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계시는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순서입니다. 지난 월요일, 그러니까 12일은 우리의 민족 명절인 추석이었죠. 이곳 남쪽에서는 추석을 맞아 일가친척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정담을 나누고 조상에게 차례도 올렸는데요. 청취자 여러분께서는 올해 추석을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이 시간에는 우리의 민족명절인 추석에 얽힌 얘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세요.
오중석: 남한에서는 설날과 함께 추석이 최대의 명절인데요. 김 선생님 남쪽의 추석명절에 대해서 말씀 해주시기 바랍니다.
김현아: 제가 남쪽에 와서 추석을 여러번 쇠었는데요. 첫번째로 이채로운건 추석명절을 민족최대의 명절이라고 하더라고요. 북한에서는 지도자 탄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하거든요. 민족최대의 명절이라는 말은 사실 정치적인 성스러운 이름인데 이걸 추석에 붙이니까 처음엔 입에 붙지 않아서 좀 이상하더라고요. 말그대로 설날과 추석이 제일 큰 명절입니다. 추석에 조상묘를 찾는건 당연한거고요. 북한과 좀 다른 풍습이라고 하면 남한은 아주 즐기는 명절이더라고요. 아마 현대에 와서 좀 변화된 풍습이겠죠? 너도나도 추석명절에 해외에 놀러간다는건 전에는 상상도 못했어요. 추석명절은 으레히 산소에 가서 제만 지내는 날로 생각했지 이렇게 들기는 날이라고는 북한에서 생각도 못했죠.
오중석: 남한이 경제가 발전되고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이 되니까요. 추석명절이 쉬는 날이고 주말하고 겹치면 또 연휴가 되고요. 이번 추석도 나흘연휴입니다.
김현아: 사람들이 나흘도 부족해서 금요일부터 쉬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은 연휴 뒤에 하루 더 쉬어서 5, 6일 휴식하면서 여행을 가더라고요. 이번에도 해외 나가는 항공편이 다 찼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오중석: 연휴에는 비행기 자리를 구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국내여행도 많이 가죠.
김현아: 네. 기차나 배, 버스 모든 차편이 다 찼다는 보도를 봤습니다. 이렇게 즐기는 명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중석: 명절을 즐기는 풍속이 현대에 들어서 새로 생겨난 것이죠. 사실 추석은 옛날 중국에서 유래되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는 유독 한국에서만 중요한 명절이 되었습니다. 중국 문화권에서도 추석이 명절이긴 하지만 남한처럼 설날과 함께 최대의 명절로 치지는 않습니다. 중국에서는 추석, 그러니까 중추절이 단오나 청명절과 같은 비중으로 쇠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에서 추석이 명절로써 갖는 특별한 의미는 무얼까요?
김현아: 사실 북한도 중국하고 유사하거든요. 그러니까 추석을 민족명절로 크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국가적, 공식적으로 큰 의의를 두지는 않아요. 추석은 한 해 농사를 잘 지어놓고, 제일 먼저 나온 햇곡식으로 밥을 지어 조상들에게 고맙다고 인사 드리고 밥을 나누어 먹는 것이 유례인 것 같아요. 또 어떻게 보면 전통적이고 과하게 말하면 미신적이지만 산신령에게 고맙다고 제를 드리는 것이죠.
오중석: 남북한이 다를 게 없죠. 그런데 제가 궁금한 것은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햅쌀이 나오면 송편을 빚어서 조상들에게 제일 먼저 바쳤거든요. 그런데 북한은 송편이 잘 안 보이는것 같습니다. 북한이 공산화되기 전에도 송편을 잘 안 했습니까?
김현아: 아니죠. 저희 어머니 말을 들어보면 이전에는 남쪽이나 북쪽이나 풍습이 같았다고 합니다. 북한도 60년대 초반까지는 남한이랑 거의 전통이 비슷했어요. 어린 시적 기억을 보면 추석도 쇠고 제기를 놓고 제사를 지냈어요. 그런데 60년대 말에 유일사상체계를 수립하면서 전통명절이 봉건적이라고 했어요. 15년동안 거의 쇠지를 않다보니까 전통을 거의 다 잊어버렸어요. 그러다 80년대 말 조선민족제일주의를 내세우면서 다시 추석을 쇠기 시작했는데요. 사람들의 기억 토막토막을 모아서 쇠다보니 추석이 많이 변질되었다고 할까요? 추석날이 중국 유사하게 되면서 한해 농사를 잘 지어 햇곡식으로 음식을 만든다. 이런 것보다는 그날은 성묘하는 날이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금도 북한은 추석은 산소 가는 날로 머리에 남아 있어요.
오중석: 그거는 똑같군요.
김현아: 여기는 그날을 엄격히 안 지키잖아요. 성묘는 며칠 전에 가기도 하고요.
