진짜 북한은 길 떠나면 고생이죠. 북한은 승용차도 비싸고 휘발유도 귀하니 승용차를 빌려서 어딜 갈 수도 없어요. 물론 북한에 최고위급은 남한 못지 않게 잘 산다고 하는데 그야말로 손에 꼽을 정도고요. 남한처럼 너도나도 비행기타고 차타고 다닐 수 있는 교통환경이 안됩니다.

오중석: 네. 남한과 북한의 교통체계를 비교해서 말씀해주셨는데요. 한여름에 어딘가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날 수 있는 대중교통이 갖춰지는 날이 북한에도 반드시 오리라 기대합니다. 오늘 대담에는 탈북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주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