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남북의 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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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순서입니다. 남쪽의 중부지방, 그러니까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에 폭우가 쏟아져 많은 피해를 내고 있습니다. 백 년 만에 내린 집중호우로 서울 도심이 물에 잠기는 등 물난리를 겪고 있습니다. 한국의 모든 언론매체는 시시각각 큰물피해 상황을 보도하면서 주민 안전대책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남북언론의 재난 보도에 대한 차이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이 시간 대담에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요즘 남한 언론들은 연일 큰물피해에 대한 뉴스특보를 내보내고 있지요? 김 선생님이 보시기에 남한언론의 재해보도는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김현아: 남한 언론은 주민들에게 제때 사실을 알리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사명감과 자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매일 방송, 인터넷을 봅니다. 그저께부터 비가 정신없이 내렸는데요. 무슨 일이 일어나면 인터넷에 다 뜨니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인터넷부터 들여다봤어요. 그래야 오늘 아침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남한 언론은 사소한 일까지 구체적이고 아주 빠르게 보도하는게 특징인 것 같아요. 얼핏보면 어디서 사람이 한명 잘못됐다, 전국적으로 몇명이다 이런 식으로 한명한명 집계해서 발표하더라고요. 북한에 있을때 기분이 있어서 어떨때는 좋지 않은 사건을 뭐 저렇게 세세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입니다. 모든 것을 구석구석까지 될수록 빨리 보여주는게 남한 언론인 것 같습니다.

오중석: 최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이 AP통신에 제공한 북한의 큰물피해 사진이 조작된 것으로 판명되어 망신을 사지 않았습니까? 재해보도에서까지 조작과 왜곡을 서슴지 않는 북한 언론, 대체 왜 그럴까요?

김현아: 제가 너무 세세하게 보도할 필요가 있나 생각하는건 북한에서 받은 영향 때문입니다. 북한은 좋은 것만 보도하는 것이 원칙이고 나쁜 것은 보도하면 안 되거든요. 최근에 북한이 재해보도를 내보냈지만 모든 재해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영천역 폭발사고는 보도가 안됐습니다. 또 무슨 수해 피해가 나도 실제 피해를 입은 주민의 실상에 대해 보도하는 법이 없어요. 원래 남한 같으면 어디 산사태가 나면 그 지역을 찾아가 샅샅이 보여주고, 무슨 피해를 입었는지 주민들하고 이야기를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겠는지 물어보잖아요. 그런데 최근에 북한이 그 정도는 아니지만 어느 지역이 수해 피해를 입었다고 두리뭉술하게 보도했습니다. 아주 이례적으로 이번에 중앙통신이 직접 보낸게 아니라 미국에 사진을 보냈죠?

오중석: 미국의 세계 최대통신사인 AP에 제공했는데, 북한이 왜 조작된 사진을 일부러 제공했는지 이해가 안됩니다.

김현아: 요즘 수해피해보도를 열심히 보내는 건 결국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기위한 초석을 까는 것이죠. 최근에 북한은 지원을 달라고 그냥 말하기 뭐한거예요. 항상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렇게 수해피해를 알려서 도와줘야겠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서입니다. 또 외부에서는 있는 그대로 내보내지 왜 조작사진을 내보내는지 궁금해 하는데요. 수해피해를 입은 지역에 가면 집도 사람들 옷도 다 초라하니까 보이기 싫고 북한사람들 개념에서는 그런걸 보여주면 망신스럽다는 것이죠. 수해피해는 자연재해니까 어쩔수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이렇게 잘 산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던건데요. 사실 사진에 사람들 옷도 깨끗하고 자전거를 끌고가서 의혹을 증폭시킨 거잖아요. 그러니까 북한 사람들 생각이 잘못된거죠. 세상이 어떻게 사는지 다 아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우리는 원래 잘 사는데 자연재해 때문에 어쩔수 없다는 이런 의도된 결과를 국제사회에 알리려고 하니까 결국은 빵짝이 난거고요. 결국 국제사회에 북한을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중석: 지금까지 북한은 크고 작은 각종 재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조금 전에 말씀하신 대로 심지어 용천역 폭발사고 같은 수백 수천 명의 인명피해가 난 사고에 대해서도 단 한 줄 보도하지 않는 북한의 언론, 과연 언론이라 말할 수 있을지요.

김현아: 북한에서는 언론은 항상 좋은 것만 보도해야 하는데요. 저희는 북한에 살면서 당연히 그래야 하는 줄 알았어요. 김정일의 유명한 말이 있어요. '언론인은 대중여론의 조작자이며, 당정책의 옹호자이며, 혁명과 건설을 위해 대중을 조직동원하는 동원자이다.' 항상 언론을 당의 방침 관철과 관련된 한개의 기구로서 생각하지 주민의 눈이나 귀가 된다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남한에서 생각하는 언론과 북한에서 생각하는 언론은 본질에서부터 너무 차이가 있죠. 언론도 정치의 수단이지 대중의 것이 아닙니다.

오중석: 언론이 선전도구라는 말씀이시군요. 그러면 언론이라고 하지 말아야죠.