오중석: 조금 전에 말씀하셨듯이 놀러 가야 하니까 성묘도 벌초도 미리 하는거죠. 그리고 아시다시피 대도시는 이동에 문제가 있지 않습니까? 수천만명이 한꺼번에 움직여서 길이 막히니 미리 성묘를 다녀오고, 대신 추석 당일에는 반드시 정성스럽게 차례를 지내죠. 그리고 가족들이 모여서 차례 음식을 나누어 먹습니다. 북한에서는 성묘를 가는군요?
김현아: 아주 열심히 가요. 북한은 먼데는 못 갑니다. 여기는 산소가 고향에 있으니까 도시 사람들은 성묘하는 날이 고향가는 날이잖아요. 북한은 애초에 멀리 갈 생각은 못해요. 오직 자기가 사는 지역 범위내에서만 가능하죠. 통행증도 문제고 교통이 너무 어려워서 갈 수가 없어요. 그날은 주변 산소에는 온 사람들이 떨쳐 나와서 산이 하얗게 덮히죠. 또 시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일년중에 제일 물건이 많이 팔리는 날이 설날과 추석이라고 합니다.
오중석: 생각해보면 추석은 농경사회에서 시작된 명절이라 하겠습니다. 오곡백화가 무르익고 한해 동안 땀 흘려 노력한 보람을 수확의 기쁨으로 보상받는 계절이 바로 추석 즈음 아니겠어요? 추석에는 또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가족애가 담겨 있습니다. 또 조상에 감사드린다는 제사의 의미도 강하고요. 북한에서도 이런 추석의 의미를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지요?
김현아: 네 그런데 가족이 모이는 장소가 집보다는 산소입니다. 각 집에서 음식을 해서 산에 가서 만나서 먹고 헤어집니다.
오중석: 부모나 조부모의 산소에 모이는군요.
김현아: 산소가 멀리 있는 사람만 집에서 제사를 지내요. 여기하고는 약간 다르죠.
오중석: 어떤 의미에서는 우리의 전통적인 성묘풍습을 지키는거네요?
김현아: 물론 지키죠. 이건 여담이지만 사람들이 부모님 살아생전에는 살뜰히 못 모시고, 조상묘를 잘못 모시면 죄를 받는다고 하니까 자기한테 복이 차례질까해서 저렇게 산소에 열심히 간다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죠.
오중석: 사실 남한도 원래 산소에 가서 음식을 차려놓고 차례를 지내고 가족이 모여 부모의 은덕을 생각하며 음식을 나누워 먹는게 전통이죠. 그런데 놀러가고 여행가야 하니 편의상 바꾼거죠.
김현아: 여기는 별로 산소에 가서 음식 펴놓고 먹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제사만 딱 지내고 집에와서 먹는 것 같던데요.
오중석: 지금도 시골에 가면 음식을 펴놓고 제사를 지내는 집도 있는데요. 대부분 바뀌었죠.
김현아: 북한에서는 철저히 거기가서 먹고 내려오거든요.
오중석: 마지막으로 추석에도 서로 만날 수 없는 남북 이산가족에 대해서 얘기해 보았으면 합니다. 과거 추석에 즈음해서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는데 올해에는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지 못했습니다. 지금 남북으로 흩어져 있는 이산가족들은 모두 나이가 많아 언제 타계할지 모르는데 상봉행사마저 중단되어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탈북자 여러분들도 북에 가족들이 계실 텐데 추석 같은 명절이 되면 많이 보고 싶으시겠어요.
김현아: 물론이죠. 항상 맛있는 음식을 먹지만 그때마다 잊을 수 없는 게 북에 있는 가족, 친척들이죠. 특히 명절때는 탈북자들이 고향생각을 진짜 많이 해요. 통일이 빨리 되던가 아니면 남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서 가족, 친척을 만나보고 싶다는 이 절절한 마음은 더 말할게 없고요. 남한에 계시는 분들도 비록 전쟁 때 내려왔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서 나이들이 많은데 북한에 계신 분들은 거의 다 돌아가셨을거예요. 그런 분들도 아직도 고향을 잊지 못하고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이번에 이산가족 전수조사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에도 속으로 바라는 분들이 많았을텐데, 남북관계가 안좋아 상봉행사를 못해서 참 안됐어요.
오중석: 10여만 명이 아직도 잠깐 몇시간이나마 만나는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분들이 다 70대 후반 80대 이상입니다. 잘 되어야 할텐데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네 오늘은 우리 민족의 오랜 명절인 추석에 대해 얘기해 보았습니다. 일가친척이 모여 가족애를 다지고 조상에게 감사드리는 아름다운 전통을 지닌 추석, 내년 추석에는 남북으로 흩어진 가족들이 다시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만날 수 있기를 기원하면서 오늘 순서 마칩니다. 오늘 대담에는 김현아 선생이 수고하셨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주 이 시간에 다시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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