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입니다. 이제 처서도 지나고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유난히 비도 많고 더웠던 지난 여름을 뒤로 하고 결실의 계절이 성큼 다가왔는데요. 남한에서는 각급 학교가 일제히 여름방학을 끝내고 개학했습니다. 오랜 휴식을 마치고 새 학기에 새로운 각오로 공부에 임하는 학생들의 모습에도 생기가 넘칩니다. 이번 시간에는 남과 북의 학생들이 맞는 새 학기에 대해 얘기해 볼까 합니다. 오늘 대담에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남쪽의 학교들이 일제히 개학하면서 가을 학기가 시작되었는데요. 북한의 학교들도 여름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남북한의 새 학기 풍경을 좀 비교해서 말씀해주시죠.
김현아: 북한은 4월부터 1학기가 시작됩니다. 2학기는 남한처럼 9월에 시작하는데 아무래도 1학기보다는 새로운 기분이 좀 덜해요. 왜냐하면 학년이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한번하다가 시작한다는 이런 기분이니까요. 새학기를 맞으면서 좀 근심이죠. 물론 1학기 때 쓰던 것도 있지만 학습장, 교과서도 갖추어야 하니까요. 학생들도 그렇지만 부모들은 이런 금전적인 부담이 큰 거예요. 북한에는 학습장 가격이 상당히 비싸거든요.
오중석: 학습장이라면 남한말로 노트 말씀인가요?
김현아: 네. 북한은 노트 값이 만만치 않거든요. 가난한 사람들 살림에 학습장 한조를 갖춘다는 게 쉽지 않죠. 그러나 새로운 기분으로 공부를 시작 해야하니까요. 새학기가 시작되면 여름방학에 좀 놀았으니까 학생들은 학교가기 싫죠. 그런데 북한은 남한처럼 (방학에) 많이 놀지 않거든요. 물론 대학에 비해서는 짧지만 남한은 방학이 길잖아요. 북한 초등학교 방학은 대체로 한달 정도, 중학교는 8월 10일쯤 돼야 시작해서 한 20일밖에 못놀아요. 우리때도 좀 더 놀았으면 했어요. 남한도 역시 마찬가지겠죠? 놀면 놀수록 더 놀고 싶죠.
오중석: 남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래 놀았지만 방학동안 실컷 놀던 기억이 남아 있어서요.
김현아: 그렇지만 공부는 해야되니까요. 특히 고등학교 2 ,3학년은 온 집안이 긴장하는 학년 아닙니까.
오중석: 그럼요. 고2, 고3은 여름방학에 놀지 못하죠.
김현아: 네 놀지 못했을거라고 봅니다. 금년엔 좀 서늘하잖아요. 새 기분으로 공부 시작하기에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중석: 남한의 초중고교는 방학기간에 학생들이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을 할 수 있게 해줍니다. 방학 과제를 내주기는 하지만 주로 자연관찰이나 야외활동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들을 요구하는 과제인데요. 북한의 경우엔 방학 중에도 학생동원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현아: 북한의 방학숙제는 지금은 많이 약해졌지만 이전에는 초등학교가 오히려 방학숙제가 더 많았어요. 방학숙제장이 따로 나오고요. 그것만은 간단하니까 보충적으로 학습장에 몇번씩을 쓰라는게 많았어요. 북한교육의 특징이 많이 쓰게 하는거예요. 10번, 20번 쓰라고 하면 지루해서 다섯번만 쓰기도 하고, 숙제를 미처 못하는 학생도 많았어요. 중학교는 과목별 과제니까 별로 숙제가 많지 않고, 사람들이 명심해서 하지도 않아요. 더군다나 중고등학교는 방학숙제할 시간도 없었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방학이 20일 정도밖에 안되는데 그중에서 집에서 통으로 놀아본 날이 없어요. 하루가 멀다하고 학교에 나갔던 기억이 많아요.
오중석: 무슨 목적으로 동원을 합니까?
김현아: 여기서는 이해가 잘안되시겠지만 북한에는 노력동원 과제가 많아요. 어디 청소하러 나와라, 도로 닦으러 나와라, 건설장 동원을 가고 또 농촌이 가물때는 물주기 동원을 시키고요. 학교관리와 관련된 동원도 방학때 많이 합니다. 예를들어 학교 울타리가 무너졌으면 남한은 학생들이 하지 않지만 북한은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해요. 간단한 기술적인 일을 하는 노동자는 한두명 뿐이고 보조는 다 학생들해요. 또 정치 행사도 많아요. 여기는 무슨 일이 있으면 다 자발적으로 즐거워서 개인적으로 참여하지만 북한은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행사이기 때문에 동원되는거죠. 그러니까 실제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방학때 집에서 자유롭게 노는 날이 불과 며칠이 안되고요. 매일같이, 하루건너 한번은 학교에 나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방학숙제는 남한처럼 자연관찰이나 야외활동 같은 이채로운 과제는 전혀 없어요.