김현아: 남한에서는 언론이 정부입장만 대변하게 되면 사람들이 언론이라고 하지않고 누구도 보지 않는데요. 북한은 원래 언론이 하나밖에 없는데다가 모든걸 당이 통제하니까요. 언론이 남한식으로 하면 정책홍보부인데 사람들이 나서부터 그런것만 보다보니 잘못됐다는걸 몰라요. 북한만 그런게 아니라 원래 사회주의권이 좀 그래요. 이번에 중국 철도사고 보도도 축소, 은폐, 조작으로 말이 많잖아요.

오중석: 중국도 이제 과거 사회주의처럼 언론을 통제한다는 게 불가능한 나라가 됐습니다.

김현아: 여기서는 제대로 다 밝히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는 그걸 보면서 중국이 꽤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어요. 북한에는 언론보도를 속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게 여기처럼 수단이 없어요. 여기는 시민 하나하나가 다 기자나 다름없어서 속일래야 속일 수가 없어요.

오중석: 휴대전화가 3천만대가 넘는데 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합니다. 사건이 나면 바로 촬영해서 돌리는데 언론이 어떻게 거짓말을 합니까? 어떨 때는 언론보다 훨씬 빠르죠.

김현아: 이번 수해피해도 실시간으로 찍어서 인터넷으로 올라왔어요. 기자가 아무리 많아도 3천만명이 될수 없죠. 그런데 북한은 그런게 하나도 안되잖아요. 인터넷도 안되고 본인이 알고 있는걸 어디 말할 수 있는 도구가 하나도 없어요. 다 속여도 북한은 얼마든지 당국의 언론통제가 가능합니다.

오중석: 아무리 북한이 언론통제가 가능하다고 해도 과연 이렇게 계속 갈 수 있을까요?

김현아: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아무리 닫으려고 해도 외부세계와 함께 해야 하는 구조잖아요. 북한이 혼자 생산도 잘하고 주민들을 넉넉하게 살게 해줘서 중국이나 남한 쪽 국경을 막아도 북한이 자급자족 할 수 있다면 괜찮겠지만요. 원래 경제라는 건 국제사회와의 연계 없이는 아무리 자립경제라도 불가능하잖아요. 경제적 연계를 하자면 할수없이 다른 나라사람들과 교류를 해야 합니다. 아무리 막아도 북한 사람과 외국사람들과의 교류로 물건이 들락날락하다보면 자연히 소식이 들어가고 완전히 막을 수가 없죠. 최근에는 통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3월 보도에 의하면 북한에 핸드폰이 53만대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물론 남한과는 통신을 못하게 하지만 마지막 차세대 통신을 받아들이다보니 원래 북한 통신기기를 쓰면 통신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마 북한도 이제 인터넷이나 통신개방이 되면 순식간에 소식이 전파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지금까지의 완벽한 통제는 이제 거의 불가능하겠군요. 저희가 한가지 궁금한 것은 AP통신에 제공한 날조사진이 남한의 중학생이 봐도 이상하다고 바로 알수 있을 정도인데요. 그런 사진을 세계 최고의 AP통신에 내놓은 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상대방이 알아차린다는 것을 모르고 내지는 않았을것 아닙니까?

김현아: 본인들이야 만들면서 알아차리지 못할거라고 생각했겠죠. 왜냐하면 북한도 그래픽 기술이 상당히 발전했지만 그게 몇명이거든요. 간부들도 그런걸 할 줄 몰라요. 어느 사진 기자의 개별적인 실수인지 아니면 간부가 체크를 잘못한건지 잘 모르죠.

오중석: 제가 볼 때 북한언론에 단계별로 살펴보는 제도가 없는것 같습니다.

김현아: 무슨 말씀을요. 7단계를 봅니다.

오중석: 7단계를 보면서 모른단말입니까?

김현아: 그러니까 다 대수롭지 않게 봤든지 아니면 상식이 없던지요

오중석: 결국은 이 사진 때문에 줄줄이 책임 추궁을 당하겠군요.

김현아: 북한에서 나오는 사진은 다 예술사진이라고 생각하면 되고요. 결국 실시간 현장 취재도 거의 다 쇼를 하는 거예요. 북한 사람들은 항상 그런걸 봤기 때문에 현실성, 정확성에 예리하지 않다니깐요

오중석: 소위 보도사진이라는 건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김현아: 우리는 신기한 사진이 하나 뜨게 되면 이게 사실일까 먼저 생각하고 정확성에 대해 두 번, 세 번 확인하고 보도를 합니다. 한번이라도 틀린걸 내면 그 통신사나 신문사가 추락하니까 아주 예민하죠. 북한은 김정일이 좋지 않다고 했던지 사회주의제도가 나쁘다고 했는지에 대해선 여기보다 10배나 예민하지만, 보도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별로 예민하지 않은 차이가 있습니다.

오중석: 네 지금까지 남북한 언론매체의 재해보도에 대해 비교해 보았습니다.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 재해에 대해서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수해피해에 대해서는 외부에 과장해서 알리는 북한언론, 권력층의 선전도구를 지나서 이젠 구걸외교의 도구로 전락하지 않았나 하는 우려가 듭니다. 북한의 언론이 제 기능을 회복할 때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등장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도움말씀에 김현아 선생이 수고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