오중석: 남한 학생들의 경우, 여름방학을 주로 부모와 함께 하는 여가활동이나 여행으로 보냅니다. 부모들도 아이들 여름방학에 맞춰 직장에 휴가를 내고 가족단위로 산과 바다를 찾아 휴식을 취하는 게 남한에서는 보편화 되어있는데요. 북한 학생들은 방학을 어떻게 이용하는지요?
김현아: 중학교 학생들은 매일같이 나가다시피 하니까 가정에서 특별한 방학을 보내기는 힘들어요.
오중석: 가족단위로 하기는 힘들겠군요.
김현아: 지금은 더군다가 먹고살기 힘드니까 가족단위의 휴식은 별로 없고요. 지금은 시스템이 붕괴되서 운영을 안하지만 이전에는 야영이라는게 있었어요. 중앙으로부터 도, 시, 군까지 각 곳에 야영장이 있어서 상당수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야영을 갔어요. 그런데 북한에 가족단위의 레저는 원래 없어요. 비율은 상당히 낮지만 가족휴양을 가는 사람들이 간혹 있었어요. 빠지기도 참 미안했어요. 저도 한번 가족휴양을 다녀왔습니다. 부모가 가니까 가족이 따라가는거죠.
오중석: 그것도 당국에서 지정해주는건가요?
김현아: 물론이죠. 선발되기 힘든데 옛날에 아버지가 간부여서 한번 따라가 봤는데요. 학교에서 승인을 잘 안해주는거예요. 왜냐하면 방학에도 동원시켜야 하는데 거기서 일체 빠져야하니까 학교도 부담스럽죠. 아직 북한은 여름 바캉스를 가족 단위로 가는 법이 없어요. 여기는 사람들이 의례히 여름에는 어디 놀러 갔다 오는 게 어길 수 없는 행사처럼 생각하잖아요?
오중석: 남한은 잘사는 집은 해외여행도 가고, 왠만큼 사는 집은 국내 제주도나 부산 등 좀 멀리 갑니다. 한두번으로는 모자라서 교외에 있는 수영장에도 가고요. 하여튼 방학동안에 학생들을 재밌게 놀게 하는게 부모들의 과제입니다.
김현아: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요. 우리 밑에 집도 아이가 있는데 부모와 같이 강원도에 놀러갔다 왔는데요. 애들은 학교, 교회에서 하는 프로그램에서 일주일간 또 놀러 갔다왔어요. 여기는 진짜 여름은 끝없이 노는 것 같아요. 놀러다니기 싫어하는 저도 다녀왔으니까 두말할 것도 없죠.
오중석: 물론 체제의 차이도 있겠지만, 먹고살기 편하느냐 힘드느냐 차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남한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 중에서는 방학 기간에 놀기만 하는게 아니라 아르바이트, 그러니까 시간제 일을 해서 용돈을 벌어 쓰는 학생들도 있는데요. 어떤 학생은 이렇게 번 돈으로 해외여행을 가기도 합니다. 또 어떤 학생들은 등록금이나 용돈에 보태기도 합니다. 북한의 학생들이 들으면 좀 부러워 할 얘기인데요. 북한에도 이런게 있나요?
김현아: 아니요. 여기는 어느 정도 실력이 되면 아르바이트, 시간제 일을 하면서도 공부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건 시간당 인건비가 높은 나라에서만 가능합니다. 중국도 북한에 비해보면 시간당 노임이 훨씬 높은데도 시간제 노동을 해서 공부한다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요즘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이 많은데요. 물어보면 자기네 나라에서는 알바 정도해서 학비를 벌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니 북한이야 더 말할게 없죠. 하루종일 시장에 나가 일해도 비용이 보탬도 안되고 일자리도 없고요. 북한은 일자리가 부족한 나라입니다. 사실 돈벌어서 해외여행을 한다고 하면 북한 학생들이 들으면 참 부러운 이야기죠. 남한 학생들이 돈 벌어서 배낭여행 많이 가잖아요. 인터넷에 보면 배낭여행에 대한 정보가 참 많아요. 저희집 아들도 오토바이로 지구 한바퀴 돌고 싶다고 합니다. 돈 좀 벌어서 계획을 효율적으로 짜게되면 가능한거죠.
오중석: 네 오늘은 남북한 학생들의 여름방학 지나는 모습에 대해서 얘기해 보았습니다. 모처럼 학업에서 벗어나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가 되어야 할 여름방학, 그 방학을 보내는 남북한 학생들의 모습이 사뭇 다른 것 같습니다. 여름방학을 이용해서 남과 북의 청소년 학생들이 서로 만나 교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이 시간 마치겠습니다. 오늘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 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주에 또 인사 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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